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4
기사 대전 (1)
“이걸 벌써 얻게 되는군.”
[조사단원의 팔찌][유니크]
선임 조사단원에게 주어지는 징표. 착용자를 보조하는 조사원을 소환할 수 있다.
-하루 한 번 [조수 소환] 또는 [분신 소환] 가능
-[조수 소환]의 경우 다양한 클래스 소환 가능
-[분신 소환]의 경우 사용자 능력치의 70%를 복사한 분신 소환 가능
-충전 상태 : 1/1
-재충전 대기 시간 : 0:00
조사단원의 팔찌는 쉽게 말해 혼자서 타락한 몬스터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게끔 만들어 주는 용도였다.
로칸처럼 한 가지 클래스로만 올 인을 하고, 따로 파티를 이루지 않더라도 던전 탐사 등이 가능해지도록 만들어 주는 아이템.
예를 들어 함정이 많은 던전에서 도적 계열의 조수를 소환해 함정을 해제하는 식이다.
그 밖에 자신의 70%에 해당하는 능력치를 가진 분신을 소환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는데, 이 또한 잘만 이용한다면 적을 속일 수 있는 훌륭한 능력이었다.
‘이거 지속 시간이 30분이던가 ’
게다가 지속 시간까지 30분으로 훌륭하다.
물론 조수 소환과 분신 소환 중 한 번에 하나만 선택해서 발동시킬 수 있고, 분신도 생명력이 다하면 사라져 버리지만 그 정도 제약도 없다면 정말 무시무시한 능력이 될 터였다.
“그럼 이것도 까 볼까 ”
만족스레 팔찌를 살펴본 로칸은 다음으로 인벤토리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퀘스트 보상으로 얻은 유니크 액세서리 상자.
유니크 등급의 액세서리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니 비교적 부담 없이 개봉할 수 있었다.
주문 계열 전용의 액세서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마나양을 늘려 주기만 해도 제법 쓸모가 있을 테니까.
“허어…… 오늘 무슨 날인가 ”
[엘프의 눈물 목걸이][유니크]
엘프의 눈물이라 불리는 보석으로 만들어진 목걸이.
안정과 평화를 사랑하는 엘프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강력한 지혈 효과
-지본 체력 재생 + 200%
-모든 회복 효과 + 100%
-30초 이상 비전투 시 매 초마다 총 생명력의 1% 회복
-모든 속성 저항력 + 10%
상자에서 튀어나온 것은 초반에 획득해서 아직까지 유용하게 사용하는 눈물 에메랄드 목걸이의 상위 호환 아이템이었다.
전생의 로칸조차 계속해서 사용할 정도로 전투 계열에게 뛰어난 효율을 자랑하는 ‘졸업 템’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목걸이.
아직 착용 제한을 다 채우지 못한 반지가 나와도 좋겠다고 내심 생각하던 로칸이지만 그에 대한 미련 따위는 쉽게 접을 수 있을 만큼 훌륭한 뽑기였다.
우웅, 우웅.
때마침 로칸이 가지고 있던 소환석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기사 대전을 치를 시간이 임박한 것이다.
얼른 목걸이를 교체한 로칸은 소환석을 사용해 약속된 장소로 이동했다.
“오셨습니까.”
기사 대전이 치러질 연무장에는 데카른을 비롯한 몇몇의 병사들이 모여 있었다.
잔뜩 긴장을 한 모습이지만 실상 그들이 나설 일 따위는 없을 터였다. 만약 자신이 패한다면 모두 기권해 버리라고 미리 일러 둔 상태였으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흉흉한 기세를 뿜어 대는 상대를 앞두고 마음 편히 있기는 어려운지 잔뜩 위축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어…… ’
그들을 돌아본 뒤, 상대편 쪽으로 시선을 돌린 로칸의 시선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기존에 그들을 방문했을 때 보지 못했던 인물들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일반적인 기사들과는 다른 시선, 다른 눈빛,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 이들의 정체는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주변을 살피는 이들의 정체는 바로 유저들인 것이다.
아마도 레밍턴 영지에 소속되기로 한 유저들인 듯싶었다.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도 있겠군.’
그들이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참관을 위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들 중 한둘은 직접 출전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밍턴 영주가 데리고 있는 기사들의 평균 수준은 230~240레벨이니 센스 있고 타이틀을 제법 모은 유저들이라면 충분히 그들을 대신해 기사 대전에 나올 만한 것이다.
물론 로칸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오히려 더 상대하기 쉬웠지만.
“자, 각 영지의 영주들은 대결 순서를 적어 제출하시오.”
참관인이 선언하자 로칸과 레밍턴 영주가 움직였다.
남작이긴 해도 귀족들의 대결이었지만 참관인의 지위가 더 높은 것이다.
참관인의 이름은 카르본. 킨싱턴 의회를 대표하는 의원들 중 하나이자 로칸을 눈여겨보고 있는 자였다.
로칸이 따로 부탁을 한 것도 아니건만 어떻게 알았는지 그가 이번 기사 대전의 참관인을 자처한 것이다.
덕분에 레밍턴 영주가 줄을 댄 고위 귀족 측에서 참관하거나 귀찮게 구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래도 편파 판정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카르본의 관심은 제법 부담스러웠지만 일단 첫 단추는 안정적으로 꿸 수 있게 될 테니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의 지시에 따라 로칸과 레밍턴 영주가 각각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제출했고, 곧 대결 순서가 발표되었다.
“첫 번째 대결은 리나이 영지의 영주, 로칸 대 준기사의 작위를 받은 슈팅스타! 참관인으로서 덧붙이자면 로칸의 경우 리나이 영지의 영주이기는 하나, 기사이기도 하며 슈팅스타는 준기사의 작위로 문제의 소지가 될 수는 있으나 리나이 영주의 이견이 없다면 정상적인 대결로 판단하려 하오. 리나이 영주, 이의 있소 ”
“없습니다.”
당연히 있을 리가.
준기사라는 것은 병사 계급에서 기사 계급으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퀘스트를 앞둔 상태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이 기사 대전에서의 승리를 퀘스트로 설정한 것이겠지.
때문에 참관인 역시 그 점을 인정하여 정식 기사는 아니지만 슈팅스타라는 아이디를 가진 그의 참가를 인정했다.
‘슈팅스타라, 들어 본 것 같은데 ’
연무장으로 나서며 상대의 이름을 되뇐 로칸은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렸다.
벌써 중앙 대륙이기 때문인지 슬슬 상위권이라 하는 이들의 이름 중 익숙한 이름이 제법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슈팅스타라는 이름 역시 마찬가지.
기억에 강렬히 남을 정도는 아니지만, 언젠가 이름을 들어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스피드 타입인가 ’
오우거의 가죽으로 만든 가죽 갑옷, 전투용답지 않게 화려한 장창. 독특하다면 독특한 그 무장을 보니 비로소 기억이 났다.
“유성의 길드장이군.”
유성이라는 이름의 길드를 이끌던 유저가 저랬던 것 같다.
나중에야 제법 알려졌지만 초반에는 의외성 가득한 전투 방식으로 상대를 농락했다고 했지.
“승자전 방식에 따라 승자는 계속해서 전투를 치를 수 있으나 회복, 휴식, 소모품 사용은 일절 금한다. 첫 번째 대결! 시작하라!”
“차핫!”
의욕이 없어 보일 정도로 차분하게 상대를 살피는 로칸과 달리 녀석은 대결이 시작되자마자 로칸에게 짓쳐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페이크.
로칸이 가볍게 도끼를 휘둘러 쳐 내려는 순간, 놈이 몸을 휘돌리며 창을 회수하는가 싶더니 땅을 강하게 내리쳤다.
그리고 그 반탄력을 이용해 높이 몸을 띄웠다.
‘같잖은 수를 쓰는군.’
점프나 비행과 관련된 스킬이 붙은 장비가 있는 듯, 손에 닿을 수 없을 만큼 높이 치솟은 녀석의 창으로 어떤 힘이 몰려들었다.
“폭발하는 화염의 힘이여!”
그것은 마나였다. 마법이었다.
스피드를 중시하는 근접 계열인 듯 보였지만 놈은 창술가와 마법사 클래스를 조합한 소위 ‘마창사’ 계열의 직업인 것.
놈의 무기가 창 같기도 하지만 마법사의 지팡이 같아 보이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폭격.”
놈의 창끝으로 대량의 마나가 몰려드는 것을 확인한 로칸이 폭격으로 맞대응을 했다.
준비 동작 없이 쏘아진 손도끼가 허공에서 스스로를 이동 불가 상태로 만든 놈의 몸을 폭사시킬 듯 쏘아졌다.
“슈팅스타!”
그러나 놈 역시 만만치는 않았다. 폭격이 지척으로 날아들 때까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가, 모여든 마법의 힘으로 마주쳐 왔다.
콰앙! 콰과과광!
폭격을 찍어 누르려는 시도는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로칸이 누구인지를 이미 알고 있는 듯, 힘 싸움 대신 방향을 틀어 내는 데 집중하고 자신의 연격을 로칸에게 쏘아 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돌격.”
일반 공격도 아닌 마법 데이지였기에 로칸도 굳이 맞아 줄 생각이 없었다.
폭격의 위력만을 믿는 대신 이동기를 사용해 놈의 공격 범위 밖으로 벗어났다. 대결이 시작할 때, 놈이 자리 잡은 그 위치였다.
[쐐기 덫에 노출되셨습니다.]
[30초 동안 이동속도가 30%만큼 저하됩니다.]
‘이것 봐라 ’
그러나 슈팅스타의 계산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로칸의 회피를 예상하고 달려들기 전 미리 덫을 뿌려 두었던 것.
스킬로 발동시킨 덫은 상대의 시야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함정을 판 것이다.
아무래도 창술가가 아니라 사냥꾼 클래스였던 모양이다.
대미지를 주는 덫이었다면 효과를 보지 못했겠지만 이동속도에 영향을 주는 디버프성 덫이었기에 로칸으로서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2단 점프! 벼락의 유성!”
그때, 낙하하던 슈팅스타의 몸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허공을 딛고 뛰어올라 다시 스킬을 펼친 것이다.
“방어, 방어, 방어.”
이번만큼 로칸도 피하기 어렵다. 때문에 반지에 내장된 스킬들을 끌어 올리며 제자리에서 놈의 공격을 방어했다.
쩌저정!
세 겹이나 중첩된 실드가 깨지고 정전기 같은 저릿한 기운이 몸을 감쌌다. 클래스를 여러 개나 섞어 놓은 탓에 위력이 떨어지는 덕분이다.
그러나 그사이, 놈은 땅을 짚고 다시 뛰어올랐다.
“메뚜기야, 뭐야 ”
또다시 떨어져 내리는 마법 공격을 생성 스킬 회피를 사용해 피해 낸 로칸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놈을 바라봤다.
재미있는 전투 방식이기는 하지만 그뿐이다. 적어도 아직은 위력이 받쳐 주지 않으니 상대가 날쌔기만 해도 제 풀에 지쳐 마나 고갈을 겪을 것 같았다.
“가드.”
따당!
그 생각에 반박하듯 화살을 날려 보기도 했지만 마법 대미지가 가미되지 않는 이상 로칸에게 제대로 타격을 주기는 어려웠다.
‘어쩌면 이기려는 게 목적이 아닐 수도 있겠군.’
리나이 영지에 로칸 말고 상대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수도 있다.
회복, 휴식, 소모품 사용이 제한되어 있으니 시간을 끌며 생명력만 야금야금 갉아먹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아닐까
로칸은 코웃음을 치며 그것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인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크허허허허허헝!”
광기의 외침!
상대를 위축시키는 것은 물론, 신체의 자유마저 빼앗는 힘이 슈팅스타의 뇌 내를 지배했다.
“억!”
쿠웅!
점프 점프를 반복하던 녀석이 땅으로 처박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능력치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레벨 차이만 해도 엄청났으니까.
추락 지점으로 가볍게 점프한 로칸은 놈이 몸의 통제권을 되찾기도 전에 머리를 터트리고 첫 라운드 대결을 마무리 지었다.
“…….”
“끝났습니다만 ”
“첫 번째 대결, 승자 로칸!”
“우와아아아아아아!”
누구도 이처럼 허무하게 승부가 갈릴 줄은 생각하지 못했는지 침묵이 가득한 가운데 로칸의 승리 선언이 이어졌다.
리나이 영지의 병사들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잠시 당황하던 상대들 쪽에서 이를 바득 갈며 두 번째 선수가 나섰다.
“두 번째 대결은 로칸 대 철벽거신! 이 역시 준기사로군. 이의 없겠지 ”
“물론입니다.”
두 번째 상대 역시 유저였다.
슈팅스타와 달리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중갑을 두르고 그야말로 철벽을 지향하는 녀석.
그러나 이번에는 딱히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두 번째 대결! 시작하라!”
“방어 태세!”
상대는 예상대로 시작과 동시에 방어를 굳건히 했다. 스킬을 발동해 방어력을 극한까지 끌어 올렸다.
‘뭐 하자는 거지 ’
무려 로칸을 상대로 대체 뭐 하는 짓일까.
그 의문은 곧 나타난 알림에 의해 해소되었다.
[하이콘스의 독에 노출되셨습니다.]
[백독불침의 효과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