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룡의 숲-105화 (105/130)

< 흑룡의 숲 제 2부 >

연(緣)...

제 12장. 腔(깊어지는 시간)

三.

적수는 공간에서 빠져나오고 나서도 한참이  지날때까지 자신이 처음 도착한

장소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혹시라도 가신이 자신이  온 장소와 같은 곳

으로 올까봐 주의를 집중해서 공간이 열리는 낌새가 있나를 살폈지만 그런 일

은 일어나지 않았다.

' 다행이다....'

적수는 환하게 웃으며 몸을 이리저리 돌렸다. 확연하게 천계나 환계의 기운과

는 다른 오대원소의 기운이 충만한 땅 하계.

시간의 흐름이 빨라서인지 모르지만 이곳에 오면 언제나 피부로 느껴지는  시

간의 움직임은 기이한 느낌을 전해주었다. 마치 작은 파도가 피부를 간질이듯

이 온몸을 점령해가는 낯선 감각. 카이엔은 크게  몸을 움직이며 입술을 움직

였다.

" 하계에 오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로군....."

황자가 되는 의식을 치르던 날과 성년식같은 공식적인 일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환계의 땅에서 벗어나본적이 없는 적수로서는 이번 일이 무척이나  흥미

로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근엄한 아버지가 직접 자신에게 움직이라고 말할 정도의 일이 생겼다는  사실

이 적수는 무엇보다도 기뻤다. 비록 일이기는 했지만  환계의 땅을 벗어날 수

있었기에.

가신이 자신을 발견하는 날에는 꼼짝없이 그와 함께 황자로서의 일을  해야할

테지만 적어도 지금은 자유롭게 많은 것들을 겪어보고 싶었다.

" 뭐지.....?"

적수는 기이한 기운을 감지하고는 한가롭게 풍경을 바라보며 걸음을 걷던  것

을 순간적으로 멈췄다.

자신의 느낌이 맞다면 지금의 것은  분명 인간으로서는 가질 수 없는  강대한

기운이었다. 자신과 마찬가지인 영수족의  기운인 듯 하기도 하고  용족의 것

같기도 한. 그러나 상당히 이질적인 그것.

" 흐음.......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르겠군...."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호기심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적수는 기이한  기운이

퍼져나오는 곳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자신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하계라고

는 하지만 인간의 것이 아님에  분명한 힘이 퍼져나오고 있는데 그냥  지나친

다는 것은 영수족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일족, 특히 가신이 들었다면 그것은 적수 자신이  스스로에게 내린 위안에 불

과하다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 뻔했지만, 지금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

다.

그저 무료하기만했던 일상에 생겨난 작은 변화를 적수는 즐기고 싶을  뿐이었

다. 환계에 돌아가게 된다면 다시는 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적수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무언가를 생각하며 빠르게 발을  움직였다. 그

기이한 느낌의 진원지에 다가갈수록 기괴한 감각이 강하게 작용했기에 꺼려지

는 마음도 있었지만 여기에서 물러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 분명 무언가가 있군....'

적수는 속으로 생각하며 작은 덤불들을 헤치고 평지를 달려가듯이 날쌔고  경

쾌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렇게 괴이한 느낌의 진원지에  도착한 순간

적수는 온몸을 스치고 지나는 싸늘한 감각을 느꼈다.

" 아...! 저런 짓을......."

적수는 난생 처음으로 본 잔혹한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눈쌀을 치푸리고 있었

다. 본래 진록의 푸른빛과 싱그러움으로 가득 차  있어야할 숲의 어귀를 채운

것은 붉고도 붉은 그리고 코를 찌르는 역한 향기를 품은 피의 바다였다. 분명

살아 숨쉬던 생명체였을 흰 살점들 또한 바닥 곳곳에 떨어져 있었다. 마치 한

겨울 눈송이가 모든 것을 덮어버리듯이 숲 어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인

간의 몸을 이루고 있던 피와 살이었다. 날카로운  수십개의 칼날로 갈갈이 찢

겨버린 듯한 광경에 적수는 한동안 넋을 잃고 있었다.

" 누가.... 누가 대체....."

항상 고요하고 한적한 환계의 영토에서만 생활해온.  더군다나 평화를 수호하

는 기린족인 적수로서 지금과 같은 광경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을 만큼 소름

끼치는 모습이었다.

" 그저 고깃덩어리일 뿐이지....."

갑자기 귓가에 파고드는 누군가의 목소리. 낮게 가라앉은,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그 목소리는 눈 앞에 뿌려진 붉은 빛핏처럼 피의 향기를 머금고 있

었다.

" 단지 붉게 흩어질 뿐이야...."

누군가에게 말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 자

의 시선은 흐트러져 있었다. 어깨를 타고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과 긴 옷깃

으로 감싸인 몸. 그리고 여리고  어려보이는 얼굴. 몸에서 풍겨나오는  기이한

감각이 아니었더라면 적수는 눈 앞의 존재가 지금의 피빛 광경을 만들어낸 존

재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 광경을 직접 두눈으로 보았다고 해도.

" 눈 앞에 있는 모든 것을 없애 버리겠다......"

카이엔은 속박당한 인형처럼 억양없는 목소리와 굳어진 표정으로 적수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빠른 목소리로 주문을 외침과 동시에 카이엔의 주위는 소용돌

이 치는 바람으로 가득 메워졌다.

[ 전(電) 뇌(雷) 환(環)! ]

적수는 음험한 힘을 뿜어내는 눈 앞의 존재를 향해 실전으로는 처음으로 자신

이 그동안 익혀왔던 주문을 내보냈다. 천둥이 울리는  듯한 굉음과 함께 퍼져

나온 것은 둥글고 밝은 수십개의 고리였다.

천년이라는 일족의 수명을 누리는 동안 대부분의 기린족들은 실제적인 전투에

서 자신의 힘을 쓰지 않는다. 일족의 대부분이  전투적 성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용족과 달리 기린족은 평화를 상징하며 지키는 일족이다. 그러하기에 일

족의 일신상에 중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는한 기린족들이 힘을 쓰는 일은 생기

지 않았다.

"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적수는 작게 중얼거렸다.

실전에서 처음으로 발휘하는 힘이지만 적수는  자신의 힘을 적당히 조절해서

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비록 실질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을 지라도 자신

은 가장 진한 기린족의 피를 이은 자다. 그러하기에 주문 역시 거의 대부분을

익혀 두었다.

" 죄값을 물어야겠지......"

상대방이 듣고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적수는 자신을 향해 접근해오는

날카로운 경기를 여유있게 막아내며 중얼거렸다.

아직 확실하게 상대의 정체를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 자신에게 공격을 가한 자

가 사용하는 힘은 낱익은 것이었다.

쌔액.

귀를 멍하게 만들 정도로 날카롭게 울려퍼지는 바람소리. 마치 바람이 스스로

의 의지를 가지고 울부짓는 듯이 보이는 광경이었다.

적수는 상대방이 자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음을 알고도 조금도 꺾이는  기

색 없이 연속적으로 공격주문을 내쏘는 것을 보며 의미있는 미소를  지어보였

다.

" 기린족이 결코  평화만을 위해  존재하는 일족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

지....."

입버릇처럼 혼자 중얼거리며 적수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광휘를 포

함한 주문을 외쳤다.

" 아직 시작에 불과해....."

그것은 적수의 가슴속에 숨어있던 어떤 작은 열매 하나가 싹을 틔우는 소리였

다.

주) 전(電) 뇌(雷) 환(環) - 기린족들이 쓰는 상위 공격 주문중 하나로 뇌전의

기운과 빛의 기운을 함께 이끌어 쓰는 주문이다. 커다란 소리와 밝은 빛을 동

반하며 목표로 한 상대 이외의 것에는 공격의 효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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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30분에 자고 아침 8시에 일어나서 회사에 갔습니다.

회사가서 일하면서 언니 학과 논문 번역해주고, 아이 졸려.. T^T

에잇.. 그놈의 신조협려는 왜 이렇게 재미있는거야.. 역시 영웅문 시리즈는  최

고얏...! T^T

여기까지가 진짜 1권입니다. 하핫..

빨리 비디오를 다 봐야 다시 글을 쓸텐데.. ^^;

[번  호] 7564 / 7686      [등록일] 2000년 04월 12일 21:23      Page : 1 / 8

[등록자] 까망포키         [조  회] 60 건

[제  목] [흑룡의 숲 2부] 연(緣)... -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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