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룡의 숲-63화 (63/130)

제 12장 바램...

四.

" 이렇게 강물에 작은 돌을 하나 던지면 작은  파문이 일어나지. 하지만 그

작은 파문은 강물 전체로 퍼져 나가게 된다."

유안은 미동조차 없이 강물을 바라보며 훼이의 말을 들었다.

"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다. 그리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유기적인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지. 자신은 미처 알지  못하고 있더라도 작은

움직임 하나가 많은 것을 바꿀 수도 있다."

" 그게 바로 질서라는 것인가요?"

훼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용족으로 태어난 이상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용족에게 주어진 책임

은 그 조화의 틀 가운데서도 가장 큰 것이니까. 그리고 유안. 너는 앞으로 라

이엔의 뒤를 이어 흑룡족을 이끌어가야할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 저....."

유안은 잠시 머뭇거리며 말을 멈췄다. 몇번이고 이 말을 해야할지 망설였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여전히 강물에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겨우  주저함을 버리고 유안은 입을 열

었다.

" 제가 왕이 된 후에도 함께 궁에 머물러  주세요. 아무것도 해주시지 않아

도 좋아요. 그저 백부님이 곁에 계시다는 것 만으로도 제겐.... 큰 위안이 될테

니까요."

훼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지금 대답해 주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언제든지  백부님의 마음이 허락하

는 그날. 제게 답을 주세요. 제게 주어진 그 시간동안 이라면 기다릴 수 있어

요."

" 그래......."

낮게 한숨을 내뱉듯이 훼이는 대답했다.

조금 전 훼이가 던졌던 작은  돌은 금새 강 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린 후였다.

그 돌이 던져진 후에 생겨난 작은 파문도 금새 사라져 버린 후. 강은 아무 일

도 없었다는 듯이 보통때와 마찬가지로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자신의 커다란 줄기에 모든 것을 품고서.

" 어쩌면....... 모든 것은 한순간의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유안은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훼이의 눈동자에서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무겁지 않은 깊은 빛을 보았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이지. 과거는  과거인채로 그대로

흘려버리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훼이의 말은 유안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틀안

에 묶여 세상을 바라보지 않았던 훼이 자신에 대한 책망도 담겨 있는 것이었

다.

" 하지만 과거를 기억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 그래... 하지만 너무 지나친 것은  좋지 않은 것이지. 지나치게 하나에 얽

매이면 눈앞에 있는 소중한 것을 보지 못하는 법이니까."

" 전 아직 모르겠어요."

어리둥절함을 담은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안을 보며 훼이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자신의 피가 흐르고 있는 어린 조카.

출렁이는 푸른 물살과도 같은 유안의 푸른 눈을 볼때마다 훼이의 마음속에서

는 지금까지 품어오지 못했던 감정의 자락이 피어나고 있었다.

이 맑은 눈동자에 항상 밝은 빛을 담아주고 싶다.

그것이 지금 훼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었다.

" 이제 돌아가도록 하자."

유안은 훼이가 내민 손을 잡고 강둑에서 일어섰다.

" 백부님. 상처에 찬바람은 좋지 않다고  들었어요. 제가 괜히 이곳으로 나

오자고 한 것은 아닌지...."

" 걱정 말거라. 오랜만에 좋은 경치를 구경했으니까."

훼이는 유안의 손을 잡은 채 걸음을 옮겼다.

실로 오랜만에 훼이는 자신  이외의 다른이의 온기를  피부로 느끼며 공기를

들이마셨다.

손바닥을 타고 퍼져나가는 유안의 온기는 기분좋게 훼이의 마음을 감싸고 있

었다.

*            *            *

" 이번일은 우리 용족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다. 모두들 최선을 다하도록."

" 네. 전하."

라이엔은 본궁의 입구에 정렬해 있는 20여명의 청년들을 바라보며 진중한 얼

굴로 말을 이었다.

" 최대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을 잊지마라."

" 염려마십시오. 전하."

마치 한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청년들의 목소리는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울려

퍼졌다.

" 그리고 이번일을 선두에서 이끄실 분이다."

라이엔의 말과 함께 훼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무

늬도 없는 검은 색의 긴 파오를 걸친  채 나타난 훼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

금고 있었다.

" 아....."

도열해 있던 흑룡족의 청년들 사이에서 가벼운 탄성이 일었다. 누군가가 나서

서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귀에 못이박히도록  들어온 훼이의 모습은 바로 지

금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자와 일치했다.

고개를 끄덕여 가볍게 인사를 건넨 후 훼이는 말을 꺼냈다.

" 나는 길게 끄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한번  결정을 내린 이상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란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훼이의  목소리는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똑똑히

전달 되었다.

" 그럼 내일 이 자리에 다시 모이도록. 그리고  내일을 위해 오늘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하게."

" 네."

절제된 대답 소리가 흑룡궁 안에 울려퍼졌다.

" 용족과의 전면전인가........"

흑룡궁의 입구에서 한참 떨어진 나무 기둥에  몸을 숨기고 있던 가화는 자신

에게만 들릴만큼 작은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

설마 용족들이 이렇게까지 강경한 반응을 보일줄이야....

그리고 훼이까지 직접 움직일 결심을 할 줄은.....

이번일은 확실히 불리했다. 지난번의 싸움으로 상처를 입은  대부분의 검선들

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멀쩡한 얼굴로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훼이의 상처도 아직 낫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들쪽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데에는 변

함이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천군들의 수가 많긴 하지만 그들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 천군 대장

인 지인부터가 천제의 태도에 회의적이지 않은가.

이 사실을 전한다면 천제는 분명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을 막아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용족들의 힘은 자신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강하다.

더군다나 하나도 아닌 많은 수의 용족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천군이

나 검선들의 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은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다시 그들의 힘을 빌려야하나....

하지만 내키지 않는 일이다.

아무리 위험한 경우라고는 하지만 천상계에 몸을 담고 있는 천인으로서의 자

존심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었다.

" 후......."

신경을 써서 인지 아물지 않은 상처가 아파왔다.

결코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우리들 검선이 모인 것은 아니었는데.....

하지만 이것 또한 우리가 해야할 일.....

생각은 길었다. 하지만 행동은 신속했다.

결국 마음이 내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화는  또 다시 몸을 움직이고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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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오늘 이승환의 '당부'라는 노래의  뮤직 비디오를 봤는데요. 보는 순간

바로 저건 화란의 이미지  테마야! 라고 느꼈습니다. 정말  멋진 뮤직 비디오

였어요.... 한순간 눈물이 나올 듯....

기회가 된다면 꼭 보시길. 정말 감탄하실 거에요.

이번주 일요일까지 이벤트 모집하니까요. 참여해 주시구요.

오늘 저는 무지하게 기분나쁜 일이 있었습니다. 그치만 제  힘으로 해결할 수

도 없는 일이어서 괴로웠습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요.

환절기입니다. 건강 조심하시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번 호 : 2108 / 3334 등록일 : 1999년 08월 29일 01:13

등록자 : 까망포키 이 름 : 포키 조 회 : 146 건

제 목 : [연재] 흑룡의 숲 제 12장 五.

흑룡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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