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가이드 1팀의 2년 차 가이드, 주진호 주임은 울고 싶었다.
온몸을 바쳐 도지윤의 폭주를 막은 가이드 1팀의 빛이자, 4구역 센터의 영웅인 이 대리 때문이다. 그 사건 이후. 도지윤의 역가이딩에 병원에 하루 입원한 이 대리는 곧바로 복귀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중앙에서 내려온 특별 감사팀에도 해당 내용을 진술하러 끌려다니고, 에스퍼 실장과 센터장에게도 보고하러 이리저리 불려 다녔다.
그 와중에 언론에 ‘S급 에스퍼의 폭주를 막은 B급 가이드’란 기사가 대서특필되어, 여기저기 인터뷰도 들어오는 것 같았지만 이 대리는 죄다 거절했다고 한다. 덕분에 인터넷상에 둘의 러브스토리가 온갖 휘황찬란한 방향으로 각색되어 퍼지고 있었다. 이 대리는 바빠서 그런 유언비어가 퍼지는 것도 모르는 것 같았고, 도지윤은 알고 은근히 즐기며 소문이 더 퍼지기를 불 지피고 있었다.
원래부터 주 주임은 이 대리의 건강의 적신호인 도지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싫어함은 요즘 최정점을 찍어 주 주임은 도지윤이 나타날 때마다 도끼눈을 만들며 쳐다보기 바빴다.
왜 사고는 저 새끼가 쳤는데, 뛰어다니며 바쁜 것은 우리 이 대리인가 말인가. 그리고 왜 이 대리가 예전 도지윤의 ‘임시 전담 가이드’를 맡았던 때처럼, 도지윤이 이 대리에게 딱 달라붙어 있는 것인가.
도지윤 저 새끼는 폭주도 일으켰는데 어디 안 잡혀가나? 중앙이라든가, 군대라든가, 그것도 아니라면 하다못해 괴수한테라도!
출근한 이 대리 뒤에, 예전과 같이 관상용 화초처럼 곱게 앉아 있는 도지윤을 보자니 속이 절로 뒤틀렸다.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대리의 태도도 이상했다.
예전 같으면 자연스럽게 도지윤의 손길을 받지만 무심하게 넘겼을 이 대리가, 자꾸 도지윤을 돌아보며 웃어주고 다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흰 눈으로 그 꼴을 보고 있자니, 도지윤과 시선이 마주쳤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리는 도지윤의 얼굴은 명백한 비웃음을 담고 있었다.
***
도지윤의 폭주 이후 실험동은 폐쇄되었다.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부수고 다시 짓는 것이 나을 것이라 센터에서는 판단했다. 사무동 일부가, 특히 가이드 실장실은 완전히 붕괴되었고, 정원조차도 반파되었다. 그나마 멀쩡한 건물은 정원을 중심으로 실험동과 데칼코마니처럼 위치해있던 가이딩 지원실이었다.
많은 수의 에스퍼를 시설팀으로 파견 보내, 센터 복구를 목표로 최단기 공정이 세워졌다. 모두가 미쳤다고 외치는 공정이었지만 시설팀의 의지는 결연해서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실은 시설팀의 의지가 아니라 진급에 눈이 먼 시설팀 팀장의 의지였다.
에스퍼들의 훈련 계획이 축소되고, 대부분 시설팀 지원으로 변경되었다. 가이드들은 에스퍼들이 훈련으로 힘을 쓰나 센터 복구로 힘을 쓰나 힘을 쓰는 것은 매한가지였기에 변함없이 가이딩을 해야 했다.
윤 주임은 도지윤의 폭주 사건 때, 실험에 같이 참가했던 가이드로 대퇴골이 골절되어 8주간의 병휴를 받았다.
“윤 주임. 괜찮아요?”
“대리님!”
이 대리는 감사와 각종 보고서를 쓰던 와중에 짬을 내어, 주 주임과 도지윤과 함께 윤 주임의 병문안을 왔다. 도지윤은 도대체 왜 따라왔는지 모르겠다.
“마땅히 사 올 게 없어서 이런 거나 들고 왔습니다.”
주 주임은 이 대리가 유명 베이커리에서 세심하게 빵을 고르던 모습을 기억하는데, 저렇게 배려심 넘치고 겸손하게 말하는 것에 새삼 감동 받았다. 물론 그 베이커리 안에서 빵을 고르는 이 대리의 옆에서 ‘대충 골라요. 왜 이렇게 열심히 골라요.’ 하고 말하며 틱틱거렸던 도지윤은 기억에서 삭제해버린 지 오래였다.
“그냥 오셔도 되는데!”
다리에 깁스를 한 밝은 표정의 윤 주임은 이 대리와 주 주임을 반겨주었다. 도지윤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다리는 괜찮아요?”
“네!”
“회사 업무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일이 있어서….”
이 대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침통하게 중얼거리자 주 주임의 가슴도 같이 뭉클해졌지만, 도지윤이 더 빨랐다. 이 대리의 옆에 있던 도지윤은 재빨리 손을 들어 이 대리의 미간 주름을 펴주었다. 잠시 병실에 침묵에 휩싸이고, 이 대리가 도지윤의 손을 잡아 내렸다. 도지윤은 만족한 듯 이 대리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죄송합니다. 윤 주임. 생각해보니 제가 생각 없이 가… 해… 자… 를 데려왔네요.”
이 대리는 ‘가해자’를 발음할 때, 도지윤을 흘끔흘끔 거리며 말했으나 도지윤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아니에요. 대리님. 저 이번에 산재 신청할 거예요!”
윤 주임은 그사이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병휴를, 특히 더 이상 도지윤의 가이드를 안 맡아도 된다고 해서 더더욱 기뻐했다. 도지윤 쪽으로는 고개도,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연신 이 대리만 보고 방긋방긋 웃어대는 모습에 주 주임은 기이한 동질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것을 예민한 도지윤도 느꼈던 것인지, 도지윤이 잠시 윤 주임을 빤히 쳐다보더니 이 대리에게 고개를 돌려 말을 했다.
“나가요. 대리님.”
“네? 이제 왔는데, 어딜 갑니까.”
“나가요.”
막무가내로 나가자고 하는 도지윤을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대리에게 동정심이 들었지만, 주 주임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 잠시 밖에 좀 다녀올게요.”
결국 어색하게 웃은 이 대리가 도지윤을 이끌고 밖으로 나갔다. 문 너머로 ‘왜 이래요. 도지윤 에스퍼!’ 하고 작게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주 주임님.”
도지윤과 이 대리가 나가자마자, 웃고 있던 윤 주임의 얼굴이 억울하다는 듯이 표독스러워졌다.
“네?”
“전 억울해요.”
“…네?”
“전 그 실험에서 가이딩의 ‘가’도 해본 적이 없단 말이에요!”
주 주임은 윤 주임의 말에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도지윤에게 소심하게 복수할 요량으로, 도지윤이 가이딩에 고통을 느낀다는 말을 듣고 실험이 시작하자마자 풀파워로 가이딩을 할 준비를 했던 윤 주임은, 그러나 실험이 시작하자마자 에너지를 흘려보내 보지도 못하고 기절했다고 한다.
“깨어보니까 센터는 개판 나 있고, 다리는 부러져 있고!”
억울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윤 주임을 보며 주 주임은 ‘역시 도지윤은 ‘이 씨발 미친 또라이 개새끼’로구만.’이라 감탄했다. 주 주임과 윤 주임이 도지윤에 대한 적개심으로 동질감을 느끼고 있을 때, 다시 문이 벌컥 열리며 도지윤과 이 대리가 들어왔다.
“미안합니다. 윤 주임. 사무실로 급히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윤 주임과 주 주임은 아무 말도 안 했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며, 이 대리와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주 주임은 어떻게 하실래요? 어차피 사택 사시니 데려다 드릴까요?”
올 때도 이 대리의 차를 얻어 타고 온 주 주임은, 그러겠다고 냉큼 대답하려 했으나 이 대리의 뒤에서 살기를 피워대며 노려보는 도지윤의 얼굴에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어야 했다.
“아니에요. 대리님. 윤 주임하고 얘기 좀 하다가 알아서 들어갈게요.”
“알겠습니다. 너무 빨리 가서 미안해요. 윤 주임.”
미안한 듯이 웃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한 이 대리는 도지윤을 달고 병문 밖으로 사라졌다.
“…도지윤 개새끼.”
그리고 둘이 사라지자마자 윤 주임의 입에서 욕설이 바로 뛰쳐나왔고, 주 주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
금요일 오후였던 그날이 끝나고, 주말 내내 이 대리를 볼 생각에 설렜던 주 주임은 월요일 출근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 대리가 센터장에게 일주일의 특별 휴가를 받아 그 주 내내 부재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던 것이다.
이 대리의 휴가 기간 동안 가이드 팀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도지윤의 폭주와 관련하여, ‘S급 에스퍼의 3주간 가이딩 무실적’에 대해서 중앙의 감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도지윤은 답지 않게 ‘가이딩 품질 불만족’에 대해 시스템상으로 열심히 문제 제기를 해온 이력이 있어, 이것 또한 증빙으로 사용돼 ‘전’ 가이드 실장에게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했다.
‘전’ 가이드 실장은 이에 대해 윤 주임의 잘못으로 어떻게 해서든 몰아보려고 했다. 윤 주임의 약점을 잡아내어 엮어보려고 했지만 윤 주임은 고작 1개월 차의 신입이라 털어서 나올 것이 없었다. 거기다가 윤 주임의 아버지인 타 센터 가이드 실장의 정치력이 더 셌던 것인지, 그 시도는 실패했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동기였던 ‘전’ 가이드 실장과 윤 주임의 아버지와의 관계만 악화되어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결국 ‘S급 에스퍼의 3주간 가이딩 무실적’의 책임은 ‘전’ 가이드 실장 홀로 다 뒤집어쓰게 되었다.
하지만 주 주임에게 이런 것 따위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주 주임.”
“…….”
“주 주임!”
“네?”
“요즘 정신을 놓고 다니네요? 무슨 일 있어요?”
김하영 주임에게 지적을 받자, 주 주임을 얼굴을 살짝 붉혔다. 김 주임의 말은 사실이었다. 주 주임은 도지윤의 폭주 이후부터 계속 정신을 놓고 살았다. 그 이유는 그날, 지진이 재앙처럼 모든 것을 흔들던 그날, 이 대리가 자신을 품에 꼭 껴안았던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땅과 건물을 흔들던 지진은, 이 대리를 향한 주 주임의 마음도 흔들어 놓았다. 단순히 유능한 선배를 향한 동경일 거라 의심치 않았던 마음이 다른 방향으로 변이되는 것이 느껴졌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자꾸 이 대리 쪽으로 눈길이 가고, 눈을 감으면 이 대리의 품에서 풍겼던 달콤한 향기가 생각났다. 이 대리를 향한 마음은 점점 커져 가는데 제 속도 모르는 이 대리는 다시 도지윤의 ‘임시 전담 가이드’를 맡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지윤과 지금은 센터장 직무 대행을 맡은 에스퍼 실장이 그에게 ‘전담 가이드’를 시키려고 했으나 이 대리가 거부를 했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주 주임은 안심을 했으나, 거부한 이유가 도지윤이 2개월의 정직을 먹어 수입원이 없으니 이 대리가 먹여 살리기 위해서였다. ‘전담 가이드’를 하게 되면 수당이 줄어든다. 이 사실을 듣고 주 주임은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각이 서지 않았다.
주 주임은 이 대리가 옥상으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를 찾아 옥상으로 가고 있었다. 아직 시리고 차가운 겨울이 한창이었다. 주 주임은 제 마음을 이 대리에게 고백해, 도지윤에게 속고 있는 이 대리의 눈을 뜨게 만들어 주겠다고 결심했다. 옥상의 황량한 하늘정원에 들어선 주 주임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이 대리를 찾았다. 하지만 이 대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를 찾아 생각보다 넓은 옥상을 천천히 걸었다.
고백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심장 밖으로 튀어나올 듯 두근거렸지만 묘한 자신감 또한 흥분과 함께 치솟았다. 안 계시는 건가, 하는 실망감으로 주변을 둘러보다 몸을 돌렸을 때였다.
“읏.”
작은 소리가 들렸다. 짧은 소리였지만, 익숙한 목소리였기에 주 주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야 말았다. 하늘정원의 가장 안쪽, 깊숙한 곳의 건물 벽과 공조실 사이의 작은 틈에 두 인영이 섞여 있었다. 하얀색 가이드복을 입고 있는 사람의 얼굴은 주 주임의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 있어 보이지 않았고, 검은색의 에스퍼복을 입고 있는 사람은 도지윤이었다. 주 주임과 눈이 마주치자, 도지윤이 혀를 길게 빼 가이드의 목을 핥아 올라가 귀를 씹었다.
“도지윤. 좀 떨어져. 밖에서 왜 이래요.”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였지만, 적막한 하늘정원에서 주 주임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이 대리였다. 도지윤은 주 주임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이 대리에게 말했다.
“조금만요. 대리님. 아까부터 계속 핥고 싶었단 말이에요.”
주 주임이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치자, 작은 발걸음 소리가 났다. 그러자 이 대리의 몸이 후드득 튀어 올랐지만 도지윤이 힘을 줘서 못 움직이게 가둬버렸다.
“도지윤 에스퍼. 아니, 지윤아… 방금 소리, 사람 있는… 읏.”
도지윤이 손이 이 대리의 상의 속으로 사라졌다.
“고양이에요. 대리님. 아무도 없어요.”
도지윤은 여전히 주 주임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지만 태연히 거짓말을 했다. 그 모습에 분해진 주 주임은 입술을 꾹 깨물고 패잔병처럼 등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1차 시도는 실패였다.
며칠 후, 주 주임은 심기일전하고 다시 이 대리에게 제 마음을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사이에 이 대리와 도지윤은 누가 봐도 연애를 하고 있었지만, 차마 무서워서 물어보질 못했다. 하지만 김 주임이나 최 주임, 이 주임 또는 다른 가이드들은 이미 혀를 차고 있었다.
도지윤이 드디어 이 대리를 꾀어냈다고.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주 주임은 집에서 베개를 팡팡 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우리 이 대리님이 어디가 부족해서 왜 그딴 놈이랑 연애를 해!
2차 시도는 이 대리가 보통 가이딩 업무를 끝내고 나오는 3시쯤에 이루어졌다. 에스퍼 놈들의 초코파이는 죄다 가져다 버렸지만, 일부러 유명 베이커리에서 사 온 초콜릿이 주 주임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 시간에 도지윤은 개인 일정을 소화하러 사라져야 했으니, 지금이 가장 좋은 적기였다. 로비 1층에서 이 대리가 보이길 기다리며 차분히 앉아있자, 누군가 자신의 뒤에 서 음영을 만들어 내었다.
이 떨리는 순간에 방해자가 누구인가 하는 마음으로 인상을 쓰며 돌아보자, 거기엔 맹한 웃음을 띤 도지윤이 서 있었다. 하지만 이 대리에게 보이는 ‘나는 무해합니다. 맹~’ 같은 웃음이 아닌 ‘네까짓 게? 맹~’ 하는 웃음이라 주 주임은 기분이 상했다. 잠시 서로 간의 눈싸움이 있었다. 주 주임은 쫄아서 눈을 내리깔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사랑을 위한 역경을 버티기 위해 힘을 주었다. 그러자 도지윤이 천천히 입을 열어 느릿느릿 말을 했다.
“내가 가이드를 못 죽일 거라 생각하지 마.”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남기고 도지윤은 돌아섰다. 2차 시도의 실패였다.
쓰린 마음을 부여잡고 팀으로 돌아오자, 이 대리는 어느새 자리에 앉아 행정업무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괜스레 서러워져 주 주임은 이 대리에게 물었다.
“대리님. 도지윤 에스퍼랑 사귀어요?”
서러운 주 주임의 마음과 비례하여 엄청 커진 목소리에 주 주임 스스로도 놀랐지만, 애써 침착한 척했다. 깜짝 놀란 이 대리가 눈을 크게 뜨며 주 주임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얼굴을 살짝 붉히고, 눈썹을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네. 저희 사귀기로 했어요.”
그 모습을 보며 주 주임은 심장이 쿵 내려앉음을 느꼈다. 당황과 황당 그 사이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벌리고 서 있자, 최 주임이 냉큼 물어온다.
“각인은 안 하세요?”
그러자 이 대리의 얼굴이 좀 더 붉어지고, 눈꼬리가 아래로 내려가며 휘어졌다. 입술이 살짝 올라가며 수줍지만 기쁜 듯이 얼굴이 밝게 빛이 났다.
“지금 생각 중이긴 한데, 날씨 풀리면 본격적으로 하려고요.”
“우와. 축하해요. 대리님!”
“아, 도지윤 에스퍼에겐 말하지 마세요. 일단 제 생각일 뿐이라….”
“네네. 비밀 엄수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대리의 열렬한 팬이자 일거수일투족을 다 꿰고 있는 주 주임은 알고 있었다. 이 대리의 주변을 맴도는 도지윤이 붙여놓은 에스퍼 놈이, 지금도 문밖에서 아닌 척 이 대리가 하고 있는 말을 다 듣고 있을 그 에스퍼 놈이 재빠르게 도지윤에게 알림을 줄 것이라는 것을. 주 주임의 짝사랑은 그렇게 끝이 났다.
B급 가이드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