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을 때, 연우는 순간 놀라 비명을 지를 뻔했다. 다행히도 겉으로 드러난 그의 반응은 그저 책상에서 눈을 떼고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본 것이 전부였다.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연우의 상사이자 바로 이틀 전 불같은 섹스를 나눴던 상대였다. 아직 연우의 몸에 남은 그의 체온이 사라지지도 않았다. 무심코 마른침을 삼키려던 것을 참고 연우는 여느 때처럼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피트먼 씨, 뭔가 문제라도?”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이미 알 것 같았다. 연우는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안간힘을 써 무표정을 가장했다.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서늘한 미모를 내려다본 키이스가 입가를 일그러뜨려 짧게 웃었다.
“아아, 어마어마한 문제가 생겼지.”
그리고 그는 자신의 한쪽 귀를 잡아당기며 이를 악물었다.
“어떤 간 큰 새끼가 나한테 표식을 남겼어.”
연우는 자신도 모르게 ‘미안합니다’라고 소리치며 엎드릴 뻔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저런”이라는 짧은 탄식을 흘린 것이 전부였다. 반응이 마음에 안 드는 듯 키이스는 험악한 눈길로 연우를 노려보았다.
“저런? 고작 그게 전부야? 저런?”
급기야 키이스는 펄펄 뛰며 고함을 질러 대기 시작했다.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었다. 누가 감히 저 오만한 남자에게 허락도 없이 표식을 남긴단 말인가. 저토록 당당하게.
“기억이 나지 않으십니까?”
연우의 차분한 음성에 세게 벽을 쳤던 키이스가 무서운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하긴 그걸 안다면 지금 여기서 저러고 있지 않겠지. 연우는 두려운 한편 조금은 안심했다.
키이스 나이트 피트먼의 몸에 과감히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사라져 버린 범인이 누구인가.
키이스는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괜찮아, 하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던 연우에게 한차례 분노의 허리케인을 쏟아 냈던 키이스가 후우, 한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휘태커를 불러.”
키이스가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개인 경호원 팀장의 이름에 연우는 흠칫 놀랐다.
“……그분을 찾으려고요?”
“아니.”
안심하기도 전에 키이스가 덧붙였다.
“죽일 거야.”
흘러내린 머리칼을 넘기며 싱긋 웃는 그의 달콤한 킬링 스마일이 그 순간 연우에게는 사형선고처럼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