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
해적왕 (4)
[사자왕의 봉인된 흉갑][세트]
사자왕 가오칸이 생전에 사용하던 흉갑. 현재는 그 힘의 대부분이 봉인되어 있다.
-방어력 : 3,000
-내구도 : 10,000 / 10,000
-힘 + 100
-체력 + 100
-지능 + 100
-[사자의 굳건함] 효과로 모든 공격에 대한 저항력 50% 증가
역시나, 알 수 없는 오래된 흉갑의 진명은 사자왕의 봉인된 흉갑이었다.
그것을 착용함과 동시에 잊고 있었던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사자왕의 무구를 찾아서][퀘스트]
사자왕 가오칸의 봉인된 무구를 모아 사자왕의 힘을 계승하라.
성공 조건 :
-사자왕의 봉인된 투구 획득 (완료)
-사자왕의 봉인된 흉갑 (완료)
-사자왕의 봉인된 바지 0/1
-사자왕의 봉인된 견갑 0/1
-사자왕의 봉인된 부츠 0/1
보상 : 사자왕 세트의 봉인 해제
아직도 퀘스트 완료를 위해서는 세 가지나 되는 사자왕의 무구를 더 찾아야 했지만, 아이템 개별로 보더라도 오랫동안 사용할 만큼 충분히 훌륭했다. 강화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을 충분히 커버할 만큼.
[사자왕의 봉인된 무구 2세트 효과가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50만큼 증가합니다.]
거기다 두 세트를 모은 보상으로 세트 효과가 발동했다.
두 세트 효과이니 가장 낮은 단계의 효과일 텐데도 모든 능력치가 50이나 증가했다. 사자왕의 증표가 가진 힘과 지능 100 상승효과가 사라진 것이 아쉽지 않을 만큼 훌륭한 효과였다.
“이제 해볼 만하겠군.”
무기와 방어구. 그 둘의 업그레이드를 마친 로칸의 눈빛이 스산하게 빛났다.
이제는 해볼 만했다. 게다가 그의 레벨 또한 298에 도달하며 마스터 레벨을 목전에 두게 되었다.
‘앞으로 1레벨.’
따지고 보면 300레벨까지도 필요 없다. 299레벨이 되면 마스터 레벨 퀘스트를 수행하기 전까지 더 이상 경험치가 쌓이지 않으니까. 대신 마스터 레벨 퀘스트를 수행하는 즉시 획득 경험치와 무관하게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다.
운만 따라 준다면 1레벨을 더 올리는 순간, 마스터 레벨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마스터 레벨과의 일대일이면 좋은데…….’
만약 마스터 레벨 퀘스트로 마스터 레벨과의 일대일에서 승리하라 따위가 뜬다면 즉시 완료다. 승리에 대한 기록은 소급하여 적용되니까.
이게 떠 준다면 한 번이 아니라 열 번을 승리하라는 퀘스트라도 상관없었다.
로칸은 작은 기대를 안고, 해적선에 올랐다. 타고 왔던 쾌속선은 침몰해 버렸기에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섬 뒤편에 있는 조각배를 타거나, 정박 중인 해적선을 탈취해야만 했으니까.
[타이틀 ‘해적 정벌자’의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해적선에 머물고 있는 해적들을 쓸어버리는 것은 이제 로칸에게 숨 쉬듯 간단한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오, 신이시여!”
혼자서 해적선 같은 큰 선박을 움직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로칸은 그 일을 간단히 해결했다. 배 아래쪽, 궤짝처럼 널브러져 있던 포로들을 풀어 준 것이다.
대부분이 하네스에 살던 뱃사람들이기에 그들을 풀어 주자 배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들만큼 배를 잘 몰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덤으로 오기 전 미리 받아 두었던 퀘스트까지 수행하니 일석이조였다.
“먼저 가죠.”
그렇게 배를 달리길 한참. 육지가 보이기 시작하자 로칸은 카이를 불러 먼저 날아갔다. 자칫 하네스에서 해적들의 약탈로 오인해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한발 먼저 도착한 로칸이 사정을 설명하자 부둣가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잡혀간 포로들의 가족들이 부푼 희망을 안고 뛰쳐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와, 왔다! 육지다!”
“진짜 돌아왔어! 내가 이 땅을 다시 밟게 될 줄이야……!”
그러나 모두가 기뻐하는 것은 아니었다. 해적들에게 잡혀갔으나 이번 탈출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의 가족들. 그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나으리, 제발, 제발 저희 남편도 구해 주세요……!”
“아빠, 어디 있어 아빠! 아빠!”
그들은 로칸에게 울며 매달렸다. 염치없는 건 알지만, 줄 수 있는 것도 없지만 그밖에 매달릴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자칫 귀족에 대한 불경죄가 성립되어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매달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미안합니다.”
로칸은 그들의 애달픈 사연들을 거절했다. 해적왕이 리스폰될 때까지 시간도 제법 있었고, 귀족의 힘을 이용해 이곳에 있는 거의 모든 배를 끌고 바다로 나갈 수도 있지만 어차피 계속해 봐야 끝도 없는 일이었으니까.
아무리 가상의 시나리오라도 마음이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이곳에서 시간을 끌수록 대륙 어디에서인가는 또 다른 사연들이 생겨날 터였다.
고대 황제의 폭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으니까.
“룬북 사용, 타이무라로.”
때문에 로칸은 그들을 뿌리치고 타이무라로 돌아왔다. 아직 그의 아이템 업그레이드는 끝나지 않았다.
“의뢰 보상을 받으러 왔습니다.”
[현상금 미션 ‘타락한 고대 황제 저지’를 부분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보상을 업그레이드하실 수 있습니다. 하시겠습니까 ]
대답은 당연히 예스. 그러자 보상 목록이 레어에서 유니크로 바뀌었다. 노라고 답했으면 추가로 한 개의 레어 아이템을 더 고를 수 있었겠지.
하지만 레어 정도는 돈으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액세서리 검색.”
로칸이 원하는 바는 명료했다.
액세서리. 그중에서도 귀걸이 종류였다. 목걸이야 엘프의 눈물 목걸이면 충분하고 팔찌도 조사단원의 팔찌가 있으니 딱 한 쌍만 찰 수 있는 것은 귀걸이만 남은 것이다.
찾을 옵션도 물론 정해져 있었다.
치명타 확률과 치명타 피해량이 기본, 그리고 귀걸이에만 붙는 딱 한 가지 추가 옵션이 그것이었다.
“여기 있군.”
[마마스의 귀걸이][유니크]
고대의 강력한 마법사가 사용하던 귀걸이. 그의 공격은 치명적이었으며, 마력은 마르지 않은 샘과 같았다고 전해진다.
-치명타 확률 10% 상승
-치명타 대미지 93% 상승
-적중 시 마나 80 회복
-지능 +300
얼핏 보면 마법사 전용의 아이템 같기도 하지만 마나가 필요한 건 사실 모든 클래스가 공통이었다.
로칸 역시 마찬가지. 버서크를 사용하면 마나가 무한이지만 그것은 15분 한정의 능력일 뿐이었다.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 동안 지속적인 전투를 위해서는 마나를 수급할 수 있는 장비가 필수였다.
그런 의미에서 마나양도 크게 늘려 주고 공격이 적중할 때마다 적지 않은 마나를 회복하는 마마스의 귀걸이가 가지는 효용은 대단했다.
쇠사슬을 움직이느라 마나 소모가 더 커진 로칸에게 딱 필요하던 아이템이었다.
“그럼 가 볼까 ”
그렇게 마지막 채비를 마친 로칸이 가뿐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정보에 의하면 현재 크로노와 붉은십자군은 검은용군단 쪽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영악하게도 의회 쪽에서 소수의 인원에게만 현상금과 별개의 퀘스트를 내린 모양이었다.
바로 ‘거물 낚시’ 퀘스트다.
크로노와 붉은십자군을 유인해 검은용군단 쪽으로 이동 시키면 작위를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
이미 백작이라는 더 오르기 어려운 작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호전적인 그의 성격을 염려한 것인지 로칸에게는 하달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게 그거였나 보군.’
그 소식을 접하고 로칸은 깨달았다. 캐시맨이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하고 있었는지.
그라면 남작의 작위만 얻더라도 돈을 쏟아 부어 금방 자작까지 승급시킬 수 있을 터였다.
‘정체를 안 밝히길 잘했어.’
때문에 내심 놈에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정말 그런 것이었다면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퀘스트를 방해한 자신에게도 어떤 페널티가 왔을 수 있으니까.
이번에 성공한 것이 그인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인지는 알 수 없지만 로칸은 붉은십자군을 쫓기 위해 경계를 넘어 검은용군단의 진영으로 잠입했다.
“소란스러운 걸 보니 저쪽이군.”
시선을 끌지 않기 위해 카이를 이용했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불과 며칠 사이 황소처럼 돌진이라도 한 건지 놈들이 꽤나 깊숙한 곳까지 밀고 들어간 것이다.
어쩌면 타락 웨이브보다도 빠른 속도였다.
‘하긴, 월등히 강하니까.’
강한 것도 강한 것이지만, 어쩌면 지난번의 학습 효과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거불능한 수준의 적이 나타났을 때 의미 없는 저항을 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배운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거점을 버리고 일시 후퇴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덕분에 로칸과 카이는 한참을 날다 쉬기를 수십 번이나 반복해야 했다.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제보를 확인하며 방향을 거듭 수정하여 잡았다.
본래는 피하라는 의미에서 올리는 글들이지만 로칸은 그들을 만날 시간을 기대하고 있었다.
‘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을 발견했다.
자신이 잡은 것을 포함해서 처음보다 1백 정도 붉은십자군이 줄어든 것 같았지만 여전히 건재한 그들을 기쁜 눈으로 바라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잘 지냈냐고 손이라도 흔들어 주고 싶을 지경이다.
“가자.”
뀻!
로칸은 카이의 등에 탄 채로 은신을 사용하고 저공비행으로 은밀하게 접근했다.
거듭되는 전투를 통해 기습이 효과 없음을 안 것인지 따로 전투 중인 유저들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제부터 로칸이 하려는 일은 조금 특수했으니까.
“조수 소환. 점퍼.”
놈들의 지척까지 순식간에 날아간 로칸은 붉은십자군이 은신을 알아차리기 직전 먼저 선수를 쳤다. 카이의 등에서 뛰어내림과 동시에 팔찌의 힘을 이용해 조수를 소환한 것이다.
카이는 몸집을 줄이며 점이 되어 사라졌고, 조수만이 곁에 남았다.
조수의 종류는 점퍼. 공간 이동에 특화된 존재였다.
“매스 점프!”
우우우웅. 파앗!
붉은십자군 다섯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와 함께 마나가 대량으로 빠져나가는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조수가 능력을 사용할 때, 로칸의 마나를 사용하는 까닭이다.
게다가 특히 공간 이동 계열은 마나를 많이 잡아먹는 것으로 유명했다.
“조수 소환!”
로칸이 즉시 사라졌던 점퍼를 다시 불러냈다. 붉은십자군과 함께 사라졌던 그를 다시 곁으로 소환한 것이다.
“매스 점프!”
조수는 금세 다시 사라졌다. 논개처럼 붉은십자군 여럿을 끌고 이동해 버렸다.
“조수 소환!”
로칸은 텀을 두지 않고 계속해서 소환과 이동을 반복했다.
그러자 놈들에게서도 반응이 왔다. 크로노가 다시 나타난 로칸에 분개하며 힘을 쏟아 낸 것이다.
“버서크!”
콰지지직!
강력한 전격의 힘이 로칸에게 떨어졌다. 한순간 그를 숯덩이로 만들어 버릴 만큼 강력한 일격은 마치 신들의 왕이라는 제우스의 번개와 같았다.
‘큭 ’
그 샛노란 번개를 맞으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로칸이 느낌 감정은 ‘맞을 만하다’는 것이었다. 생명력은 벌써 바닥을 치고 있었지만 떨어지는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느렸다.
그 해답은 그의 갑옷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사자왕의 봉인된 흉갑이 가진 모든 공격에 대한 저항력 50% 증가 옵션. 그 덕분에 규격 외의 공격을 받고도 제법 시간을 끌 수 있던 것이다.
“조수 소환!”
영멸의 번개라 불리는 그것이 몸을 태우고 있는 가운데 로칸이 억지로 입을 열어 다시 한 번 점퍼를 불러내 능력을 사용하도록 만들었다.
“매스 점프!”
공간 이동의 힘을 발휘해 전장을 이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