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룡의 숲-59화 (59/130)

제 11장  흩어지는 기억

七.

훼이가 펼쳐놓은 방어주문 안에서 유안과 유에린은 불안을 억누르며 밖의 상

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끊이지 않고 비쳐드는 은빛

의 광채와 붉은 화염의 덩어리들. 그리고 푸른  안개는 둘에게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었다.

"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요...."

유에린은 대답할 수 없었다.  유안과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불안감으로 가득

찬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고 있었기에.

" 기다리죠. 유안..... 백부님을 믿고 있잖아요."

그것은 유안을 향해 말했다기 보다 자신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한 말이라

고 하는 편이 옳았다.

대체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모든이에게 경외감의 대상이 되어 있는 훼이에게.

유에린은 뚜렷한 어떤 형체도 내비치고 있지 않은  숲의 저편을. 훼이가 있을

건너편의 공간을 가만히 응시했다.

질 리가 없다.

설사 무슨일이 생겨서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해도 훼이는 질 리가 없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리고 훼이 자신의  노력으로 인해 생겨난 그의 힘

은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던가. 아직 자신이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는 할 수 없어도 그가 강하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분명 이길거야...

자신의 마음속에만 울리도록 유에린은 속으로 되뇌었다.

" 유에린!"

한동안 이어지던 침묵을 깬 것은 유안의 날카로운 외침 이었다.

깊이 생각에 골몰해 있던  유에린은 유안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순간 말로 전해듣지 않아도 왜 유안이 소리를 쳤

는지 알 수 있었다.

방어주문이 해제되어 있었다.

" 어서 가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유안과 유에린은 훼이가 떠난 건너편의 공간. 숲의 중

앙부를 향해 나아갔다.

*            *            *

" 당신의 요구는 거절합니다."

" 후..."

레이샤의 눈에는 경멸이 가득 담겨 있었다.

눈에 띄게 지친 모습으로 아직까지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란을 향해 레

이샤는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 한 일족의 왕이라는 자가 개인적인 사소한 일 때문에 혼란을  불러오다니

요. 그것도 다른자들까지 끌어들여서."

" 그대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희미하게 고통이 배어 있었지만 란은 아무렇지 않게 말을 꺼냈다.

" 고집스러운 건 여전하군요."

레이샤는 낮은 어조로 말을 내뱉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 레이샤가 숲에 들어섰을 때 바닥에  쓰러져 있던 흰색의 특이한 무복차

림의 여인들은 그녀가 란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힘겹게 몸을 일으켜 자리

를 떠났다.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식의 무복을  입는 곳은 오직 천상계

뿐이었다.

설마 천제까지...?

그녀들의 정체에 생각이 미치자  레이샤는 그녀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인물인 천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 날 경멸하나?"

막 나무기둥에 몸을 기댄채 눈을 감고  있는 훼이에게로 시선을 돌리던 레이

샤는 란의 물음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 글쎄요. 이 감정을 경멸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 분명 타렌에게서 들었을테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레이샤의 눈빛은 긍정의 뜻을 나타내고 있었다.

" 타렌은 나와는 생각 자체가 다르니까...."

그말 한마디를 하고나서 란은 가슴을 누르며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리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레이사는  란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

다. 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후천적으로 맺어진  인연중 가장 큰 것으로.

레이샤보다 150년 먼저 태어난 언니  시엔은 홍룡왕의 동생인 타렌과 혼인한

사이였다. 그런 시엔을 만나기 위해 천계에 자주 오곤하던 레이샤였지만 홍룡

궁에 발은 들여놓은 것은 혼인식을 거행했을 때 뿐이었다.

" 왜 내게 그런말을 했던거죠?  타렌은 당신이 무모한 행동을 하려  한다고

했어요."

" 누가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어. 저자는...."

" 화란님은 자신의 선택에  따랐던 것 뿐이에요. 당신이  나설 문제가 아닌

것 같군요."

" 하지만 난 저자가 거슬려."

레이샤가 란이 건넨 말의 뜻을 이해하기도 전에 란은 또다시 주문을 외쳤다.

그리고 출렁이는 가느다란 불꽃의 기둥은  지친몸으로 자리에 앉아있는 훼이

를 향했다.

" 백부님!!"

막 숲 중앙의 공터로 들어선 유안은  군데군데 뽑히고 쓰러진 나무들의 잔해

를 보고 놀라는 한편 막 훼이를 향해  쏘아져 나가는 불꽃의 기둥을 보며 경

악성을 내질렀다.

유안의 뒤를 따라 들어선 유에린도 숲의 광경을  보고 경악했다. 하지만 그보

다 더 놀라운 것은 군데군데에서 흘러나온 피로 인해 더욱 검게 물든 파오를

입은 훼이의 모습이었다. 저토록이나 상처입고 지친 모습의 훼이는 처음 대하

는 것이었기에.

유안은 훼이를 향해 날아가는 불기둥을 막아내기  위해 있는 힘껏 몸을 날렸

다. 하지만 날아가는 강력한 주문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안돼...!"

유안은 안타까운 목소리로 외치며 눈을 감아버렸다. 자신의 두 눈으로 훼이가

상처입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팟.

" .........?"

귓가에 울려퍼지는 희미한 타격음을 들으며 유안은 감았던 눈을 떴다. 자신의

경험대로라면 공격주문이 다른이에게 적중했을때의 소리는  좀더 컷던 것 같

았지만 지금은 별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 없었다.

그리고 유안은 두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너울대는 붉은색의 화염이 사라진 자리에는 은은한 검은빛의 장막이 빛을 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조금전과 같은 자세를  하고 앉아있는 훼이의 모

습이 그 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 백부님!"

유안은 다시 다리에 힘을 가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깊이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훼이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유에린은 막 사라져가는 방어주문의 희미한  검은빛 사이로 유안이 뛰어들어

가 훼이의 품에 안기는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에 봉황족으로 보이는  여인이 붉은 파오를  입은 누군가를 부축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만 별다른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지금은 단지 기쁠 뿐이다. 비록 다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훼이의 모습을 확인하며.

" 우스운 모습을 보였구나..."

맑게 잠긴 푸른 눈동자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유안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 다행이에요."

유에린은 그 말 한마디를 건네며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비록 지금까지의 훼이가 가지고 있던 다가서기 어려운 위엄은 사라져 있었지

만 유에린에게는 지금의 훼이가 보여주는 모습이 본래의 그인것 처럼 느껴졌

다.

" 돌아가자."

훼이는 유안의 부축을 받아 몸을 일으켰다. 왠지  한걸음 한걸음을 옮기는 그

의 모습은 위태위태해 보였지만 표정은 어느때 보다도 밝았다.

항상 얼굴을 뒤덮고 있던 표정없는 냉막함을 벗어버린 훼이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던 가장  순수했던 그 때의 자신

으로.

" 망가진 숲을 되돌리려면 너희들의 도움이 필요하겠구나."

훼이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리며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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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는 무적의 주인공을 싫어합니다... 세상에 무적은 없잖아요.

훼이가 설마 무적으로 보였던건....-_-;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저의 작명센스는 형편없는 듯... 비슷한  이름이 하도 많

아서 쓰다가 헷갈리는 바보가 저입니다...--

후훗...11장 끝났습니다. 간만에 난무한 전투장면. 어떠셨는지요..^^

음..낮에는 뜨겁고 밤엔 좀 선선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언제나 건강에

유의하시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번 호 : 1979 / 3334 등록일 : 1999년 08월 25일 00:30

등록자 : 까망포키 이 름 : 포키 조 회 : 172 건

제 목 : [연재] 흑룡의 숲 제 12장 一.

흑룡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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