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3 5화 (66/77)

* * *

“갑자기 숨바꼭질을 하자고 하다니, 스펜스.”

마구간 지기 중 한 명이 난처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우린 아직 남은 일이 있단다. 너와 놀아 줄 수는 없어.”

평소 이런 식으로 사용인들의 시간을 빼앗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난데없이 떼를 쓰는 스펜서를 대하기가 무척 곤란했다. 하지만 집안에 어린아이라고는 스펜서뿐이고, 그러다 보니 함께 놀아 달라고 보챌 상대도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그들 또한 알고 있었다.

“딱 한 판만 해 줘요. 그럼 더 안 조를게요. 네?”

스펜서가 애처롭게 청하는 말에 그들은 난처해하며 서로를 마주 보았다.

어떻게 하지?

뭘 어떻게 해, 난 몰라.

서로 책임을 회피하며 눈을 피하는데, 한 명이 묘안을 냈다.

“스펜스, 캐러멜한테 하자고 하면 어떠니?”

“오, 그래. 캐러멜과 놀면 되겠다. 그렇지.”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를 친 남자에게 스펜서는 침통한 얼굴로 대답했다.

“지금까지 캐러멜하고 놀았잖아요. 캐러멜은 또 너무 잘 찾고…….”

푹 고개를 숙인 아이를 보고 다 자란 남자들은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둥거렸다. 마침 그때 피트가 안에서 나오고, 남자들의 시선을 피해 재빨리 달아나는 데 성공했다.

피트가 정원 안쪽으로 몸을 피하는 걸 확인한 스펜서는 이내 태도를 바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요, 전 그럼 갈게요.”

“그, 그럴래?”

갑작스러운 변화에 남자들은 당황해하면서도 반색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스펜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그럼 아저씨, 캐러멜 잘 부탁해요. 안녕, 안녕, 안녕.”

세 명의 남자들에게 번갈아 손을 흔든 뒤 스펜서는 돌아섰다. 덩달아 손을 흔들어 준 관리인들은 스펜서가 저만큼 멀어지고 나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일을 못 할 뻔했어.”

한 명이 한숨을 내쉬며 한 말에 다른 남자도 동조했다.

“솔직히 그냥 놀아줘 버릴까, 싶더라니까.”

“나도 언젠가 스펜스처럼 귀여운 아이를 갖고 싶어.”

“나도.”

“나 역시.”

번갈아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던 그들은 곧 웃음을 짓고 말았다.

*

*

피트는 어디로 갔을까?

스펜서는 그가 사라졌던 방향으로 걸어가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 줘야 하는데, 혹시 길을 잃었으면 어쩌지?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 스펜서는 정원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한참 울다 지쳐 더 이상 울지도 못하게 됐을 때 어른들이 그를 찾아냈는데, 키이스가 스펜서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자 그때까지 미친 것처럼 울던 연우는 기절하고 말았다. 그 뒤로 정원의 높은 나무는 전부 사라지고 곳곳에 CCTV가 생겼다. 덕분에 스펜서는 길을 잃은 적이 없고, 설령 헤매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그를 찾으러 오곤 했다.

이 저택 안에서 스펜서는 세상 그 누구보다 안전했다.

피트도 잘 찾아갔겠지?

스펜서는 생각하며 바쁘게 달려갔다. 슬슬 간식을 먹을 시간이었다. 오늘은 연우가 캐러멜 푸딩을 특별히 두 개나 먹게 해 준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는 마음이 급했다.

빨리 가야지, 빨리.

또래를 만나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이었다. 함께 간식을 먹으러 가자고 했으면 좋았을걸. 불현듯 아쉬움을 느꼈을 때, 스펜서는 뭔가를 보고 뛰던 것을 멈췄다.

어?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했지만 틀리지 않았다. 눈부신 금발을 가진 아이가 나무에 기대어 앉아 훌쩍이며 울고 있었다.

“뭐 해?”

“으악!”

불쑥 다가가 말을 건 순간, 그때까지 혼자 울던 아이가 자지러져라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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