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연우.”
가볍게 어깨를 건드리며 부르는 소리에 연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키이스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 하고 있어? 여기서. ……페로몬 향기가 나는데.”
그의 음성이 날카로워졌다. 자신 외에 다른 극알파의 향기가 연우 주변에 머물고 있는 것이 그를 불쾌하게 만든 것이다. 연우는 서둘러 말했다.
“아까 그레이슨이…….”
“알아, 문자를 보냈으니까.”
“……그래.”
연우는 맥없이 대답했다. 키이스의 말대로 연우는 문자를 보냈었고, 그는 여기 오기 전부터 자신이 그레이슨과 함께였다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표정이 왜 저렇지? 아, 내가 혼자 남아 있어서 그런가?
“별일 없었지?”
연우가 말을 하기 전에 먼저 키이스가 물었다. 연우는 입을 벌렸다가 곧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키이스의 표정은 쉽게 풀리질 않았다.
“가자.”
키이스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벌써?”
여기 와서 한 일이라곤 부인을 피해 화장실에 처박힌 것밖에 없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다거나, 뭔가 더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지 않을까? 당황한 연우에게 키이스는 간단히 말했다.
“할 일은 다 했어.”
그는 여전히 기분이 나빠 보였다. 연우는 더 말을 하지 않은 채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곧바로 키이스가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아까보다 팔에 힘이 들어가, 연우와 키이스의 몸이 바짝 달라붙었다.
“키이스…….”
걷기 힘들어, 하고 말하려 했으나 그는 듣지 않고 닫혀 있던 문을 열었다. 차까지는 금방이니까. 연우는 입을 다물고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들이 고려하지 않았던 상대는 또 있었다.
“키이스! 이야, 이게 얼마 만이야?”
난데없는 소란에 키이스가 짜증스럽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걸음을 멈췄다. 연우 또한 뒤를 돌아보자 거기엔 처음 보는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헤이든.”
키이스가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남자는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었는데, 어딘지 묘하게 키이스와 닮은 분위기가 엿보였다.
누구지? 이 남자는.
페로몬 향이나 드러난 한쪽 눈이 보라색인 걸로 보아 극알파라는 건 확실했다. 연우가 키이스의 비서로 일하면서, 또 최근엔 함께 파티나 모임에 참석하면서 꽤 많은 극알파들과 인사를 나눴지만 이 남자는 처음이었다. 연우는 얼굴을 제법 잘 기억하는 데다, 이런 강렬한 인상의 남자를 본다면 결코 잊을 수 없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눈을 다친 걸까?
마치 해상 시대의 해적처럼 한쪽 눈을 가죽 안대로 가린 남자는 호쾌하게 웃으며 다가와 두 팔을 벌렸다. 마지못한 듯 키이스가 연우를 놓아주자 곧바로 그는 키이스를 힘껏 끌어안았다.
“오랜만이야, 형제.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등을 두드리더니 마구 문지르는 거친 손길에 키이스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잔뜩 찡그린 얼굴이 그의 기분을 대변했다. 한편 연우는 그가 뱉은 단어에 귀가 쫑긋 섰다.
형제? 키이스의 형제라고?
뒤이어 키이스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에겐 아버지는 다르지만 한 오메가의 배 속에서 나온 이부형제가 있다고. 이 남자가 그중 하나일까?
신기해하며 바라보는데, 갑자기 남자가 연우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순간 연우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지만 헤이든이라는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요란한 소리로 웃어 댔다.
“이야, 이게 네 오메가구나. 반가워, 난 헤이든이야. 오, 미인인걸. 미안하지만 난 완성된 미인은 별로 안 좋아하지.”
멈추지 않고 떠들어 대는 말에 정신이 혼미해진 연우와는 달리 키이스는 이를 갈며 그를 노려보았다.
“헛소리 집어치워, 네가 연우를 좋아해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
거친 반응에 연우가 움칠했다. 하지만 키이스는 이제 남아 있는 인내심이 얼마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연우에게 다른 녀석의 페로몬이 묻어 있어서 화가 치미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이부형제가 길을 막다니 될 소리인가.
그러나 헤이든은 이부형제의 이런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았다.
“가족끼리 친하게 지내면 좋지, 안 그래? 아, 어쨌든 아쉽다. 바이런과 질리언도 아쉬워했어. 너도 알잖아, 그 녀석들이 전에…….”
흘긋 자신에게 향한 헤이든의 시선이 섬뜩하다고 느꼈을 때, 키이스가 연우를 팔을 잡아 자신의 등 뒤로 끌어당겼다. 덕분에 연우는 완전히 키이스의 뒤로 숨어 버리고, 그제야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꺼져, 우린 이만 돌아가야 하니까.”
“키이스.”
헤이든이 돌아서려는 그를 붙잡았다.
“하나만 물어볼게,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물어볼 틈이 없었어.”
“뭔데?”
짜증스러운 물음에 헤이든이 입을 열었다.
“네가 예전부터 좋아했다던 비서가 네 등 뒤에 있는 그 녀석이야?”
순간 키이스의 등이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얼어붙은 건 연우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게 무슨 소리야?
연우는 키이스를 올려다봤지만 뒤통수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에 퍼지는 싸늘한 분위기는 키이스가 적잖이 당황했다는 걸 느끼게 해 줬다.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키이스가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 소리를 들은 연우는 또 한 번 놀랐다. 키이스가 말을 더듬었어?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키이스는 연우의 팔을 붙잡은 채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연우는 뛰듯이 그를 쫓아가면서도 뒤를 돌아다봤다. 헤이든은 한쪽 바지에 손을 꽂은 채 다른 손을 연우를 향해 흔들었다. 키이스에게서는 계속해서 어지러운 페로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 *
호텔로 돌아오는 동안 키이스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연우는 흘긋거리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키이스의 기분이 최악이라는 건 장님이라도 알 것이다.
“저기, 키이스.”
조심스럽게 운을 떼자 곧바로 그의 예리한 시선이 날아왔다. 멈칫했던 연우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 같아. 그…… 우리가 서로 좋아했다는 걸.”
연우는 일부러 ‘우리가’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걸 우리만 몰랐던 것도 우습지 않아?”
가볍게 미소까지 지어 보였지만 키이스는 전혀 웃지 않았다. 이내 연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어깨가 늘어졌다. 결국 침묵 속에서 차는 호텔에 다다랐다.
둘 사이의 침묵이 깨진 것은 방에 도착한 다음이었다.
“날 좋아했던 걸 사람들이 안다는 게 당신은 그렇게 기분이 상해?”
참다못해 연우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뭐?”
재킷을 벗던 키이스가 찡그린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연우는 왠지 억울해져서 한탄하듯 말을 이었다.
“계속 그런 태도잖아. 줄곧 화가 나 있잖아.”
“그런 게 아냐.”
“아니긴 뭐가 아냐. 나도 눈이 있어.”
연우의 도발에 키이스가 멈칫했다. 한동안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하아, 결국 키이스의 한숨 소리가 침묵을 깨뜨렸다.
“그런 게 아냐.”
키이스는 아까보다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
“내가, 과도하게 반응한 건 맞아… 이유가 있어.”
“뭔데?”
괴로운 듯 두 손으로 얼굴을 마구 문질렀던 키이스가 실토했다.
“그 쓰레기들한테 굳이 너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어.”
한 명은 친구고 한 명은 형제 아닌가?
납득하지 못하는 연우의 표정을 보고 키이스는 이내 내뱉었다.
“네가 이해하지 못할 줄 알았어.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어, 다시 만날 일도 없으니까.”
“아니, 나도 굳이 만나겠다는 건 아닌데…….”
뭔가 이상한 기분에 눈을 깜박였던 연우가 아, 하고 문득 깨달았다.
“예전에 혹시, 나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 형제들한테?”
“내가 아냐, 그레이슨이.”
대답은 너무나 빠르게 질러 왔다. 으윽, 괴로운 듯 신음을 뱉었던 키이스가 중얼거렸다.
“그 자식이 다 망쳤어.”
뭘 망쳤다는 얘기지? 연우는 궁금해하며 다음을 기다렸다. 한동안 말이 없던 키이스가 힘없이 혼잣말을 했다.
“내가 널 좋아하는 걸 깨닫기도 전에 그 자식이 먼저 눈치를 채서…….”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다고?”
키이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잔뜩 화가 난 얼굴이 대답을 대신했다.
<좋겠다!>
연우는 굳이 보지 않아도 눈앞에 선했다. 그레이슨이 얼마나 많은 곳에 키이스에 관한 얘기를 떠들고 다녔을지.
<키이스 그 자식이 드디어 사랑에 빠졌어. 부러워, 나도 어서 내 사랑을 찾았으면.>
“……그레이슨만 알고 있었던 건 아냐.”
연우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곧바로 키이스가 고개를 들고, 연우는 어렵게 고백했다.
“비서실에서 들었는데…… 다들 알고 있었대. 당신이랑 내가, 서로 좋아했던 걸.”
“…….”
키이스가 망연히 연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연우는 최대한 가볍게 덧붙였다.
“말했잖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서로 좋아했던 걸 알더라고.”
“…….”
“우리만 몰랐나 봐.”
“……아아.”
키이스가 맥 빠진 한숨 소리를 냈다. 축 늘어진 그의 두 손을 맞잡은 연우가 그를 올려다봤다.
“우리, 좀 바보 같지 않아?”
“좀?”
“아주 많이.”
연우가 웃음을 터뜨리자 키이스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연우는 그의 손을 놓고 대신 두 뺨을 감싸며 입술에 키스했다. 지그시 눌렀던 입술을 떼고 연우가 속삭였다.
“그래도 이제 괜찮아, 우리도 알게 됐으니까.”
작게 웃음소리를 내는 연우를 키이스가 가만히 쳐다보았다.
“아……!”
갑자기 키이스가 연우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얼떨결에 끌려간 연우에게 곧바로 키이스의 입술이 내려왔다. 으응, 신음이 서로의 입 안으로 삼켜지고, 연우는 자연스럽게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커다란 손이 엉덩이를 움켜쥐더니 거칠게 주물렀다. 하아, 키이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참았어.”
한탄 같은 음성에 연우도 멍하니 중얼거렸다.
“나도.”
부풀어 오른 앞섶이 서로에게 닿았다. 키이스는 망설이지 않고 연우를 안아 들더니 곧바로 침실로 향했다. 그동안 감기를 이유로 둘은 키스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오늘은 그동안 쌓였던 욕구를 모두 풀 생각으로 양쪽 다 마음이 급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키이스가 머리 위로 셔츠를 끌어 올려 벗어 던졌다. 연우 또한 급하게 바지를 벗는데, 키이스가 먼저 그것을 잡아 속옷과 함께 벗겨 버렸다. 눈앞에 훤히 드러난 하얀 다리에 곧바로 키이스의 입술이 내려왔다. 쪽, 쪽 소리를 내며 살을 빨아들이는 입술이 점차 위로 올라왔다. 연우는 발가락을 오므리며 그가 키스를 할 때마다 퍼지는 전기에 흠칫흠칫 몸을 떨었다.
허벅지 안쪽을 깨문 그가 부드러운 살을 놓아주었다. 연우는 기대에 차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벌써 뒤쪽은 젖어 들고 있었다. 당장 키이스가 안으로 들어온다고 해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몸을 떨면서 기다리는데, 불현듯 키이스가 입을 열었다.
“연우.”
“……왜, 왜?”
거친 숨결 사이로 묻자 키이스의 음성이 이어졌다.
“기억해? 예전에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채 눈만 깜박이는 연우에게 키이스가 웃음을 지었다.
“내 침대 위에서 자위했잖아.”
“…….”
연우는 즉시 반응하지 못하고 그냥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키이스가 한 말을 이해한 것은 몇 초가 더 흐른 뒤였다.
“……!”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오른 연우의 얼굴을 확인한 키이스가 낮은 소리로 웃었다.
“다시 해 봐, 지금.”
“뭐?”
연우는 다급하게 소리쳤으나 키이스는 진심이었다.
“해 보라고, 지금. 보고 싶으니까.”
순간 당황해 연우는 고개를 저었다.
“시, 싫어.”
“어째서?”
키이스가 웃으며 연우의 허벅지 뒤쪽을 잡아 올렸다. 곧이어 젖어 있던 구멍이 드러나고, 곧바로 키이스가 혀를 내밀어 그곳을 핥았다.
“……히익!”
연우는 놀라 비명과 함께 손으로 입을 막았다. 짧은 자극에도 온몸을 덜덜 떠는 그를 보며 키이스는 말했다.
“해 봐, 할 수 있잖아. 그렇지?”
이런 걸 시키면서 웃다니. 연우는 갑자기 억울해졌다.
“나만 시키는 건 불공평 해. 당신도 한다고 하면, 나도 할게.”
딴에는 당찬 요구를 했으나 잘못된 판단이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키이스는 자신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뭐, 뭐야?”
눈이 휘둥그레진 연우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자 키이스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성기를 안에서 꺼내 손에 쥐었다.
“내가 하면 너도 한다면서. 지금 할 테니까 너도 하라고.”
“자, 잠깐……!”
말을 되돌릴 여유도 없이 키이스가 쥐고 있던 성기를 훑기 시작했다. 반쯤 서 있던 페니스는 이내 팽창해 혈관이 두드러졌다. 둥근 귀두를 엄지손가락 끝으로 어루만지며 긴 기둥을 훑는 커다란 손에, 연우는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다.
“연우.”
키이스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그가 남은 손을 연우의 무릎에 대더니 다짜고짜 옆으로 활짝 벌렸다.
“……!”
미처 막을 틈도 없이 가랑이가 훤히 드러났다. 놀란 연우가 숨을 삼켰으나 키이스는 전혀 멈추지 않았다. 집요한 시선은 연우의 고간에 고정한 채, 길고 두꺼운 성기를 훑으며 왕복하는 손만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연우는 그의 끈질긴 시선이 두려울 정도였으나 한편으로는 흥분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회음이 찌르르 떨리고, 구멍이 저절로 오물거릴 정도였다. 저 굵고 커다란 것을 자신의 배 속에 넣고 싶었다. 가장 깊은 곳까지 찔러서 임신시켜 주면 좋겠다. 저 뜨거운 정액을 전부 내 안에 넣어 줬으면……!
“아!”
순간 뭔가가 얼굴에 끼얹어져 연우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뱉으며 눈을 감았다. 벌어진 입안으로 짠맛이 감돌았다. 멍하니 눈을 뜨자 거친 숨을 헐떡이며 키이스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
그는 만족스러운 듯 명령했다.
“네 차례야.”
순간 연우는 당황해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다. 자위를 하라고? 나한테? 저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나보고 하라는 얘기야?
너무나 수치스러운데 몸은 다른 걸 말하고 있었다. 자신의 성기가 반쯤 일어나 떨고 있는 것을 보자 연우는 기가 막혔다. 어쩌면 나는 이렇게 음란할까.
하아, 연우의 입술에서 탄식과 같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의 손이 아래로 향하고, 한 손이 엉덩이를 잡아 벌려 구멍을 드러냈다.
키이스에게서 흘러나오는 페로몬 향이 한층 더 진해진다. 명백히 흥분한 그의 앞에서 연우는 자신의 벌어진 구멍에 손가락을 넣었다.
“으, 으응, 응.”
저절로 목 안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덜덜 떨리는 엉덩이가 움칠거리며 튀어올랐고, 그만 벌리고 있던 손을 놓쳐 버렸다. 아직 자신의 안에 들어왔던 손가락을 구멍이 꽉 깨물자 저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찌걱거리며 애액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연우는 상체를 기울여 어떻게든 더 안쪽까지 쑤셔 보려 애를 썼다. 하지만 애가 타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은 입구를 깔짝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아, 키이스…….”
결국 애절한 신음이 흘러나왔을 때, 키이스가 그의 엉덩이를 잡아 구멍을 훤히 열어젖히며 성기를 들이밀었다.
“……!”
아직 손가락을 넣은 채였던 연우는 놀라 허리를 들썩였다. 하지만 키이스는 연우의 손목을 붙잡아 고정하고 그대로 자신을 밀어넣었다. 두꺼운 성기가 안으로 들어올 때마다 손가락이 꽉 끼여 구멍이 한계까지 벌어졌다.
“아, 아…… 너, 너무 커…… 아파!”
연우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반쯤 들어간 손가락이 구멍 안에서 키이스의 성기의 감쌌다. 그는 바르작거리며 어떻게든 손가락을 빼내려 애를 썼지만 그런 움직임에는 아랑곳없이 키이스는 계속해서 안을 넓히며 들어왔다.
“아……!”
간신히 손가락을 전부 뺐을 때, 빈 공간이 사라지기 전 찰나의 순간 키이스가 아래를 쳐올렸다. 높은 비명을 지르며 그만 발작적으로 떠는 몸을 끌어안고 그가 허리를 쳐 대기 시작했다. 찌걱거리며 성기가 안을 드나들 때마다 저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연우, 연우…….”
헐떡이는 숨 사이로 키이스가 그의 이름을 연거푸 불렀다. 배 속에서 팽창하는 성기가 내벽을 꾹꾹 누르며 안쪽을 질러 왔다.
아, 어쩌면.
연우는 문득 떠올렸다. 지금일지도 몰라.
“키이스……!”
높은 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목을 끌어안았을 때, 키이스가 연우의 안에 사정했다.
* * *
“아이는 생기지 않을 거야.”
배 속 가득히 차오른 정액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던 연우에게 아직 거친 숨이 남아 있던 키이스가 선언했다.
“실망해도 소용없어.”
키이스의 말에 연우는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깨달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키이스가 괴로워하는 것은 싫으니까.
“그럼, 대신에.”
연우가 말문을 열자 키이스가 멈칫했다. 배 속의 페니스가 안을 찌르는 감각에 움찔 놀랐던 연우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일을 하게 해 줘.”
“일이라고?”
난데없이 무슨 소리냐는 듯이 키이스가 물었다. 연우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낮에 했던 생각을 입에 담았다.
“오랜만에 일을 하니까 너무 좋더라고…… 내 건강을 걱정하는 건 알아. 나도 주의해서 일이 힘들지 않은 곳을 찾을 거야. 그러니까,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줘.”
“…….”
키이스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진심으로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했다.
“……일부러 지금 말하는 건가?”
키이스가 의심스럽게 물었다. 사정을 하고 난 뒤에 저절로 생기는 관대함을 이용하는 건지 묻는 것이다. 아주 결백하진 않았기 때문에 연우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이를 갖자고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
키이스는 다시 말이 없어졌다. 심난한 얼굴과는 반대로 아래쪽의 성기는 다시 힘을 되찾고 있었다. 배 속이 또다시 팽창하는 것을 느끼며 연우가 얼굴을 일그러뜨리자 그것을 본 키이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도와줄게. 단, 몸이 나빠지면 바로 그만둬야 해.”
“물론이지!”
연우는 기쁨에 차 곧바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키스 사이로 한숨을 내쉰 키이스가 혼잣말을 했다.
“차라리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걸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더 값어치가 있는 거잖아.”
연우의 말에 키이스는 벌을 주려는 듯이 살짝 그의 혀를 깨물었다. 소리 내어 웃은 연우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키이스, 이번엔 내가 당신 위로 올라갈까?”
말이 끝나자마자 키이스가 그의 허리를 안아 반 바퀴를 굴렀다. 이내 키이스의 몸 위로 올라간 연우는 다시금 웃음을 터뜨렸으나 그것은 곧 키스 사이로 사라졌다.
그들이 둘째를 가지게 되는 건, 좀 더 나중의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