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0
천상으로
[전체 공지. 세상을 파멸시키려던 잊혀진 종족, 타이탄이 쓰러졌습니다. 다시 세상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들이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이의 이름을 칭송합니다.]
[인간 레이지 버서커 로칸의 이름이 역사에 기록됩니다.]
아마겟돈의 시전과 함께 그랬듯, 시스템이 전체 공지로 로칸의 업적을 칭송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
동시에 경험치 바가 몇 번이나 차올랐다. 단숨에 레벨을 5개나 올리고 로칸을 349레벨까지 끌어 올렸다.
[전직 퀘스트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자동으로 승급이 진행됩니다.]
[기적적인 업적! 당신은 최초로 하이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셨습니다.]
[타이틀 하이 마스터를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불가능한 업적! 당신은 단신으로 잊혀진 종족인 타이탄을 사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타이틀 ‘거인 사냥꾼’을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최초][하이 마스터][에픽]
세상이 마스터를 뛰어넘는 경지에 오른 당신의 노력과 실력에 감탄합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
-마스터 스킬 슬롯 + 1
-생성, 조합 스킬 슬롯 +2
-조합 스킬 생성 시 스킬 북이 아닌 형태로도 조합 가능
-모든 능력치 + 100
-모든 속성 저항력 + 20
[최초][거인 사냥꾼][레전드]
잊혀진 최강의 종족 타이탄을 단독으로 사냥한 당신의 무력은 천외천의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종과 기량의 한계를 넘은 당신의 능력에 경배합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
-거인족을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 + 300
-거인족을 상대할 때 모든 공격력과 방어력 + 50%
-자신보다 작은 대상과 전투 시 상대의 능력치 10% 하락
-모든 능력치 + 300
더불어 자동 승급과 타이틀 획득까지!
에픽과 레전드 등급답게 두 타이틀 모두 효과가 어마어마했다.
먼저 하이 마스터 타이틀은 최초 효과인지 ‘스킬 북 없이 조합 스킬 생성’이 가능해 활용도가 더욱 높아졌고, 거인 사냥꾼은 거인족뿐 아니라 자신보다 작은 대상의 능력치를 강제로 하락시켜 만능에 가까운 효과를 발휘했다.
당장 광풍 현신을 사용한 로칸보다 큰 대상 같은 게 있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러나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레벨 그 자체였다.
350레벨.
하이 마스터!
그것을 달성하며 사자왕의 무구와 무혼 각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이 마스터에 오르며 자동으로 상승한 능력치들도 엄청났지만 이쪽은 훨씬 어마어마했다.
“하, 하하…….”
봉인된 광풍의 사슬 배틀 액스는 다시 깨워 쓸 수 없겠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정말 천외천의 힘이다.
정말로, 적수가 없었다.
현재 살아남은 고블린 그랜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과연 자신을 상대할 수 있을까 한없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가만 ”
그때 문득, 로칸의 머릿속에 스치는 것이 있었다.
황급히 인터페이스를 조작해 퀘스트 창을 열었다.
[광풍의 흔적을 찾아서][퀘스트]
오래전 세계를 질타한 광풍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나머지 흔적을 찾아 광풍의 유지를 이으십시오.
-고급 훈련장 수료 (완료)
-해저 터널 최초 통과 (완료)
-클래스 익스퍼트 상태로 클래스 마스터 5명 살해 (완료)
-봉인된 광풍의 배틀 액스 획득 (완료)
-광풍의 전설에 대해 듣기 (완료)
-타이탄 처치 (완료)
물음표로만 되어 있던 퀘스트 광풍의 흔적을 찾아서가 완료되었다!
로칸이 그것을 확인하자 퀘스트 창이 신기루처럼 입자로 변해 사라지더니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새로운 퀘스트가 나타났다.
[시크릿 퀘스트 광풍의 흔적을 찾아서가 완료되었습니다.]
[광풍의 발자취로 갱신됩니다.]
“…… ”
[광풍의 발자취][퀘스트]
광풍의 흔적을 모두 찾아낸 당신은 그의 뒤를 이을 자격을 갖추었다.
광풍의 발자취를 찾아 그를 찾아내자.
그는 자신의 업적을 넘어선 당신을 기꺼이 반길 것이다.
-날개 획득 (완료)
-천상 대포 제작 0 / 1
-천상으로의 진입 0 / 1
-광풍과의 대화 0 / 1
“미친.”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새로 갱신된 퀘스트는 그의 발자취를 쫓아 직접 그를 대면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광풍이 살아 있다고 ”
이미 활동 시기가 수천 년 이상은 됨직한 인간이 아직도 살아 있다니 퀘스트의 난이도를 떠나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과 타이탄의 혼혈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허허, 천상이라니.”
한참을 어이없어 하던 로칸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공교로웠다. 퀘스트가 가리키는 ‘천상’은 전생의 자신도 소문으로만 들어 본 곳이었으니까.
전생에도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을 아는 이는 창세의 왕 오딘을 포함해서 단 몇 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천상에 진입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물론 타이탄을 쓰러뜨린 시점에서 이미 로칸은 전생에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경지와 퀘스트 지점에 도달한 셈이지만 놀랍고도 기꺼웠다.
“재미있겠군.”
지상에 적수가 없다고 느끼던 그때, 이곳과는 격이 다른 존재들뿐이라는 새로운 필드에 대한 소식은 그의 피를 끓게 만들었으니까.
당연히 이번 생에서도 언젠가 그곳에 도달하고픈 생각을 가지고 있던 로칸이었다.
더구나 천상에 도달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이미 달성한 상태였다.
“이게 있으니 더 쉽겠지.”
바로 날개다. 광풍의 날개는 ‘날개 시스템’에서도 최상급, 어쩌면 정점에 위치한 장비였으니까.
탈것만으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다는 그곳에 닿기 위해서는 최소 유니크급 이상의 날개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날개의 등급이 더 높을수록 빠르고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다고 했던가
욕심이 생겼다.
“일단은 내려가야겠군.”
타이탄이 떨군 전리품들을 회수한 로칸은 즉시 서리산맥을 내려갔다. 이미 타이탄과의 전투에서 많은 힘을 소진한 까닭에 더 이상 전투를 치르며 내려갈 여력이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로칸의 강력한 힘을 읽은 것인지 감히 날개를 펼쳐 저공비행하는 로칸에게 덤벼드는 몬스터 따위는 없었고, 로칸은 안전하게 거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곧장 황제에게로 향하지는 않았다.
드워프의 수도.
그곳으로 먼저 향한 로칸은 드워프들의 왕을 만났다. 이미 그가 타이탄을 해치웠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인지 무려 왕이나 되는 존재임에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천상 대포라고 흐음, 알고 있네.”
당연히 천상 대포를 제작하기 위함이다.
제작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드워프이니 그들이라면 그것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게다가 드워프의 왕은 본디 드워프들 중 가장 제작 기술이 좋은 자에게 주어지는 자리이니 확률은 더욱 높았다.
“만들 수 있습니까 ”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네. 천상 대포의 제작법은 전해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재료가…….”
“알려 주십시오. 뭐든 구해 오겠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예상이 적중했다. 사실 가능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전생에 오딘도 만들었던 물건이니까.
그러니 자신이 하지 못할 리가 없다. 혹여나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은 재료가 섞여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간단하군요.”
드워프의 왕에게 재료를 모두 들은 로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나하나 대단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모두 로칸의 입장에서는 얻기 어렵지 않은 물건들이었다.
돈을 주면 구할 수 있는 자잘한 아이템들은 일단 미뤄 두자.
그러면 크게 세 가지의 재료가 남았다.
먼저 세계수의 뿌리 재. 이건 간단하다. 세계수를 구한 보상으로 받으면 되니까.
두 번째는 에픽 등급 이상의 금속. 원래대로라면 이건 고생을 좀 해야 얻을 수 있겠지만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만년한철][레전드]
서리의 타이탄이 드롭한 아이템 중 그것이 있는 것이다. 그것도 꽤나 대량으로.
“이게 문제인데…….”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것은 바로 마지막 재료뿐이었다.
신성의 보호막.
유저 자체가 포탄이 되어 쏘아지기 위해, ‘경계’를 넘을 때 가해지는 힘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 장치였다.
여차하면 광풍 현신의 불사 능력으로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했지만 역시 확실한 것이 좋았다.
그리고 이것은 다름 아닌 황궁 무고에 자리하고 있었다.
다른 대체제도 있긴 하지만 굳이 확실한 것을 두고 돌아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번에 세운 공만 하더라도 황궁 무고에 들어갈 자격쯤은 거뜬히 얻을 수 있으니 이것 역시 획득 자체에는 문제가 없겠으나 로칸이 고민하는 것은 전혀 다른 범주였다.
“왕위 찬탈이라…….”
이미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작위에 올랐다. 삼대장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공작들은 거의 실각되거나 로칸의 세력에 한없이 못 미쳤고 황권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황제의 곁에는 다수의 하이 마스터가 포함된 근위대가 있지만 그들이 과연 로칸을 막을 수 있을까 어림없는 일이다.
그러니 로칸이 마음만 먹는다면 최초로 인간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었다.
로칸이 고민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황제의 자리에 오를 것이냐, 말 것이냐.
“귀찮은데.”
분명 황제의 자리에 오르면 그에 상응하는 타이틀을 얻을 것이다. 아마 최초 타이틀이 붙은 [황제]쯤을 얻게 되겠지.
하지만 떠날 생각을 하고 있기에 굳이 그것을 얻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솔직히 말해 귀찮았다. 돈이야 이미 각 영지에서 차고 넘칠 만큼 벌고 있었으니까.
황제의 오라 아군을 강화하는 버프야 있으면 좋지만 그는 철저히 솔플을 즐기는 입장이었다.
자신까지 강화된다면 굳이 마다할 것 없지만 공작의 타이틀로도 비슷한 것이 있으니 무리해서 탐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단 가 보자.”
고민하던 로칸은 일단 쿨 타임과 후유증 페널티가 끝나는 대로 황궁으로 향했다.
황제와의 면담을 진행했다.
“크흠,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더군. 그래……. 이제 전선으로 돌아갈 텐가 ”
오랜만에 마주하는 황제의 표정이 기묘했다.
그도 그럴 것이, 로칸이 힘을 쓴다면 황제의 자리에서 밀려나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이니까. 그로서는 로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 되겠군.’
그때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로칸이 그 순간 마음을 정했다.
“황제가 될 생각입니다.”
“그렇군.”
순간 황제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올 것이 왔다는 듯, 놀라긴 했지만 분노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도망치거나 근위대를 부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눈을 질끈 감고 처분을 기다렸다.
“뭐 하십니까 ”
그때, 로칸이 가만히 그를 불렀다.
물음표를 잔뜩 띄워 올리며 감았던 눈을 뜬 황제를 향해 로칸이 씨익 웃어 보였다.
[불가능한 업적! 당신은 방문자 중 최초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타이틀 황제를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최초][황제][레전드]
방문자의 몸으로 최초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
-모든 종류의 작위 수여 가능
-지정한 귀족 10명을 자신의 곁으로 즉시 소환 가능
-인간 제국 내 모든 존재에 대해 명령 가능
-[황제의 오라] 사용 가능
로칸은 평화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자신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는 하지만, 재상의 대행 체제로 권력 구조를 개편한 것이다.
황제의 권위는 여전하되 통치는 재상이 한다.
그리고 그 재상으로는 당연히 현 황제를 임명했다.
모든 종류의 작위가 수여하다는 것은 그런 뜻이다. 없는 자리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그것을 사용해 자리를 만들고 권한을 부여했다.
타이틀 획득을 위해 황제의 자리를 유지할 뿐, 머리 아프게 통치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는 로칸이었다.
“여기 있군.”
그리고 당연히 황궁 무고에 출입해 원하던 것을 얻었다.
신성의 보호막.
총 10회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물건이지만 일단은 그것이면 충분했다.
그것을 손에 넣는 즉시 나머지 재료들도 확보하며 드워프의 왕에게 제작을 의뢰했다.
전쟁
타이탄마저 쓰러뜨린 로칸이 있는데 누가 감히 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까.
황금사자 진영에서는 계속해서 밀어붙여 끝장을 보고 싶어 했지만 로칸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이대로 방어선을 굳히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잠정적인 휴전 상태가 지속될 테고, 누구든 로칸을 넘어설 자신이 생기기 전까지는 다시 전쟁의 불씨를 당기지 못할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를 보유한 고블린들만 억울하게 됐다.
그렇게 강제적인 평화가 지속되기를 다시 한 달여.
로칸은 기다리던 천상 대포를 인계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가는군.”
로칸은 즉시 그것을 가지고 이동했다. 오래전 고대 황제가 죽음을 맞이했던 그곳이다.
천상을 보며 죽음을 맞이했던 그곳.
어디서든 천상으로 오를 수 있었지만 가장 효율적인 위치가 바로 그곳이었으니까.
[천상 대포가 설치되었습니다.]
[사용 권한을 설정해 주십시오. 최대 1년까지 사용 제한을 둘 수 있습니다.]
당연히 사용 권한은 자신 하나에게만 두었다. 로칸이 뭐 하러 남 좋은 일을 하겠나
1년 뒤에 소유권이 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걸 수 있는 최대치로 사용 제한을 두고 천상 대포 안에 세계수의 뿌리 재와 다른 재료들을 넣었다.
그것들이 화약처럼 폭발하며 로칸을 밀어 올릴 터였다.
“신성의 보호막, 사용.”
스스로가 포탄이 되어 천상 대포의 안으로 들어간 로칸은 신성의 보호막으로 자신을 감쌌다.
이로서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이제 누군가 천상 대포의 심지에 불을 붙여 주면 되는데, 그 역시 어려운 일은 아니다.
“시작해.”
NPC 용병이든 노움 5형제든 분신이든 뭐든 써먹을 수 있는 것은 많이 있었으니까.
치이이익.
황제의 명에 따라 함께 나선 NPC 병사 하나가 마법의 불꽃을 사용해 특수 제작된 심지에 불을 붙였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천상 대포가 발사됩니다. 10, 9, 8, 7…… 2, 1!]
[발사!]
콰앙!
그 순간 하늘이 열렸다.
로칸이 경험해 보지 못한 힘과 속도로 천상을 향해 솟구쳤다.
치지지지직!
지구로 따지자면 대기권쯤 될까. 어떤 지점에서 거센 저항감이 느껴졌지만 로칸을 밀어 낸 힘은 그것을 뚫어 냈다.
[신성의 보호막이 강제 해제되었습니다.]
경계를 넘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우주와 같은 풍경이 열리고 무중력이 로칸의 몸을 떠받쳤다.
“날개 모드.”
그때부터 날개의 힘이 필요했다.
그를 옭아매던 전생과 지상의 이야기들을 벗어던지고 저 멀리 어딘가에 있을 천상을 향해, 로칸이 다시 날아올랐다.
누구도 밟아 보지 못한 새로운 대지, 새로운 필드를 향해 폭력의 왕, 지상의 절대자가 나아가기 시작했다.
새로운 전설을 써 내려가기 위해서.
-1부 완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