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
사자왕 (3)
[사자의 일격][퀘스트]
사자병단에 소속되어 적을 말살하라.
-조건 달성 시 1레벨 상승 : 거점 획득 0/3
-전쟁 참여 중 경험치 1.5배
-공적에 비례하여 경험치 및 명성 추가 획득
사자병단으로 편입된 로칸은 사자부대 합류 퀘스트가 새로이 갱신된 것을 확인했다.
비슷했지만, 거점을 세 개 획득할 때마다 1레벨씩이나 상승하는 특별한 혜택이 붙은 것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꿀이네.’
마스터 레벨부터 1레벨을 올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하면 정말 전쟁은 꿀단지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모든 종족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평가받는 인간의, 그것도 최전선의 사자병단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가
잘만 하면 여기서 10레벨 이상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자, 그럼 진격한다!”
“충!”
곧 모든 보급과 병력 편성이 끝나고 사자왕과 사자병단, 그리고 사자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대군이었지만 역시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사자왕과 사자병단이었다.
가장 선두를 걸으며 막아서는 모든 이들의 목줄을 물어뜯을 기세를 풍기는 그들은 기세만으로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모조리 쫓아 버리고 포식자의 눈으로 적군을 살폈다.
‘오크라…… 좋군.’
불행히도 가장 먼저 그들과 맞닥뜨린 상대는 오크들이었다.
타고난 전사의 본성은 어디 가지 않았는지 사자병단의 출현에도 겁을 먹지 않고 흉흉한 기세를 뿜어 대는 녀석들이지만, 전의를 불태우는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가자.”
모든 것의 앞에 선 자. 사자왕이 그런 그들을 향해 말했다. 마치 산책이라도 나가듯 가벼운 말투였다.
그러나 그 후 일어난 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크허허허허헝!”
사자병단 전원이 내지르는 사자의 포효와 같은 함성이 전장을 휩쓸었다.
오크들의 신체에서 자유를 빼앗고 눈알만 뒤룩뒤룩 굴리는 것 이외에 그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어진 것은 일방적인 폭력!
어째서 행정관 NPC가 그토록 승리를 자신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을 만큼 압도적인 힘으로 오크의 대군을 쓸어버렸다.
사자왕이 그리 거창하게 나서지 않더라도 사자병단의 힘만으로 10배는 됨직한 오크 군단을 몰살시켰다.
‘자신할 만하군.’
그 속에서 로칸 역시 발군의 실력을 자랑했지만 광풍 현신을 쓰지 않고서는 특출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다시 적대 세력과 전투를 벌이며 폭군, 만인살의 효과가 발휘되었음에도 그저 동수를 이루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광풍 현신을 사용하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이번만큼은 로칸도 제 스스로를 평가하고 싶었다.
컨트롤과 기본 스킬만을 이용하여 자신을 몰아붙였다.
“이봐, 신입. 꽤 하는데 ”
“사자왕께서 인정하셨다더니 역시 상당하군!”
“쳇, 저 정도는 나도 한다고.”
“멍청한 녀석. 저 친구 ‘버서커’인 거 몰라 넌 버서크도 사용하지 않은 광전사랑 겨우 수를 맞춘 거라고!”
덕분에 사자병단 내에서의 평판은 상당히 올라갔다.
그들의 입장에서 낙하산과 같은 데다 장기적으로 그들과 함께할 고정 멤버도 아니니 고까울 법도 하건만, 로칸의 실력을 보자 바로 인정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과 같은 종족 전쟁 상황에서는 종족 간의 유대와 신뢰가 어느 때보다 두터워지니까.
“다음번에는 버서크도 보여 주라고!”
“야, 이 미친놈아. 그러다 눈 돌아서 우리랑 싸우면 어떻게 할래 너랑 싸우면 네가 100% 진다에 내 월급을 건다.”
“뭐 이 새끼가!”
물론 이런 식으로 투닥거리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전장에서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상대들인 것이다.
그 콩트 같은 모습에 로칸이 피식 웃으며 경험치 바를 살폈다.
경험치 1.5배의 효과인지 눈에 보일 만큼의 경험치가 차오른 상태였고, 1레벨 상승의 조건인 거점 획득에도 카운트가 하나 올라가 있었다.
이제 두 개의 거점만 더 빼앗으면 1레벨을 공짜로 올릴 수 있었다.
“다들 벌써 지친 건 아니겠지 뒤처리는 저 친구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가자! 몸도 풀었으니 제대로 한번 놀아 봐야지!”
“예!”
빠르게 정리되긴 했어도 꽤나 거친 전투임에 분명한데 사자왕은 이제야 몸이 풀렸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에 호응하는 건 사자병단도 마찬가지.
꽤나 타이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로칸도 빠질 수는 없었다.
즉시 배틀 액스를 꼬나 쥐고 천골마를 소환했다.
인근에 주둔 중인 적의 부대를 기습하기 위해 최대한의 속도로 말을 달리기 시작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
종횡무진(縱橫無盡).
파죽지세(破竹之勢).
파란만장(波瀾萬丈).
그 어떤 말로 그들의 행보를 표현할 수 있을까.
정말 가오칸의 말처럼 몸이 풀린 것인지 전투가 거듭될수록 사자병단의 위력은 더욱 강력해졌다.
자신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바에 따르면 위험한 순간도 다수 연출되었지만 그만큼 협동 플레이도 강화되면서 오히려 상대를 압살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덕분에 거점을 몇 개나 더 집어삼켰고, 로칸도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이대로 작은 거점 따먹기가 계속되어도 좋겠다고 생각이 될 만큼.
그러나 하이 마스터까지 호락호락하게 버스를 타도록 둘 더 로드가 아니다.
“드워프 군단, 합류했습니다.”
“노움 군단도 합류했습니다.”
“엘프들은 참전이 어렵다는 전갈을 받았습니다. 세계수를 잃은 후유증이 큰 것 같습니다.”
그들을 가로막던 중소형 거점들을 모두 집어삼키자 전투의 스케일이 확 커진 것이다.
사자병단의 힘과 성과는 여전히 압도적이었지만 상대의 숫자가 너무나 커져 버렸다.
인간의 힘을 인정하고 한데 뭉치기 시작한 트롤, 오크, 고블린 종족의 군단이 한데 뭉쳐 항전을 결의하면서 이쪽에서도 드워프와 노움의 군단에 합류한 것이다.
‘재미있군.’
마음 놓고 꿀을 빨 수 있는 시기가 지난 것이었지만 로칸은 이것대로 재미가 있었다.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노움과 드워프들이 가져온 것들이 꽤나 흥미로운 것이다.
“골렘이라니. 몬스터로는 거의 나오지 않더라니…….”
사실 골렘에 대한 정보가 없던 것은 아니다.
희귀하긴 하지만 몬스터로도 가끔 등장하기도 했고, 문헌을 통해서도 그 형태를 찾아볼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 드워프들이 이끌고 온 골렘 군단은 척 봐도 보통 골렘이 아니었다.
최소 마스터 레벨 이상이었고, 그중 특이한 개체들은 하이 마스터급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역시 이게 고대 병기였군.”
그것으로 로칸은 확신할 수 있었다.
드워프들이 종족 퀘스트로 특수한 금속들을 모으는 근본적인 이유. ‘고대 병기의 부활’이란 결국 지금 보고 있는 골렘의 제작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저게 진짜인가 ”
그리고 그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1기의 골렘이 있었다.
유독 다부지고 탄탄한 장갑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유연해 보이기까지 하는 매혹적인 기체. 로칸은 그것이 드워프들의 ‘최종 병기’라는 것을 확신했다.
[미스릴 골렘 28호][Lv 412]
“허어…….”
예상은 했지만 고작 골렘이 그랜드 마스터라니, 실로 놀라웠다.
만약 저런 것을 양산, 아니 추가 제작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하나가 아니라 2, 3기만 더 만들 수 있다면
아마 세상을 정복하는 것은 드워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런 놈을 밟았단 말이지…….’
동시에 드워프들이 인간에게 숙이고 들어온 이유가 떠올랐다. 사자왕 가오칸에게 처절하게 박살이 났다고 했던가
얼마나 처참히 짓밟혔기에 저만한 병기를 만들어 내고도 납작 엎드리는 것인지, 새삼 사자왕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것도 마찬가지…….’
그러나 신기한 것은 드워프들의 병기만이 아니었다. 고대 도시, 비공정을 잃은 노움족이 꺼내 든 병기 또한 로칸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외골격 파츠……인가.”
그것은 외골격 파츠라 불리는 물건이었다.
작디작은 노움의 몸을 대신해 강력한 근력과 기민한 움직임, 아주 긴 리치를 책임져 줄 기계 갑옷을 입은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거의 ‘탑승’에 가까운 형태로 입은 외골격 파츠에는 폭탄, 빔 라이플 등의 첨단 기계공학 장비들이 내장되어 있었다.
변수를 만들어 내는 것마저 가능하니 전투력이 상승할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이 정도면 누구도 노움을 ‘마법과 기계의 종족’이라 부르지 못할 터였다. 전사의 종족이라는 오크와 비교해도 크게 꿀리지 않는 육체 스펙이 될 테니까.
파괴나 손상 시 즉시 회복이 조금 어렵다는 것만 빼면 그야말로 완벽한 전사라 할 수 있는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로칸은 곧 시선을 떼고 다시 고개를 돌려 저 멀리 까맣게 밀집해 있는 적들을 바라보았다.
‘쉽지는 않겠군.’
우글우글 모여 있는 오크와 트롤, 그리고 주술의 힘으로 그들을 강화하고 증폭시키는 고블린들.
그러나 역시 가장 무서운 것은 ‘강자’들의 존재였다.
‘신기’로 불리는 무기를 각각 꼬나 쥔 오크 로드와 트롤 로드, 고블린 대사제.
무려 셋이나 되는 그랜드 마스터들이 버티고 선 것에 반해 이쪽은 사자왕과 미스릴 골렘 단둘뿐이니 어찌 걱정이 되지 않을까.
‘아니, 걱정하는 게 우스운 건가 ’
객관적인 평가가 그렇다는 것이고, 사실 로칸의 입장에서는 사자왕을 걱정하는 게 더 우스웠다.
그는 미래를 알고 있지 않나. 결국 이 전쟁에서 최후에 누가 살아남는지도.
사자왕이 치명상을 입었는지 어쨌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승리하는 것은 인간이었다.
훗날 ‘황금사자 진영’이라 불릴 이들이었다.
때문에 로칸은 자신에게 집중했다.
일단은 최대한 살아남아 사자왕의 곁에서, 그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자, 준비됐나 ”
“충!”
“그럼 가자!”
그리고 잠시 후, 대회전을 앞두고 인간과 드워프, 노움 연합이 먼저 움직였다.
가장 선두에 선 것은 이번에도 사자왕과 사자병단이었다. 당연히 로칸도 그 속에 있었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그 뒤를 이은 것은 드워프의 병기, 골렘들과 외골격 파츠로 전사의 힘을 얻은 노움들이었다.
그 뒤로 다리 짧은 드워프 전사들과 더 작지만 발 빠른 노움 마법사들이 선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발을 놀리고 있었다.
여섯, 아니 여덟 종족의 운명을 건 대전투가 시작되었다.
“사자왕!”
“가오카안!”
“이번에야말로……. 죽여 주마!”
선두를 달리는 사자왕 가오칸의 모습에 적들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들의 수장들이 마중을 나오며 진득한 살기를 피워 올렸다.
3 대 2의 전투가 아니다. 3 대 1이라고 보는 것이 옳았다.
어떤 악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오크, 트롤, 고블린의 수장들은 미스릴 골렘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로지 가오칸에게만 집중했고 자신들의 힘을 발현했다.
어차피 병력은 거들 뿐, 승부는 자신들에게서 시작되고 끝이 난다.
초월자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공격이 가오칸에게 오롯이 집중되었다.
씨익.
로칸조차 보는 것만으로 숨이 턱 막히는 공격을 바라본 가오칸이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이대로라면 아무리 그라도 당하고 만다.
그렇기에 다른 힘을 이끌어 냈다. 로칸과의 대련에서는 꺼내지 않았던 진짜 힘을 개방시켰다.
“무혼 각성. 황금사자 세트.”
작지만 무엇보다 거대한 금빛 사자의 힘이 지상에 강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