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02화.고인물의 게릴라전 (2) (302/500)

 # 302

고인물의 게릴라전 (2)

[황제의 오로라가 발동합니다.]

[동맹 관계의 병력들의 전투력이 상승합니다.]

전투 개시와 함께 로칸은 자신이 가진 타이틀 버프 효과들을 자연스레 발동시켰다. 덕분에 밤과 만월의 힘으로 강화된 뱀파이어, 웨어울프 들의 능력이 더욱 상승했다.

“가라!”

그들뿐이 아니다. 로칸의 마계 영지 투루비에 소속된 마족 병력들 역시 큰 힘을 얻었다.

지상이기는 하나 무려 황제급의 버프이기에, 10레벨쯤은 초월할 정도로 막강한 힘이 그들에게 부여되었다.

“캬아아아아악!”

“커헝!”

그리고 그들이 경계를 넘는 순간, 안쪽에서도 즉각 반응이 일어났다.

소형, 중형, 대형의 강력한 마수들이 몸을 일으키며 그들에게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침입자를 쳐부수고 영지와 주인을 지키기 위해 제 한 몸을 불사르기 시작했다.

“크허허허허헝!”

그런 그들의 사이로 거대한 괴성이 파고들었다.

로칸이 내뱉은 광기의 외침이 아군에게는 힘을, 적군에게는 능력치 저하의 저주 같은 힘을 발휘한 것이다.

덕분에 얼마간의 레벨 차이쯤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먼저 가겠다.”

“너무 힘 빼지는 말도록.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런 난전의 틈바구니 속으로, 로칸 대신 키리토가 먼저 나섰다.

마족 병력만으로는 수십에 달하는 강력한 마수들을 처치하는 데 소모가 있으니 그와 웨어울프들이 나서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보통 이런 전투에서 발을 빼는 것은 로칸의 스타일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직 갈 길은 멀고도 멀었으니까.

더구나 적의 침입을 알아차린 마수들이 떼를 지어 우르르 몰려오는 상황이 아니던가.

로칸은 키리토에게 힘의 안배를 주문하고 가만히 영지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어차피 하이 마스터급은 의미 없지.’

무려 수백에 이르는 마수들이 침입자를 처단하기 위해 진격해 오고 있었다. 모두가 하이 마스터의 끝자락에 위치한 대단한 전력이지만 로칸은 놈들을 직접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이렇듯 병력을 이끌고 오는 것이 아니라 단신으로 쳐들어왔을 테니까.

[경험치 93,452를 획득하셨습니다.]

[경험치 97,536을 획득하셨습니다.]

[경험치 103,453을 획득하셨습니다.]

하지만 지켜만 보고 있다고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동맹 관계라고는 하나, 그의 휘하에 있는 웨어울프며 뱀파이어, 마족 병력이 얻는 경험치의 일부를 나누어 받고 있는 것이다.

단신으로 사냥하는 것에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꽤 만족스러운 수준의 경험치였다.

게다가 지상에서도 황제의 아래에 있는 병사들이 분쟁 지역 등에서 벌어들이는 경험치가 올라오고 있는 덕분에 경험치는 생각보다 빠르게 쌓였다.

“황금 깃발, 사용. 군단의 의지, 사용.”

로칸은 내친 김에 광역 버프 아이템까지 마구 사용했다.

마구 찍어 내는 바람에 하이 마스터를 간신히 넘기거나 조금 못 미치는 수준에 불과하던 병력들이 단숨에 강화되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사용하고 전투를 지켜보는 로칸의 눈에 만족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상급 마족이자 마수 조련사인 놈에 비해 병력 면에서는 손색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버프의 중첩 덕분에 곧잘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는 아직이지.’

그러나 이걸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적들 역시 아직 진짜배기들은 나타나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수적인 우세를 앞세워 영지의 경계에 있던 경비 마수들과 1차 응원군을 도륙한 로칸은 단호히 진격을 명령했다.

놈의 본진으로 향하기까지 거쳐야 할 영지의 숫자만 무려 다섯 개였고 각 거점마다 400레벨 이상의 존재가 못해도 두셋씩은 있을 테니 싸움은 이제부터가 진짜였다.

“적들이 성문을 내렸습니다.”

그런 그의 곁에서 보좌하는 이는 다름 아닌 샤라크였다.

뱀파이어 남작의 지위를 가지고 로칸에게 충성하며 비서의 노릇을 하는 그였지만, 수하들은 거침없이 달려들어 블러드 매직과 뱀파이어 특유의 전투법으로 적들을 현혹하고, 살육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마냥 그의 곁에 있을 수 없었다. 적의 진영에서도 400레벨대의 존재들이 몸을 일으켰으니까.

일부는 버프의 힘을 받아 400레벨에 준하는 능력을 얻기도 했지만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샤라크와 키리토가 모두 나서야 했다.

[철갑 악어 인간 호람][Lv 400]

[핏빛 반달곰 주술사 세녹][Lv 400]

[영혼 수확자 데빌캣][Lv 400]

“셋이라…….”

처음부터 그랜드 마스터급만 무려 셋이다. 게다가 조합을 맞춘 것인지 클래스 또한 다양했다.

제대로 조합을 짜면 불리한 건 이쪽일 것이 분명할 터.

이렇게 되면 로칸으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수하들에게 맡기더라도 여기까지는 어떻게든 해결이 될 것 같지만 이쪽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 뻔한 것이다.

그래서는 이들을 데리고 온 이유가 없었다.

로칸이 병력이라 불릴 만한 것들을 끌고 온 이유는 잔챙이들의 상대를 맡겨 광풍 현신의 사용 횟수를 줄이기 위함이니까.

‘이것 봐라?’

그리고 마침 좋은 생각이 들었다.

“악어 놈은 내가 맡지.”

그때, 키리토가 먼저 상대를 점찍었다. 육체파인 놈으로서는 같은 계열인 철갑 악어 인간을 상대하는 것이 더 편한 것이다.

묘한 호승심도 작용을 했을 것이고.

“주술사와 영혼술사 중 누구를 맡으시겠습니까?”

제 멋대로 튀어 나간 키리토와 달리 샤라크는 로칸의 의향을 정중히 물어왔다.

근접 전투도 일품이지만 블러드 매직을 사용하는 그에게는 주술사와 영혼술사 모두 상대 가능한 범주였으니까.

“영혼술사 쪽을 맡지.”

놈들을 슥 둘러본 로칸은 영혼 수확자 데빌캣을 점찍었다.

그 역시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지만 꽤 재미있는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놈들을 떨어뜨려!”

로칸이 달려 나가며 소리치자, 철갑 악어 인간을 향해 달려들던 키리토가 슬쩍 뒤를 돌아보고 로칸의 의도를 즉시 파악해 놈을 도발했다.

“오라 슬러쉬!”

예리한 발톱으로 허공을 내리긋자 강력한 오라의 줄기가 발톱 모양으로 놈을 습격했다.

“소닉 슬러쉬!”

하지만 놈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제 덩치만큼이나 거대한 양날 도끼를 휘두르자 진공의 힘이 오라 줄기를 찢어발겼다.

“감히 그몰탄 님의 영토를 침범하다니, 죽음으로 사죄하거라!”

덕분에 공격은 상쇄되어 무산되었지만 도발은 확실히 통했다. 악어 인간이 분노하며 키리토를 쫓기 시작한 것이다.

웨어울프 수하들과도 떨어진 그들만의 독립된 전투 공간이 마련되었다.

“크흐흐! 오너라!”

까가가강!

당장이라도 그 크고 두꺼운 턱으로 키리토를 씹어 삼키고 양날 도끼로 허리를 베어 버릴 듯 흉폭한 기운을 뿜어 댔지만, 만월의 힘을 받은 키리토도 만만치 않았다.

발톱을 길게 뽑아내며 배틀 액스를 막아 내고, 늑대의 흉성을 드러내며 역습을 시도했다.

“크헝! 약한 자들에게 저주가 있으라!”

그사이 핏빛 반달곰은 주술사다운 면모를 선보이고 있었다. 대규모 주술을 발동시켜 적을 약화시킨 것이다.

그들이 나서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병력 간의 대결이 멈춘 것은 아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블러디 발칸.”

투다다다다다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샤라크가 아니었다.

핏방울로 만든 발칸포를 사용해 놈을 정신없게 만든 뒤, 박쥐 떼로 변해 방어 주술과 공격 주술을 동시에 사용하는 놈에게 혼란을 줬다.

그뿐만 아니라 분신술을 사용하듯 나뉜 박쥐 떼를 개별적으로 뭉쳐 자신을 여럿이나 만들어 내었다.

“블러디 라이트닝!”

콰지지지지직!

숫자가 늘었으니 블러드 매직의 수 또한 늘었다.

위력은 약해졌겠지만 다방면에서 쏘아 내는 마법 난사에 놈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제 남은 것은 로칸뿐.

그러나 로칸은 그 어느 때보다 여유가 있었다.

“점멸.”

장화신은 고양이 같은 모습으로 칼 대신 해골 지팡이를 흔들어대는 데빌캣의 면전으로 점멸을 이용해 접근하는가 싶더니.

대뜸 큰 기술을 발현했다.

“진(眞) 광풍참.”

고오오오오오오오.

허리케인이 일어났다. 아니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돌풍이 일어났다.

정확히는 로칸이 배틀 액스를 휘두르는 여파가 돌풍, 아니 광풍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안에 휩쓸린 고양이 인간은?

“니, 니야…….”

털썩.

그나마도 생명력이 낮은 주문 소환 계열이다. 로칸이 작정하고 뿜어낸 힘을 정통으로 맞고서 버텨 낼 리 없었다.

키아아아아아아아.

데빌캣의 육신이 갈라지며 영혼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가 강제로 수확했던 영혼들이 일시에 풀려나며 아비규환, 지옥도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자신이 죽었을 때만 발동하는, 자폭장치 같은 힘을 뿜어낸 것이다.

[영혼 수집가의 권능이 더 이상 영혼을 흡수할 수 없었다.]

그러나 상대가 너무 안 좋았다.

놈이 뿜어내는 영혼들이 일차적으로 로칸의 반지, 영혼 수집가의 권능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1만 개의 영혼을 모두 충전시키고 나서야 나머지 영혼들을 밖으로 내보낼 수 있었다.

캬아아아……!

주인을 잃은 영혼들은 폭주하기 시작했다.

억압받은 것에 대한 분노를, 오랫동안 갇힌 채 키워 오던 복수심을 일시에 폭발시키며 주위에 있는 존재들에게 쏟아 내기 시작했다.

“악령 지배.”

하지만 그조차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원래의 속박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강력한 주박의 힘이, 마신의 권능이 그들을 덮친 것이다.

키에에?

“나의 적을 죽여라.”

이지를 상실한 듯 멍한 눈빛이 된 놈들에게 로칸이 다시 명령을 내렸다.

피아의 식별조차 불가능하던 놈들에게 영혼이 소멸되더라도 지켜야만 하는 단 하나의 명령이 내려왔다.

“이걸로 역전인가?”

씨익.

영혼 수집가의 권능이 충전된 것은 의외였지만 영혼 수확자라는 이름을 확인한 순간 떠올렸던 계획이 뜻대로 흘러갔다.

이쯤 되자 전투는 일방적으로 기울어졌다.

대체 데빌캣이라는 놈이 얼마나 많은 영혼을 수확했던 것인지 수천이나 되는 영혼을 로칸에게 빼앗기고도 몇만이나 되는 영혼 병사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 정도면 첫 번째 거점에 존재하는 모든 마수 병력과도 비벼 볼 만했다.

“아우우우우우!”

“샤라라라라락!”

거기에 웨어울프, 뱀파이어, 마족 병사들이 가세하자 학살이 진행되었다.

“과연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잠시 후, 키리토와 샤라크 역시도 전투를 끝내고 돌아왔다. 각각 상대하던 놈들을 보기 좋게 처치하고 비교적 멀쩡한 모습으로 복귀한 것이다.

“일단 회복하도록.”

그런 그들에게 로칸은 아낌없이 포션을 제공했다.

코인이야 몇만이 아니라 몇십만 명을 무장, 회복시키고도 남을 정도로 차고 넘치게 가지고 있었으니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후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의 완승을 거두었다.

‘이제 한 걸음 떼었군.’

하지만 로칸은 안심하지 않았다.

아직 그몰탄에게 다가가기까지는 네 개나 되는 여지가 더 남아 있었고, 만약 녀석이 다른 영지에서까지 병력을 끌어온다면 여전히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밀리는 것은 자신들이었으니까.

하지만 해법은 있다.

로칸이 눈을 빛내며 다음 단계를 준비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