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5화.작전명 앤트맨 (1) (195/500)

 # 195

작전명 앤트맨 (1)

좀 전의 폭주가 있긴 했지만 에취히는 로칸을 막지 않았다.

그 일이야 광전사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고, 적어도 마스터 스킬을 발동하면 이지를 상실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로칸의 마스터 스킬인 광풍 현신의 쿨 타임이 무척 빠르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에 한 번 더 믿어 보기로 했다.

“계속 쏴라!”

그러나 그렇다고 손 놓고 보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들대로 공성을 계속했고, 로칸은 홀로 빠져나와 취힐라만 요새 쪽으로 걸어갔다.

‘어떤 걸로 할까.’

잰걸음으로 이동하는 로칸의 머릿속은 무척 복잡했다.

어떻게 공략할지는 몰라서 아니, 어떤 방법으로도 공략이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상, 지하, 공중. 로칸은 어느 쪽으로도 접근할 수 있었고, 성벽을 무너뜨릴 자신이 있었다.

“디그독.”

잠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대붕이 된 카이를 이용하거나 적토마에 올라타 스스로가 강력한 충차가 되는 방법도 있지만 그래서는 제대로 활약을 하기 어려웠다.

광풍 현신의 지속 시간 중 일부를 성문과 성벽을 무너뜨리는데 써 버려서는 남 좋은 일만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드워프들의 공성 능력에 힘을 실어 주는 방향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투두두두두두.

디그독은 제 특기를 살려 이동을 시작했다. 바로 땅속으로.

단단한 암석도 무르게 만들어 쉽게 파 내려가는 녀석이니 평원의 흙을 파고 내려가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순식간에 속도를 내서 땅속 깊숙이 이동한 로칸과 디그독은 취힐라만 요새 쪽으로 방향을 잡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톡톡.

그리고 금세 요새의 성벽 아래까지 도달했다.

“제법 깊이까지도 박아 놨군.”

취힐라만 요새는 오크족에게도 무척 중요한 거점이기 때문인지 성벽의 뿌리가 제법 땅속 깊은 곳에 박혀 있었다.

뿌리가 단단하니 드워프들의 투석기에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 뿌리가 공격당하면 어떨까

성벽을 이루는 재질 또한 평범한 바위가 아니라 디그독으로서도 깨부수는 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로칸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었다.

“전설을 타는 자.”

천골마와 카이에게만 부여했던 그 힘이 디그독의 내부에서 폭발했다.

“윽!”

순간적으로 몸집을 불린 디그독 때문에 땅속에 끼일 뻔한 로칸은 빠르게 몸을 비틀어 놈에게서 떨어졌다.

[트리플 헤드 디그독]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다. 근육과 집게발은 더욱 단단해지고 기존의 머리 양쪽으로 두 개의 머리가 더 돋아났다. 마치 지옥의 수문장 켈베로스처럼.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전투력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로칸은 알 수 있었다.

디그독은 단단한 바위를 뚫기 위해 타액을 이용하니까.

투엣.

세 개나 되는 머리가 일제히 침을 뱉었다. 푸르스름한 빛깔이 도는 취힐라만 요새의 성벽이 무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머리 수만 많아진 것이 아니라 타액의 성능도 강화된 모양이었다.

퍽 퍽 퍽.

이어진 집게 공격에 굳건하던 성벽의 뿌리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빠르군.’

쿠르르르.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범위를 넓혀 가며 파괴가 지속될수록 진동이 거세졌다.

지상에서는 미세한 변화처럼 느껴졌지만 이상 현상을 간파한 에취히가 투석기의 화력을 집중시킨 것이다.

쿠궁!

그러자 투석기에 직격을 당해도 굳건하던 성벽에 변화가 생겼다.

한 방 한 방 타격을 당할 때마다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파고들어!”

땅속의 진동으로 그 변화를 간파한 로칸은 즉시 트리플 헤드 디그독을 움직였다.

물러서거나 더 깊은 땅속으로 들어가는 대신 적진으로 향하는 길을 더 빠르게 뚫어 낸 것이다.

푸슈슛.

곧 전설을 타는 자의 지속 시간이 끝나 디그독이 원래 상태로 돌아왔지만, 무리 없이 로칸이 움직일 통로를 만들어 내었다.

“……그냥 땅굴로 이동할 걸 그랬나 ”

생각해 보니 굳이 성벽을 무너뜨릴 필요도 없지 않았나 생각되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길 하나를 통해 이동할 경우 집중 포격을 받을 수도 있었고, 이편이 혼자 날뛰기에는 더 좋을 것 같았기에 땅굴을 만드는 속도를 더욱 높였다.

투두두두…… 툭.

그리고 마침내, 지상에 닿았다.

디그독이 뚫어 낸 길이 지상과 맞닿으며 그 틈으로 빛이 새어 들어온 것이다.

“점프.”

로칸은 지체하지 않고 지상으로 뛰어올랐다.

아직 드워프들이 달려오기에는 부족한 시간. 따라서 집중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노릇이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환영이었다.

“엇!”

“적이다!”

“땅굴, 땅굴이다. 놈들을 막아!”

[타이틀 폭군의 효과로 주변 적대 진영 군단 효과를 삭제합니다.]

[타이틀 폭군의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15% 상승합니다.]

[타이틀 폭군의 효과로 적대 진영 NPC에 대한 공격력과 방어력이 15% 상승합니다.]

[타이틀 폭군의 효과로 주변 적대 진영 적의 숫자에 따라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적용 효과 : 50%]

[타이틀 만인살의 효과로 주변 전투 상태의 존재에 비례하여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합니다. 현재 적용 효과 : 50%]

[오크 종족에 대한 킬로그가 확인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타이틀 만인살의 효과로 주변 존재들의 공포 면역 효과를 제거합니다.]

그와 함께 엄청난 숫자의 알림이 떠올랐다.

대부분이 타이틀 효과. 그중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에픽 등급의 타이틀인 폭군과 만인살의 중첩이었다.

타이틀 특성상 적의 숫자가 줄어들수록 효과는 약해지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타이틀 효과가 최상일 때 적의 정예를 해치워 둔다면 이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광풍 현신!”

그렇기에 로칸은 힘을 아끼지 않았다.

땅굴을 파고 성벽을 무너뜨리는 동안 쿨 타임이 돌아온 광풍 현신을 아끼지 않고 발현했다.

오크들에게 절망과 멸망을 가져다줄 거신으로 화하여 광기를 분출했다.

“크허허허허헝!”

정적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로칸의 외침과 함께 모든 것이 정지했다.

클래스 익스퍼트는 아예 눈알을 까뒤집고 기절해 녹색 얼굴에 흰자만 둥둥 떠다녔고 마스터급 역시 기세에 눌려 몸을 떨었다.

“휠 윈드!”

어디 그뿐인가. 폭력적인 힘의 폭풍이 멈춰선 오크들을 휩쓸었다.

클래스 익스퍼트, 마스터 가리지 않고 모조리 도륙했다.

단 1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동안 강인한 오크 전사 수백이 주검으로 변하였다.

“이노옴! 나와 겨루어 보자!”

개를 때리면 개 주인이 나온다고 했던가 로칸의 기습에 성벽이 소란스러워졌다.

성벽 위에서 요새를 지키던 오크 하이 마스터 하나가 노성을 터트리며 로칸을 향해 뛰어내렸다.

사용하는 무기는 로칸과 같은 배틀 액스.

빠르게 무기를 회수한 로칸은 짓쳐 드는 놈의 몸뚱아리를 보여 짙은 미소를 피워 올렸다.

‘멍청한 새끼.’

곧장 마스터 스킬을 쓰지 않은 오만함에, 피할 곳이 없는 공중으로 덤벼든 무모함에 냉소를 흘렸다.

“광풍참.”

무기와 무기를 맞대고 힘 싸움을 벌이기 직전, 로칸을 중심으로 광기의 소용돌이가 피어올랐다.

봉인된 광풍의 사슬 배틀 액스에 내장된 특수 스킬을 발동시켰다.

“커억…….”

“……!”

일진광풍이 휘몰아쳤다.

난무보다 더 빠르게, 광살보다 더 파괴적으로 휘둘러진 공격에 날아들었던 오크 하이 마스터의 몸뚱이가 육편으로 변해 떨어져 내렸다.

압도적인 무력.

강자를 상대로 두려움보다 호승심부터 느끼는 오크들이지만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힘을 목격하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로칸의 타이틀 효과 때문인지는 몰라도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흐흐흐, 방해꾼들이 오기 전에 놀아 보자!”

그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날뛰는 자는 오로지 로칸뿐이었다.

안간힘을 쓰며 막아 봐도 무기째 잘려 나가거나 두 팔이 부러져 덜렁거리게 될 뿐이었다.

힘으로는 모든 종족 중 최고라는 오크가, 최약체라 불리는 인간을 상대로 힘에서 압도당하고 있었다.

“무식하기 짝이 없는 녹색 괴물들아, 에취히 님이 오셨다!”

“누가 진정한 전사인지 가려 보자!”

남은 마스터들조차 전투 의지를 상실해 갈 무렵, 설상가상으로 드워프 군단까지 들이닥쳤다.

무너진 성벽을 넘고 조합 스킬을 잔뜩 끌어 올리며 멍청히 서있는 오크들을 짓밟았다.

“엉 쟤네들 왜 저래 ”

그러나 그들 역시 곧 행동을 멈추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요상해진 전장의 분위기를 훑었다.

반쯤 넋이 나간 표정.

오크에게서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은 핏기 없는 창백한 안색.

명예와 긍지를 부르짖던 놈들의 뒷걸음질.

이쯤 되니 드워프 전사들조차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듯 머뭇거릴 정도였다.

마음만 먹으면 빈틈투성이인 머리통에 도끼와 망치를 박아 넣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전투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 나야 좋지!’

그 모습을 곁눈질로 슬쩍 확인한 로칸은 좀 더 속도를 높여 마구 날뛰며 오크 전사들을 도륙하고 시체를 짓밟았다.

애초에 모아 둔 병력의 대부분이 드워프들과의 대회전에 투입된 까닭에 하이 마스터 하나를 분쇄하자 그리 위협적인 적도 없었다.

끽해야 마스터 두셋이 고작. 나머지는 클래스 익스퍼드에 불과했으니 로칸은 허수아비를 패듯 날뛸 수 있었다.

[취힐라만 공략전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성공 보상 및 특별 보상은 루마릭 영지에서 수령하십시오.]

그리고 잠시 후, 취힐라만 공략전의 승리를 알리는 시스템 알림이 울려 퍼졌다.

드디어 시작된 제2차 종족 대전에서 첫 번째 대승을 거둔 것이 누구인지 결정된 순간이었다.

‘나쁘지 않군.’

덕분에 드워프 종족이면서 이 전투에 참여한 유저들은 전공에 따라 매직 등급 이상의 타이틀을 획득했을 터였다.

인간을 비롯한 타 종족에게는 떨어질 승리의 콩고물이 없었으니 아쉬울 만도 했지만 로칸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고작 매직, 레어 등급의 타이틀보다 훨씬 엄청난 수확을 얻었으니까.

게다가 종족 보상만 없을 뿐, 전공에 따른 보상은 예고대로 주어질 터였다.

“어후, 시장바닥이구먼.”

덕분에 루마릭으로 돌아온 로칸과 유저들은 엄청난 북새통에 고개를 저어야 했다.

하지만 로칸은 달랐다. 일반적인 공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취힐라만 공략전 기여도 순위 : 1위]

[루마릭성에서 특별 보상을 수령하십시오.]

상위 열 명으로 끊는 특별 보상 수령자였으니까.

다행이라 생각하며 성으로 직접 방문하자 대기하던 병사들이 그를 안내했다.

“아싸, 7등!”

“크큭, 이래서 조합 스킬을 잘 짜야 한다니까.”

함께 입장한 다른 특별 보상자들은 사실 고만고만했다. 로칸이 워낙 압도적인 무위를 선보인 까닭에 일반 유저들이 활약할 기회가 별로 없던 것이다.

때문에 나머지 아홉 명은 대부분 조합 스킬을 광역기로 짠 자들이었다.

단순히 위력적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오크들의 방어를 다른 자들의 스킬이 상쇄시킬 동안 타이밍 좋게 조합 스킬을 꽂아 넣은 자들.

덕분에 몇몇은 270레벨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기여도 상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정숙하라! 성주께서 기다리신다.”

“헙.”

덕분에 신이 나서 떠들어 댔지만 곧 드워프들에게 제지당했다. 명색이 성주의 앞이니 아무리 전투에 공을 세운 자들이라도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

“그대들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잘 들었다. 정말 큰일을 해 주었다. 내 그대들의 공을 치하하는 의미에서 큰 상을 내리겠노라.”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논공행상.

일단 기분 좋게 1레벨씩이 상승했고, 기존에 쌓은 경험치 또한 유지되었다.

거기에 대량의 경험치가 추가되었고, 루마릭성주의 포상과 별도로 전체 퀘스트에 대한 보상이 인벤토리로 들어왔다.

[오크와의 일전 퀘스트 보상이 정산됩니다.]

[무기 특별 수리권을 획득하셨습니다.]

[방어구 특별 수리권을 획득하셨습니다.]

[50% 할인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장비를 선택하여 지급받으실 수 있습니다.]

[특수 장비 제작권을 획득하셨…….]

무수한 알림과 함께 인벤토리에 몇 가지 아이템이 중첩되어 쌓이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성주의 가장 큰 보상이 지급되었다.

[토황추(유니크)를 획득하셨습니다.]

“……이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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