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7화.타락 웨이브 (2) (137/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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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 웨이브 (2)

[인간 자작 로칸 님이 코소노볼 마을을 점령했습니다.]

[코소노볼 마을을 지키던 모든 경비병들이 도시로 귀환합니다.]

[코소노볼 마을에 위치한 모든 유저들이 경계 밖으로 강제 이동됩니다.]

“좋았어.”

무혈입성. 그야말로 무혈입성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도끼질 한번 하지 않고 언데드 영지를 손에 넣은 것이다.

영주도, 경비병도 없으니 그냥 영주성에 들어가서 점령만 하면 끝이었다.

[영지 관리 창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할까 그건 이미 정해져 있었다.

“영지 관리 창 오픈.”

로칸은 일체의 망설임 없이 명령어를 실행시켰다.

“영지 보유금 인출.”

[코소노블 영지의 보유금 5,271골드 65실버 32쿠퍼를 인출하셨습니다.]

영지에 누적된 보유금을 일시에 인출시켰다.

계속해서 점령을 유지하고 안정화시켜 아예 인간의 영역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다. 지금 상태에서는 가지고 있어 봐야 방어하기도 쉽지 않았다.

‘물론 한동안 뺏길 일은 없겠지만.’

당장은 검은용군단 진영도 타락 웨이브로 정신이 없을 테고, 새롭게 생성되는 인간 경비병들 때문에 유저들은 접근할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그럼 다음으로 가 볼까 ”

그렇게 영지 보유금을 쏙 빼먹은 로칸은 즉시 마을을 떠나 타락 웨이브가 향하는 방향을 따라 두 번째, 세 번째 마을을 점령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쿤 : 타락 웨이브 실화냐 2천 마리는 족히 되어 보이는데

└자갸 : 2천 마리는 무슨. 3천 마리도 넘겠다. 개발사 미친 거 아님

└볼탄 : 쪽수가 문제가 아니야 지금. 레벨이 미쳤다고!

코로스 : 이 와중에 빈집털이 실화냐 로칸 인성;;;

└녹티스 : 저번엔 선착장이더니 이번엔 마을이냐! 그럼 그쪽 사냥터 막힌 거

그사이 홈페이지는 난리가 났다. 타락 웨이브에 대한 것뿐 아니라 그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파괴된 마을을 접수하는 로칸 때문에 검은용군단 유저들이 2배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

마을이 점령당했을 뿐, 사냥터까지 통제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급이 어려우니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사냥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 전에 타락 웨이브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사냥이고 뭐고 진영 자체가 망하게 생겼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타락 웨이브는 불과 반나절 만에 세 개의 마을을 더 집어삼켰고, 검은용군단 유저들 사이에는 비상이 걸렸다.

빼앗긴 네 개의 마을도 문제였지만 이대로라면 상위 길드들이 활동하는 주요 도시마저 위협을 받게 생긴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녁이 되자 놈들이 활동을 멈췄다는 것일까.

‘방심하다 훅 가는 거지.’

하지만 로칸은 알고 있었다. 그들이 그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진실은 밤이 되면 주변에 있는 몬스터를 잡아와서 아군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가만 두었다가는 더 많은 숫자의 타락한 몬스터를 상대해야 할 판이다.

그렇기에 밤에 놈들을 기습하여 어떻게든 수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했지만 지금 검은용군단에게는 그럴 만한 여력도, 여유도 없었다.

“응 ”

그리고 때마침 로칸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황제와의 면담이 주선되었습니다. 1시간 이내에 황도로 이동하십시오.]

“나이스 타이밍이군.”

기다려 왔던 황제와의 만남이 다가온 것이다.

어차피 더 이상 타락한 몬스터들의 이동이 없으니 마음 놓고 다녀올 수 있었다.

로칸은 타이무라를 거쳐,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 인간들의 황도로 이동했다.

“로칸 자작님 ”

미리 만남의 약속되어 있었기에 즉시 황제 알현 이벤트가 발동했고, 대기하던 기사가 그를 인도했다.

[황제를 알현합니다.]

[모든 무기 장비가 자동 해제됩니다.]

[황제와 알현 중 강제로 장비를 착용할 경우 반역으로 몰릴 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자작 로칸, 황제 폐하께 인사 올립니다.”

“잘 왔다, 로칸 자작. 내게 할 말이 있다지 ”

로칸이 예를 다해 인사하자 황제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애초에 방문자에게는 그리 깐깐한 예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고 황제 자체도 실용적이고 직설적인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인 것이다.

“예. 이것을 봐 주십시오.”

로칸이 내민 것은 두 가지였다. 고대 사막 황제의 비법서와 꼭두각시의 비서.

먼저 고대 사막 황제의 비법서는 수천 년이 지나고도 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던 귀족 머미와 스콜피온의 모습으로 강력한 힘을 유지하며 살아 있을 수 있었던 고대 사막 황제를 있게 만든 고대의 주술이 담긴 비법서였고, 꼭두각시의 비서는 살아 있는 생명체까지 자신의 뜻에 따라 조종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주술이 담긴 것이었다.

모두 고대 황제를 깨워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현 황제의 야망에 큰 도움을 주는 물건들이었다. 고대 황제의 부활을 앞당길 수 있게 연구를 진척 시켜 줄 물건들.

“호오, 이것은 ”

그 진가를 단박에 알아본 것인지 두 아이템을 받아 든 황제의 눈빛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는 단지 혈통만 좋아서 황제가 된 것이 아니라 그에 걸맞은 능력도 갖춘 이였다.

[인간 종족 퀘스트 ‘고대 황제의 부활’이 가속화됩니다.]

그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보상은 아직이지만 퀘스트의 진척도가 크게 높아진 게 확인된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바칠 것이 있습니다.”

“더 바칠 것이 있다 ”

“예. 바로 영토입니다. 제가 최근에 점령한 네 개의 마을을 황제 폐하께 진상하려 합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다. 또 한 가지, 로칸은 자신의 새로 획득한 마을 네 개의 소유권을 황제에게 넘겼다.

어차피 경비병뿐인 마을을 그 혼자의 힘으로 언제까지 지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으니까.

이미 영지 보유금도 털어먹은 상황에서 굳이 붙들고 있다가 빼앗기느니 허울뿐인 소유권을 황제에게 넘기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 그대가 언데드 마을 몇 곳을 손에 넣었다는 소리는 들었지. 그것을 내게 바치겠다고 지키기 어려워 내게 떠맡기는 것은 아니고 ”

하지만 역시 황제는 날카로웠다. 로칸의 의중을 꿰뚫어 보는 듯한 예리한 질문을 하는가 싶더니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너무 긴장할 것 없다. 그렇다 한들 그대를 책망할 생각 같은 건 없으니까. 아니, 잘해 주었다. 아직 때가 이르기는 하지만 암묵적인 휴전 상태일 뿐, 그들과 종전을 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확실히 가져 두는 것도 좋겠지. 여봐라, 지금 당장 로칸 백작이 내게 바친 영토를 확보하도록 하라!”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황제는 실로 화끈했다. 로칸이 바친 영토로 즉시 병력을 이동시켜 지키도록 하는가 하면, 로칸의 작위를 높여 부르는 것으로 그에게 내릴 상을 짐작케 한 것이다.

[백작으로 승급하셨습니다.]

[작위 승급에 따라 더 많은 영토와 더 많은 권한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 로칸 백작에게는 원하는 영토와 황실 무고에 보관 중인 아이템 1점을 내리겠다.”

“감사합니다.”

그와 함께 로칸의 앞으로 하나의 창이 나타났다.

지도의 모습을 한 그것에는 파란색과 붉은색의 영역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붉은색은 이미 주인이 있는 영토였고, 파란색은 황실에서 직접 관리하는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영토였다. 즉, 로칸이 획득 가능한 영토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미 리나이 영지 인근의 여러 영지를 흡수하며 자작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넓은 땅을 가진 로칸이지만 백작이란 황제에게 직접 영토를 하사받는 것이 기본이기에 새로이 영토를 내린 것이다.

‘재미있군.’

로칸이 그 지도 창을 보며 눈을 번뜩였다. 전생에는 이미 다른 이들이 차지하고 있던 땅들이 지금 시점에서는 모두 빈 영토로 표시되고 있었다.

‘이 중에 알짜가 뭐였더라 ’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차후 공을 더 세워 또 다른 영지를 얻을 수도 있긴 하지만 그때가 언제일지는 로칸 자신도 알지 못하니까.

“이곳으로 하겠습니다.”

“하하! 재미있는 선택이군. 하지만 어쩌면 그대에게는 잘 맞겠어. 좋아, 영지 권한을 넘기도록 이야기해 두지. 하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니 만큼 그곳에 파견된 인원은 그대로 둬야 할 거야.”

“제가 부탁드리고 싶던 일입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고민하던 로칸은 마침내 한 곳을 선정했다. 바로 레갈리아라 불리는 분쟁 지역의 영토였다.

딱히 특산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몬스터의 부산물을 얻을 수 있는 곳도 아닌 데다 언제 다른 진영의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상시 전쟁 상태의 영지로 선택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보던 곳.

그럼에도 로칸은 그곳을 선택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매월 많은 수입을 가져다주는 영지들도 목록에 즐비했지만 이미 돈이라는 것은 로칸의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간만에 꿀 좀 빨겠군.’

[레갈리아 영지에 대한 소유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얼른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에 몸이 달았지만 아직 한 가지 보상이 더 남았다. 바로 황실 무고에서의 아이템 획득!

황실 무고는 선택하기 전까지 아이템 능력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잘만 고른다면 엄청난 득템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럼 황실 무고로 가 보도록. 나는 그대가 남긴 숙제를 더 해야 할 것 같으니.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하지.”

[코소노볼 영지의 소유권이 이전되었습니다.]

[노돌리안 영지의 소유권이…….]

아무래도 황제는 새로 획득한 마을들을 통해 무언가를 꾸밀 생각인 듯했다.

뭐가 되었든 인간 종족인 로칸에게는 좋은 일이겠지.

황제의 성격을 아는 로칸은 이 이후 일어날 일에 대해 대충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건 그때 가서 대처하면 될 일이었다.

[황실 무고에 입장하셨습니다. 30분 이내에 한 가지의 무구를 선택하여 가지고 나올 수 있습니다.]

황제의 알현실을 떠나 도착한 곳은 황실 무고.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아이템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벽면을 장식한 화려한 아이템들과 전시장에 늘어져 있는 사이즈 작은 아이템들이 전부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이백 점은 족히 될 법하긴 했지만 산처럼 쌓여 있는 그런 그림은 아니었다.

그곳을 휘적휘적 걸어 들어간 로칸은 망설임 없이 아이템 하나를 골랐다.

아이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이상 그보다 강력한 아이템이 있을지도 몰랐지만 적어도 그에게 필요한 종류는 아니었다.

[무구를 선택했습니다.]

[무구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황실 무고를 벗어난 뒤 확인이 가능합니다.]

‘여긴 한 번 와 봤지.’

로칸은 전생에 이곳에 한 번 들어와 본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도 같은 선택을 했다. 아주 만족할 결과를 얻기도 했고.

그렇기에 모험을 하기보다 확실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황실 무고의 문이 닫힙니다.]

황실 무고를 벗어난 로칸은 자신이 습득한 아이템을 살피고 기억과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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