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2/77)

21

가뜩이나 장신인 그를, 고작 몇 단 차이라고는 해도 계단 아래에서 올려다보자 위압감이 어마어마했다. 나는 마치 어린애가 되어 버린 것 같은 기분으로 눈을 깜박였다. 빛을 등지고 있어서 그의 표정을 제대로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좋은 느낌은 분명히 아니었다. 그 증거로 키이스가 입을 열었을 때, 그의 음성은 평소보다 더 서늘하게 귓가에 울려왔다.

“연락하라고 했을 텐데?”

조용하면서도 싸늘한 음성에 무심코 시선을 돌리자 그의 뒤에 서 있는 찰스의 모습이 보였다. 나 대신 보고를 할 거라던 그의 말도 떠올랐다. 내가 키이스의 지시를 무시했다고 생각해서 화가 난 걸까? 나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괜찮을 것…… 같아서.”

힘들게 사과했지만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어지러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나는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

둔한 느낌에 다시 눈을 떴다. 뒤늦게 내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흐릿한 시야에 키이스의 얼굴이 비쳤다. 그가 나를 붙잡아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사고가 났을 것이다.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계단 위에 있지 않았었나……? 어렴풋이 생각하며 입을 열었을 때, 갑자기 키이스가 물었다.

“무슨 냄새야? 이건.”

낮은 목소리가 칼처럼 매섭게 내 온몸을 찌르는 듯했다. 나는 몽롱한 의식 사이에도 당황했다. 왜 저렇게 화가 났지?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흘긋 찰스를 보았지만 그도 역시 전혀 모르는 기색이었다.

침착해.

황급히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소리를 내보내는 데에는 좀 더 용기가 필요했다.

“오늘, 스튜어드 씨가 새로운 치료를 제안했는데…… 그것 때문에 아마도, 페로몬 향이.”

<극알파들은 자신의 페로몬과 다른 극알파의 페로몬을 구분한다고 하더군요.>

왜 그때 스튜어드의 말이 생각났을까?

나는 내심 의아해졌다. 구분한다고 해서 뭐가 다르지? 별생각 없이 넘겼던 말이 왜 갑자기 이렇게 생생하게 되살아나는지 모르겠다. 키이스는 여전히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래서.”

그는 잇새로 내뱉듯이 물었다.

“이 페로몬은 뭐야?”

순간 나는 거짓말을 하고 싶어졌다. 할 수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키이스에게 수많은 거짓말을 했으면서도 지금 이 순간만은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바로 알게 될 거짓말을 해 봤자 의미가 없었고, 굳이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키이스가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 또한 전혀 납득할 수 없었으니까.

나는 내심 긴장하면서도 사실대로 말했다.

“극알파의 페로몬에 익숙해지면 된다고, 그가 아는 극알파를 만나서 페로몬을…….”

어쩌면 병원의 비밀일지도 모르는 실험에 대해서는 깊이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 나는 흐릿한 머릿속으로 간신히 떠올렸다. 대충 설명을 하려 했으나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키이스가 날카로운 음성으로 내 말을 가로질렀다.

“그래서, 그 자식의 페로몬을 뒤집어썼어?”

나는 흠칫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동시에 달큼한 향이 진하게 퍼져 나갔다. 키이스의 페로몬이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지금 그는 어마어마하게 화가 나 있었다. 나는 도대체 이 남자가 왜 이렇게 분노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려운 마음을 참고 솔직히 대답했다.

“스튜어드 씨가 두세 번 정도 더 시험해 보면 될 거라고…… 오늘도 잘 견뎠습니다. 조만간 모두 나을…….”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키이스가 내 팔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줬다. 순간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놀란 눈을 크게 뜬 나를 그는 다짜고짜 잡아끌고 걸어갔다. 그의 큰 보폭에 맞추기 위해 나는 뛰다 걷다 다시 뛰기를 반복했다.

“피트먼 씨, 무슨…….”

당황해 그를 불렀지만 키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곧이어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간 곳은 키이스의 방이었다. 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더니 곧바로 이어진 욕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를 바닥에 내던졌다. 나는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온몸에 찬물이 쏟아졌다. 키이스가 샤워기의 물을 튼 것이다. 나는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만, 그만해요! 피트먼 씨, 이게 무슨……!”

다급하게 두 팔을 휘둘렀지만 쏟아지는 물을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온몸에 쌓여 있던 페로몬이 체온과 함께 씻겨 내려갔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추위에 헐떡이는 숨결 사이로 달큼한 향이 마구 섞여 들었다.

대체 이게……?

향기의 근원이 어디인지는 분명했다. 씻겨 나가는 타인의 페로몬 대신 다른 페로몬이 나에게 덮어씌워진 것이다. 덜덜 떨며 고개를 들자 역시나 흠뻑 젖은 채 서 있는 키이스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이 금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나는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내 온몸 위로 그의 페로몬이 쏟아지고 있었다.

……?

불현듯 몸 안쪽이 욱신거렸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이 느낌이 뭔지 알고 있다. 너무나 잘 알았다.

결코 지금 그게 와서는 안 되는데.

하지만 이성으로 누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냉정하게 생각해 봐도 이것은 결코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아무리 약을 먹었어도 지금 쏟아지는 페로몬은 너무 많았다. 하다못해 키이스의 페로몬만이었으면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아슬아슬했던 차에 이 이상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씻겨 내려가는 페로몬보다 몇 배는 많은 양이 속수무책으로 내게 쏟아졌다.

<돌아가는 대로 씻고 바로 자요.>

스튜어드의 말이 떠올랐다. 더 이상 약을 먹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밭은 숨을 몰아쉬며 나는 온몸을 웅크렸다. 분명히 몸 위로 쏟아지는 물은 차가울 텐데 정작 내 안은 뜨거웠다. 몸속이 달아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을 아랫도리로 가져가 마구 훑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느라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왜 그래?”

불쑥 키이스가 물었다. 나를 이 지경으로 몰아넣고 이제야 상황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나는 자위를 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욕실 바닥을 긁었다.

“약, 내, 가방, 안에, 약.”

온몸이 덜덜 떨렸다. 나는 부질없이 손을 휘적이며 애타게 바닥에 내던져진 내 브리프 케이스를 가리켰다. 키이스가 흘긋 시선을 돌렸다. 나는 그의 페로몬에 짓눌려 일어나 걷기는커녕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웠다. 아무리 차가운 물이 쏟아져도 몸은 오히려 더 뜨거워지기만 했다. 나도 모르게 얇은 바지 위로 엉덩이 사이의 구멍을 격하게 문지르고 있었지만 그것조차 깨닫지 못했다.

키이스가 몸을 돌려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숨을 헐떡이며 지켜보는데, 그가 내 가방을 뒤져 약통을 찾아냈다.

“이건가?”

돌아온 그가 내게 병을 들어 보였다.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곧 키이스가 내게 그것을 전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가는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더니 뚜껑을 열었을 뿐이었다.

투두둑. 투둑.

키이스가 약병을 뒤집어 그 안의 알약을 쏟아 버리는 것을 나는 멀거니 바라보았다. 믿을 수가 없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지?

그런 나를 말없이 바라보며 키이스는 약통의 약을 전부 비워 버렸다. 약이 모두 사라지고 나자 그는 빈 병을 무심히 내던져 버렸다. 물에 씻겨 반쯤 녹아 버린 알약을 구둣발로 가차 없이 으스러뜨린 키이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도와주지.”

빈정거리듯 말한 그가 곧바로 내 팔을 잡아 일으켰다. 훌쩍 몸이 날아오르는가 싶더니 그대로 벽에 부딪쳤다. 눈을 크게 뜬 것은 곧바로 입술이 덮쳐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현실을 믿을 수가 없어서 그저 거친 숨만 들이켰다.

“아…… 안 돼요, 그만! 하, 하지, 하지 말아요!”

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으면서도 간신히 이성을 붙잡고 그를 거부했다. 바르작거리며 그의 어깨를 밀어내는 내 손을 무시한 채 바짝 끌어안은 키이스가 거칠게 내뱉었다.

“넌 히트사이클이고, 난 러트야.”

순간 넋을 잃은 내게 그는 나만큼이나 흐트러진 숨을 몰아쉬며 빈정거렸다.

“우리가 섹스를 하는데 이보다 더 합당한 이유가 있어?”

“…….”

“그냥 즐겨.”

자포자기한 걸까? 눈앞에 있으니까 나라도 상관없다는 걸까? 그를 끌어안고 싶은 마음과 비참한 자존심 사이에서 나는 간신히 마지막 카드를 내밀었다.

“나, 남자와는…… 자지 않는다고…… 했지 않습니까.”

내 귀에도 한없이 가냘프게만 들리는 항의에 키이스가 처음으로 멈칫했다. 그만두려는 걸까? 하지만 씁쓸한 안도감을 느낄 틈은 없었다. 그는 이를 갈며 나를 노려보았다.

“입 닥쳐.”

격하게 맞물린 입술이 비벼지고 떨어졌다 다시 맞물리고 다시 힘껏 빨아들여졌다.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벌어진 입 안으로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졌다. 두꺼운 혀가 입 안을 휘젓고, 아, 내 혀를 문지르고, 내 혀를 얽고 내 입 안을 마구 유린하고.

나도 모르게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지만 깨닫지 못했다. 이미 내 마지막 저항은 의미를 잃어버렸다. 그저 남은 건 페로몬에 절어 버린 나와 그뿐이었다. 뒷일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몸 안의 이 미칠 듯한 갈망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누군가 내 안에 손을 넣어서 마구 휘저어 줬으면 좋겠다. 배 속이 간지럽고 욱신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다급하게 그에게 매달렸다.

“키이스, 키이스……!”

“그래, 알아.”

그가 어딘지 즐거운 듯한 음성으로 속삭였다. 나는 흐느끼며 그의 뺨과 귀와 목을 미친 듯이 입술로 문질렀다.

키이스의 강한 팔이 내 허리를 세게 끌어당겨 몸이 찰싹 맞붙었다. 분명 쏟아지는 물은 차갑기만 한데 온몸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아래쪽은 불이 붙은 것처럼 화끈거려서 나도 모르게 급하게 앞을 문지르고 말았다.

발기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단단하게 일어선 키이스의 성기를 너무나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어느새 흐느끼듯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키이스가 한 팔로 내 허리를 안고 다른 손을 내려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대로 훌쩍 안아 드는 바람에 나는 다급하게 그의 허리를 다리로 휘감았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면서도 입술은 떨어지질 않았다. 계속해서 거친 소리를 내며 부딪치는 입술이 떨어질 때마다 애가 타 나도 모르게 그의 뺨을 잡고 내게로 끌어당겼다.

자꾸만 앞이 문질러져 미칠 것 같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전혀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저 키이스와 키스하고, 그를 만지고, 그와 섹스를 하고, 어서 이 몸 안의 불덩이가 터져 버리기만 바랄 뿐이었다.

“……!”

꽉 끌어안은 채로 침대 위에 널브러졌다. 입술이 비껴 나갔지만 이내 키이스는 내 온 얼굴에 키스했다. 슬쩍 힘이 풀렸던 다리를 끌어당겨 바짝 조이자 키이스의 아랫도리가 내 하반신과 맞붙었다. 나는 흥분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밭은 숨을 연거푸 입 안에서만 내뱉는데, 갑자기 키이스가 내 몸을 떼어 놓았다. 나는 허망하게 멀어지는 키이스를 그저 보기만 했다.

하지만 그는 끝을 내려고 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내 얼굴을 바라보며 거칠게 셔츠를 벗어 버리는 그의 숨결은 나보다 더 급해 보였다. 나는 뒤늦게 젖은 셔츠를 벗으려고 바르작거렸다. 살갗에 붙어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는 셔츠를 간신히 머리 위로 벗어 냈을 때는, 이미 키이스는 속옷까지 모두 벗어 던진 다음이었다.

“아, 잠깐……!”

처음으로 그를 제지하려 한 것은 키이스가 내 바지에 손을 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처 말릴 틈도 없이 그는 속옷과 함께 그것을 끌어 내렸다. 나는 그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 버렸다.

잠시 키이스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거친 숨소리만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나는 아랫도리를 훤히 드러낸 채 키이스가 현실을 자각하기만 기다렸다. 이미 히트사이클로 머릿속이 완전히 녹아 버렸는데도 불구하고 그것만은 너무나 냉정하게 와닿았다. 키이스가 나를 버리고 가면 난 혼자서 이 격정과 싸워야 하겠지. 비참함으로 가슴을 끓이면서.

차라리 빨리 버려 줬으면 좋겠다. 내가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리기 전에.

“……하아.”

키이스가 막힌 듯 깊은 한숨을 뱉어 냈다. 순간 움칠했다. 두려움에 차 손가락 사이로 본 그는 내 몸의 한곳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키이스의 시선이 내 하반신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두려움에 어깨가 움츠러들었을 때, 갑자기 그가 짧은 웃음소리를 냈다. 어이가 없다는 듯이.

“……?”

의미를 알 수 없어 그냥 눈만 깜박이는데, 불현듯 키이스가 내 팔을 붙잡았다. 표정을 숨기고 있던 손이 떨어져 나가고, 두려움에 찬 내 시야에 그의 얼굴이 들어왔다.

아.

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곧바로 입술이 겹쳐졌다.

“하, 하아.”

입술 사이로 거친 숨결과 신음이 새어 나갔다. 키이스의 몸이 내 위를 덮었다. 믿을 수 없게도 그는 알몸이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페로몬 때문에 내가 미친 걸까?

나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온몸에 닿는 맨살의 감촉도, 아랫도리를 비비는 뜨거운 성기도, 온몸을 짓누르는 키이스의 달큼한 향기도 모두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이 남자와 섹스를 하다니. 내가 남자인 걸 확인하고도 키이스가 나한테 키스하고 있어.

히트사이클 때문에 내가 지금 말도 안 되는 꿈을 꾸는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 남자가 나와 키스하고, 나를 만지고, ……내게 발기할 리가 없어.

하지만 내 입 안을 문지르는 혀도, 목구멍으로 넘어오는 타액도, 유두를 지분거리는 손가락과 엉덩이를 움켜쥐는 손의 악력마저도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무엇보다 뜨겁게 일어선 묵직한 성기는 내 배 위를 확실히 누르고 있었다. 키이스가 아래를 얕게 지분거릴 때마다 넓게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그의 페니스와 그 아래의 묵직한 음낭까지 확실하게 느껴졌다.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이 옮겨 가 사이의 주름에 닿았다. 나는 순간 숨을 삼키며 굳어졌다. 하지만 키이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단단한 손가락 끝으로 구멍의 주름을 문지르며 내 입술을 거쳐 목으로 키스를 옮겨 갔다.

“아, 아아…… 으.”

저절로 불편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생소한 자극에 자꾸만 허리가 뒤틀렸다. 키이스는 내 목을 물고 빨고 핥으며 공들여 아래를 비벼 댔다. 상상도 하지 못한 곳이 젖어 들었다. 나는 정신없이 매달리며 그에게 키스했다.

“맙소사.”

기가 막힌 듯 웃음 섞인 음성으로 키이스가 속삭였다.

“이렇게 난잡하다니. 그동안 내가 널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어.”

거친 숨결 사이로 그가 나를 비난했다. 두꺼운 손가락이 연거푸 내 구멍을 태울 듯이 비벼 댔다. 내 입에서는 울먹이는 신음이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아, 아으, 흐, 아아.”

“들려? 네 아래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그가 한층 더 난폭하게 내 주름을 문질렀다. 질척이는 소리와 함께 애액이 넘쳐흐르는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흐으으…….”

나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키이스는 봐주는 법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굵은 손가락을 안으로 밀어넣어 구부러뜨렸다.

처음 느끼는 이물감에 나는 숨을 삼키며 비명을 질렀다. 순간 달아나려 했지만 키이스가 내 몸을 전신으로 내리눌러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넓게 벌어진 다리 사이에 여유 있게 자리 잡은 그는 손가락을 늘려 내 안을 마구 휘저었다. 안쪽에서 구부러진 손가락이 벽을 긁을 때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떨었다.

“하.”

키이스가 짧게 감탄사를 뱉었다. 그가 손가락을 빼냈다. 내 안에서 흘러넘친 애액이 그의 손목까지 흠뻑 적시고 있었다. 열에 들떠 흐릿해진 시야에 그가 자신의 손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는 모습이 비쳤다. 키이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날 혐오하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냥 뭐든 좋으니까 어서 박아 줬으면 좋겠다.

“키이스, 빨리…….”

나는 떨면서 그에게로 손을 뻗었다. 간신히 목을 끌어안자 키이스는 낮은 음성으로 내뱉었다.

“수녀 같은 얼굴을 하고서 몇 놈하고나 놀아났을까.”

“그런 적, 없…….”

“아무려면 어때.”

키이스는 정말 괘념치 않는다는 듯 피식 웃었다.

“어차피 즐길 거라면 서로 능숙한 쪽이 좋잖아.”

“너도 그렇지?”라고 속삭이며 그가 내게 키스했다. 미처 뭔가를 말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나는 그저 그를 끌어안고 미친 듯이 아랫도리를 비벼 댔다. 어서 빨리 아까처럼 내 안을 쑤셔 주기만 바랄 뿐이었다. 키이스가 건드려 놓은 자리가 근지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 곳을 자극받아 이렇게 애를 태우다니 상상도 못 했다. 나는 정신없이 엉덩이를 움칠거리며 그의 몸을 더듬었다.

“키이스, 빨리…… 빨리 넣, 아, 못 참겠…….”

“하아.”

울먹이며 애원하자 그는 신음처럼 한숨을 내쉬더니 잠시 내 얼굴을 내려다봤다. 그런 표정의 키이스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것저것 생각할 틈이 없었다. 막무가내로 손을 내려 그의 성기를 잡았다. 순간 키이스가 멈칫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내게로 끌어당겼다. 어떻게든 안에 넣으려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너무 젖어서인지 그것은 자꾸만 미끄러질 뿐 내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

“아아…….”

애가 타 또다시 눈물이 넘쳐흘렀다. 시선을 들어 올려 키이스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토록 간절하게 뭔가를 바란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오로지 이 남자가 어서 내 안에 들어와 주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키이스는 그저 내 얼굴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미칠 것 같은데 그는 움직이질 않았다. 나는 결국 흐느끼며 아래를 마구 문질러 댔다.

“제발, 제발…… 빨리 나 좀 어떻게 해 달라고! 돌아 버릴 것 같아!”

비명처럼 내지르며 어깨를 때리자 그제야 키이스가 정신이 든 것처럼 내 손목을 잡아 눌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참지 못하고 온몸을 들썩거렸다. 그런 나를 보며 키이스가 냉소를 지었다.

“맙소사,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울 지경이야.”

키이스가 내 두 손목을 한 손으로 잡아 머리 위로 고정했다. 그의 한껏 솟아오른 성기가 다급하게 들썩이는 내 구멍에 닿았다. 키이스가 남은 손으로 엉덩이를 붙잡더니 손가락을 눌러 아래를 벌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아……!”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목 깊은 곳에서 흘러나왔다. 잠깐 문질러졌을 뿐인데 익숙지 않은 구멍이 화끈 달아올랐다. 키이스가 고개를 숙여 내 뺨에 가볍게 키스했다. 아이에게 하듯 짧은 베이비키스에 당치 않게도 귀여운 소리가 났다. 흐릿한 시야에 키이스가 웃는 것이 보였다. 헐떡이며 그를 바라보자 갑자기 묵직한 것이 아래를 쑤시고 들어왔다. 나는 거칠게 숨을 삼키며 굳어졌다.

“……아악!”

참을 수 없는 비명이 성대를 가르고 터져 나왔다. 그를 끌어안고 싶었지만 도저히 잡힌 손목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온몸을 덜덜 떨었다. 키이스와 매트리스 사이에 꽉 끼어 한 치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키이스가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생전 처음으로 아래가 서서히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

“하아.”

키이스가 슬쩍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움칠 놀란 내 위에서 그가 들뜬 숨결과 함께 감탄사를 내뱉었다.

“계속해 봐.”

뭘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다만 이 남자가 나를 너무 애타게 만든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다시 물러나는 그의 성기에 나는 견디지 못하고 허리를 비틀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안이 조여들고, 키이스가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신음했다. 본능적으로 나는 그가 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

두 손을 결박당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건 오직 구멍뿐이었다. 나는 미친 듯이 아래를 조이며 주름을 움칠거렸다. 어떻게든 더 깊이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런 나의 필사적인 노력을 키이스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춘 채 음미했다.

“하아…….”

급기야 내가 완전히 미쳐 버릴 것 같은 한계에 도달했을 때, 그가 깊은 신음을 목 안쪽에서 질러 냈다. 그리고 슬쩍 나가는 듯싶더니 갑자기 내 안으로 일시에 뿌리까지 처박았다.

“……!”

순간 나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입만 벌린 채 숨을 멈추고 말았다. 온몸이 가늘게 떨렸다. 키이스는 내 안 깊숙이 성기를 파묻고서 잠시 조임을 음미했다. 그의 숨소리가 나보다 더 거칠었다. 붉게 달아올라 나를 내려다보는 얼굴은 키이스가 필사적으로 참고 있다는 걸 여실히 증명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의 인내심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 아악!”

키이스는 난폭하게 마구잡이로 안을 벌리며 들어왔다. 아래쪽을 쳐 댈 때마다 입 밖으로 밭은 숨과 함께 짧은 비명이 연이어 입가로 흘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키이스는 더 흥분했다. 증거로 숨이 가빠지며 아래쪽이 점점 크게 부풀었다.

“하아…… 하아, 이렇게, 맛있게 먹어 대면서, 하아, 나한테 그렇게, 아닌 척했어? 하아, 망할, 네 구멍은, 왜 이렇게 좁아? ……빌어먹을.”

내 위에서 키이스가 거친 숨을 헐떡였다. 온몸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맞닿은 채 아래쪽만 들썩이며 안을 넓혀 왔다. 키이스가 얕게 물러났다 깊숙이 들어올 때마다 나는 연신 비명 소리를 냈다. 아프다.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았다. 히트사이클의 열기마저도 아픔을 재우지는 못했다. 어느새 나는 흐느끼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쉬, 괜찮아. 착하지.”

키이스가 위로하듯이 귓가에서 속삭였다. 아래를 이렇게 쑤셔 대고 있으면서 정작 목소리만은 한없이 다정했다. 그가 내 손목을 풀어 주자 나는 대답도 못 하고 급하게 그를 끌어안았다. 키이스가 또다시 내 얼굴과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놓으면서 동시에 아래를 세게 쳤다. 나는 놀라고 아파서 소리를 질렀다. 그의 손이 한쪽 엉덩이를 놓고 맞물린 곳을 쓰다듬었다. 문득 키이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렇게 젖었는데, 아픈가?”

나는 그저 훌쩍거리기만 했다. 너무 고통스러운데 배 속은 계속해서 근질거렸다. 어서 키이스가 이 두껍고 뜨거운 걸로 안을 후벼파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머릿속을 떠돌았다. 가만히 나를 쳐다보던 그가 이내 피식 웃었다.

“나를 유혹하는 거라면, 성공했어. 하아…… 도대체 어디까지 원하는 거지, 이 음란한 구멍은.”

철썩, 하고 그가 내 허리를 때렸다. 동시에 몸 안쪽이 찌르르 울려 와 깊숙이 파묻힌 성기를 꽉 물었다. 키이스가 흡, 하고 거칠게 숨을 삼켰다. 그의 얼굴이 화가 난 듯 일그러졌다. 하지만 동시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키이스가 나를 노려보았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상관없었다. 내가 원하는 건 어서 빨리 그가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이 뜨겁게 달아오른 내벽을 비비고 문질러 주는 것뿐이었다.

“제발, 키이스……. 도와주세요……. 차, 참을 수가, 내 안에, 넣고 휘저어 줘……!”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자 키이스가 욕설을 내뱉더니 곧이어 본격적으로 드나들기 시작했다.

“아, 아, 아, 아!”

난폭한 성기가 몸속을 쑤시고 나갈 때마다 저절로 소리가 나왔다. 나는 정신없이 흔들리며 다급하게 그에게 매달렸다. 억지로 벌어진 구멍이 화끈거리고 아팠지만 배 속은 근질거리며 미친 듯이 그를 빨아들였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안쪽은 저절로 조여들며 키이스의 묵직한 성기를 꽉꽉 물었다.

“망할,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키이스가 욕설과 함께 내뱉었지만 대답 같은 걸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 증거로 그는 계속해서 거친 숨을 쏟아 내며 다급하게 내 안을 드나들었다. 엉덩이를 잡고 있던 손이 위로 올라와 굵은 팔이 부서뜨릴 것처럼 세게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덕분에 나는 옴짝달싹도 못 한 채 마구 배 속을 쑤셔 대는 성기를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였다.

퍽, 퍽, 난폭하게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오직 살아 있는 건 그곳뿐인 것 같았다. 모든 감각이 거기에 집중되어 다른 건 느낄 수도 없었다. 그의 두꺼운 귀두가 내 안을 깊숙이 파고들 때마다 미칠 것 같았다. 아, 거기, 하고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거기, 거기…… 더, 더…… 세게, 더 세게 비벼 줘……!”

나는 울컥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키이스가 허리를 조금 비트는가 싶더니 전혀 다른 곳을 푹 쑤셔 왔다. 나는 헉, 숨을 삼켰다. 문득 키이스가 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이 남자가 일부러 그랬다는 걸 눈치챘다. 나는 앙갚음하듯이 그의 어깨를 물어뜯었다.

“하!”

짧은 탄성과 함께 키이스가 고개를 젖혔다. 나는 그만 내가 이 남자를 더욱더 흥분시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다음은 비명의 연속이었다. 키이스는 내가 원했던 바로 그곳을 마구 문질러 댔다. 굵은 페니스가 안을 비벼 댈 때마다 아래가 속수무책으로 젖어 갔다. 살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체액이 지근거리는 소리가 섞여 들었다.

나는 어떻게든 그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화끈거리는 구멍을 더 크게 벌리려 엉덩이를 추켜올렸다. 키이스가 한쪽 팔을 풀고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한계까지 열린 구멍이 마침내 키이스를 뿌리까지 받아들였다.

“으, 으으, 아, 아아아.”

신음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나는 완전히 정신을 놓고 흔들렸다. 키이스가 아래를 쳐 댈 때마다 살이 난폭하게 부딪치며 퍽퍽 소리가 났다. 안쪽에서는 계속해서 애액이 흘러나오고, 넘치는 페로몬 사이로 내 향기가 섞여 들었다.

“하아, 하…….”

깊은 숨소리에 섞여 키이스가 신음했다. 내 목을 물어뜯고, 아래를 들쑤셨다. 화끈거리는 구멍이 또다시 물러나는 그를 놓지 않으려 꽉 물고 끌어당겼다. 다시 굵직한 성기가 내 안으로 빨려 들어왔다.

퍽, 하고 쑤셔 넣은 키이스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진한 페로몬의 향기와 함께 현기증이 일어났다. 키이스가 내 안에 사정을 하면서 페로몬을 쏟아 낸 것이다. 동시에 몸속 깊숙이 그것이 퍼져 나가고 모든 아픔이 사라졌다. 온몸에 힘이 풀리는가 싶더니 어깨를 안고 있던 팔이 침대 위로 떨어졌다.

키이스는 계속해서 사정하고 있었다. 나는 경련하듯 온몸을 간헐적으로 떨며 그것을 받아 냈다. 뜨끈한 것이 배 속을 채운다. 이 남자의 정액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미친 듯이 날뛰던 호르몬이 조금씩 잦아들었다.

지금까지 약을 먹고 사이클을 견뎠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도 아래쪽의 감각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키이스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사정을 마치고 나서도 전혀 줄어들지 않은 성기를 내 안에 묻은 채로 그가 나를 내려다봤다.

“왜 지금까지 너하고 섹스하지 않았지?”

무슨 뜻이지?

나는 의미를 몰라 눈을 깜박였다.

“제가, 피트먼 씨의 타입이 아니라서요?”

어찌나 비명을 질러 댔는지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어렵게 말을 하자 키이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곧 다시 입술을 겹쳐 왔다. 또다시 내 몸속이 욱신거렸다. 아직 사이클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섹스도 마찬가지였다.

아.

문득 키이스의 눈동자가 금색으로 변하는 것이 보였다. 내 배 속에 들어와 있던 그의 성기가 묵직하게 팽창했다. 그가 인위적으로 페로몬을 방출할 때와는 달랐다. 나는 본능적으로 키이스에게 본격적인 러트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물론 키이스 또한 알고 있었다.

“아!”

갑자기 아래가 쑥 빠져서 나는 순간 숨을 삼켰다. 하지만 놀라고 있을 틈은 없었다. 키이스는 내 어깨를 잡아 돌려 나를 엎드리게 했다. 그의 손이 내 엉덩이를 붙잡더니 아래를 벌렸다. 안쪽에 고여 있던 정액이 방울져 흘러나왔다.

키이스가 얼핏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슬쩍 그를 훔쳐보았다. 하지만 키이스는 내 얼굴을 보지 않았다. 정액으로 하얗게 범벅이 되어 있는 내 구멍을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그만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부끄러워할 때가 아니었다. 또다시 몸속이 달아올랐다. 나는 참지 못하고 허리를 움칠거렸다. 어서 해 달라는 듯이. 그제야 키이스가 시선을 들어 내 얼굴을 봤다. 그의 미간이 일그러졌다고 생각했을 때, 키이스가 허리를 붙잡았다.

“……헉!”

난데없이 아래를 한 번에 치고 들어와 나는 그만 비명처럼 숨을 삼켰다. 아래가 꽉꽉 물리고 엉덩이가 저절로 경련했다. 키이스는 몇 번에 걸쳐 안을 드나들더니 처음보다 쉽게 뿌리까지 쑤셔 박았다.

“……하아.”

키이스가 내 뒤에서 만족의 한숨을 내쉬었다. 커다란 손이 앞으로 넘어오더니 배를 쓰다듬었다. 배꼽 언저리에서 배회하던 손이 그보다 좀 더 위로 향했다. 정확히 귀두가 멈춰 있는 곳을 짚은 손바닥이 배를 눌렀다.

“아!”

나는 아프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하는 이상한 감각에 짧은 신음을 뱉었다. 얇은 피부를 사이에 두고 안과 밖에서 동시에 같은 곳을 압박하는 느낌은 생소했으나 무서운 한편 오싹할 정도로 흥분이 됐다. 맞물린 곳이 바짝 오므라들었다. 키이스가 내 뒤에서 욕설을 뱉어 냈다.

갑자기 그가 내 배를 누른 채로 안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철벅거리며 살이 부딪칠 때마다 배 속이 저릿저릿했다. 안에 쏟아진 정액이 페니스가 드나들 때마다 내벽을 문질렀다. 동시에 배가 꽉 눌려 안쪽이 어마어마하게 조여들었다. 나는 엎드린 채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급하게 앞뒤로 움직였다.

“아, 하아, 아, 아, 하아, 아! 아아, 아!”

점차 신음이 높고 거세졌다. 얼굴을 시트에 처박은 채 미친 듯이 아래를 흔들었다. 키이스가 안으로 들어올 때 엉덩이를 내밀고, 나갈 때 허리를 당겼다. 페니스가 빠질 듯이 쑥 나갔다가 안을 깊숙이 푹푹 쑤셔 댔다. 키이스는 뒤에서 박아 대면서 내 배를 연신 눌렀다. 그때마다 깊이 들어오는 페니스가 귀신같이 안쪽을 문질러 댔다. 급기야 나는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흐으, 으…… 아, 좋아…… 키이스, 더, 더…… 하아, 아!”

아래쪽에서 흘러넘치는 애액과 정액이 마구 뒤섞여 허벅지 사이로 뚝뚝 떨어졌다. 나는 사정을 하고 나서도 여전히 멈추지 않고 엉덩이를 흔들었다. 어느새 키이스는 허리 짓을 멈추고 내 움직임을 즐겼다. 뿌리를 꽉 조인 채로 둥글게 문지르자 그의 입에서 거친 신음이 나만큼이나 가쁘게 터져 나왔다. 나는 손을 뒤로 돌려 그의 엉덩이를 잡아 끌어당겼다.

“어서, 어서 사정해 줘요……. 내 안에 뿌려 줘, 제발!”

키이스는 더할 수 없이 흥분해 있었다. 내 위로 쏟아지는 페로몬이 그 증거였다. 하지만 그는 놀라울 정도로 탐욕스러웠다. 터지기 직전까지 발기한 페니스를 내 안에 뿌리까지 파묻은 채 갑자기 그가 내 엉덩이를 세게 때렸다.

“아악!”

아픔과 함께 놀라 비명이 나왔다. 동시에 물고 있던 곳이 확 움츠러들었다.

“하아…….”

깊고 거센 신음과 함께 키이스가 내 안에 사정했다. 쿨렁거리며 쏟아져 들어오는 정액의 양이 어마어마했다. 나는 밭은 숨을 헐떡이며 어깨를 들썩였다. 키이스가 내 벗은 등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나의 떨림마저도 즐기는 듯이.

철썩, 하고 한 차례 더 엉덩이를 얻어맞았다. 움칠하고 물고 있던 곳을 또다시 조였다. 키이스는 만족해하며 내 안에 정액을 쏟았다. 몇 차례 더 엉덩이를 때린 후 키이스는 힘들이지 않고 남은 사정을 마쳤다.

키이스가 나를 놓아주자 나는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 여전히 배 속은 뜨거웠다. 처음 알게 된 쾌감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런 게 진정한 히트사이클이라는 걸 알려 주는 듯이 열기가 계속 혈관을 떠돌았다.

키이스가 이번에는 나를 똑바로 눕혔다. 열에 들뜬 시야에 그의 나신이 보였다. 정중앙에 꼿꼿하게 솟아 있는 그의 페니스는 나의 체액과 정액에 흠뻑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키이스는 내 다리를 붙잡았다. 무릎 뒤쪽을 팔에 걸치고 그대로 들어 올리는가 싶더니 내 위로 엎드림과 동시에 드러난 구멍에 페니스를 쑤셔 넣었다. 내 몸 위에서 팔굽혀펴기라도 하듯이 침대 위에 두 손을 대고 버티며 아래를 드나들었다. 잦고 빠르게 속살을 뒤질 때마다 나는 온몸을 들썩였다.

“후.”

불현듯 키이스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그대로 잠시 머물렀다. 아래를 깊숙이 맞물린 채로.

나를 보는 그의 얼굴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나만큼이나 숨이 가쁘고 피부는 붉게 상기된 채였다. 나는 멍하니 눈을 깜박이다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것은 히트사이클이 준 만용이나 다를 바 없었다. 머릿속이 온통 페로몬에 절어 어떤 생각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 계산도 없이 그저 하고 싶은 걸 했을 뿐이다.

놀라운 것은 키이스의 반응이었다. 러트라고는 하지만 나보다는 훨씬 더 이성이 있었을 그가 멈칫하는가 싶더니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 것이다. 잠시 뒤 그는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맞물리고, 젖은 소리를 내며 혀가 뒤섞였다.

곧 키이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래쪽을 들썩거리며 나는 그에게 키스했다. 배 속을 휘젓는 그의 성기와 입 안을 유린하는 그의 혀에 그나마 남아 있던 이성도 완전히 날아갔다. 남은 건 욕망뿐이었다. 나는 이내 숨을 헐떡이며 몸을 뒤틀었다.

키이스가 상체를 일으키는가 싶더니 내 무릎 뒤쪽을 잡고 그대로 밀어 올렸다. 완전히 몸이 둥글게 말린 내 위로 키이스가 퍽퍽 아래를 박아 댔다. 굵직한 성기가 아까보다 훨씬 더 깊고 과격하게 내 안을 드나들었다. 나는 완전히 페로몬과 성욕에 취해 젖어서 번들거리는 페니스가 안을 들쑤시는 것을 보기만 했다. 그의 것에 비하면 턱없이 가녀린 내 성기가 간간이 정액을 흘려 냈다.

벌써 몇 번이나 했는지 자각도 하지 못했는데 이미 안이 텅 빈 모양이었다. 허연 체액이 몇 방울 힘없이 떨어지더니 이내 투명해졌다. 여전히 꼿꼿하게 서 있었지만 내 페니스는 아무것도 내보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사정감을 느꼈다. 배 속이 부글거리고 아랫도리가 타들어 가는 듯했다. 손을 뻗어 키이스의 성기를 물고 있는 곳을 더듬거렸다. 안을 드나들던 페니스가 손가락 끝에 닿았다.

갑자기 키이스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깊숙이 들어갔던 성기가 뒤로 쑥 빠지더니 내 손에 닿았다. 미처 깨닫기도 전에 키이스는 귀두를 내 안에 걸친 채 밖으로 길게 나온 자신의 성기를 훑게 만들었다. 미처 한 손으로 다 잡히지 않는 두께인 그것을 두 손으로 쥐고 그가 시키는 대로 문질렀다. 혈관이 일어선 딱딱한 성기가 내 손안에서 쾅쾅 맥박을 울려 댔다.

“하아.”

키이스가 고개를 젖히며 깊은숨을 토해 냈다. 그의 흥분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나는 어서 그가 내 안에 들어와 주길 바라며 다급하게 그의 페니스를 비벼 댔다.

불쑥 안쪽에서 그가 사정을 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배 속에는 정액이 가득한데도 새로운 것이 더해지자 곧바로 나는 달아올랐다. 급하게 키이스의 성기를 내 쪽으로 훑으며 사정을 재촉했다.

키이스는 애타는 나의 손길을 즐기며 그대로 있었다.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내 손을 자위 도구로 사용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는 아니었다. 나의 서툰 손길로는 만족이 되지 않았는지 그가 내 손을 밀어내더니 아래를 연결한 채 나를 옆으로 돌렸다. 한쪽 다리는 그에게 깔리고 다른 쪽 다리는 그의 팔 위에 얹히자 그제야 키이스가 아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 하는 체위에 가랑이가 욱신거리고 아랫도리가 빠질 것 같았지만 키이스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하는 도중에 내 다리를 넘겨 다른 팔 위에 얹더니 위로 밀어 올렸다. 반쯤 엎드린 내 위로 키이스가 몸을 숙이고 아래를 움직였다.

이어진 곳이 문질러질 때마다 밭은 숨이 터져 나왔다. 으, 으, 하며 신음이 함께 흘렀다. 그래도 여전히 키이스는 멈추지 않았다.

“하아아…….”

만족의 한숨과 함께 그가 남은 사정을 끝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끝은 아니었다. 잠시 쉴 틈도 없이 키이스가 다시 나를 안아 들었다. 이번에는 정면에서 마주 보며 나를 그의 성기에 내리꽂듯이 끌어 내렸다.

“아…… 아앗!”

갑작스러운 압박감에 나는 그만 비명을 질렀다. 깊숙이 박힌 성기에 잠시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리고 다시 섹스가 시작됐다. 키이스는 거침없이 아래에서 허리를 흔들었다. 얕고 잦게 드나들 때마다 몸이 훌쩍 튀어 올랐다가 다시 내려앉으며 밑구멍이 줄어들었다 크게 벌어졌다.

“으, 흐, 으, 아…….”

지친 신음이 입가로 연거푸 흘러나왔다. 아예 의식이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오직 키이스와 결합된 그곳만이 살아 있는 것처럼 내 온 신경이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애타게, 탐욕스럽게, 기쁘게 그의 성기를 집어삼켰다.

몇 번이나 했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우리는 끝없이 침대 위를 뒹굴었다. 어느새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있었다. 키이스가 내 몸 위에 엎드려 아래를 지분거렸다.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드나드는 그의 성기만이 멀어지는 의식을 다시 되돌렸다.

멍하니 눈을 깜박이자 흐릿한 시야에 키이스의 얼굴이 들어왔다. 땀에 젖은, 상기된 얼굴. 그가 다시 내게 키스했다. 으, 하고 앓는 것 같은 신음 소리가 입가로 흘러나왔다.

기운 없는 팔로 그의 어깨를 애써 안고 힘없이 흔들렸다. 키이스가 안을 드나들 때마다 내 안에 쌓인 정액이 뭉글거리며 흘러내렸다. 하지만 나가는 양과는 비교도 안 되는 양이 또다시 몸 안으로 들어오고, 페로몬에 완전히 정신이 나가 버린 나는 그럴 때마다 흥분을 참지 못하고 전율하며 떨리는 숨을 그의 어깨에 쏟아 냈다.

*

*

시야가 거칠게 흔들렸다. 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낯선 풍경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쩌면 계속해서 흔들리는 이 감각 탓인지도 모른다. 나는 간신히 시선을 내렸다. 내 가랑이 사이에는 키이스가 들어와 있었다.

나는 생소한 기분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히트사이클 내내 이 남자와 함께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거기다 그 기간 동안 내 가랑이가 다물어진 적이 없다는 것도.

중간중간 의식이 사라진 적은 있었지만 눈을 뜨면 언제나 이 남자가 내 안에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사이클, 끝났어요.”

나는 간신히 말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그것은 그저 쌕쌕거리는 숨소리처럼 들렸다. 완전히 늘어져 버린 내게 키이스는 짧게 내뱉었다.

“알아.”

그렇게 말하고 그는 내 다리를 잡아 벌렸다. 퍽, 하고 아래를 난폭하게 쳐올리는 바람에 나는 반동으로 밀려 올라갔다. 침대의 헤드가 머리에 닿았다. 어느새 침대 끝에서 여기까지 올라와 버렸다. 키이스가 내 허리를 잡아 끌어당겼다. 나는 그대로 침대 중앙까지 끌려 내려갔다. 그리고 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해서 아래를 쳐 대는 키이스를 말리려 손을 들었으나 그것은 마음뿐이었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겨웠다. 배 속은 무겁고 아래쪽은 화끈거렸다. 쓰라린 구멍이 아파 얼굴이 일그러졌으나 키이스는 멈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아…….”

또다시 넘쳐나는 정액에 나는 긴 신음을 가늘게 토해 냈다. 히트사이클이 끝난 후 이토록 진이 빠진 것은 처음이었다.

항상 약으로 견뎠으니까.

히트사이클을 섹스로 넘긴다는 건 이렇게 힘든 거였구나. 나는 이어지는 키이스의 키스를 받아들이며 무심코 미간을 찌푸렸다. 정액은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왔다. 뜨끈한 감각이 안쪽에 퍼져 나갔다. 나는 맞물린 입술 사이로 가늘게 신음을 뱉었다.

키이스의 눈동자는 보라색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 역시 러트가 끝난 걸까? 그렇게 생각했을 때, 다시 눈동자가 금색으로 바뀌었다. 키이스는 아직인 모양이었다.

허리 아래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래쪽에 힘도 들어가지 않았을 텐데 뭐가 저렇게 좋을까. 내가 제대로 조이고 있는지 어떤지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동안 섹스를 못 했던 걸 이번에 한꺼번에 푸는 건지도 모른다. 남자와는 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말했던 남자지만 어차피 나와는 섹스를 해 버렸으니 한 번 하나 여러 번 하나 다를 것도 없겠지.

부드럽게 입술을 빨아들이고 혀를 문지르는 키스에 힘겹게 응하며 나는 눈을 감았다. 문득 그가 미소를 지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으, 으으, 하고 앓는 소리가 나왔다. 키이스가 또다시 아래를 쳐 대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씩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련해지는 의식 너머로 아래쪽의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만은 너무나 명확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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