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룡의 숲-121화 (121/130)

< 흑룡의 숲 2부 >

연(緣)...

제 15장. 舛(어긋난 시간)

三.

" 무엇을 생각하고 있지?"

집무실로 들어선 유안은 휴식용 의자에  앉아 그녀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는 시령을 발견하고는 물었다.

" 훼이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유안."

시령이 근심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답하자 유안은 웃으며 고개를 저

었다.

" 무엇을 걱정하는 거지? 그분이  누구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모르

는 것은 아닐 테고."

"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시령은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녀의  태도를 보며

유안은 자신도 모르게 싱긋 웃었다. 그 동안 흑룡왕비라는 자신의 지

위 때문에 그녀가 본래의 천성인 밝고 활달함을 애써 눌러왔다는 것

을 유안은 알고 있었다.

" 백부님은 본래 한곳에 오래 머무실 분이 아닌데, 내가 오백 년이

나 잡아두었으니 이제는 마음이 답답하실 때도 되었지."

" 당신은 그렇게 여기세요?"

" 그럼, 백부님이 자리를 비우신 것에 다른  이유라도 있다는 말인

가?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오?"

시령은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 물론 저도  알지요.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지.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느낌이 다르단 말이에요."

유안은 고개를 비스듬하게 기울이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 보

였다. 처음 그녀와 알게 되었을 때도 그랬지만  시령에게는 장난스러

우면서도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이  차가 많음

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이끌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일족의

차이를 넘어선 기질의 문제였다.

" 당신은 과거의 백부님을 알지 못해.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

겠지. 과거의 백부님은 단순한  말 한마디로는 절대 잡아둘  수 없는

분이었어. 심지어 흑룡궁에 수년만에 들르셨을 때도 몇  시진 이상을

머물지 않으셨으니까."

유안은 자신이 아직 어린 후계자였던  시절에 훼이의 행동을 떠올렸

다.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토록 그를 붙잡기  위해 노력했었지

만 결코 그는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백부의 모습을 아버지는 항상 쓸쓸한 슬픔이 담긴 눈으

로 바라보곤 했었다.

"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고 알고 있는데 어

찌된 일인지 모르겠군요. 그분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가 없어요."

" 괜한 걱정으로 마음을 졸일 필요는 없어.  백부님이 어떤 분이신

지는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시령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말하는 유안이었지만 그 역

시 마음 한구석에서는 훼이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의 성격을 잘 아는 만큼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머물러 있었

는지, 그리고 자신이 그의  품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안주했다는 것

역시 깨닫고 있었다. 지금의 시령과 같이 어린  나이였다면 모르지만

지금은 자신 역시 육백이라는 나이를 넘기지 않았던가.  비록 훼이라

는 강대한 비호자가 곁에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현재의 모든 흑룡

일족을 책임지며 겨울이라는  계절의 순환을  담당하는 천계 북방의

맹장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 오백년이란 결코 작은 시간이 아니지....'

유안은 속으로 생각하며 시령을 달래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            *            *

리강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사실(私室) 안으로 들어섰다. 갑작스러

운 부름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분명 지난번에 자신에게 이야기했던

전투주문에 강한 일족들의  선발 건이라는  생각을 떠올리자 납득이

갔다.

" 부르셨습니까. 전하."

리강은 백룡왕의 새하얀 머리카락을 보자  즉시 고개를 숙이며 인사

했다.

머리카락의 색은 마력의  크기를 가늠하게  만드는 척도이기 때문에

각 일족의 왕들만이 가지는 근본적인  힘의 색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는 이의 눈에 새겨졌다.

그러나 다른 왕들의 머리색이  어두운 색이라 그리  눈에 띄지 않는

것에 반해 백룡왕이 가진  이 새하얀 머리카락은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강렬한 느낌이었다. 백룡왕 오강의 선명한 이목구비와

강인한 느낌은 그가 가진 힘을 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

게 만들 정도였다.

" 왔군. 자리에 앉게."

백룡왕의 말에 리강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답하고는 그와 마주보

는 자리에 앉았다.

" 지난번에 말씀하신 일은 계속 진행중입니다."

리강의 말에 고개를 두어 번 끄덕여  보이며 백룡왕 오강은 작은 잔

에 술을 따랐다.

" 한잔 마시게."

그리고 그는 두 개의 잔 중 하나를 리강에게  내밀었다. 리강은 가볍

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잔을 받아들었다.

그렇게 서로 술을 한잔씩 마시고 나자 오강은 그제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지금 어느 정도의 인원이 모였는가."

리강은 잠시 숫자를 가늠해  보았다.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들

대부분이 나이에 비해 강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 모두 열 넷입니다."

" 열 넷이라...."

오강은 중얼거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가볍게 고

개를 끄덕이며 다시 술을  따랐다. 새하얀 자기에 새겨져  있는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난초의  모양이었다. 섬세하게 잎  한줄기까지 보일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것을 보아  장인의 솜씨가 어떠한지를 알

수 있었다. 오강은 한동안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자기에  새겨진 문양

을 응시했다.

" 얼마 후가 되면 그들과 함께 큰 일 하나를 맡기겠다. 그 일은 무

척 조심스럽게 행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특히 이 일

에 관련된 자들을 제외하고는 다른  어떤 일족에게도 새어 들어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도록 하게."

" 알겠습니다."

아직 무엇에 대한 이야기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리

강은 진중한 음성으로 답했다.

" 수치스러운 일이네만 거의 천년만에 교룡이 타나났네. 지금 하계

에서 많은 인명을 살상했다고 하더군."

"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리강은 무척 놀랐다. 그가 알고 있기로 교룡이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

는 현존해 있는 흑룡족의 왕족 훼이의 아들뿐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교룡이라면 소문으로 들었던 명계의 교룡  한 명에 관해서가 전부였

다. 그런데 갑작스레 다른 교룡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듣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그것은 용족이라면 누구나 보일  당연한 반응인

지도 몰랐다.

" 중요한 것은  그 교룡이 백룡족과의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점이

지."

" 백룡족...입니까?"

오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불과  수십 년도 되지 않은 동안에  일

어난 일이지. 아직 이 사실을 아는 것은 용족 내에 우리 백룡족 뿐이

다. 다행스런 일이지."

리강 역시 그의 말에 동감했다. 만약 다른 일족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큰 문제로 번질 것이 분명했다. 더군다나 이번에 탄생한 교룡

이 자신들 백룡족의 피를 잇고 있기에 더더욱 다른 일족에게 알려지

는 것은 막아야만 한다.

' 그런데 과연 누가 교룡을 낳았을까...'

리강은 교룡을 탄생시킨 자.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자신과 마찬가지로 이곳 천계에서 숨쉬고  있을 그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 그것은 호기심이었다. 그 자가  품고 있을 생각이 대체 어떤

것인지 알아내고 싶은. 어째서 인간과 같이 미약한  존재에게 관심을

두는 것인지를. 오랜 시간을 사는 자들이 가지는  무료함이라고 설명

하기에는 부족한 무언가가 거기에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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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편의점처럼 휴일도 없는 회사에 좋은 일 하나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해외 출장!  코믹월드가 전 세계에서 벌이는  이벤트에 한달에

한번 정도 출장을 가게 된 것입니다. 몇 달 후부터 가게 되겠지만 일본,  중

국, 대만, LA까지... 하하하...

그렇지만 저는 영어와 중국어는 못해서..T^T 중국어 회화를 열심히  배워보

려 했는데 막상 제가 조금 공부한 것은 북경어가 아닌 대만어 였던 것입니

다. 순간 경악... 하하하.. 허탈해라.

[번  호] 7883 / 8063      [등록일] 2000년 05월 03일 00:30      Page : 1 / 10

[등록자] 까망포키         [조  회] 84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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