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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화.화염의 타이탄 (2) (2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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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의 타이탄 (2)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건 로칸만이 아니었다. 카이의 광풍의 날개 역시 뛰어나진 않지만 적지 않은 위력을 가졌다.

그런데,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는 카이의 스킬이 의외의 효과를 가져왔다.

“헐.”

라바 골렘은 몰라도 나머지 몬스터들을 제대로 날려 버린 것이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들의 바로 뒤에는 펄펄 끓는 용암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치이이이이익.

불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라도 용암에는 견딜 수 없었는지 그대로 녹아 사라졌고, 덕분에 로칸은 빠른 시간 내에 놈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잘했어, 카이! 덕분에 일이 줄었다.”

상황이 묘하게 흐르자 로칸은 아예 마나 폭격을 라바 골렘에게로 집중했다.

핵이 파괴되지 않는 이상 재생이 가능한 골렘이지만 가루가 될 정도로 무지막지한 공격이 집중되는 데 버틸 재간이 있으랴.

덩치는 거대해도 레벨은 360레벨대밖에 되지 않던 라바 골렘이 사라지는 것도 시간문제였기에, 로칸이 마나 포션을 연거푸 들이켠 결과 타이탄과의 일대일 상황을 만들 수 있었다.

“자이언트 피데기, 소환! 웅크리기!”

그리고 폭탄을 투하하듯, 놈을 조준해 자이언트 피데기를 떨어뜨렸다.

쿠왕!

깜짝 놀란 화염의 타이탄은 들고 있던 망치를 휘둘러 자이언트 피데기를 강타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했다.

방어력 상승에 대미지 경감, 그리고 목줄과 덮개 등 걸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화염 저항 펫 아이템까지 두른 자이언트 피데기는 굳건하게 놈의 대미지를 몸으로 받아 내었다.

한 방에 되돌려 주기 위해 몸 안에 축적하기 시작했다.

“필드 체인지!”

그사이 로칸은 자이언트 피데기가 있는 일정 지역의 속성을 바꾸었다.

한정적이지만 화염 지대에서 열기가 걷히고 생기가 넘치는 고운 흙으로 덮였다.

비싼 값을 주고 숲 지형으로 바꾸는 필드 체인지 스크롤을 구한 것이다. 숲 지형이라면 자이언트 피데기가 자체적으로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으니까.

처음에는 화염 대미지를 없앨 요량이었지만 덕분에 좋은 것을 배웠다.

콰앙 콰앙 쾅 쾅 쾅 쾅.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염의 타이탄은 녀석에게 마구 분노를 쏟아 냈다. 자신의 공격에서 부서지지 않는 것이 더욱 화가 나는지 그 눈에는 광기마저 서렸다.

“슬슬 나설 차례군.”

그런 가운데, 로칸이 움직였다. 소량이나마 생명력을 회복하고 있던 자이언트 피데기의 생명력이 벌써 20%가량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확실히 대지의 타이탄보다도 강력한 위력이었다.

[화염 지대에 진입하셨습니다.]

[지형 효과도 초당 5의 대미지를 입습니다.]

[광풍의 날개 효과로 열기에 의한 부정적 효과를 무시합니다.]

발바닥이 닿는 순간부터 벌써 후끈했다.

보통이라면 서 있는 것만으로 생명력이 깎였겠지만 로칸에게는 광풍의 날개가 있었다.

열기와 한기에 의한 지형 효과를 무시하는 옵션이 달린 날개이자 망토 아이템.

로칸은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조심히 놈의 등 뒤로 돌아갔다.

19%, 18%, 17%…….

자이언트 피데기의 생명력이 빠르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며 자신 또한 복수의 일격을 준비했다.

“광풍 현신, 전신 무쌍, 무혼 각성……. 무혼 각성!”

처음부터 전력으로 간다.

자이언트 피데기에 온전히 시선이 팔려 있는 지금이라면 단번에 놈을 끝장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초극.”

로칸의 모든 스킬을 융합한 일격이 놈의 등을 꿰뚫었다.

“크허허허허헝!”

“제길.”

대미지는 충분했다.

그러나 한 방에 끝내야 한다는 생각과 심장을 제대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죽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서로 얽히며 약간의 틈을 만들었다.

로칸이 심장을 먹는 아귀를 연달아 찌르기도 전에 놈이 폭주를 시동한 것이다.

버서크.

놈이 사용하는 것은 분명 버서크였다.

“성격도 불같다, 뭐 이거냐.”

로칸은 점멸을 사용해 재빨리 탈출하며 혀를 찼다. 자신이 생각해도 우스운 일이다.

애초에 심장을 꿰뚫었다면 한 방에 끝났을지도 모르는데.

물론 그것만으로도 대미지는 충분한 것 같지만 초월 각성을 한 상태도 아니면서 어설프게 여유를 부린 것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급가속! 전신의 돌격!”

광풍 현신이고 나발이고 부딪치면 죽을 것만 같은 놈의 공격에 로칸이 돌진기를 회피기로 사용하며 도망을 다녔다.

정말 놈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 버서크라면, 그 약점 또한 확실히 아는 것이다.

지속 시간.

자신과 동일하게 30분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이쪽은 시간 역행이 있다. 설령 좀 더 길더라도 충분히 도망치고, 비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어후, 더럽게 끈질기네.”

하지만 광폭화된 화염의 타이탄을 피하기만 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버서크로 뻥튀기된 능력치, 그리고 황소 같은 돌진기들.

만약 뒤잡기와 점멸을 익혀 두지 않았다면 로칸도 진즉에 쥐포가 되어 찌부러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잡생각을 하며 피하는 것도 가오칸의 특훈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만큼 놈은 빨랐고 저돌적이었다.

“엇?”

그렇게 10여 분을 피했을까. 슬슬 로칸의 회피 경로가 눈에 익었는지 화염의 타이탄의 대응이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투우하듯 직선으로 달려오는 놈을 피하기만 하면 되었지만 놈이 리프 어택이며 순간 가속을 사용해 로칸을 따라오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두어 번의 가격을 당했지만 튕기기를 이용해 간신히 몸을 빼냈다.

‘이러다 잡히겠는데.’

이쯤 되니 로칸도 초조해졌다.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금방 잡힐 것만 같았다.

“점멸, 날개 모드!”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한 로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자칫 놈과의 전투가 초기화 될 위험이 있었지만 오라 폭격과 스로잉으로 어떻게든 전투 상태만 유지한다면 시간을 끌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허공을 날아 몸을 돌리는 순간, 그것이 얼마나 안일한 생각인지 알 수 있었다.

“컥!”

퍼엉!

놈이 집어 던진 화염 망치가 로칸의 등에 작렬한 것이다.

화염 저항력 덕분에 속성 대미지는 거의 없을 텐데도 정신이 아찔했다.

[강한 충격으로 광풍의 날개가 손상되었습니다.]

[광풍의 날개가 비행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날개가 이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더 이상 날 수 없게 된 로칸의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고, 그 아래에서 광기로 타오르는 화염의 타이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젠장!”

선택의 여지가 없다. 로칸은 일단 머리를 가린 채 바닥으로 추락했다.

콰앙 쾅 쾅 쾅 쾅 쾅!

덕분에 샌드백이 생긴 화염의 타이탄만 신이 났다.

로칸과 함께 떨어진 화염의 망치를 주울 생각조차 하지 않고 두 주먹을 이용해 로칸에게 린치를 가했다.

‘큭, 아직인가.’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가드를 푸는 순간 죽어 버릴 것 같았으니까.

가드를 올리고 있는데도 온몸이 들썩일 정도로 강력한 위력이었다.

제대로 망치에 맞았다면 가드든 뭐든 죽어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생명력은 진작 0을 가리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생각 없이 맞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또한 시간 벌기.

로칸에게는 비장의 수가 두 가지는 더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중 하나가 깨어졌다.

쩌저저저저저적

‘이게 무슨……!’

웅크리기를 끝내고 화염의 타이탄을 빈사 상태로 만들어 놓아야 할 자이언트 피데기가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다.

생명력이 다한 걸까? 아니다. 펫 관리 창을 열어 보니 아직 생명력은 충분했다.

‘아니, 이게 왜 차올라?’

충분하다 못해 최대치로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다.

변태.

자이언트 피데기가 단단한 껍질을 깨고 다음 단계로의 진화에 성공한 것이다.

[자이언트 피데기가 자이언트 버터플라이로 진화했습니다.]

[자이언트 버터플라이의 레벨이 400으로 상승합니다.]

[자이언트 버터플라이의 레벨 제한이 해제되었습니다.]

‘왜 하필 지금이냐고!’

펫의 진화는 분명 축하하고 기뻐해야 할 일이다. 특히 자이언트 피데기처럼 진화가 어려운 종은 더더욱.

그러나 로칸은 전혀 좋아할 수 없었다. 자이언트 피데기의 웅크리기가 가장 필요한 시기가 아니던가?

‘시간 역행을 써야 하나?’

쿠웅.

어째 이놈의 주먹은 맞을수록 더 아픈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시간 역행을 사용해야 하나 고민하던 그때, 뭔가 기우뚱 허물어지는 소리와 함께 전신에 가해지던 통증이 사라졌다.

“……?”

“드르렁, 푸우!”

“이게 무슨…….”

혹시 함정일까 잠시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던 로칸이 황당한 눈으로 쓰러져 잠이 든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원흉인 자이언트 버터플라이도 황망이 번갈아 보았다.

[자이언트 버터플라이의 수면 가루 효과로 화염의 타이탄이 잠들었습니다.]

진화에 성공한 자이언트 버터플라이가 나름의 방법으로 로칸을 도운 것이다.

수면 가루.

보통의 방법이라면 통하지 않겠지만 무려 400레벨에 도달한 존재의 기술이다. 여건만 맞는다면 통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허무하네.”

하나 정작 그 난폭하던 놈이 잠든 모습을 확인하자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산을 부술 기세이던 놈이 팔자 좋게 잠이라니?

로칸은 너무 현실감이 없어 놈을 쿡 찔러 볼까 하다가 간신히 참았다.

지속 시간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지만 이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은 일이었다. 금방 깬다 해도 반복해서 통하기만 한다면 버서크 효과를 날려 버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고.

그리고 믿기 힘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또 자냐.”

수면 가루의 지속 시간은 약 2분.

공격을 가한다면 바로 일어나겠지만 가만히 놔두면 2분이 그냥 사라진다는 뜻이다.

그뿐 아니라 깨어났을 때 로칸이 잠시만 시간을 끌어 준다면 자이언트 버터플라이가 놈을 다시 재우는 데까지는 몇 초가 걸리지 않았다.

[자이언트 버터플라이의 수면 가루에 노출되셨습니다.]

[대지의 축복 효과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시스템 알림으로 볼 때, 피아를 구분할 수 있는 효과는 아닌 듯싶었지만 지금의 로칸에게는 의미 없었다.

대지의 축복 효과 덕분에 모든 상태 이상으로부터 면역이니까.

거기에 [상태 이상 : 수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 빨대만 꽂으면 되나?”

아마도 놈의 낮은 지혜 스텟 때문이겠지만 너무도 쉽게 버서크 효과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로칸이 헛웃음과 함께 다시 한 번 시간 역행으로 되돌린 광풍 현신을 발동시켰다.

그사이 무혼 각성의 지속 시간은 끝났지만 버서크 후유증을 겪는 놈이라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광살을 이용해 치명상을 입혀 놓은 뒤, 몸을 뒤집어 올라탔다.

배틀 액스로 심장 부근을 그은 뒤, 심장을 먹는 아귀를 꽂아 넣었다.

이번엔 어떤 능력이 튀어나올까.

심장이 두근거렸다.

[심장을 먹는 아귀가 화염의 타이탄의 심장을 탐식합니다.]

[대상의 심장과 영혼에 깃든 힘을 흡수합니다.]

“헉.”

대지의 타이탄 때처럼 스킬 따위를 흡수할거라 생각했던 로칸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명색이 타이탄이니 굉장한 걸 줄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기대 이상이었다.

[타이탄의 분노를 흡수합니다.]

[버서크 계열의 능력이 1.5배 강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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