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3 11화 (72/77)

* * *

“연우.”

회의를 마친 키이스가 직접 연우를 데리러 왔을 때, 그는 복사기에 낀 종이를 잡아 빼고 있었다.

“저, 저희가 한다고 했는데요. 굳이 하시겠다고 그러셔서, 정말이에요.”

황급히 나서서 말하는 직원의 뒤에서 연우가 말했다.

“맞아, 그냥 있기 심심해서 내가 할 일 없느냐고 물어봤어.”

“…….”

키이스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연우는 복사기의 덮개를 덮고 한쪽에 놓인 티슈를 꺼내 토너에서 나온 검은 분말이 묻은 손을 닦았다.

“일은 다 끝났어?”

키이스에게 다가간 연우가 묻자 그때까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만 있던 키이스가 그를 안아 들려 했다. 간발의 차이로 그것을 피한 연우는 의식적인 미소를 꾸며 내며 말했다.

“걸을 수 있어, 키이스. 정말이야.”

한 손을 들어 보이기까지 했지만 돌아온 건 냉소뿐이었다. 이번에는 간단히 연우를 낚아챈 키이스가 그를 안아 들고 말했다.

“호텔로 돌아갈까, 스펜스가 기다릴 테니.”

“……그래.”

여기서 내려 달라고 고집을 부려 봤자 소란만 커질 뿐이다. 연우는 단념하고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키이스가 큰 보폭으로 걸어 나가고, 그 뒤를 따라나선 엠마가 부팀장에게 슬쩍 눈짓을 했다. 부팀장은 고개를 끄덕인 후 컵을 볼펜으로 때려 땅땅, 둔탁한 소리를 냈다.

“모두 여기 주목.”

겨우 한숨 돌리고 긴장을 푼 직원들이 일시에 그를 쳐다보았다. 부팀장은 으흠,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이 중에 피트먼 씨와 파트너의 사진을 찍은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걸로 알아요. 휴대 전화를 일일이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고, 각자의 양심에 맡길게요. 혼자 보거나 지인에게 보여 주는 것까진 어쩔 수 없어요. 단, 언론에 사진을 판다면 바로 누군지 밝혀 내서 조치를 취하겠어요. 사진의 각도만 봐도 대충 어디서 찍었는지 위치 파악이 될 거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까. 함께 일하는 처지에 불미스러운 일은 없기를 바라요.”

거기까지 말한 부팀장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우린 꽤 많은 연봉을 받고 있죠, 그 외 회사 복지도 좋아요. 해고에 고소까지 당하면 무척 억울하겠죠?”

거기다 팀장도 아주 멋지고.

내심 덧붙인 부팀장이 산뜻하게 직원들을 둘러보았다.

“그럼 알아들었을 거라 믿고, 이만할게요. 모두 수고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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