소설리스트

흑룡의 숲-38화 (38/130)

제 7장  역린(逆鱗)

十一.

온 몸에서 푸른 기운을 내뿜고 있는 자를  대한 순간 챠렌은 일순 자신의 눈

을 의심했다.

분명 그가 여기 있을 리도 없고. 또 온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자신이 생각하

는 그와는 다른 것이었지만 챠렌의 눈은 지금 그 사고를 부정하고 있었다.

챠렌이 다가서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엷은  푸른빛에 감싸인 남자는

미동도 없이 어느 한 곳을 보고 있었다. 온몸에서 발산되는 특이한 기운이 아

니었다면 살아있는 존재라고 생각치 못할 정도로 남자는 그렇게 굳어진 듯이

자리에 서 있었다.

" 그대는 명계에서 온 교룡인가?"

남자의 바로 근처까지 다가선 챠렌은 온 몸에 긴장을 떠올린 채 남자에게 물

었다.

남자는 마치 챠렌의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시 챠렌이 입을 열려던 찰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교룡..........교룡이라......... 한때는 그렇게 불렸던 것 같기도 하군......."

그 말에 담긴 것은 명백한 시인. 챠렌은 곧 마력으로 남자에게  공격을 할 준

비를 했다.

" 어린 용족들의 생명을 빼앗은 것도 당연히 그대겠군."

챠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남자는 숨죽인 웃음소리를 터트렸다. 기묘한 울

림을 담은 그 목소리를 듣자 챠렌은 온 몸에 섬뜩한 감정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 그대는 백룡족이군....... 나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자신의 힘

을 과신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남자는 천천히 챠렌을 향해 몸을 돌렸다.

멀리서 봤을 때부터 짐작을  하기는 했지만 남자의  모습은 놀랍도록 훼이와

닮아있었다. 온 몸을 감싸고 있는 푸른 기운만 아니라면  그가 훼이라고 해도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 대체......... 훼이와 무슨 관계지..........?"

" 훼이........ 훼이라........"

남자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훼이의 이름을 되뇌었다.

가만히 남자의 행동을 지켜보던  챠렌은 문득 기억속에  묻혀있던 어떤 말을

생각해냈다. 오래전에 들은 적이있는 그 말.

분명 훼이에게도 교룡이었던 아들이 있었다.

하지만 과연 저 교룡이 훼이의 아들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훼이의 태도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가 명계를  적대시 하

고 있던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지나친 생각에 불과하다. 하지만 저 얼굴은.....

너무나도 훼이를 닮았다.

직접 남자에게 물을까도 생각했지만 아직은 자신의 짐작일 뿐이다. 섣불리 행

동했다가 나쁜 결과라도 부른다면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큰일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다.

침착해야해. 분명 저자는 명계에서 온 교룡이다.

지금까지 열명에 가까운 어린  용족들의 생명을 흡수했기에  분명 그의 힘은

나로서도 당해내기 벅찰만큼 강해져 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정체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저자와 훼이가 어떤 관계가 있다는 것 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 침착하게 대처하는 거야.

그렇게 속으로 자신에게 되뇌이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 챠렌의 눈에

남자의 몸을 감싸고 있던 푸른  기운이 조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하게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챠렌은 소리없이 방어주문을 펼쳐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다른 이들이 올때까지 우선 자신의 힘으로 그를 붙잡아 두어야  했다. 없애지

는 못하더라도 붙잡아두는 것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터였다.

적어도 그녀가 가진 힘은 백룡족에서는 두 번째에 꼽힐만큼 강한 것이었기에.

그녀는 과신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예리하게 상대방을 주시하던  챠렌은 자신에게 짓쳐들어오는  용족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힘을 느끼며 공격 주문을 외칠 준비를 했다.

*            *            *

갑작스레 허공에 소용돌이 치는 검은 물결과도 같은 움직임이 피어났다. 그리

고 그 자리에 거짓말처럼 아련한 검은 빛에 휩싸인 거울이 떠올랐다.

혹시..... 저것이 왕들만이 쓸 수 있다는 이공간 연결 주문인가......

유에린은 훼이가 그 거울 앞으로 다가서는 것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보지

는 못했지만 들은 사실에 의하면 맞는 것 같았다.

유에린이 예상했던 대로 그 거울에 비친 것은 왕의 힘을 가진 자. 그중에서도

훼이의 친동생인 현 흑룡왕 라이엔 이었다.

" 무슨일이지. 라이엔? 천개(遷開)의 주문까지 써 가면서."

부드러운 얼굴을 한 훼이와는 반대로 거울속의 라이엔은 무척이나 곤란한 표

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 형님..... 하계쪽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 곤란한 일인 모양이지? 그렇게 말하기를 망설이는 것을 보니."

- 그게.... 그 일이 명계와 연관된 일이라서....

주저함을 담은 목소리로 라이엔은 말을 이어갔다.

- 명계의 교룡이 성년식을 치루지 않은 어린 용족들을 해치고 생기를 빼앗

아 갔습니다. 이번에 하계로 수행을 떠났던 대부분의 어린 용족들이  그 교룡

에게 생명을 빼앗겼습니다.

교룡이라는 말을 듣자 훼이의 머리속에는 섬뜩할 정도로 빛을 발하던 명계의

주인 요희의 붉은 눈동자가 떠올랐다.

명계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다른 곳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 원래는 나가는 일

자체가 허용되지 않지만 - 그녀의 허락이 필요했다. 그리고 교룡이 하계로 나

왔다는 것은 분명 훼이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는  요희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

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우스운 일이었다. 악감정을 품어야 할 것은 본래 그녀가 아니라  훼이여야 하

는 것인데 그녀. 요희는 마치 훼이로 인해 자신의 터전이 위협받기라도 한 것

처럼 훼이를 증오하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 훼이가 명계를 공격한 적은 있었다. 그리고 명계의 반 이상을 초

토화 시켰던 그때의 일은  천계뿐만 아니라 천상계와  환계에 까지도 알려져

지금까지 화제가 되고 있는 사건이기도 했다.

그것은 분명 그녀가 자초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금까지 그 일을

잊지 못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 그래서 백룡족의 보좌관인 챠렌이 하계로  내려가 조사를 시작했고 지금

막 그 교룡과 마주쳤다고 합니다. 그녀는 분명 강한 힘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지금 그 교룡은 여러 생명력을 흡수했기 때문에  얼마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

는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른 용왕들은 명계의  힘을 알고 있는 것은  형님이니

형님이 대처해 주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라이엔은  계속해서 훼이에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라이엔의 눈빛을 읽으며 훼이는 자신도 모르게 작게  웃고 있었

다.

그랬다. 자신의 어린 동생. 라이엔은 언제나 훼이가 궁으로 돌아와 자신과 함

께 살길 바랬고 또 누군가가 훼이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을 무척이나 꺼려했

다. 그런 라이엔이 지금 직접 훼이에게 일을 부탁해야 한다는 것은 무척 곤란

한 일임에 틀림없었다.

훼이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다른 용왕들의 힘만으로  그 교룡을 없앨수는 있

겠지만 그들은 자리에서 움직이려 하지 않는 것이다.

명계의 힘을 가장 잘 아는 것은 훼이라는 그럴듯한 핑계까지 붙여 가면서.

그런 그들의 속셈을 알고 있으면서도 훼이는 속아주기로 했다. 가끔은 이런식

으로 움직이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 좋다. 내가 가도록 하지. 현재 교룡이 나타난 장소는 어디지?"

- 교산(驕山)의 조양지곡(朝陽之谷) 부근입니다.

" 그러면 지금 곧 그리로 가도록 하지."

라이엔과의 대화를 끝마치고 나서 훼이는 잠시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유에린은 그런 훼이를 조용한 시선으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함께 가겠느냐. 유에린."

유에린은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 조금 까다로운 존재를 상대하는 일이니 봐 두면 도움이 될거다."

그렇게 말하고나서 훼이는 유에린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공간을 열

었다.

그리고 공간안에 들어선 채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는 훼이를 바라보며 유에린

은 빠른 걸음으로 공간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약간의 일그러짐과 함께 공간이 닫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유에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

자... 오늘도 이틀치 한꺼번에 갑니다. ^^

토욜은 아시다시피 오프구요. 또 아직 동아리 편집이 안 끝났기 때문에 또 밤

을 새야 하거든요. 우....가능하면 세편을 올리고 싶지만 능력이 되면요...

이번 장은 굉장히 길죠? 어디까지 더 길어질지....써봐야 알겠지만요.

아마 몇편안에 8장으로 넘어갈 것 같습니다.

지금 이야기를 인물에게만 한정시켜 진행시킬 것인지. 아니면  범위를 확대시

켜 초장편으로 만들지 고민하고 있는데요. 아마 8장까지  이야기가 전개된 후

에 결정할 것 같아요.

<잠깐 설정>

자주 등장하는 이공간 연결, 매개 주문인 [천개(遷開)  경(鏡)]은요. 서로 다른

계(界)만을 연결시켜주는 주문이 아니라 같은 계 안에서도 쓸 수 있는 주문입

니다. 일종의 전화와 비슷한 것이죠...^^ 주로 서로 다른 시간대를 연결해 주는

주문이므로 왕 이상의 힘을 가진 자들만이 쓸 수 있는 고난위 주문입니다. 가

장 자주나오는 공간을 여는  주문은 수련만 한다면  보통의 용족들도 가볍게

쓸 수 있는 주문이지만 강한 힘을  가진 자들은 주문없이도 본연의 마력만을

가지고 공간을 열 수 있지요. 흑룡의 숲에서 강한 힘을 가진자는 주문을 외치

지 않는 자라고 보시면 됩니다.

랄랄라 즐거운 오프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번 호 : 943 / 3334 등록일 : 1999년 07월 17일 01:28

등록자 : 까망포키 이 름 : 포키 조 회 : 199 건

제 목 : [연재] 흑룡의 숲 제 7장 十二.

흑룡의 숲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