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
대도서관 (3)
-사자왕 키워드로 검색을 시작합니다.
-검색 제한 키워드. S급 서고 출입증이 확인되어 검색을 계속 진행합니다.
-검색 완료.
-검색 결과 확인을 위해서는 비용 지불이 필요합니다.
-모든 검색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127골드가 필요합니다. 얼마를 지불하시겠습니까
“빌어먹을 자본주의.”
검색 결과 조회가 완료된 후, 서고 관리자가 내뱉은 말은 다소 의외의 것이었다.
고작 검색 결과를 확인하는 데 돈을 지불하라니 그것도 무려 1백 골드가 넘는 거금을 말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속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다. 로칸은 인벤토리에서 127골드를 꺼내 모두 지불했고, 곧 검색 결과가 화면으로 나타났다.
“모두 가져다줘.”
-책 배달 서비스 요청.
-책 배달 서비스는 2구역 내에 위치한 책에 대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래도 이용하시겠습니까
-비용은 총 38골드입니다.
“옛다, 먹고 떨어져라.”
마법 생명체에게 투덜거리는 것이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로칸은 집어 던지듯 골드를 놈에게 넘겼다. 그것들을 일일이 찾고, 꺼내느니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나았으니까.
그러자 잠시 후 탑처럼 쌓인 책 더미가 그의 앞으로 배달되었다.
“후우, 그럼 읽어 볼까 ”
얼핏 봐도 1백 권은 넘어 보였다.
그나마도 사자왕에 대한 정보 자체가 제한되어 있어서 이 정도지 널리 알려진 것들을 찾아 읽으려면 몇천 권은 족히 되었을 터였다.
한숨을 푹 내쉰 로칸은 자리를 깔고 앉아 그것들을 읽기 시작했다.
[일반 스킬 ‘속독’을 습득하셨습니다.]
그저 읽기만 하는 것이라면 제법 자신이 있는 로칸이었지만 중간에 얻은 속독 스킬이 아니라면, 또 그것의 스킬 레벨이 계속해서 오르지 않았다면 눈알이 핑 돌아 쓰러져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중에는 ‘책벌레’라는 매직 등급의 타이틀도 얻으며 조금 더 탄력이 붙었다.
고작 매직 등급의 타이틀이기는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레어 등급 부럽지 않은 효과였다.
덕분에 눈의 피로가 줄고 읽는 속도가 빨라진 로칸은 어떻게든 산더미 같은 책들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젠장, 역시 허탕이군.”
그리고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
그나마 후작의 작위로 출입할 수 있는 2구역에서 나온 책들에는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 담겨 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힌트를 얻기에 부족함이 있었다.
그나마도 이미 얻은 사자왕의 무구에 대한 힌트들도 있었으니 실질적인 소득은 없는 셈이다.
덕분에 벌써 10시간이 넘게 지난 상태였지만 로칸은 휴식을 취하는 대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질한 정신을 부여잡고 1구역으로, 다시 S구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구역에서 검색에 잡힌 책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모두 합쳐서 열세 권 정도.
때문에 그것들을 찾아 모으며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집중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건…….”
그리고 마침내, 발견하고 말았다. 사자왕의 무구가 있을지도 모르는 장소에 대한 힌트를.
“곤란하게 됐군.”
하지만 역시 쉬운 장소가 아니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검은용군단의 지역이었으니까.
전쟁 지역에서 비교적 가까운 편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수월한 지역은 아니었다. 현재 전선을 펼쳐 놓은 검은용군단의 거점을 몇 번이나 밀어 내야 도달할 수 있는 위치였고, 무엇보다…….
“재수 없으면 노움들과 싸워야 하는 건가 ”
그곳이 바로 노움들이 드워프들과 손을 잡고 미친 듯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 까닭이다.
노움의 종족 퀘스트, 고대 도시의 발견과 재건.
이것과 사자왕의 봉인된 무구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이 사실을 노움들이 알고 있을지 모르겠군.”
책의 내용에 따르면, 고대 도시가 멸망할 때, 고대 도시의 동력원을 잃은 노움들이 사자왕의 무구가 내뿜는 힘을 임시 동력원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즉, 남은 두 개의 사자왕의 무구 중 하나는 노움들이 찾는 고대 도시 내부에 있을 확률이 높았고, 노움들이 고대 도시를 찾은 뒤 재건하기 위해 당장 필요한 자원이라는 소리였다.
로칸이 그것을 빼내려 하면 노움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먼저 도착해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지 않는 이상 결사항전을 벌일 터였다.
그러니 노움들이 고대 도시에 대해 얼마나 알아냈고, 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임시 동력원인 사자왕의 무구에 대해 알고 있는지, 또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동력원을 준비했는지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유저들이 찾기 전까지 노움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면 퀘스트에 따라, 노움 유저들이 지하에 매장된 고대 도시를 발견해 내지 못하는 한 노움 NPC들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반대로 문제라면 유저들은 레벨과 상관없이 그런 일을 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만.
“아쉽지만 여기까지인가.”
생각을 정리한 로칸은 즉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사자왕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있는 만큼 찾아보았으니 이제 다시 전장에 설 때였다.
“스킬 북은 역시…… 그게 좋겠지.”
물론 그 전에 두 권의 스킬 북부터 챙겨야겠지만 말이다.
이곳 대도서관에서 찾는 스킬 북은 모두 클래스 제한이 해제된 것들이었다.
일반 사냥으로는 드롭되지 않는 종류들까지 있었으니 제대로만 건진다면 엄청난 파워 업을 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로칸은 생각했던 스킬 북들부터 검색해서 찾은 뒤, 공을 들여 서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총 2권의 책을 반출하셨습니다.]
[승인 완료.]
[해당 책들에 대한 소유권이 이전됩니다.]
결과적으로 로칸은 사자왕의 무구에 대한 정보를 찾아 읽는 시간보다 스킬 북을 찾는 데 시간을 더 할애했다. 그것도 무려 닷새나.
그렇게 찾아낸 스킬들은 과연 시간을 투자한 만큼 가치가 있었다.
[시간 역행]
시간을 역행시켜 몸 상태를 최상으로 돌린다.
-지정된 시간 이전으로 자신의 모든 상태를 되돌린다.
-단, 사용 시점에 따라 더 안 좋은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사용 제한 : 마스터 레벨 이상
[무혼 각성]
지정한 아이템에 얽힌 이야기의 힘을 이끌어 낸다.
-이야기가 서려 있는 무구에만 사용 가능.
-무구에 감추어진 특별한 이야기의 힘을 이끌어 낸다.
-사용 제한 : 하이 마스터 레벨 이상
둘 다 광전사와는 다소 동떨어진 스킬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찾아낸 것 또한 우연에 우연이 겹친 특별한 일이었다.
스킬 설명조차 불친절하기 짝이 없었기에 로칸이 기존에 이 스킬들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 그냥 지나쳤을 지도 모를 일이었으니까.
이 스킬들을 찾아낼 수 있었던 건 역시 전생의 기억 덕분이다.
두 스킬은 각각 다른 히든 클래스 유저들이 사용하던 스킬인데, 꽤나 재미있는 효과를 일으켜 기억에 남이 있던 것이다.
“역행 시간 설정. 30분 전으로.”
대도서관의 바깥으로 나와 그 스킬을 체득한 로칸은 즉시 두 스킬을 모두 익혔다.
무혼 각성의 경우 하이 마스터 전용 스킬이라 당장 사용 할 수는 없지만 익히는 것 정도는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일단 시간 역행의 스킬 설정부터 세팅했다.
역행할 시간을 미리 정해 두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그때그때 역행할 시간을 정할 수 있다면 그 효용을 말로 할 수 없을 정도겠지.
컨트롤 좋은 스피드형 근접 계열이 사용한다면 상대가 누구라도 농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 터였다.
[시간 역행 타이머 설정 완료. 스킬 사용 시 30분 전의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역행 시간은 1시간 뒤에 재설정이 가능합니다.]
로칸은 즉시 최대 되감기 시간인 30분으로 설정을 마쳤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가장 강력한 힘을 되찾기 위함이다.
“아슬아슬하겠군.”
광풍현신이 완전히 끝난 뒤에 사용하면 사용 중인 시점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적당히 힘을 쓴 뒤 사용하면 아예 광풍현신의 쿨 타임이 돌지 않는 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다.
즉, 시간 역행을 사용하기에 따라 광풍현신의 지속 시간을 2배로 늘리거나 나눠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보다 강력한 무기가 또 있을까 스산하게 눈빛을 빛내며 로칸이 다시 전장으로 향했다.
“보고드립니다. 현재 전장의 상황은…….”
로칸이 다시 후쉬칸성으로 돌아오자 미리 와서 대기 중이던 마스터와 하이 마스터들이 충원된 병력들을 추스르는 중이었다.
로칸의 손에 주인을 잃은 사병들 중 충성도가 높았던 이들과 애매한 위치였던 이들이 화살 받이가 되기 위해 전장으로 내몰린 것이다.
진정으로 그들의 편이 아니라면 목숨으로 증명하라, 뭐 이런 것이다.
살아남는다면 봐줄 것이고, 죽는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역모에 가담한 이들이니 로칸도 굳이 봐줄 생각은 없었다.
그들을 전투 발생 시 선봉에 세우도록 지시하고 전장의 상황에 대해 보고받았다.
“생각보다 격렬하군.”
하프엘프가 침묵하고, 인간들은 문을 걸어 잠갔지만 드워프와 노움은 여전히 활발한 공세를 펴고 있었다. 2 대 4의 싸움임에도 철천지원수를 대하듯 병력을 투입하고 국지전이라도 펼치며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애들 쓰는군.’
얼핏 보면 영토 욕심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인간 황제처럼 영토 욕심이 커서 무리를 해 가며 검은용군단의 거점을 두들기는 것으로 말이다.
그러나 로칸은 그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두 종족의 종족 퀘스트 모두 현재 검은용군단이 가진 땅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노움은 고대 도시의 발견과 재건을.
드워프는 검은용군단 진영에서만 채굴되는 특수한 광물을 이용해 최강의 병기 생산을.
그러한 목적이 있기에 그들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령 인간과 하프엘프가 끝까지 돕지 않더라도 자신들만의 힘으로 원하는 지역까지만 밀어 내자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리고 당장은 검은용군단의 종족들도 한번에 싸움을 종결지을 전면전을 원하지는 않을 테니 잘만 하면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무리하고 있는 게 보이지만……. 기세가 좋군.’
정확히는 너무나 저돌적인 그들의 기세에 검은용군단이 눌렸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최전방의 거점들을 잃으며 검은용군단이 큰 피해를 입긴 했어도 남은 병력이 고작 두 종족에 압도당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다만 그들이 워낙 거창하게 밀고 들어오고, 싸움을 걸어 대니 당황스러워하고 있을 뿐이다.
드워프든 노움이든 아무리 높게 쳐주어도 검은용군단의 한 종족 정도의 전력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그것을 파악당하는 순간 거센 저항과 반격에 직면하게 될 확률이 높았다.
‘그 전에 하프엘프를 움직여야 해.’
그렇기에 로칸은 더욱 병력을 숨겨 두었다.
어차피 인간 하나가 끼어든다 해서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적들이 아니다.
개체의 전투력이 가장 높고, 유저들의 양과 질 또한 가장 훌륭한 하프엘프들의 참전이야말로 진정으로 승기를 이어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움직이기 싫다면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야지.”
상황을 모두 파악한 로칸이 하얗게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하프엘프들이 소위 ‘빡쳐서’ 스스로 움직이게 만들 계획이 떠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