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2 13화 (61/77)

13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상황에 연우는 숨을 쉬는 걸 아예 멈춰 버렸다. 지금 뭐라고 했지? 나한테 뭘, 하라고?

“연우.”

키이스가 고개를 기울여 연우의 눈을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들여다보았다.

“날 상대로 무슨 더러운 상상을 했어?”

순간 연우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댔다. 다급하게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그가 눈을 크게 뜨고 숨을 들이켰다.

“말 못 해, 절대로……!”

“어째서?”

은근한 물음에 연우는 두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급히 고개만 저었다. 키이스가 엷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무슨 상상을 했는지 알려 줄까?”

키이스가? 뭐라고?

급하게 눈꺼풀을 파닥거리는 연우에게 그는 짧은 웃음을 짓더니 귓가에 입술을 가져왔다. 한층 더 낮은 음성으로 숨소리처럼 그가 속삭였다.

“네가 개처럼 엎드려서 스스로 구멍을 벌리고 나한테 넣어 달라고 애원하는 상상.”

“……!”

연우는 놀라 숨을 삼키며 굳어졌다. 키이스는 계속해서 그에게 귓속말을 했다.

“목에는 개줄을 채우는 거야. 그리고 넌 내가 명령을 해야 내 걸 핥을 수 있어. 네가 울면서 사정할 때까지 난 네 젖꼭지를 빨고 깨물어 대. 아랫구멍에선 액이 줄줄 흐르고, 네 허벅지가 흠뻑 젖어. 그럼 나는 무릎부터 네 애액을 혀로 핥아 올라가…….”

연우는 거친 숨을 헐떡이며 덜덜 떨었다. 두려움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바짝 붙이고 온몸을 긴장시킨 연우에게 키이스가 손을 뻗었다. 허벅지 바깥쪽에 닿은 커다란 손이 슬며시 연우의 다리를 쓰다듬었다.

으, 흐으, 흐, 흡.

손바닥으로 꽉 막힌 입 안에서 거친 숨결이 새어 나왔다. 키이스는 천천히 연우의 다리를 애무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네 구멍은 흠뻑 젖어 있지. 어서 나한테 넣어 달라고. 하지만 나는 바로 네게 쑤셔 박진 않아. 대신 혀를 내밀어 네 벌름거리는 구멍에 밀어 넣고 주름에 맺힌 애액을 하나씩 전부 핥는 거야. 그럼 네 안에서 흥분한 체액이 쏟아져서 내 얼굴을 흠뻑 적시고…….”

더운 숨결이 그대로 귓속을 질러왔다. 크게 입을 벌려 연우의 귓바퀴를 덥석 문 키이스가 속삭였다.

“연우.”

귓바퀴를 문 채 말하는 그의 발음이 조금 어그러졌다.

“젖었지?”

그 말과 함께 허벅지를 쓰다듬던 손이 갑자기 불시에 연우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왔다.

“……!”

미처 막을 틈도 없이 바짝 긴장하고 있던 다리가 맥없이 벌어지고, 키이스의 손은 곧장 연우의 허벅지 안쪽 깊은 곳으로 쑥 들어갔다.

“페로몬이 엄청나게 나오고 있어, 지금.”

그의 말대로였다. 연우의 아랫도리는 이미 바지까지 흠뻑 젖어 있었다. 수치심에 덜덜 떨리는 허벅지를 어떻게든 다물어 보려 했지만 키이스의 손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불가능했다. 게다가 연우의 부질없는 시도가 오히려 결과를 더 나쁘게 만들었다. 허벅지 안쪽을 비비는 바람에 가랑이 사이로 들어온 그의 손을 자극해 마치 그에게 더 해 달라고 조르는 것 같았다.

“연우.”

키이스가 그의 목뒤로 손을 가져와 다정하게 끌어당겼다. 커다란 손이 닿은 뒷덜미가 화끈 달아올라 연우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

“이제 네 차례야.”

연우가 놀라 숨을 삼켰다. 키이스가 그런 그의 뒷덜미를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쓰다듬었다.

“말해 봐, 어떤 더러운 상상을 했는지.”

“……!”

키이스의 커다란 손바닥이 연우의 떨리는 성기를 바지 위에서 문질렀다. 자지러지며 웅크린 연우가 결국 실토했다.

“당신이, 옷을 벗고.”

“그리고?”

키이스의 손이 연우의 셔츠 안으로 들어왔다. 너무나 당연하게 가슴으로 올라온 손가락이 유두를 집어 올리고, 연우가 흠칫 몸을 떨었다.

“나를, 쓰러뜨려…….”

키이스가 고개를 기울여 연우의 목에 입술을 댔다. 살을 빨아들이는 소리가 들리고, 연우의 입에서 발작처럼 신음이 흘러나왔다.

“……아!”

갑자기 어깨를 밀어 연우는 뒤로 쓰러졌다. 그대로 누워 버린 연우의 위로 키이스가 올라왔다. 거친 숨을 헐떡이며 올려다보는 연우의 시야에 셔츠를 잡아 위로 끌어 올려 벗어 버리는 키이스의 모습이 보였다. 침대 밖으로 간단히 벗은 옷을 던져 버린 키이스가 물었다.

“그리고?”

연우는 가쁜 숨결 속에서 넋을 잃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등 뒤로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깊게 그림자가 진 몸에는 군살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크고 단단한 가슴에서 내려와 조각조각 나누어진 배의 근육을 보자 연우는 꿀꺽, 소리 내어 침을 삼키고 말았다.

“내, 위로, 올라와서.”

“이미 했어. 그리고?”

키이스가 부드럽게 재촉했다. 연우의 숨이 더욱 거칠어졌다. 떨리는 손으로 키이스의 팔을 붙잡은 그가 말했다.

“내…… 다리를, 벌려. 나는…… 반항하지만, 당신은 듣지 않아.”

“그래서?”

말을 하면서 그가 연우의 허리로 손을 가져왔다.

“그, 그, 그래서.”

차마 말을 잇지 못했지만 키이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바지를 속옷과 함께 벗겨 버렸다.

“아!”

순간 자신도 모르게 비명처럼 탄성을 내질렀다. 아랫도리를 흠뻑 적셨던 바지를 벗고 나자 휑한 한기가 느껴졌다. 무심코 몸을 움츠렸을 때, 키이스가 그의 허벅지 안쪽에 손바닥을 붙이고 그대로 잡아 눌렀다.

“……!”

어찌할 겨를도 없이 아래가 훤히 벌어졌다. 방금 전까지 애액을 줄줄 흘리고 있던 구멍이 여실히 키이스의 눈 아래 드러나자 연우는 수치심에 죽어 버리고 싶어졌다.

“아, 안, 안 돼…….”

“연우.”

울상이 되어 손을 뻗자 흠뻑 젖어 있는 아랫구멍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키이스가 말했다.

“고작 그게 네 더러운 상상의 끝이야?”

연우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라고 하면 끝까지 털어놔야 할 것 같았다. 도저히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만 젓는 그를 보고 키이스가 입을 열었다.

“말해 봐, 내가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어?”

연우는 여전히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말보다 더 확실하게 그의 아랫구멍이 움직였다. 잔뜩 움츠린 주름이 오물거릴 때마다 안쪽에서 흘러넘친 애액이 주룩주룩 굵게 흘러내렸다.

불시에 키이스가 연우의 한쪽 허벅지를 움켜쥐고 남은 손을 그의 구멍으로 밀어 넣었다. 길고 굵은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온 순간, 연우는 그만 비명과 함께 사정하고 말았다.

“……아!”

아랫배가 뜨뜻하게 젖어 들었다. 연우는 온몸을 움칠거리며 숨을 들이켰다. 경기라도 일으킬 듯이 격렬하게 떠는 그의 모습을 키이스는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갑작스러운 자극에 그만 사정해 버리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우가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배 속은 가득 차 애액이 넘쳐나는데, 그것을 휘젓고 문질러 주는 것이 없었다. 연우는 애가 타 손을 뻗었다. 하지만 급한 손길을 키이스가 제지했다.

“안 돼.”

어째서?

당황해 올려다본 연우에게 키이스가 대답 대신 흘긋 아래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뒤따라 눈길을 돌린 연우는 곧 깨달았다. 분명 키이스 역시 흥분하고 있는 게 분명한데도 그의 하반신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거친 숨결도 희미하게 붉어진 얼굴도 너무나 확연하게 그의 흥분을 드러내 주는데, 정작 성기는 잠잠하기만 했다.

<억제제를 먹었어.>

그제야 연우는 그의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순간 당황한 연우가 주춤했다. 이 상황을 어쩌면 좋을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욕구는 몸 안에 가득한데, 방법이 없었다. 급기야 패닉에 빠져 버린 그를 바라보며 키이스가 입을 열었다.

“연우.”

급히 눈을 깜박이자 그는 거친 숨결과는 달리 그지없이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보다시피 지금 좀 곤란해. 네가 도와주면 좋겠는데.”

“뭐, 뭐든…… 뭐든 할게, 제발!”

자신도 모르게 애원해 버리고 만 연우에게 키이스가 입을 열었다. 한 차례 들뜬 숨을 내뱉었던 그가 말했다.

“똑바로 누워서, 다리 벌려 봐.”

순간 멈칫했던 연우는 잠시 주춤거렸다가 얼마 안 가 시키는 대로 뒤로 누웠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다리를 벌리는 데는 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읏…….”

수치심으로 인해 이를 악물고 신음을 흘리며 그는 조금씩 무릎을 열었다. M 자형으로 크게 벌어진 다리 사이로 방금 전 키이스의 손가락이 들어갔던 구멍이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보는 키이스의 숨이 좀 더 빨라졌다.

“좋아, 연우. 아까 하던 얘길 계속해 봐.”

“뭐…… 뭐?”

순간 당황한 연우가 눈을 번쩍 떴다. 키이스는 여전히 연우의 가랑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말을 이었다.

“나에 대한 더러운 상상을 계속 말해 보라고.”

“……그, 그건.”

“끝까지.”

그 말과 함께 키이스가 그의 무릎을 붙잡아 고정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다리를 닫을 수가 없었다. 연우는 울상이 되어 급히 손을 뻗었다. 아래를 감추려 했지만 그것조차도 키이스는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아랫도리는 자신이 사정한 정액과 애액이 뒤섞여 엉망이었다. 눈을 감고 피하려 애썼지만 연우는 피부가 따끔거릴 정도로 그의 시선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보고 있어.

그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아래를 덮었다.

보고 있어, 나를.

바들거리는 손 아래로 바로 전에 사정했던 자신의 성기가 다시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 더 손을 미끄러뜨리자 그 아래 애액으로 범벅이 된 구멍이 손끝에 닿았다.

“키이스……!”

연우는 참지 못하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 무릎을 잡은 키이스의 손에 힘이 들어가 꽉 쥐었지만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떨리는 손가락을 아래로 내려 손끝을 세웠다. 단단하게 다물린 주름에 둥근 끝이 닿자 그것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벌려 연우의 손가락을 삼켜 버렸다.

“아, 하아, 아.”

연우는 몸을 떨며 손가락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키이스의 성기를 상상하며 더 깊은 곳을 찌르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애가 타 손가락은 점점 더 늘어 가고, 급기야 네 개까지 들어갔다.

상체를 들썩이며 급하게 아래를 쑤실 때마다 넘쳐나는 애액이 흘러넘쳐 곳곳으로 튀어 올랐다. 키이스는 그런 연우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연우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그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바로 자신의 상상 속 그대로였다.

“아, 아으, 아, 하, 아아…….”

비명 같은 교성이 끝없이 흘러나왔다. 한 손으로 앞을 훑으며 미친 듯이 뒤를 찔러 댔다. 배 속이 뜨거워 미칠 것 같았다. 저 안쪽까지, 제발, 어서……!

“아……!”

등줄기를 크게 젖히며 또다시 사정했을 때, 갑자기 진한 꽃향기가 공기 속으로 일시에 퍼져 나갔다. 연우는 완전히 탈진한 듯 아랫구멍에 손을 넣은 채 불규칙적으로 몸을 떨었다. 서서히 달아오르던 배 속이 완전히 불이 붙은 듯 뜨거워졌다. 정신이 나갈 것처럼 짙게 흘러나오는 페로몬 향기에, 불현듯 키이스는 스튜어드의 말이 떠올랐다.

<주기에 맞춰 또다시 히트사이클이 올 수 있거든요.>

그 증거로 연우는 이제 이성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숨을 헐떡이며 멍하니 키이스를 바라보기만 했다. 흐르고 있는 게 애액인지 정액인지도 구분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키이스의 성기를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키이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연우가 그를 불렀다. 벌어진 다리를 더 크게 열며 아랫구멍을 훤히 드러냈다.

“여기 넣어 줘, 키이스.”

순간 키이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연우는 가랑이 사이로 손가락을 움직여 스스로 구멍을 잡아 벌렸다. 깊고 빠른 숨소리가 키이스의 귀를 어지럽히고, 진한 페로몬 향기가 그의 폐 깊숙이 스며들었다.

“키이스, 어서.”

애원처럼 속삭이는 연우의 음성이 들렸을 때, 키이스의 이성이 반쯤 날아가 버렸다. 연우는 손가락 끝으로 살을 끌어당겨 최대한 구멍을 벌려 흘러넘치는 애액을 드러내며 간청했다.

“내 안에 전부 싸 줘…….”

키이스는 참지 못하고 그의 입술을 집어삼킬 듯 키스했다. 어느새 그 또한 옷을 벗고 있었다. 커다란 손이 연우의 엉덩이를 잡아당기고, 연우가 했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훤히 드러난 구멍으로 성기의 끝이 닿았다. 지금껏 약으로 억누르고 있던 욕망이 일시에 터져 나오고, 그는 전희도 없이 연우의 안에 성기를 쑤셔 박았다.

“아……!”

연우가 길게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떨었다. 한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깨닫지도 못한 채 사정한 연우의 배 속에 두꺼운 줄기가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배 속을 꽉 채웠다 물러난 성기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로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거친 행위에 연우의 몸은 자꾸만 밀려 올라갔다. 초조해진 키이스가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아 고정하고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아아, 하, 하아.”

빠르게 드나들 때마다 연우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오고, 온몸이 출렁거렸다. 키이스는 연우에게 상체를 딱 맞붙인 채 오직 허리만을 움직여 드나들었다. 아래를 쑤시고 나올 때마다 애액이 흘러나오며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연우는 몸을 꽉 끌어안긴 채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키이스의 행위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하아, 하.”

난폭한 숨결을 뱉어 낸 키이스가 움직임을 멈췄다. 드디어 사정을 하려는 건가, 했지만 착각이었다. 키이스가 아래를 연결한 채로 갑자기 상체를 일으켰다. 덕분에 아래쪽이 크게 벌어져 연우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키이스가 연우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옆으로 눕히더니 뒤에서 박아 대기 시작했다.

“아, 아아, 아!”

연우의 입에서 급기야 새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키이스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커다란 손바닥을 펼쳐 연우의 배를 꽉 누른 채 배 속을 찔러 올렸다. 연우는 압박감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연우.”

키이스가 그의 뒤에서 꽉 막힌 음성으로 이름을 부르더니 어깨에 이를 세웠다. 동시에 배를 압박하던 손에 힘이 들어가고, 배 속에서 키이스의 성기가 부풀어 올랐다. 넘쳐나던 애액이 일순간 배 속에 고여 들었다.

한껏 부풀어 팽창한 성기가 미친 듯이 맥박을 울려 댔다. 배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연우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헐떡였다. 그리고 그의 몸 깊은 곳에 진한 페로몬의 향기가 퍼져 나갔다.

“하아…….”

키이스가 탄식처럼 길게 숨을 내뱉었다. 사정은 끝도 없이 길었다. 키이스는 연우의 안에 엄청난 양의 정액을 쏟아 냈다.

“으, 으으, 으.”

연우는 페로몬에 취해 발작하듯 몸을 떨었다. 조금의 정액도 흐르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이 아래를 꽉 틀어막은 걸로 모자라 키이스는 연우의 배를 계속해서 누르고 있었다. 얇은 뱃가죽 위로 드러난 성기의 모양은 너무나 확실했다. 키이스의 사정이 끝날 즈음이 되자 연우는 완전히 늘어져 버렸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키이스에게 러트가 왔다는 것을 연우는 어렴풋이 눈치챘다. 그 증거로 그의 페로몬 향기는 너무나 달콤했고, 그의 눈동자 색은 금색으로 변해 있었으며, 배 속으로 퍼져 나가는 정액의 양은 너무나 많았다.

임신할지도 몰라.

무의식중에 그는 떠올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키이스가 다시 아래를 들쑤시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엎드린 채로 그의 몸을 받았다. 하지만 그걸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키이스가 허리를 안아 일으켰고, 연우는 무릎을 세우고 얼굴을 바닥에 붙인 채 개처럼 엎드렸다.

뒤에서 그의 허리를 안은 키이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위에서 내리꽂듯이 박아 댔다. 그가 나갔다 들어올 때마다 배 속이 빠졌다가 되돌아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연우는 숨을 헐떡이며 그의 속도에 맞춰 보려 했으나 불가능했다.

“아!”

또다시 키이스가 이를 세우고, 이번에는 어깨를 문 채로 아래를 밀어붙였다. 까슬하고 풍성한 체모가 느껴질 만큼 깊이 성기를 밀어 넣은 그가 뿌리 끝을 연결한 채로 맞닿은 곳을 마찰했다. 벌어진 구멍에 문질러진 음모가 연우의 애액으로 흠뻑 젖고, 살이 비벼지는 소리가 난잡하게 들려왔다.

“아, 아아, 하, 키이스, 아, 키이스……!”

“알아.”

키이스가 거친 숨결 사이로 말했다.

“알아, 연우. 여길 좋아하지? 문지르면 미치잖아, 안 그래?”

“아, 아아! 아아아!”

연우는 연거푸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머릿속은 물론 온몸이 페로몬과 그의 정액에 절어 버린 기분이었다. 어쩌면 혈관까지 그의 정액이 흐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숨을 쉴 때마다 이렇게 강하게 키이스의 체취를 느낄 수 있을까.

몇 번의 사정 후 완전히 비어 버린 것 같던 성기가 또다시 힘을 찾았다. 연우는 배 속에 뭔가가 차오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몽롱한 가운데서도 당황했다.

“키, 키이스, 잠깐……. 잠깐만 기다려! 나, 안에…… 배가.”

키이스가 웃는 것 같은 소리가 언뜻 들렸다.

“안이 벌써 다 찼어? 아직 멀었는데?”

“아, 안 돼, 아!”

“네 배 속에 다 받아야지, 연우.”

급하게 사정했지만 키이스는 들어주긴커녕 뒤에서 그의 양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덕분에 무릎을 세우고 상체를 일으킨 연우에게 키이스가 또다시 박아 대기 시작했다.

퍽, 퍽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이어지고 배 속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끓어오르는 열을 몸 밖으로 내보내고 싶었지만 이 감각은 사정과는 다른 것이었다. 연우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만, 그만! 키이스, 안 돼, 나, 나는, 제발 멈춰……!”

절박하게 외쳤을 때, 그만 한계가 오고 말았다. 키이스가 세게 안을 쳐올리고, 두꺼운 성기가 연우의 배 속을 한 번에 밀어 올렸다. 순간 연우의 눈앞이 하얗게 변색됐다.

“아…….”

맥없는 탄식이 입가로 흘러나왔다. 그의 성기 끝에서 정액이 아닌 뭔가가 줄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사정과는 달리 꽤 길게 흘러나온 그것의 정체를 눈치챈 연우가 뒤늦게 중얼거렸다.

“안 된다고, 했는데…….”

넋두리처럼 읊었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뒤이어 연우의 정신이 까무룩 내려앉았다. 쓰러지려는 허리를 잡아 일으킨 키이스가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 앉은 채로 키이스는 아래에서 허리를 쳐올렸다.

키이스가 난폭하게 움직일 때마다 튕겨 오르듯 빠져나갔던 몸이 중력에 의해 이내 아래로 떨어졌다. 이번에도 키이스는 그의 허리를 안고 있었으나 아까처럼 몸을 꼼짝없이 고정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형식에 불과한 것처럼 그를 안은 채 홀쭉한 배 위로 손바닥을 대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연우의 안을 드나들 때마다 일어서는 자신의 성기를 확인하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연우는 반응이 없었다. 기절해 축 늘어진 그를 안고 키이스는 계속해서 몇 번이나 배 속 가득히 사정했다. 급기야 마지막에 쏟았을 때는 성기를 팽창해 안을 꽉 틀어막았는데도 불구하고 조금씩 정액이 새어 나왔을 정도였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헐떡이며 키이스는 사정을 끝냈다. 그의 팔 안에는 연우가 축 늘어져 의식을 잃고 있었다. 그가 안을 드나들 때마다 온몸을 들썩이긴 했지만 자신의 의지는 결코 아니었다.

키이스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천천히 그가 허리를 숙였다. 크게 입을 벌리고, 이를 세웠다, 와작, 귀를 물어뜯자 연우가 미세한 반응을 보였다. 키이스는 주저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우의 귀를 물고 피를 빨아들였다.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입가는 온통 피가 번져 있었다.

갑자기 피로가 밀려왔다. 이미 연우의 온몸에는 멀쩡한 곳이 남아있지 않았다.

온통 물고 키스하고 만져 댄 것도 모자라 마지막까지 그의 배 속에 자신의 성기를 밀어 넣은 채, 키이스는 기절하듯 잠들었다.

* * *

“으응…….”

가는 신음과 함께 연우는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기까지는 좀 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온통 부어오른 눈두덩을 들어 올리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

간신히 어느 정도 기운을 내어 눈을 떴던 그는 현재 상황을 깨닫는 데 한동안의 시간을 써야 했다.

방 안은 너무나 평화롭고 고요했다. 밖에서 들리는 희미한 새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은 눈이 부실 정도로 환했다. 평소와 같은 아침이었다.

연우는 뒤늦게 느껴진 팔의 무게에 아래로 시선을 향했다. 두꺼운 근육질의 팔이 자신의 허리를 안고 있었다. 천천히 시선을 옮기자 깊이 잠이 든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키이스.

무심코 몸을 움직이려 했을 때, 연우는 그만 짧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온몸을 질러가는 통증에 이어 배 속에 묵직한 이물감이 느껴졌다.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다. 남자의 몸이 자신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키이스는 연우의 안을 무척 좋아했으며, 수시로 자신의 것을 넣은 채 잠이 들곤 했다.

빼려고 움직이면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문득 떠오른 생각에 연우는 잠시 그대로 누워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 문득 저 멀리로 과거의 자신이 달려가는 듯했다. 처음 키이스와 관계를 가졌던 그때, 아침에 눈을 뜨고 달아나듯이 이 방을 빠져나갔던 자신이.

불현듯 코끝이 찡해졌을 때, 갑자기 뒤에서 남자가 말했다.

“연우, 왜 그래? 우는 거야?”

아직 잠이 덜 깬 듯 남자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하지만 음성에는 걱정스러워하는 기색이 다분했다. 연우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처음 눈을 뜨고 보았던 그가 잠에서 깨어 자신을 마주 보고 있었다. 연우가 입을 열었다.

“안녕, 키이스.”

“…….”

“좋은 아침이야.”

그는 고개를 돌려 키이스의 입술에 짧게 키스를 했다. 키이스는 놀란 듯 잠시 말이 없었다. 한동안 가만히 연우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의 표정이 서서히 변해 갔다. 뒤늦게 시선은 연우의 귀로 향했다. 그곳에는 선명한 표식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을 본 키이스의 얼굴에 놀람과, 기쁨과, 안도와,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그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어서 와, 집에.”

“다녀왔어.”

연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 뒤 다시 그에게 키스했다. 키이스가 눈을 감고 깊이 입을 맞췄다. 문득 떨리는 숨결이 느껴졌다. 이어 키이스가 연우의 몸을 세게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보고 싶었어.”

“나도.”

연우는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고는 마주 어깨를 끌어안았다.

“사랑해, 키이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농담처럼 덧붙이자 키이스가 고개를 들었다.

“틀렸어, 죽음조차 우리를 갈라놓지 못해.”

연우는 웃고 말았다.

“그래, 당신 말이 맞아.”

그는 눈가가 시려 오는 것을 감추고 눈을 감았다.

“죽음조차 우리를…….”

다음 말은 키이스의 입 안에 삼켜져 버렸다.

에필로그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준비한 파티는 가족들만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성대했다. 키이스의 의지가 가장 컸지만 연우 또한 동조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는 저택이 너무나 거대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집은 트리를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 거야?”

크리스마스를 이 저택에서 보내기로 했을 때 연우는 막막한 기분으로 말했었다. 물론 해결은 간단했다. 다음 날 키이스가 거대한 전나무를 주문한 것이다.

고개가 꺾어질 만큼 높은 트리는 마치 화려한 쇼핑몰의 그것을 가져다 놓은 듯했다. 메이드와 서번트들이 힘을 모아 열심히 장식을 끝냈고, 마지막으로 별을 올리는 것은 스펜서가 맡았다.

마침내 모든 준비를 마친 후 크리스마스가 되었을 때, 저택은 몰라볼 정도로 화려한 변신을 이뤘다.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이걸 치워야 한다는 게 아쉽네.”

연우가 중얼거린 말에 키이스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내년에는 또 다른 트리를 사면 돼.”

“이렇게 큰 나무는 이거 하나면 돼.”

연우는 그렇게 말한 후 준비한 선물을 트리 아래에 쌓아 두었다. 시간이 되면 고용인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줄 생각이었다.

“올해는 많은 일이 있었지?”

뭔가 감회가 새로운 듯 연우가 묻자 키이스는 피식 웃었다.

“그래, 네가 나를 잊어버릴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다 지난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키이스가 괴로워했던 걸 떠올리면 농담으로 넘기기 어려웠다. 대신 연우는 그의 뺨에 키스했다.

“그래도 결국 당신을 사랑하는 건 변함이 없었잖아?”

키이스는 잠자코 그를 보다 키스를 되돌렸다. 연우는 웃으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키이스가 그의 허리를 끌어당기고, 바짝 몸을 붙였다. 떨어졌던 키스가 이번엔 더 길게 이어졌다.

막 키스가 깊어지려는 찰나,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스펜서가 뛰어왔다. 손에는 하얀 봉투를 들고 있었다.

“파파, 대디!”

“스펜스.”

어쩔 수 없이 키스를 멈추고 연우를 놓아준 키이스는 달려온 아이를 당연한 듯이 안아 들더니 멈칫하고 물었다.

“그건 뭐지? 스펜스.”

스펜서는 들고 있던 봉투를 내밀며 말했다.

“이거, 초대장.”

“초대장이라고?”

“스펜스가 조쉬네를 초대해서 함께 식사를 하고 싶대.”

아무 말 없이 시선을 향한 키이스에게 연우가 설명을 덧붙였다.

“휴가니까 식사를 같이하자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크리스마스는 아무래도 어렵고 새해가 되면 한번 보자는 걸로 얘기가 됐어. 당신은 바쁘면 굳이 나오지 않아도 돼.”

“그런데 왜 두 개야? 또 누가 나오나?”

키이스의 찌푸린 얼굴을 보고 연우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피트와 세실에게 각각 하나씩.”

“한집에 사는데?”

“그게.”

연우는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저번에 하나만 보냈더니 서로 자기한테 보낸 거라고 싸움이 붙었다면서, 각자 하나씩 보내 달라더라고.”

“…….”

키이스는 아무 말 없이 아들을 바라보았다. 스펜서는 산타 복장을 하고 직접 편지를 배달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나도 가지.”

썩 달갑지 않아 하는 기색으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 연우 또한 어쩔 수 없이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찰스에게, 차를 준비하라고…….”

말을 하던 연우가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랐다. 키이스가 그의 귀를 만진 것이다. 정확히는 표식을 쓰다듬은 것이지만 반응은 즉각적으로 돌아왔다.

“하지 마.”

금세 울상이 되어 어깨를 움츠린 연우가 그에게 원망의 시선을 던졌다. 키이스는 무슨 문제냐는 듯이 시치미를 뗐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표식이 다시 나타난 뒤 연우의 그곳은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민감해졌다. 어떨 땐 넣지 않고 귀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사정해 버릴 정도였다. 그것을 알면서도 키이스는 종종 표식을 쓰다듬곤 했다. 그것이 그 자리에 있는 게 틀림없는지 확인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의 불안을 알기 때문에 연우도 강하게 제지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었다. 덕분에 이렇게 미약한 항의를 하는 게 전부였다.

또다시 키이스가 귀를 만지기 전에 먼저 후다닥 물러난 연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곧바로 키이스가 연우의 허리를 낚아챘다.

“앗……!”

짧은 비명과 함께 끌려간 연우는 금세 키이스와 다시 마주 섰다.

“연우.”

즉시 경계하는 연우에게 키이스가 미소를 지으며 위를 가리켰다. 무심코 올려다본 연우는 곧 이유를 깨달았다. 겨우살이가 그들의 위에 매달려 있었다. 결국 연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당신 말이 맞아.”

“무슨?”

연우가 입을 맞대는 것을 기다렸던 키이스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연우가 대답했다.

“좋은 기억을 얻기 위해서는 나쁜 기억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

“…….”

“내가 잘못 생각했어.”

연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쁜 기억도 역시 소중한 거야. 당신과 스펜스가 함께한 추억이니까.”

그는 키이스의 팔에 손을 얹고 얼굴을 들었다.

“사랑해, 키이스.”

키이스의 표정이 풀어지고, 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막 입술이 닿으려는 찰나, 키이스가 물었다.

“다음 휴가 땐 섬에 갈까?”

연우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섬 말고 다른 곳이 좋겠어.”

둘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고, 곧 입술이 맞닿았다. 장난처럼 마주쳤던 키스는 그러나 금세 깊어졌고, 긴 시간 두 사람은 떨어질 줄 몰랐다. 눈을 감고 키이스의 키스에 응하며, 연우는 가슴 깊이 축복의 말을 건넸다.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

이 세상의 사랑하는 모두가 행복하길.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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