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났다. 스포츠카가 버스의 앞머리를 받았다.] 우연한 사고 이후 세상이 6년 전 내가 노트에 썼던 ‘아포칼립스 레이드물’ 소설로 바뀌었다. 바뀐 세상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작가인 나와, 우연히 내 소설을 읽었던 동창, 이재현뿐이었다. 그로부터 3년, 분명 히로인이 없는 소설이어야 하는데. 사랑을 알 리 없는 주인공 ‘김세한’의 애인이 되어버렸다. *** “난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그러다 못해 다 씹어 삼키고 싶은데. 넌 아니지?” “......” “다 질리고 재미없는데. 너만 재밌어. 왤까.” 그래서일까. 놈의 사랑 방식은 어딘가 어설프고 뒤틀려있다. "그게 누구든 너를 나랑 나누어 가질 순 없어." 3년째,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감금되어있다. (중략) “새로 데려온 놈이야. 실력이 좋더라고.” “......” 잊고 있던 그 녀석이 나타났다. 나 말고도 이 세계를 대충 알고 있을 만한 그 녀석이. “처음 뵙겠습니다. 이성재라고 합니다.” 이재현, 내 소설의 유일한 독자였던 녀석은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여전히 속을 모를 눈에, 가짜 이름까지 단 채로 말이다. 놈은 내게 함께하자고 말했다. 이 놈 손을 잡는다면 과연 김세한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