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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화.초월자의 자격 (1) (307/500)

 # 307

초월자의 자격 (1)

정면 승부. 그러나 여전히 열세인 것은 로칸의 쪽이었다.

끊임없는 게릴라전과 폭탄 매립을 통해 그몰탄의 군대도 그 수가 약 6만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로칸의 병력은 약 4만에 불과한 데다 400레벨 이상의 강자의 숫자에서도 밀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로칸은 거침없었다. 그 열세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니까.

“컨트롤 웨더!”

한 손으로 배틀 액스를 휘두르고, 다른 한 손으로 스크롤을 꺼낸 로칸이 그것을 입으로 찢었다.

강력한 마력의 기운이 하늘로 솟구쳐 날씨를 바꾸었다.

검은 먹구름이 세상을 뒤덮으며 뱀파이어들이 낮에 받는 약화 효과를 삭제시켰다.

“키리토!”

“레드 문!”

그 먹구름 아래로 떠오른 것은 붉은 달.

실제 달이 있을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충분히 강력한 강화 효과가 웨어울프들의 사이로 퍼져 나갔다.

거기에 로칸이 내뿜는 황제의 오오라가 더해지니 그것만으로도 웨어울프들은 적에게 대항할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샤라크!”

그리고 또 한 가지. 샤라크가 아껴 두었던 창조 스킬을 발동시켰다.

로칸조차도 말로만 들었을 뿐 지금껏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던 그 힘이 발동하자, 적의 선봉의 머리 위로 칠흑 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뱀파이어의 고성.”

쿠웅!

“크아아악!”

“오, 오지 마!”

“도, 도망쳐야……!”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성채에 깔린 마수들이 울부짖었다.

성채를 훼손시키기 위해 열심히 스킬을 날려 대는 놈들도 있었지만 강력한 결계에 보호받는 그것을 단숨에 부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뱀파이어의 성채 효과로 모든 뱀파이어들의 능력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게다가 뱀파이어의 고성의 진실된 힘은 그저 물리력에 있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마수들을 깔아뭉갠 것은 그저 보너스일 뿐, 막대한 버프 효과가 뱀파이어들에게 전해졌다.

마스터급은 하이 마스터로, 하이 마스터급은 그랜드 마스터를 목전에 둔 끝자락의 힘을 손에 쥐었다.

병력의 질에서 결코 밀리지 않게 된 것이다.

“흐흐흐, 가자!”

갑작스러운 힘의 증가에 마수들이 당황해하는 사이, 그 효과에 대해 미리 언질을 들었던 로칸과 키리토는 적진 사이에서 마구 날뛰었다.

가로막는 모든 존재를 찢어발기며 냉정을 되찾은 그몰탄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놈의 사지를 찢어 내 앞에 대령하라!”

촤악!

그몰탄의 채찍이 바닥을 때리자 신호라도 되는 듯 수하들이 움직였다. 그의 곁을 호위하듯 지키던 이들은 물론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있던 400레벨의 강자들이 로칸의 사지를 찢고 몸으로 기어 그몰탄에게 조아리도록 만들기 위해 웅크린 힘을 개방했다.

“광풍 현신, 전신 무쌍, 무혼 각성!”

400레벨에 근접한 애완 마수만 무려 다섯, 400레벨에 이르는 중급 마족들의 숫자만 일곱이었다.

로칸이 게릴라전으로 열심히 수를 줄인다고 줄였음에도 엄청난 숫자였다.

이 정도 전력이면, 아니 그 반만 되어도 충분히 지상을 정복하고도 남을 것이 분명한 정예들이 전력으로 로칸을 노리고 싸움을 걸었다.

‘쉽지 않군.’

그런 만큼 로칸도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그랜드 마스터급의 존재라면 이미 여럿을 잡아 본 경험이 있는 그였지만, 대부분 방심을 이용해 잡은 것이 대부분인데다 그때는 일대일이었던 만큼 지금과는 큰 차이가 있을 테니까.

‘일단 빠르게 수를 줄인다.’

때문에 로칸은 시작부터 모든 패를 꺼냈다.

강력하기 짝이 없는 애완 마수들은 일단 패스.

대부분이 근접 계열의 마수들이었지만 주문 계열인 두 마리의 마수를 먼저 노렸다.

[생명의 지배자 칼리만][Lv 404]

‘선빵은 사제부터.’

주술사와 힐러. 사제는 아니었지만 생명력을 착취하기도, 전이시키기도 할 수 있다는 중급 마족을 첫 번째 타깃으로 삼았다.

“자이언트 버터플라이 소환! 수면 가루!”

“……!”

쿠웅, 쿵, 쿵.

한순간 대량의 분진이 넓게 퍼졌다.

타이탄조차 잠들게 만들었던 수면 가루가 로칸을 향해 달려들던 놈들을 그 자리에 쓰러져 잠들게 만들었다.

“유니콘 소환, 전설을 타는 자, 전신의 돌격. 점멸!”

그런 가운데 로칸은 자신의 앞에서 졸음에 비틀대는 400레벨의 중급 마족들을 뛰어넘었다.

생명의 지배자라는 오만한 수식어를 사용하는 칼리만의 심장에 유니콘의 뿔을 박았다.

“초극!”

콰과과광!

시작부터 전력투구다.

모든 스킬의 쿨 타임이 돌아오게 만드는 마스터 스킬을 발동시켜 부들거리는 놈의 머리를 박살 냈다.

제대로 심장을 파괴했다면 광살 정도로도 충분하겠지만 레벨값을 하는 것인지 몸을 비틀어 살짝 피해 냈기 때문이다.

확실한 죽음.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로칸이 유니콘과 자이언트 버터플라이를 역소환해 돌려보내고 몸을 웅크렸다.

큰 기술의 반동으로 잠에서 깨어난 주변의 마수들과 몸을 되돌려 짓쳐 오는 중급 마족들의 몰매를 감수한 것이다.

‘버틴다.’

설령 심장을 꿰뚫리더라도 머리만 파괴되지 않으면 된다.

그 하나의 명제만 성립되면 불사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스킬 효과 덕분에, 생명력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로칸은 그들의 공격 세례를 버텨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또한 로칸의 계산하에 있었다.

[타이틀 불굴의 의지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100% 상승합니다.]

타이틀 불굴의 의지의 효과를 발동시키기 위함이다.

생명력이 10% 이하까지 떨어지자 모든 능력치가 배로 증가했다.

원래도 그랜드 마스터에게 비벼 볼 만하던 로칸의 능력치가 압도적으로 상승했다.

“크허허헝!”

웅크렸던 몸을 펼치며 내지른 광기의 외침.

상상을 초월하는 능력치의 차이에, 공격을 가하던 마수들의 행동이 순간 정지했다.

짧지만 큰 틈을 만들어 냈다.

“캬왕!”

“블러드 네일!”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은 키리토와 샤라크였다.

붉은 달의 힘에 의해 강력한 정신 지배마저 무시할 수 있던 키리토가 먼저 야수화와 광폭화를 한 채 달려들었고, 그들 중 하나의 목덜미를 씹었다.

거칠게 머리를 흔들어 목뼈를 부숴 놓고 크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전신을 난자했다.

반면 샤라크의 일격은 깔끔 그 자체. 온 힘을 자신의 손톱에 집중한 녀석은 상대의 급소를 찔러 치명상을 입혔다.

덕분에 눈 깜짝할 사이에 힘의 균형이 상당히 맞춰졌다.

상대하기가 까다로운 애완 마수들은 그대로였지만, 400레벨대의 중급 마족, 마수의 숫자가 넷으로 줄어든 것이다.

우적우적.

그뿐만 아니라 키리토와 샤라크는 그 자리에서 놈들의 심장을 꺼내 씹어 먹어 자신이 입은 모든 피해를 원상태로 되돌리고 더욱 큰 힘을 획득했다.

“크크크큭! 이 맛이야! 힘이 솟는군!”

입가에 피를 뚝뚝 흘리는 키리토가 광기를 터트렸다.

샤라크 역시 한층 강력해진 힘을 자랑하듯 핏빛 마력을 사방으로 분출했고, 그 틈에 로칸은 주술사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뒤잡기! 살육의 일격!”

“보호의 술!”

쩌저저적!

급히 보호 주술을 펼쳐 보지만 로칸의 파괴력을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호막을 파괴한 배틀 액스가 힘을 잃지 않고 놈의 몸에 꽂히려는 그 순간, 어디선가 뱀처럼 은밀하고 벼락같이 빠르게 날아든 채찍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쿠당탕!

강화될 대로 강화된 로칸의 몸이 장난감처럼 내동댕이쳐졌다.

실로 어마어마한 힘.

그 힘, 채찍의 주인은 다름 아닌 그몰탄이었다.

[마수 조련사 그몰탄][Lv450]

“제기랄.”

450레벨이 다음 경지의 경계였던가? 마수 조련사면 파워 타입도 아닐 텐데 위력이 대단했다.

욱신거리는 팔을 주무르며 일어난 로칸이 입술을 깨물었다.

천만다행으로 처음부터 놈이 나서지 않은 것에 쾌재를 불렀건만, 결국 개입을 하고 만 것이다.

그만큼 놈도 위기를 느낀 것이겠지.

‘마수 조련사라고 해서 직접 전투력은 약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마냥 좋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그몰탄의 전투력이 상상 이상인 것이다.

“천신 사제의 거울, 사용!”

때문에 로칸은 놈의 힘을 봉인하려 들었다.

마족의 힘을 상당 부분 봉인할 수 있는 천신 사제의 거울.

쨍그랑!

그러나 그것으로 놈의 힘을 봉인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거울에서 뿜어진 빛이 그몰탄에게 닿자마자 오히려 제가 파괴되었다.

“이런.”

예상은 했지만 놈을 약화시킬 수 없게 되자 로칸도 초조해졌다.

‘두어 마리만 더 잡으면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아직 슬쩍 눈을 돌릴 여유는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경험치 바를 확인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그랜드 마스터급을 두어 마리만 직접 잡으면 어떻게든 레벨 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반면 지금 죽으면 경험치가 얼마나 떨어질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태.

공간을 찢고 날아드는 채찍질에 기세 좋던 샤라크와 키리토마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음을 확인한 로칸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계획보다 조금 이르게, 마지막 한 수를 선보였다.

“초월 각성.”

영혼 수집가의 권능에 잠든 일만 개의 영혼이 로칸의 몸으로 스며들어 그의 격을 한 단계 상승시키며 400레벨의, 그랜드 마스터의 힘과 권능을 활성화시켰다.

“이놈!”

그 격의 상승을 눈치챈 그몰탄이 재빨리 채찍을 날렸지만 이번에는 로칸도 대비를 하고 있었다.

점멸과 전신의 돌격으로 한편의 마수들을 쓸어버리며 거리를 벌리고, 자신에게 부여된 새로운 힘을 개방했다.

창조 스킬.

창조 스킬의 존재를 안 순간부터 고민했고, 또 최근까지 고민하던 문제이다.

어떤 스킬을 창조해 내야 할까.

광풍 현신처럼 강화형 스킬을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광살이나 초극처럼 일격 필살의 기술을 만들어야 할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광풍 현신의 쿨 타임과 후유증을 대체할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좋아 보였지만, 로칸은 조금 다른 판단을 했다.

지금도 충분히 그랜드 마스터를 상대할 수 있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았다.

“피의 각성.”

피의 각성.

그의 피를 타고 흐르는 힘을 알알이 일깨우는 강화 스킬.

하지만 광풍 현신과 겹치는 것은 아니었다.

또 다른 사이클로 스킬이 돌며 로칸에게 강대한 힘을 부여했다.

지금껏 피의 각인으로 흡수했던 피, 피의 살육으로 지금까지 그가 뒤집어쓰고 생명력을 회복시켰던 그 피들이 로칸에게 힘을 부여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귀를 먹는 심장을 통해 그의 몸으로 흡수되었던 심장의 힘이 폭발했다.

거대한 마수, 그리고 타이탄의 힘이.

[광풍 현신이 타이탄의 피에 반응합니다.]

[광풍 현신의 효과가 한층 강화됩니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타이탄의 피에 광풍 현신이 반응했다.

광풍 현신은 애초에 광풍처럼 타이탄의 힘을 모티브로 삼은 것. 진짜 타이탄의 피가 몸속을 돌자 스킬이 강화된 것이다.

‘엄청나군.’

로칸조차 짐작하지 못했던 막대한 힘이 전신에 충만해졌다. 이 힘이라면 그몰탄이 아닌 그 누구라도, 마신이라도 상대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로칸이 한결 여유롭고 차분해진 눈으로 적들을 훑었다.

샤라크와 키리토를 몰아붙이던 놈들은 이미 넋을 놓고 로칸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정신 지배로 공포를 잊었을 텐데, 그들의 눈 속에 흔들리는 빛은 분명 그것이었다.

“크허허허허헝!”

쐐기를 박듯 로칸이 광기의 외침을 터트렸다.

무자비한 폭력의 왕이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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