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1화.광풍의 흔적을 찾아서 (1) (151/500)

 # 151

광풍의 흔적을 찾아서 (1)

[파멸을 봉인한 쇠사슬][레전드]

파멸을 봉인한 쇠사슬. 그 사용법과 용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기본 사용 시 특수 스킬 [제압] 사용 가능

-장비 부착 가능

-장비 부착 시 공격력/방어력 상승

-장비 부착 시 특수 옵션 적용

-장비 부착 시 부착 장비가 파괴될 때까지 탈착 불가

등급은 무려 레전드! 그런데 옵션이 뭔가 이상했다. 쇠사슬 자체로도 사용할 수 있고, 장비에 부착도 가능하다

이런 식의 장비 부착식 아이템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옵션이 뭔가 특이했다.

공격력 또는 방어력이 오르는 걸로 보아 무기에도, 방어구에도 적용이 가능한데 부착 시 특수 옵션이 무엇인지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장비마다 다른 건가 ’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랜덤 옵션인데, 한번 부착하면 해당 장비를 파괴해야만 회수할 수 있는 것은 마이너스 점수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써 봐야겠군.”

뭔가 저주 같은 능력이지만 어쨌든 레전드 등급이니 나쁠 것은 없겠지. 찝찝한 기분을 안고 그것을 회수한 로칸은 서둘러 연구소로 향했다.

그조차도 고대 황제의 부활 의식이 진행되는 연구소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퀘스트가 발동된 후 그 위치가 표시되고 있기에 찾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통과.”

“통과.”

“저쪽 마법진에 오르십시오.”

다만 도착한 곳이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몇 번의 미로 같은 길을 지나 다시 몇 번이나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 특이했다.

수비 측에 선 인원이 다른 이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함인 듯싶었다. 그렇다고 해 봐야 유저들 중 수비 측에 선 것은 로칸 하나뿐이었지만.

“역시 미니 맵은 먹통이군.”

심지어는 미니 맵과 메시지 기능도 막혔다. 따로 길드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아마 길드 채팅 같은 기능도 막혔을 터였다. 모든 메시지 기능이 차단되는 지역은 이곳 말고도 몇 곳이나 있으니까.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은 로칸은 일단 주위부터 확인했다.

“레갈리아 백작님 ”

“…… ”

지형 파악을 위해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기 시작하자 누군가 그를 불러 세웠다. 딱 봐도 마스터 레벨에 오른 기사였다.

“누구지 ”

“근위기사 토렌타입니다. 죄송하지만 백작님의 담당 구역은 이곳입니다.”

고위 귀족은 아닌 것 같아 하대하긴 했지만 근위기사라는 말에 로칸도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근위기사라면 황제를 보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황제가 이곳에 있는 것일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대 황제의 부활. 인간족의 숙원인 그 일을 완성하는 자리에 황제가 있지 않은 것도 이상했으니까.

“그런가 알겠다.”

때문에 굳이 반발하지 않고 뒤돌아섰다.

여기서 자칫 강짜를 부렸다가는 쫓겨나는 정도가 아니라 반역으로 몰릴 수도 있는 것이다.

절대 권력인 황권에 도전했다가는 백작이 아니라 후작, 공작이라도 무사하기 어렵겠지.

대신 인벤토리에서 어떤 것들을 꺼냈다.

“대신 이걸 가져가게.”

“이건…… ”

로칸이 꺼낸 것은 투박하게 생긴 허수아비였다.

기계공학으로 만든 소모품.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지 않는 물건이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훌륭한 성능을 자랑해 줄 터였다.

“도발 기능을 갖춘 아이템이다. 시야가 닿기 어려운 곳이나 입구 쪽에 설치해 두면 불순한 자들의 침입을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될 거다.”

“감사합니다. 위에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로칸의 설명에 토렌타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그것을 받아 들었다.

그의 말만 믿고 곧이곧대로 설치하지는 않겠지만 간단한 확인 후 설치하게 되겠지.

그러면 ‘야비한 허수아비’가 힘을 발휘할 것이다.

광역 도발.

로칸이 제작한 야비한 허수아비가 가진 능력은 바로 그것이니까.

아군에게는 통하지 않고, 시간제한이 있는 대신 생명력이 1밖에 되지 않아서 적의 공격에 스치기만 해도 파괴되는 놈이었으니 적의 침입을 먼저 알아차리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었다.

광역 도발이라는 것은, 은신한 적마저도 사로잡는 무시무시한 효과였으니까.

그렇게 허수아비를 넘기고 자리를 잡은 로칸은 자신의 영역에 몇 가지 안배를 더 해 두었다.

적의 침입을 알리는 알람 기능은 물론 은신을 밝혀 주는 마법 등대와 기계공학 함정들이 그것이었다.

준비를 마치고 나자 지루한 시간이 계속되었지만 제한 시간이 다 될 때까지 방심할 수는 없었다. 자신이 적이라도 바로 쳐들어오기보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적들이 방심하기 쉬운 마지막 순간 초를 치러 올 테니까.

어차피 두 번의 시도가 허용될 것 같지도 않았다.

우우우웅.

‘왔나 ’

그렇게 시간을 보내길 10여 시간. 고대 황제의 부활까지 약 5시간 정도 남은 시점에 로칸이 설치한 장치로부터 반응이 왔다.

고둥의 울림과도 같은 알림이 작동한 것이다.

“적이다!”

로칸은 즉시 소리치는 한편, 감각을 끌어 올렸다. 무턱대고 튀어나가 봤자 적들의 집중 포화를 맞게 될 뿐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크악!”

그리고 곧 다른 방향에서도 신호가 왔다. 누군가의 비명 소리. 아무래도 한 방향이 아닌 여러 방향에서의 접근인 듯싶었다.

‘어쩔 수 없군.’

그렇지만 비명이 울린 방향으로 뛰어갈 수도 없었다. 어느 쪽이 본진인지 알 수 없을뿐더러 그 혼자 모든 적들을 막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의 영역을 지킬 수밖에.

“그 저주받은 존재를 깨우려 하다니. 인간 놈들이 미친 게로구나!”

크어허허허헝!

전율스러운 고함 소리와 함께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트롤의 무리였다. 압도적인 근력으로 막아서는 자들을 피 떡으로 만들며 들이닥친 놈들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안쪽으로 달려들었다.

“흥!”

병사들의 레벨도 최소 270, 기사들의 레벨은 280~290에 달했지만 감히 쉽게 그들을 막아서지 못했다. 상대에 마스터 레벨이 있는 것이다.

아예 선두에 서며 병사든 기사든 격살해 나가는 놈을 보자 로칸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었다.

‘막는다.’

놈을 막아야 했다. 황제도 그것을 위해 자신을 이곳에 투입한 것이었다.

후방에는 다른 마스터 레벨의 기사와 하이 마스터가 있었지만 로칸이 있는 곳처럼 전진 수비를 하는 위치에도 각각 마스터 레벨에 이른 존재들이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유독 그가 있는 곳에만 기사와 병사만 배치한 것은 그만큼 로칸을 믿는다는 의미였다.

“크허허허허헝!”

스트라이크를 펼쳐 덤벼드는 트롤 하나의 뇌를 곤죽으로 만든 로칸이 광기의 외침을 마주 내질렀다.

마스터의 그것에 비하면 크게 손색이 있었지만 불굴의 의지 효과로 디버프 효과를 받지 않은 로칸의 외침이었으니 분명 효과는 있었다.

그 증거로 일방적으로 쓰러지던 병사와 기사들이 어떻게든 버티기 시작했다.

“폭격!”

그러나 로칸은 다짜고짜 일기토를 시도하지도 않았다. 철저히 수비의 포지션을 지키며 달려드는 놈들과 일정 선을 넘는 놈들만 도륙했다.

적들이 자신을 인식하도록. 그리하여 마스터가 먼저 자신을 노리도록.

“애송이가 까부는구나!”

“반격!”

까앙!

트롤 마스터가 내리치는 메이스를 피해 낸 로칸이 재빠르게 놈에게 다시 돌진했다. 치명적인 힘을 담아 가슴을 쪼개려 들었다.

하지만 역시 마스터. 놈은 땅에 박힌 메이스를 아무렇지 않게 회수하며 로칸의 일격을 막아 냈다.

그때, 로칸의 왼손이 허공을 휘저었다. 인벤토리를 열어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제압!”

적들의 등장과 함께 ‘방어전’과 관련된 타이틀 효과가 발동된 로칸이었다. 버서크만 쓴다면 충분히 자웅을 겨뤄 볼 만했지만 적의 숫자가, 마스터의 숫자가 얼마나 될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리를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도박을 걸었다.

촤르르륵!

“큿!”

로칸이 사용한 것은 파멸을 봉인한 쇠사슬. 그 안에 내장된 특수 스킬 제압이었다.

스스로 길어지는 효과도 있는지 쇠사슬은 순식간에 트롤 마스터를 휘감았다. 당황한 놈이 메이스로 후려쳐 봤지만, 방향만 조금 틀어질 뿐 멈추지 않고 움직여 놈의 몸을 감쌌다.

한 겹, 두 겹, 다섯 겹, 열 겹.

놈을 미라처럼 감아 버리며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야말로 제압. 위력에 상응하는 마나 소모가 일어나긴 했지만 이처럼 간단히 마스터 레벨을 제압할 수 있다면 오히려 싸게 먹히는 수준이었다.

‘미쳤네.’

다른 사람도 아닌 마스터 레벨을 한순간 무력화시키다니 그 말도 안 되는 효과에 로칸조차 혀를 내둘렀다.

레전드 등급인 걸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지만 적어도 전생에는, 그의 기억 속에는 그런 아이템이 등장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놀랄 새가 없었다. 무력화된 놈을 발견한 적군이 모여들고 있었으니까.

“아머 브레이크, 난무!”

파직.

로칸은 즉시 아머 브레이크와 난무를 조합해 놈의 머리통을 두들겼고, 놈의 투구가 내구력을 다해 부서졌다.

“치명적 일격!”

퍼억!

방어구가 파괴된 맨 머리는 두부처럼 연약했다. 로칸은 굳이 광살을 쓰지 않고도 어렵지 않게 트롤 마스터의 머리를 박살 내 놓을 수 있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은 덤. 그나마도 기존에 쌓아 놓은 경험치 덕분이었으니, 이제는 마스터 레벨을 잡는다고 무조건 레벨 업을 하지는 못할 듯싶었다.

‘재사용 시간 30분…….’

역으로 적들을 몰아치며 슬쩍 살피자 제압의 재사용 시간은 30분이었다.

어지간해서는 한 번의 전투에서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할 것 같지만 이만한 위력이라면 그것도 짧다. 이 또한 레전드 등급이기 때문일까.

이대로 쇠사슬을 휘둘러도 보통의 공격력은 아닐 것 같았지만 로칸은 허공의 인벤토리에 그것을 던져 넣으며 도끼에 힘을 더했다.

이래 봬도 그가 사용하는 격노왕의 도끼 역시 한껏 강화를 마친 유니크 등급의 무기였다.

레벨 제한은 250이지만 위력과 광전사 전용 옵션까지 더하면 280~290레벨대 최상급 무기와 비교해서 밀리지 않는다.

그것을 증명하려는 듯 로칸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적어.’

그렇게 침입자들을 도륙하면서도 로칸은 찜찜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쪽은 미끼일 뿐인 걸까 고대 황제의 부활을 저지하는 데 마스터 레벨 하나라면 적어도 너무 적었다. 적어도 통로당 마스터 서넛은 나타나야 말이 될 터였다.

‘어쩔 수 없군.’

적 진영에서 딱히 강자가 나타나지 않자 로칸은 입술을 깨물며 몸을 돌렸다.

“분신 소환!”

이곳의 뒷일은 분신에게 맡기고 다른 통로 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운이 좋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통로 쪽에서도 언데드, 고블린, 오크들이 쳐들어온 것이다.

이곳이 사실은 분쟁 지역에라도 있던 것인지 이 많은 인원이 어떻게 숨어들어 왔는지 의아할 정도로 많은 숫자였다.

특수 이벤트이니 그런 것이긴 하겠지만 각 통로마다 최소 한 둘의 인간 마스터가 버티고 있음에도 벌써 완전히 뚫린 지역까지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인간족 마스터의 대부분은 고대 황제의 부활 의식이 치러지는 장소 주변으로 몰려 있는 까닭이었다.

아군이 밀리는 것을 보고도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그들을 돌아본 로칸은 어쩔 수 없이 가장 힘들어 보이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이 더 안쪽으로 들어온다면 다른 마스터들과 힘을 합쳐 보겠지만 그럴 경우 빈틈을 노리는 놈들 또한 늘어날 테니 리스크는 더 커질 터였다.

게다가 이대로 두 곳 이상이 완전히 뚫려 버릴 경우, 각 통로가 포위를 당해 섬멸될 가능성도 있었다.

“크허허허헝!”

로칸은 등장과 함께 광기의 외침으로 적들의 기세를 죽여 봤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둘이나 되는 오크 마스터가 로칸을 향해 몸을 돌린 것이다.

“버서크!”

하지만 그것에 겁을 먹으면 로칸이 아니다. 붉은 광기를 내뿜으며 놈들을 향해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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