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
격노왕 (2)
[선제 공격][퀘스트]
최근 강력한 힘을 얻어 주변을 어지럽히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던 격노왕이 자신의 친서를 통해 커다란 야심을 드러났다.
그가 주변의 마을과 도시를 공격하기 전 요격하여 혼란을 막아라.
-성공 조건 : 격노왕의 죽음
-성공 보상 : 대량의 명성, 100골드, 유니크 액세서리 상자
-제한 시간 : 239 : 59 : 59
의회는 격노왕의 변명 따위는 들을 생각도 없었다.
이미 여러 전문가와 마법적 확인을 통해 격노왕이 직접 쓴 친서라는 것이 드러났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긴 했지만 갑작스러울 만큼 빠르게 그의 처단을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로칸에게 퀘스트를 내려 그 임무를 맡겼다.
그것도 대량의 명성과 1백 골드나 되는 거금, 거기다 유니크 액세서리 상자라는 거창한 보상까지 걸고서.
특히 액세서리는 아예 드롭률 자체가 극악해서 매물 자체가 경매장에도 돌지 않거나 바로 사라지는 까닭에 로칸조차 아직 구하지 못한 부위가 많을 정도였으니 엄청난 보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어렵다는 거겠지.’
문제는 그만큼 난이도 또한 높을 것이라는 것이다.
일대일로라면 격노왕과 당장 맞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문제는 놈에게까지 닿는 과정이었다.
놈이 있는 코메오 산에는 무려 수백 명의 산적들이 기거하는 산채가 몇 개나 있었고, 일정 지점을 넘어가는 순간 그들이 연합하여 덤벼들 테니까.
그럼 암살을 하는 것은 어떨까
이전의 산채 따위는 거치지 않고 은신 등을 사용해 잠입하는 것이다. 그렇게 단번에 격노왕이 진지까지 침투해 버리면 생각보다 쉽게 끝낼 수 있지 않을까
‘빌어먹을 선행 몬스터 같으니.’
그 또한 어림없는 일이었다. 격노왕을 출몰시키기 위해서는 아래 산채 중 한 곳에 위치한 중간보스 돌격왕 란스를 잡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만약 잡지 않고 피해 가면 격노왕은 ‘자리 비움’ 상태가 되어 만날 수가 없다.
격노왕 란도르와 돌격왕 란스는 친형제이고, 란스의 죽음을 전해 들은 란도르가 폐관 수련을 깨고 나온다는 설정인 것이다.
때문에 산채들에게 들키는 것과, 최악의 경우 그들에게 포위되는 것까지를 고려해야 했다.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건 다 해 먹어야겠군.”
놈을 잡으려면 로칸으로서도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일단은 징병인가 ”
가장 쉬우면서도 로칸에게 허락된 가장 큰 권한은 바로 징병이었다.
의회로부터 퀘스트와 함께 내려 받은 병사들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
무려 3백 명이나 되는 병사들에, 로칸과 레벨이 동일한 250레벨 기사도 총 열 명까지 동원할 수 있어서 그 힘은 상당히 막강한 것이었다.
“가만, 그것도 꽤 재미있겠는데 ”
게다가 병력의 구성 또한 자유.
그 조합에 대해 생각하던 로칸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가자.”
의회에 신청서를 내고 병력을 인도받은 로칸은 즉시 타이무라를 빠져나왔다.
무려 3백하고도 열이나 되는 대병력이기에 도시 내에서 어슬렁거리다가는 엄청난 민폐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제부터 민폐를 끼칠 테니 똑같은가 ’
물론 로칸이 민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올바른 성격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도시 안에서 얼쩡거리다가는 자신의 상점도 이용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좀 더 정확한 설명이겠지.
그렇게 타이무라를 빠져나온 로칸은 본격적인 꼬장을 시작했다.
“쏴라.”
타이무라 인근의 알짜 사냥터를 돌며 병력들에게 지시를 내린 것이다.
“파이어 스트라이크.”
“파이어 스트라이크.”
“파이어 스트라이…….”
콰과과광!
3백 명의 병사 중 무려 2백 명이 마법사! 그것도 현재 타이무라에서 활동하는 최고 레벨 마법사와 비슷한 수준의 실력자들이었다.
그들이 일시에 강력한 범위 화염 마법을 쏘아 대니 사냥터는 초토화되고 사냥하던 유저들은 사냥감은 물론 사냥터 자체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게 무슨…….”
망연자실.
그러나 함부로 화를 내거나 덤벼들 수도 없었다. 그러기엔 그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고, 능력의 차이도 압도적이었다.
“개자식들! 어디서 행패야!”
물론, 그런 것을 개의치 않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다.
NPC인 그들이 이러는 것에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만, 사냥터의 사냥감을 일시에 몰살시키고 나오는 족족 녹여 버리는 탓에 사냥이 불가능해지자 버럭 화를 내며 따지고 드는 자들이.
[비누떨어졌다 님이 병사 76을 공격하였습니다. 정당방위 및 공무 집행 방해가 성립됩니다. 대응하시겠습니까 무대응/제압(체포)/즉결 처분.]
“즉결 처분.”
그런 자들에게는 냉정한 판결이 내려졌다. 어디까지나 로칸은 의회의 명을 받들어 공무를 수행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격노왕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일지라도 ‘병사들의 성장’ 따위의 이유를 들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공무 수행 중으로 판정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방해하는 자들에게는 가혹한 처분이 내려졌다.
“크아아악!”
특히나 로칸의 임무가 세상을, 체제를 뒤엎으려는 반역자 격노왕의 격살이기에 방해하는 자들에 대한 즉시 사살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게 덤벼드는 몇 놈을 해치우자 더 이상 그들의 행사에 토를 다는 이들이 없었고, 로칸은 여유롭게 알짜 사냥터를 홀랑 털어먹으며 인벤토리 그득하게 아이템을 쌓았다.
아쉽게도 그들이 몬스터를 사냥하는 경험치는 나눠지지 않았지만 아이템만큼은 확실하게 챙기며 며칠이나 사냥터 뺑뺑이를 돌았다.
‘시간제한만 없었으면 시장이 붕괴됐겠군.’
만약 격노왕 사살에 시간제한이 붙지 않았다면 로칸은 몇 날 며칠 동안 사냥터를 돌며 엄청난 아이템을 시장에 풀어냈을 터였다.
남은 시간은 나흘.
격노왕이 있는 지역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할 때 꽤나 빠듯한 시간이었다.
“어쩔 수 없지. 이동한다.”
시간과 거리를 체크한 로칸은 어쩔 수 없이 이동하면서 사냥하는 것을 택했다.
그렇게 격노왕이 거점으로 삼은 코메오 산 인근까지 도착하니 남은 시간은 단 하루 남짓.
딱 한 번의 공격으로, 아무리 많아도 두 번의 공격 안에 격노왕을 잡아 내지 못한다면 퀘스트는 강제 실패하고 로칸은 퀘스트 실패 페널티를 받게 되었다.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칠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두 번은 못 할 일이긴 하지.’
로칸이 떠올린 방법은 말 그대로 뒤가 없는, 두 번은 불가능한 작전이었다.
그만큼 실패하면 페널티 또한 엄청나겠지만 잘만 풀리면 그만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기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실행에 옮겼다.
“시작하자.”
로칸의 승인이 떨어지자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칸에게 미리 지시받은 대로, 모두 동일한 마법을 발현해 냈다.
화르르륵!
“파이어 스톰!”
돌격왕 란스가 터를 잡은 산을 향해 날아든 것은 다름 아닌 화염 폭풍 마법!
놈을 고립시키고, 지형의 이점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로칸의 작전은 바로 ‘방화’였다.
화염 마법을 이용해 산 전체에 불을 지르고, 일부 마법사들은 풍계 마법으로 불길을 조종한다. 그리하여 산채로 놈들을 구워 버리고, 스스로 뛰쳐나오도록 만든다.
“거스트 오브 윈드!”
보통의 불이라면 중간에 어떻게든 잡을 수도 있겠지만 이 마법적 산불은 좀처럼 한자리에 머무는 법이 없었다.
마법적 바람을 타고 빠르게 옮겨 붙으며 순식간에 온 산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크아아악!”
“물, 물을 가져와!”
“산채에 불이 붙게 하면 안 된다! 주변의 나무라도 베어서 막아! 반대편으로 넘어뜨려!”
마법사들과 그들을 지킬 기사, 병사들은 산 아래에 남겨 두고 로칸은 불길을 뚫었다.
이미 화염 속성 저항력이라면 상당한 그였기에, 산불의 열기 따위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못하는 것이다.
‘질식 위험이 없어서 다행이군. 아니, 다행히 아닌가 ’
그나마 산불로 인한 산소 부족, 질식 효과까지는 구현이 되지 않아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산이 타오르며 발생하는 매캐한 연기와 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산소들까지 구현되었다면 불을 지르는 것만으로도 돌격왕 란스와 격노왕 란도르까지 몽땅 해치울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죽지 않고 몸을 피신했다면 이쪽 역시 안으로 진입하기 어려워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게 되었을 터였다.
“엇, 저건 ”
“적! 적이다!”
“미친 놈. 저 불길을 뚫고 ”
덕분에 불길을 뚫고 산채까지 쳐들어갈 수 있었던 로칸은 이번에도 역시, 다짜고짜 전매특허인 폭격을 날렸다.
“폭격.”
콰앙! 쾅 쾅 쾅 쾅.
그러나 폭발을 일으킨 것은 폭격만이 아니었다.
폭격은 어디까지나 적들의 견제와 불에 대한 방비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일 뿐, 진짜는 그 뒤에 던져진 ‘폭탄’과 ‘화염병’이었다.
목책을 비롯한 산채 내 건물에 불을 붙인 그것들은 한순간 크게 타오르며 외부의 불꽃까지 불러들이고 산채 전체를 금세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어, 어쩌지 ”
“도망쳐야 하나 ”
그렇게 어이없이 거점을 잃자 산적들은 일제히 혼란에 빠졌다.
산채를 버리고 도망가야 할까 어디로 누가 불을 지른 거지 그것도 이만한 산을 통째로 태우다니
뭐 하나 뚜렷한 것이 없어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노옴!”
그런 와중에 이 모든 일의 원흉일 것으로 보이는 로칸에게 달려드는 이가 있었다.
[돌격왕 란스][Lv 260]
이 산채의 주인이자 격노왕의 동생인 란스!
그가 자신의 전매특허인 돌격을 뽐내며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들이닥쳤다.
“숄더 차지!”
자신의 힘과 맷집을 믿지 못한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상대가 무기를 휘두르든 어쩌든 들이받아 버리겠다는 것이니까.
조합 스킬인지 생성 스킬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 있게 달려드는 모습에 로칸이 코웃음을 쳤다.
‘어디서 감히.’
건방을 떠는 그 콧대를 짓눌러 주기 위해 몸을 응축시키고 마주 힘을 폭발시켰다.
“숄더 차지!”
꽈앙!
몸 대 몸, 힘 대 힘, 맷집 대 맷집의 대결이었다.
가속도까지 붙인 란스가 상대적 우위를 가져가는 게 당연해 보이는 격돌이지만 상대는 로칸이었다.
발을 땅에 깊이 박아 넣으며 버텼고, 튕겨 나간 것은 오히려 란스 쪽이었다.
우당탕탕!
“크윽!”
볼썽사납게 바닥을 나뒹군 란스의 표정이 달라졌다. 아무리 쉽게 봤다지만 자신을 이렇게 쉽게 날려 버리다니.
그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역시 돌격 하나는 장난 아니군.’
결과적으로 우위를 점하기는 했지만 로칸의 몸 역시 거세게 흔들린 상태였다.
만약 방어구 강화를 마치지 않았다면 밀리는 것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알기에, 다음 공격을 막는 것에는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던져!”
그사이 란스는 부하들에게 자신의 전용 장비들을 건네받았다.
랜스와 방패.
마상창처럼 크고 두꺼운 랜스는 돌진을 통해 공격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었고, 몸을 절반 이상 가리는 방패 역시 수비용으로도, 공격용으로도 쓸 수 있을 만큼 단단했지만 이 둘을 함께 쓰는 이는 전생에도 그 이외에 없었다. 무게도 무게이거니와 거추장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란스는 인간 종족이 아닌 것 같은 커다란 덩치와 힘으로 그것을 커버하고 있었다.
“간닷!”
그렇다 보니 장비를 완전히 갖춘 놈의 돌진은 꽤나 무시무시할 수밖에 없었다. 방패와 랜스 중 어느 것이 튀어나와 공격을 할지 가늠할 수 없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반응이 늦으면 그 무거운 공격을 몸으로 받아 내야 했기에 로칸조차도 살짝 긴장했다.
“랜스 차지!”
“반격!”
거대한 랜스의 끝이 로칸을 때리는 순간, 로칸의 몸이 환영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정확한 타점을 노리던 란스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힘이 빠지는 그 순간을 노려 놈의 거창을 후려쳤다.
“크윽!”
그러나 옆구리에 단단히 끼운 랜스는 조금 흔들리는 정도로 그쳤다.
위력은 약해졌지만 멈추지 않고 로칸을 꿰뚫어 갔다.
그리고 그 순간, 로칸의 입에서 사악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무장 해제.”
무장 해제. 웨폰 브레이크에 포스와 스트라이크, 난무 등을 뒤섞어 상대의 무기를 집요하게 노리는 생성 스킬이 놈의 랜스를 향해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