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0화.작전명 앤트맨 (6) (200/500)

 # 200

작전명 앤트맨 (6)

“쯧쯧, 이렇게 소식 공유가 느려서야.”

로칸이 사용한 방법은 간단했다. 처음 후쉬칸성을 털어먹을 때와 같은 방식이었다.

카이를 이용해 잠입한 뒤, 지배의 홀을 기습적으로 파괴해 모두를 데스 캐슬 바깥으로 날려 버렸다.

“덕분에 주머니는 두둑해졌군.”

심지어 사후 처리마저 동일했다. 영지 보유금을 인출하고, 모든 시설을 팔아 치웠다.

그리고 그것은 언데드들에게 생각보다 치명적인 타격이 되었다.

특별한 주문들을 사용해 적들을 막아 내는 그들이다 보니 특수 시설을 보유했을 때만 발현할 수 있는 주문도 있던 것이다.

때문에 시설의 판매는 적들의 스킬 자체를 삭제해 버리는 효과로 다가왔다.

‘아쉬운 점이라면 성벽을 충분히 부수지 못했다는 것이지만…….’

비슷한 이유로 인간 병사를 소환해서는 그들이 다루는 마법 병기들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했기에 트롤 때와 같이 성벽을 안에서부터 파괴하지는 못했지만 데스 캐슬의 성벽은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약하기도 했다.

성벽에 직접 투자해야 할 내구력 강화 등을 마법적인 힘으로 때워 버린 까닭에 로칸이 시설들을 팔아 치우자 성벽도 같이 약화된 것이다.

그 정도는 로칸의 폭격으로도 어느 정도 무너뜨릴 수 있었고, 나중에 투석기나 발리스타를 끌고 오면 더욱 간단히 허물어 버릴 수 있을 터였다.

“나중에 보자, 해골바가지들아!”

흉흉한 기세를 뽐내며 밀려오는 언데드 군단을 바라보던 로칸은 조롱하듯 비웃으며 그 자리를 떠나 버렸다.

가뜩이나 빈 깡통 같은 데스 캐슬의 판매 불가 시설까지 모두 허물어 버리고서 홀연히 모습을 감추었다.

“그래, 그 정도는 해 줘야지!”

데스 캐슬을 빠져나온 로칸은 곧 하나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이를 갈고 히릿타 성채를 재공략한 드워프, 노움 연합군이 전과 달리 수월하게 공략을 마쳤다는 것이다.

언데드들이 데스 캐슬을 빼앗기며 허둥대느라 지원을 가지 못했고, 데스 캐슬을 되찾은 후에도 로칸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를까 싶어 떠나지 못한 탓이었다.

그런 와중에 2 대 1의 전투를 벌였으니 제 아무리 수성이 유리하다 한들 버틸 재간이 없었다.

더구나 상대는 초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장비를 사용하는 드워프와 노움이니까.

멀리서부터 차근차근 무너뜨리고 틈을 보였을 때 단숨에 몰아치는 그들의 공세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다.

“자, 어떻게 할 테냐.”

그렇게 되자 언데드들도 결정을 내려야 했다. 드워프, 노움, 인간, 하프엘프에게 3면을 둘러싸인 입장이 되었으니까.

하프엘프들은 선공을 취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머지 세 종족은 고립된 위치의 그들을 노릴 것이 분명했다.

더구나 그들은 공들여 장만해 둔 방어 시설 또한 사라진 상태가 아니던가

한 종족이라면 모를까 두 종족 이상이 연합해서 덮쳐 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놈들은 로칸을 향해 저주를 퍼부으며 스스로 그 자리를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데스 캐슬의 지배의 홀을 파괴하셨습니다.]

[데스 캐슬에 대한 소유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좋았어.”

로칸이 데스 캐슬을 탈출하고 나서 멀리 가지 않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들이 떠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했기에, 데스 캐슬이 비자마자 땅따먹기를 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빈집이야 먼저 먹는 놈이 임자다.

놈들이 재점거한 시간이 극히 짧았기에 처음에 비해 공훈도와 명성은 그리 많이 오르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인간의 깃발은 꽂아 넣을 수 있었다.

“이걸로 황제도 지원하지 않을 수 없겠지.”

그렇지만 사실 인간의 병력만으로 데스 캐슬과 후쉬칸 두 개의 성을 지켜 내는 것은 무리였다.

로칸이 주요 방어 시설을 몽땅 걷어 내 버린 것도 이유였지만 일단 다른 종족들에 비해 ‘강자’의 숫자가 적었기에 주둔 시킬 병력이 부족한 게 현실이었다.

수성의 경우 각종 수성 장비의 힘을 빌릴 수 있다지만 인간들의 주머니가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고, 무엇보다 로칸은 그것을 제 주머니에서 꺼내 채워 넣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데스 캐슬에 인간의 깃발을 단단히 박아 넣는 순간, 황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꼬우면 그냥 버리든가.”

장비와 병력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물론 편지에는 자신은 정말 정말 이곳을 지키고, 그로 인해 인간의 영토를 확장시키는 발판으로 삼고 싶지만 이대로는 후쉬칸과 데스 캐슬 모두를 잃어버릴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한 곳을 포기해야 할 것 같다는 앓는 소리를 적어 놓았다.

이쯤 되면 땅 욕심 많은 황제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후작령에 속하기야 하겠지만 결국은 황제인 자신의 땅이 되는 게 아닌가

당장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서신과 함께 거액의 돈주머니가 우선적으로 딸려 왔다.

“흐흐흐, 이럴 줄 알았지.”

로칸은 그 돈을 사용해 데스 캐슬의 주요 시설들을 먼저 복구시켰다. 성벽을 강화하고, 병사들을 고용하고, 무장시켰다.

그러나 황제가 보낸 돈의 10분의 1도 사용하지 않았다.

‘흠흠, 데스 캐슬이야 이제 버티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데스 캐슬은 이제 이름만 남았을 뿐, 설치 가능 시설도 모두 인간의 그것으로 바뀐 상태였지만 로칸은 투자를 최소화하고 돈을 남겼다.

그나마 병력을 최대치까지 고용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물론 그의 판단이 아주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이미 네 개의 최전방 거점을 모두 빼앗긴 시점에서 검은용군단의 종족들은 탈환전을 생각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되찾아 봤자 금방 두들겨 맞겠지.’

네 개의 최전방 거점은 포위를 버텨 낼 수 있을 만큼 하나같이 지리적으로 큰 이점을 가진 곳들이라 작정하고 문을 걸어 잠근다면 적은 병력으로도 꽤 오랫동안 버텨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사이 증원이 올 테고, 공격측은 물러서거나 큰 피해를 감수하고 강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렵사리 되찾는다 해도 여전히 다른 거점들에 포위된 형국이니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거점을 밀어 낼 것이 아니라면 아예 포기하고 이후 저지선을 강하게 구축하는 편이 나았다.

언데드들이 데스 캐슬을 포기한 것도 바로 그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 볼 수 있었고.

“좋아. 일단 받아 챙기기만 해도 이득이지.”

그렇기에 로칸은 겉보기에만 그럴싸하게 수비 시설을 강화해 두고 징병을 사용한 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후쉬칸성에도 똑같은 일을 해 두고 황제의 지원이 마저 오기만을 느긋하게 기다렸다.

[쉬오름 공략전에 실패하셨습니다.]

“아, 저게 있었지.”

그러는 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이 알림으로 소식을 전해왔다. 트롤의 최전방 두 번째 거점, 쉬오름성의 공략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바로 군사 창을 열어 보니 탈라란과 델라스는 그가 일러 둔 대로 안전하게 후방에만 있다가 내뺀 모양이었다.

그들뿐 아니라 나머지 마스터급 기사들도 모두 무사한 상태였고, 클래스 익스퍼트급인 병사들은 아쉽게도 상당한 소진이 있었다.

그래 봤자 징병을 통해 그보다 더 많은 숫자를 모아 둔 상태였지만.

“큭큭, 유저들은 피똥을 싼 모양이군.”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유저들의 상태는 군사 창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그에게는 홈페이지라는 수단이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몇 가지 키워드로 검색하자 참담했던 현장에 대한 중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속에서 유저들은 그야말로 갈려 나갔다.

로칸이 지시한 대로 마스터와 하이 마스터들이 분위기만 잡고 슬쩍 전투에서는 발을 뺀 탓에 전투에 내몰려 고기 방패 역할만 반복해서 수행한 것이다.

물론 그중에는 영리하게 플레이를 하면서 적당히 이득을 챙긴 자들도 있었지만 오직 승리 하나만을 바라보고 덤빈 녀석들은 소모품으로 쓰이고 말았다.

“이 정도면 괜찮겠군.”

그러나 성과가 아예 없던 것도 아니었다.

잔뜩 긴장하며 대비하던 트롤들은 뒤늦게 그것이 미끼 전투라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어떻게 해서든 손해를 만회하려는 유저들의 필사적인 저항에 부딪쳐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강자를 많이 보유한 그들이라지만 모두를 강자로 채워 넣을 수는 없기에.

병사급에 해당하는 트롤들이 상당히 희생되었고, 심지어는 마스터급 중에 당한 놈들도 있었다.

그들의 경험치며 드롭 아이템이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한 유저들은 아이템이라도 챙기겠다는 생각으로 죽자고 달려든 것이다. 게이머의 집념이란 실로 무서운 것이었다.

“게이머, 특히 한국 놈들은 뭐 하나 작정하면 대책 없을 만큼 강력하니까.”

어쨌든 그 결과로, 트롤들에게 상당한 긴장감을 줄 수 있었다.

내심 유저들을 무시하던 그들이지만 작정하고 부활해 가며 싸움을 거는 데다 적지 않은 피해까지 입자 방어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음흉한 놈들이니 알아서 사리겠지.”

애초에 트롤의 성향 자체가 정면 승부보다는 상대를 몰아세워서 사냥하는 것을 즐기는 놈들이다 보니 함부로 싸움을 걸어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 말인 즉, 로칸이 생각하는 거북이 전략이 제대로 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병력은 수비 태세로. 다른 곳들이 반응을 보이기 전까지 우리는 제자리에 앉아 방어에만 집중한다.”

아예 로칸은 카잔티아에 만들고 배치해 둔 수성 병기와 장비들까지 모조리 이동시켰다.

이제 인간 종족의 최전방 거점은 카잔티아가 아니라 데스 캐슬과 후쉬칸성이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카잔티아만큼이나 방어에 용이한 거점들이기도 하니 그것들을 적의 보급품으로 내어 주는 일 따위는 없을 터였다. 적들이 그럴 만한 상황인 것도 아니고.

오크들이야 씩씩대고 있지만 고블린은 주눅 들고, 언데드는 잔뜩 예민해져 있었으며 트롤들은 겁을 먹었는지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올 생각을 않는 것이다.

“후작님, 증원이 도착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황금 사자 진영의 종족들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드워프와 노움은 요새화를 시작했고 끝까지 참전하지 않는 하프엘프들에게 실망감을 강하게 표시했다. 이대로면 4 대 3으로 전쟁을 벌여야 하는데, 비록 로칸이 엄청난 성과를 얻어내긴 했지만 고작 마스터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애초에 인간 종족 자체의 힘이 다른 종족들에 비해 강한 것도 아니고.

그러니 하프엘프들을 어르고 달래는 한편, 이미 시작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힘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그래 일단 한번 보지.”

그리고 그것은 모두의 무시를 받고 있는 인간도 마찬가지.

황제는 로칸의 승전보에 기꺼워하며 단호히 모든 귀족들에게 징집령을 내렸고 귀족들의 사병을 쪼개어 강제로 로칸에게 편입시켰다. 그것도 레벨이 높은 기사들 중심으로.

개중에는 마스터 레벨도 끼어 있었고, 심지어 하이 마스터도 넉넉히 들어 있었다.

아무래도 저 땅덩어리에 환장한 황제 놈이 근위병을 제외한 마스터, 하이 마스터들을 몽땅 긁어 로칸에게 던져 줄 생각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만큼 엄청난 전력의 집중이었다.

이제 이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고, 활용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로칸에게 달렸다. 황제가 그에게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포함한 모든 권한을 그에게 부여한 것이다.

그것을 확인한 로칸은 일단 증원군의 이름과 레벨, 소속부터 살폈다.

‘이것들 봐라 ’

그리고 눈에 밟히는 놈들을 짚어 냈다.

루베론 백작가에서 온 마스터 레벨의 기사 다섯.

황제가 눈이 돌아가 추진하고 있는 일이니 잘 보이기 위해 무리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로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차라리 지원금을 크게 내고 말지 마스터급을 다섯이나 보낸다고 언제 죽어도 모를 전장에 ’

자신이 루베른 백작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루베른 백작이라면 일전에 자신이 기사대전을 치를 때, 하시모츠라는 마스터급 기사를 상대에게 빌려주기까지 한 인물이 아니던가 동시에 자신에게 마스터급 기사를 잃기도 했고.

뭔가 꿍꿍이도 있어 보였고, 일단 로칸에게 호감을 가질 수 없는 포지션의 인물이었다.

게다가…….

“여기 이 다섯 불러와, 따로 지시할 일이 있으니. 은밀하게.”

무언가를 떠올린 로칸은 즉시 지시를 내렸다. 그들 다섯을 성 밖, 은밀한 장소로 불러내었다.

“후작님을 뵙습…….”

퍼억!

그러나 그들은 로칸에게 제대로 인사조차 건넬 수 없었다. 그 전에 머리통이 박살 났으니까.

아무리 만인살 타이틀에, 생사여탈권까지 부여받은 로칸이라도 무려 마스터급의 전력을 이처럼 막무가내로 죽여 없애는 것은 무척 곤란해질 수 있는 일이었지만 배틀 액스를 떨쳐 내는 그의 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나머지 넷이 반응할 새도 없이 순식간에 머리를, 심장을 부수어 놓았고, 놈들의 시체에서 펄럭거리는 종이가 두 장이나 발견되었다.

사실은 인벤토리에 들어온 것이지만.

“빙고.”

[루베론의 명령서]

[타락 집결지가 표시된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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