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룡의 숲-86화 (86/130)

제 6장. 夢(안개의 길)

二.

" 조각에 재주가 있었군."

한참동안 나무를 깎아 내리는 일에 열중하고 있던 카이엔은 옆에 다가서서 말

을 거는 도수의 모습 때문에  멈칫했다. 반나절 동안 손에  들고 있던 나무는

어느새 힘차게 지축을 박차고 달려나가는 말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약간의 손

질만은 끝내면 이제 그것은 하나의 존재로써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 산 속에서 구할 수 있는 것 중에서는 나무가 가장 흔하니까요."

" 그렇다고 해도 혼자서 이런 정도까지 가능하다니 믿어지지 않는군."

카이엔은 조용히 미소지었다.

" 다음에는 동물이 아니라 사람을 조각해 보는 건 어때?"

도수의 말을 듣고 카이엔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자신이 만들어 온 것은

항상 동물이었다. 새나, 산 속에 사는 들짐승. 그리고 호랑이와 같은 맹수.

자신이 직접 두 눈으로 본 것만을 기억 속에 새겨두었다가 한가한 시간에 나

무를 통해 되살려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번도  사람의 모습을

조각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아니,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했었다.

처음으로 사람의 모습을 조각한다면 누구로 할 것인가. 카이엔은 한동안 조각

하는 것도 멈춘 채 머릿속을 헤집었다. 그리고 찾아낸 것은.

아버지....

과거에 묻혀버린 창백한 미소를 간직한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나직한 목소리

로 글을 가르치고 카이엔의 질문에 답해 주었던 아버지. 더 많은 시간이 흘러

아버지의 모습이 흐릿하게 변하기 전에 카이엔은 조각으로나마 모습을 남겨두

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는 카이엔을 가만히 응시하던 도수는 시간이 더 지나가

기 전에 말을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자네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가르쳐 주고 싶은 것들도 많지만  내일

부터는 다시 궁에 들어가야  하게 되었어. 아무래도 폐하께서  일을 서두르실

모양이야."

카이엔의 머릿속에는 단어로만  알고있는 전쟁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것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상대방에게 죽음을 선사하며 벌어지는

격렬한 다툼이다. 카이엔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토록 격렬하게 무언가를 원하고 그것을 위해 많은 것을 희생

하며 나아갈 수 있을까.

" 아쉽지만 이번 일이 끝날때까지는 혼자 이곳저곳을 보고 익숙해지도록 노

력해봐."

회상에서 빠져나와 카이엔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또 한가지. 다음번에  만났을 때는 말을 놓을 수  있게 된다면 더

좋겠지."

" 노력해 보겠습니다."

카이엔은 뒤돌아선 도수의 단단한 등을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책임지고 있는 자의 어깨는 나이를 불문하고  넓어 보였다. 비록 병

색이 완연했지만 아버지의 등이 그랬듯이.

*            *            *

" 그래, 부모님께서는 모두 잘 계시고...?"

노인 특유의 인자한 향취를 머금은 음성으로 도수의 어머니가 말을 걸어온 것

은 카이엔이 막 조각을 끝마치고 도구를 정리할 때였다.

도수가 황궁으로 떠난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아직 그 이외의 어느 누구도 알

지 못하는 카이엔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아버님은 제가 열 두살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친정으로 돌아가셨습

니다."

카이엔은 어머니의 실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망설였지만 곧 아무렇지  않

게 말을 바꾸었다.

" 그래서 그렇게 말이 없었던 게로군."

그녀의 얼굴에 패인 깊은 주름은 생소함과 정겨움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카이엔은 노인의 얼굴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얼

굴에 패인 노인의 주름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는 어

머니도 아버지도 모두 젊은 얼굴을 한 채로 남아있었기에 노인에 대한 생경함

은 더욱 깊었다.

" 네...."

" 혼자서 몇해간을 살아왔다면 외로웠겠구만. 지금 혼자된 나도 그런데 젊

은이가 오죽하겠나.."

카이엔은 대답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죽음이후 몇 해 동안은 어머니와 함께 였지만 그것 역시 홀로된 삶

과 마찬가지의 것이었다. 어머니와  얼굴을 마주 대는 것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와 식사를 할 때가 전부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어머니마저도

사라져 버린 후. 카이엔은 혼자라는 것을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혼자  였

던 그렇지 않던 간에 숲이 주는 적막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그러나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이 가슴속을 메우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

다. 어머니의 입버릇을 자신이 그대로 따라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

처럼.

" 도수 위로도 형제가 몇 있었는데 집안이 기우는 통에 제대로 키우질 못해

서 병으로 죽어나갔지. 그래서 도수 녀석이 더 꿋꿋하게 자란게야."

강인하게만 보이는 도수에게도 아픈 기억이 있는  모양이었다. 카이엔은 작게

미소지었다.

" 앞으로 내 막내 아들처럼 생각할 테니 마음 편히 지내게나."

" 네.."

노인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은 옅은 푸른 빛깔의 비단이었다. 그리 질좋은 것

은 아니었지만 과거에는 기울었다던 이 집안도 도수의 노력으로 많이  나아진

것이리라.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숨대신 그

녀는 옅은 미소를 떠올리고 있었으므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후 카이엔은 책걸이 위에 오늘 조각한 아버지의 모습을

세워놓았다.

손바닥 길이정도의 크기였지만 카이엔은 눈코입을 비롯하여 머리카락까지  정

교하게 새겼다. 자신의 기억 속을 모두 뒤져내서.

천성산의 깊은 곳에서 생활할 때와 별 다를 바  없는 방안. 책걸이 하나와 서

랍장 하나, 낮은 탁자가 방안에 있는 전부였다.

그다지 많은 물건을 필요도 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은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 너도 내 피를 이은 모양이구나. 이토록 책을 좋아하는 것을 보니. 네 어머

니는 슬퍼할지 모르겠다만.."

어머니를 향해 엷은 웃음이 담긴 시선을 돌리며  아버지는 말했다. 그러자 어

머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미소했다.

" 전 문인의 자질을 가진 아이가 더 좋아요. 여자아이들임에도 지나치게 활

달한 모습만 많이 봐와서 그런지 몰라도."

카이엔은 궁금했다. 그때 어머니의 말에 아버지의 표정이 아주 미미하긴 했지

만 굳어졌던 것을. 가까이에  있던 자신은 그것을 보았지만  어머니는 모르는

것 같았다.

" 카이엔은 정말 당신을 많이 닮았어요. 얼굴은 절 닮았지만 성품이나 모든

것이 당신을 판에 박은 듯해요."

곧이어 어머니의 얼굴에 피어오른 행복한 웃음.

" 난 카이엔의 얼굴이 당신을 닮아서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소만. 날 닮았다

면 후에 더욱 기억이 날 테니까."

농담 삼아 꺼낸 아버지의 말에 어머니는 그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

었다. 그런 어머니의 얼굴에 다른 무언가가 끼여들었던  것 같기도 했지만 워

낙 어릴 때의 일이라 그다지 기억이 뚜렷하지 않은 이유 때문이기도 했지만.

언젠가 다시 부모님을 만나게 된다면 카이엔은 첫 인사를 말없는 미소로 하고

싶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늘 미소를 지우지 않았던 것처럼.

이제 카이엔은 하늘을 바라보지 않기로 했다. 산  속의 홀로된 생활에서 벗어

난 이상, 더 이상은 그때의 생활을 그리워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저  되새기는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그때의 생활이 마음 깊은 곳을 점유하고 있다면  현재

의 생활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 분명 잘 지내고 계시겠지요. 두분 모두...'

비롯 셋만의 단촐한 생활이었지만 아머니와  아버지의 얼굴에 피어오른 것은

항상 따스하고 행복한 웃음이었다. 지금이 되었어도 카이엔의 기억 속에 잔잔

하게 물결치고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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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두시간밖에 못자서 오늘 회사가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_-

속은 뭣 때문인지 않좋지(전 술을 안 좋아해서 술 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어요)

회사 상사관계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곧 그만둘 거지만 막판에 잘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미칠 듯 합니다.

오랜만에 토요일날 쉬게 되어서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합니다. 아침에 일어

나면 미용실에 가서 머리 색깔을 예쁘게 바꿀 생각입니다. 뱀파 언니도 엉덩이까지

오는 긴 머리에 브릿지를 넣기로 했어요 ^^

간만에 행복한 기분 때문에 비축분도 안 만들고 또 막 올리기 시작합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를~~

[번  호] 7050 / 7360      [등록일] 2000년 03월 19일 00:20      Page : 1 / 12

[등록자] 까망포키         [조  회] 153 건

[제  목] [흑룡의 숲 2부] 연(緣)... - 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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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룡의 숲 제 2부 >

연(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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