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
타락 웨이브 (3)
[이름 없는 광전사의 배틀 액스][에픽]
이름이 전해지지 않는 광전사의 배틀 액스. 재료와 제작자를 알 수 없다.
-공격력 : 2,500
-내구력 : 5,000/5,000
-[광전사] 클래스의 모든 스킬 공격력 50% 상승
-버서크 사용 시 공격력 50% 증가
-후유증에 관계 없이 하루 한 번, [버서크] 재사용 가능
-착용 제한 : 300레벨
로칸이 선택한 것은 무기였다. 그것도 300레벨 이상부터 착용 가능한 마스터급의 무기.
사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황실 무고 내에서도 도끼류의 무기는 딱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모든 종류의 장비 중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무기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무기는 가장 확실하게 전투력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니까.
“어 뭐야 ”
아직은 쓸 수 없지만 곧 만나게 될 그것을 가볍게 쓰다듬자 이름 없는 광전사의 배틀 액스에 변화가 일어났다. 알 수 없는 빛과 함께 외형이 살짝 변한 것이다.
정확히는 배틀 액스 표면에 문신 같은 무언가가 생겨났다.
[봉인된 광풍의 배틀 액스][에픽]
힘이 봉인된 광풍의 배틀 액스. 재료와 제작자를 알 수 없다.
-공격력 : 3,200
-내구력 : 6,000/6,000
-[광전사] 클래스의 모든 스킬 공격력 700% 상승
-버서크 사용 시 공격력 70% 증가
-후유증에 관계없이 하루 한 번, [버서크] 재사용 가능
-하루 세 번 [광풍참] 사용 가능
-착용 제한 : 300레벨
“……헐.”
외형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이름은 물론 공격력과 내구력, 옵션까지 전부 강화 또는 추가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
바로 ‘봉인된’이란 수식어와 ‘광풍참’이라는 특수 스킬이다.
“이게 봉인된 능력이라고 ”
봉인된 게 이 정도라면 완전체 상태는 어느 정도라는 것일까
‘설마 레전드 등급 ’
레전드 등급이라면 로칸이 전생에서도 보지 못한 것이었다. 아니, 창세의 왕이 레전드 등급의 무기를 쓴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지. 하지만 그것도 소문일 뿐, 본인에게 확인되거나 인증된 사실은 아니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배틀 액스의 봉인에 대해 한참이나 생각하다 보니 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광풍이라는 이름.
어디서 많이 들어 보지 않았던가
[광풍의 흔적을 찾아서][퀘스트]
오래전 세계를 질타한 광풍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나머지 흔적을 찾아 광풍의 유지를 이으십시오.
-고급 훈련장 수료 (완료)
-해저 터널 최초 통과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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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된 광풍의 배틀 액스 획득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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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서둘러 퀘스트 창을 열어 본 로칸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을 확인했다.
다만 특이한 점이라면 중간 퀘스트 하나를 건너뛰었다는 것인데, 아무래도 너무 이르게 황실 무고에 들어갔던 모양이다.
하지만 퀘스트에 변동이 없는 걸로 보아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이거 참 갈수록 기대되는군.”
전생에 자신이 쓰던 무기가 이 퀘스트의 핵심 중 하나라는 사실도 재미있었지만 ‘광풍’이라 불리던 이가 광전사 클래스였단 사실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처럼 미친 조건들만 달아 대는 이 퀘스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도 무척 기대가 되었다.
[광풍참]
강력한 투기의 바람과 함께 주변을 휩쓰는 공격을 날린다.
이 스킬의 공격력은 버서크 상태일 때의 능력치를 기준으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마지막 광풍참은 쉽게 말해 로칸의 생성 스킬 [폭주]의 상위 호환이었다. 버서크를 동시에 펼치지는 않지만 그보다 강력한 위력으로 주변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범위 공격이랄까.
‘이걸로 생성 스킬 하나는 벌 수 있겠군.’
그것을 확인한 순간, 로칸은 새로운 생성 스킬을 떠올렸다. 300레벨을 찍고 이 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굳이 폭주를 사용하지 않고도 스킬 연계를 통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300레벨을 찍은 뒤라면 꽤 재미있는 그림이 연출 될 수 있겠다.
“힌트가 없으니 일부러 찾는 건 쉽지 않겠지만 가능하면 퀘스트 완료를 목표로 해 봐야겠군.”
더불어 광풍이라 불리는 이에 대한 조사도 좀 하고.
봉인된 광풍의 배틀 액스를 소중히 갈무리한 로칸은 곧장 타이무라로 이동했다. 정확히는 전쟁 지구에 있는 의회로 이동해 인간 종족 퀘스트를 마저 받았다.
“자네 덕분에 연구에 큰 진척이 있을 거라더군. 그런 게 있었으면 내게 미리 말해 주면 좋았을 것을…….”
“죄송합니다. 다음에는 꼭 카르본 의원님께서 도와주셨다는 것을 황제 폐하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로칸은 카르본 의원을 살짝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앞으로 척을 질 사이가 아니라면 적당히 기분을 풀어 주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관계를 이끌어 가는 것이 나았으니까.
하지만 이전처럼 바짝 엎드리지도 않았다. 카르본 의원의 작위 역시 백작급이었으니까.
의원이라는 타이틀만 떼면 로칸과 동급이라는 소리다.
만약 로칸이 후작이나 공작급의 다른 의원에게 붙어 버린다면 오히려 곤란해지는 건 카르본 의원 쪽이기 때문인지 그도 서운해하긴 했지만 크게 타박하지는 않았다.
“좋아. 어쨌든, 우리 인간들의 오랜 숙원을 풀고 싶어 하는 자네의 마음을 알았으니 마지막 의뢰를 주지.”
[고대 황제의 유물을 찾아라][퀘스트]
고대 황제가 사용하던 유물을 찾아내라. 더욱 깊은 애정을 지닌 물건일수록 그의 영혼의 조각을 추출해 내기 더 쉬울 것이다.
추출해 낸 영혼의 조각을 복구해 내면 고대 황제의 영혼을 불러낼 수 있다.
-성공 조건 : 고대 황제의 유물로부터 영혼의 조각 추출
-성공 보상 : 극대량의 공훈치, 황실 무고 입장권, 100,000골드
“자네에게 그분의 유적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주겠네. 발굴에도 자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서 그분의 유물을 최대한 많이 찾아오게. 만약 거기서 그분의 영혼 조각을 추출해 낼 수만 있다면 대업은 완성될 걸세.”
“알겠습니다.”
당연히 로칸은 흔쾌히 수락했다.
황제의 무덤은 카르본의 말처럼 단순히 발굴만 하는 곳이 아니긴 했지만 상관없다.
그의 의도대로 황제의 유물을 찾아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시간이 필요한 건 의회의 연구 팀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로칸이 제공한 자료를 분석하고, 고대 황제의 부활을 준비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연구와 재료 수집이 필요했다.
‘어차피 서둘러 봤자 재료 수집 노가다나 할 테니까.’
느긋하게 시간을 갖고 준비한다면 그사이 자잘한 재료 수집은 다른 유저들이 대신해 줄 것이기에 마음 급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여유를 부린다 한들 누구도 그의 비정상적인 퀘스트 동선을 추월할 수는 없을 테니까.
“텔레포트, 레갈리아로.”
그렇게 원하던 것을 모두 얻은 로칸은 다시 텔레포트 마법진에 올랐다.
분쟁 지역인 레갈리아는 타이무라에서 엄청나게 멀었기에 초장거리 텔레포트 비용을 치러야 했지만 이미 영지를 네 개나 털어먹은 그에게 그리 부담되는 액수는 아니었다.
서둘러 새로운 영지를 확인하고 싶은 로칸은 비용을 치르고 레갈리아로 텔레포트했다.
“새로운 영주님이시다. 일동 차렷!”
“충!”
로칸이 도착하자마자 맞아 준 것은 잘 훈련된 정예 병사와 기사들. 분쟁 지역인 만큼 경계를 늦출 수 없어 모두가 마중을 나오지는 못했지만 모여든 숫자만 해도 엄청났다.
“잘 오셨습니다, 영주.”
그리고 한 사람.
철벽의 마스터 오스람이 로칸을 마중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로칸의 수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오직 황제의 명만을 받드는 파견직 지휘관이었다. 분쟁 지역이자 중요한 거점인 이곳 레갈리아의 수비를 맡은.
사실 다른 이들이 이곳의 영주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여태껏 황실 직영의 영지로 남은 것도 바로 오스람 때문이었다.
자신의 말도 듣지 않고, 어떤 면에서는 영주보다 발언력이 강한 마스터 레벨의 장군이 있는 이곳에 누가 영주로 부임하고 싶겠나 돈 많이 벌리는 목 좋은 영지에서 왕 노릇하며 떵떵거리고 싶어 하지.
때문에 고지식한 기사이자 장군인 오스람은 영주의 권위를 무시하는 성격이 아님에도 모두가 꺼리는 인물이었다.
“반갑습니다. 레갈리아의 새로운 영주가 된 백작 로칸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하지만 로칸은 아주 반갑게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
무려 마스터 레벨의 조력자. 굳이 척을 질 필요가 뭐 있나 오히려 잘만 이용해 먹으면 로칸조차도 제대로 버스를 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는 평범한 마스터 레벨이 아니라 그랜드 마스터에 근접했다는 하이 마스터였으니까.
“영지를 먼저 둘러보시겠습니까 ”
“아니오. 전선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보고 싶군요. 오스람 경께서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물론입니다.”
그렇기에 로칸은 오스람의 환심을 살만한 말을 늘어놓았다.
어차피 영지 상태야 영지 관리 창을 이용해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으니 그의 설명을 들으며 함께 움직이는 쪽을 택한 것이다.
영지에서 챙길 수 있는 것을 따져 보기보다 전선을 먼저 생각하는 로칸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오스람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를 안내했고, 늦은 저녁 시간까지도 그의 브리핑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누군가 봤다면 그가 진심으로 로칸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틀린 말도 아닌 것은, 만약 로칸이 옮은 일을 위해 나선다면 목숨을 걸고라도 그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오스람인 것이다.
그렇게 로칸은 늦은 밤까지 오스람과의 친밀도 작업을 계속해 나갔다.
“다시 움직이겠군.”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로칸은 간단한 영지 관리를 해 두고 레갈리아를 떠났다. 날이 밝았으니 다시 타락한 몬스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스람은 그에게 전혀 서운해하거나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로칸에게 격한 감동까지 느끼고 있었다.
[레갈리아의 성벽 증축 작업이 개시됩니다.]
[레갈리아에 새로운 공성 병기를 구입하셨습니다.]
[레갈리아에 드워프 공방을 초대했습니다. 장비의 질이 크게 높아집니다.]
떠나기 전, 로칸이 엄청난 돈을 들여 성벽과 장비를 강화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징병 시스템을 이용해 새로운 병사와 기사를 대거 확충했다.
수많은 격전을 치르며 단련된 기존의 병력보다는 못하겠지만 그것은 오스람이 해결해 줄 터였다. 그가 직접 그들을 훈련시킬 것이라 공표하는 것까지 듣고 왔으니까.
실로 엄청난 돈지랄이었지만 로칸에게는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있었다.
[공훈도 4를 획득하셨습니다.]
[공훈도 6을 획득하셨습니다.]
[공훈도 4를…….]
그리고 그 투자에 대한 보상은 아주 빠르게 시작되었다. 레갈리아의 병사와 기사들이 적병을 해치울 때마다 영주인 로칸에게 공훈도가 돌아오는 것이다.
작위가 오를 때마다 다음 작위로 승급하기 위해 필요한 공훈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영주가 되었으니 영지에 소속된 모든 것을 이용하여 공훈도를 올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제대로 써먹지를 못하지.’
로칸 자신도 전생에는 스스로 날뛰기 바빠 나중에서야 제대로 써먹기 시작한 방법이니까.
그 흐뭇한 알림을 들으며 로칸이 다시 타락한 몬스터들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손쉽게 두 개나 되는 마을을 더 집어삼켰다.
타락 웨이브의 그 거침없는 행보에 조금의 제공이 걸린 것은 세 번째 도시를 침공했을 때.
마을이 아닌 도시급의 지역이기도 했지만, 검은용군단의 유저와 NPC들이 합심하여 새로운 전술을 가지고 나온 까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