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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화.욕망의 나침반 (7) (33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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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나침반 (7)

“이 새끼들이!”

끼윳!

로칸은 벼락에 적중당하기 전 얼른 천년 벼락의 로브를 뒤집어썼다. 

심판의 번개도 막아 냈는데 겨우 이까짓 것쯤이야.

벼락의 기운이 주변으로 퍼지며 카이가 칭얼거림 같은 소리를 내었지만 녀석 역시 속성 저항력이라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기에 큰 타격은 아니었다.

“언제까지 피하나 보자! 썬더 레인!”

그런 사실을 모르는 후크톤은 신이 나서 힘을 발산했다. 

검은구름 해적단이란 이름이 이처럼 벼락의 힘을 이용하는 후크톤에게서 비롯된 것인지 그의 조종에 따라 먹구름이 마구 벼락을 내뿜었고, 그에 따라 카이의 곡예비행은 계속되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뛰어내려 가 도륙을 내고 싶지만 타이밍 좋게도 아직 광풍 현신의 쿨 타임이 돌고 있었다. 

후유증이 해소되기까지도 조금 시간이 남은 상황이라 로칸은 이를 악물면서도 회피를 거듭했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지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오라 폭격을 몇 차례 뿌리다가 먹히지 않는 것을 확인하자 곧장 장비를 교체했다.

해신의 트라이던트.

해신의 권능이 담긴 삼지창을 손에 쥐자 어떻게 써야 할지 단박에 알 수 있었다.

“해신의 권능!”

권능을 발동시키고 상상했다. 바다가 뒤집어지는 상상을.

그 순간 태풍을 만난 것처럼 바다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파도에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함선들이 크게 출렁이는가 싶더니 비교적 작은 놈들은 아예 뒤집어져 버렸다.

“해, 해신의 가호!”

놈들은 당황했지만 빠르게 적응했다. 풍랑으로부터 배를 지키는 스킬들을 사용하는가 싶더니 점점 배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흥!”

하지만 로칸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의 손에 들린 신급 무기의 힘은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해신의 창!”

순간 파도가 무기로 바뀌었다. 해수가 일어나 창이며 칼, 도끼 등의 형태를 취하더니 강화된 함선들을 마구 후려치기 시작한 것이다.

“기, 긴급 복구!”

서둘러 수리 스킬을 발휘하고, 마주 공격하여 상쇄해 보지만 사방 가득한 바닷물을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침몰을 늦출 수 있을지언정 완전히 막아 내지는 못했다.

쿠르르릉! 철썩!

그사이 로칸은 고도를 낮추었다. 천년 벼락의 로브를 벗어 버리지는 않았지만 굳이 벼락을 피하거나 맞아 줄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포옹.

벼락에 맞아 부서질 때마다 바닷물로 이루어진 보호막이 계속 생성되었다. 벼락의 기운을 끌어안은 채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로써 놈의 벼락 공격은 무력화.

하지만 광풍 현신의 재사용까지는 아직 멀었다.

‘꼭 직접 처리해야 하는 건 아니지.’

때문에 무기가 지닌 다른 힘을 이끌어 냈다.

‘와라.’

바로 해양 생물들의 소환. 바닷물을 이용해 몬스터의 형태를 띤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도 있지만 해신의 트라이던트를 쥐자 주변에 어떤 놈들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놈들을 움직여 대신 놈들을 공격하게 만들었다.

“인어! 인어다!”

평소라면 잡아서 팔아먹을 생각을 했겠지만 이 같은 극한 상황에서 만나는 인어인간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 바다 종족의 특권으로 전혀 풍랑의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게다가 각 개체의 수준 또한 400레벨에 가까워서 결코 허투루 상대할 수 없었다.

“맙소사!”

“크, 크라켄!”

대미를 장식한 것은 역시 대형 해양 몬스터.

바다의 악몽이라 불리는 크라켄이었다.

[공포의 크라켄][Lv 447]

무려 450레벨에 근접한 초대형 바다 괴수가 그들을 습격했다.

거대한 빨판이 함선에 달라붙었고 대적할 수 없는 힘이 배를 우그러뜨렸다.

검은구름 해적단원들은 죽기 살기로 스킬을 퍼부어 저항해보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다. 

고작해야 다리 하나를 잘라 내는 것이 고작, 분노한 크라켄의 후려치기에 배 두 척이 동시에 박살 났다.

“끝났군.”

어디 그뿐인가? 스킬인지 종족 특성인지는 모르나 잘려 나간 다리를 바닷속에 담그자 부글거리며 재생하는 크라켄 앞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것은 선장인 후크톤 역시 마찬가지.

벼락을 창처럼 응축시켜 쏘아 내 봤지만 크라켄을 완전히 침묵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놈이 그때마다 영리하게 물속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타격은 있을지언정 치명타를 입히기에는 부족하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놈이 끌고 온 배가 모조리 박살 났다.

몇몇이 스킬로 만들어 낸 구명정과 작은 함선이 있긴 했지만 그것으로는 크라켄을 물리치기는커녕 이 풍랑을 견디기에도 버거워 보였다.

전원 수장.

어부지리를 노리던 검은구름 해적단은 그렇게 끝장이 났다.

[해적선 블랙썬더호를 나포하셨습니다.]

[블랙썬더호의 처분을 결정해주십시오. 유지 / 선박 창 이동]

[현재 보유할 수 있는 선박 수 : 2 / 2]

[해당 선박을 보유하려면 기존 선박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합니다.]

“오?”

추가 소득도 있었다. 후크톤이 사용하던 해적선을 나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머지 배들은 철저하게 파괴되었지만 아무래도 기함이다 보니 반파 정도에 그친 모양이었다.

“선박 창 이동.”

결정은 당연히 선박 창 이동이다. 동시에 선택 창이 나타났다.

[소유권을 포기할 배를 선택해 주십시오.]

[1. 소형 갤리선 / 2. 블랙펄 호]

선택은 당연히 소형 갤리선. 직접 돈을 주고 구입하긴 했지만 제일 저렴한 배인 만큼 별로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덕에 최상급 배를 두 척이나 얻은 것이니까. 고작 몇 배 수준이 아니라 몇 백배는 족히 남는 장사다.

“흐흐흐. 카이, 가자!”

선박 창에 든든하게 들어찬 두 척의 배 모형을 확인한 로칸은 진득하니 웃으며 다시 무법항으로 돌아갔다.

바다를 지배하는 능력.

가히 신의 그것이라 불러 마땅한 힘을 얻었지만 로칸은 아직 무법항을 발아래 둘 생각이 없었다.

아직은.

해적이라면, 바닷사람이라면 누구나 굴복할 수밖에 없는 힘이지만 이곳을 기반으로 두기에는 준비가 부족했다.

아예 해양 도시 바루다와 인근의 해안 도시들까지 점령할 생각이라면 모를까 고작 해적들을 통합하는 정도로는 오히려 신경을 써야 할 일만 늘어나는 셈이니까.

언제든 할 수 있는 일이기에, 로칸은 무법항을 공격하고 해적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대신 자신의 업적만 등록했다.

블랙펄 해적단과 검은구름 해적단의 처치.

그들에게 걸린 현상금은 바루다로 돌아가서 제대로 받겠지만 무법항에서도 그것을 보고함으로써 명성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블랙펄 해적단을 전멸시키셨습니다.]

[검은구름 해적단을 전멸시키셨습니다.]

[극대량의 악명을 획득하셨습니다.]

[더 로드 해적단의 해적 등급이 상승합니다. D급 → A+급]

막 창설한 까닭에 최하급인 D급의 판정을 받았지만 악명 높은 최상위 해적단 둘을 잡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 것이다. 해적단의 능력은 단순히 노략질의 횟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니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두 해적단 모두 S급으로 분류되던 최상위 해적단이었지만 기존 해적 등급이 워낙 낮았던 탓에 A+급에 그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보유 가능한 선박의 숫자가 크게 상승했다. 두 척에서 열 척으로.

앞으로 여덟 척의 배를 더 나포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어 로칸은 반파된 블랙 썬더호를 수리하되 선박 창에서 꺼내지는 않았다. 당장 쓸 일이 없으니까.

급격한 해적 등급 변동과 두 해적단의 전멸 소식이 알려지면서 무법항이 술렁이기는 했지만 이미 로칸은 무법항을 떠난 뒤였다.

바루다에 들러 두 해적단에 걸린 막대한 현상금을 받고, 상승한 악명을 명성으로 어느 정도 상쇄 시킨 뒤 다음 장소로 향했다.

이제 남은 것은 차원 괴조의 발톱과 혼돈의 비약을 모으는 것뿐.

“간단하지.”

이 중 차원 괴조의 발톱을 모으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차원 괴조를 사냥하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차원’ 능력을 지닌 차원 괴조는 어떠한 공격도 통하지 않는 ‘차원 이동’ 능력과 상대의 방어력을 무시하고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차원 발톱’ 공격을 사용해 상대하기 까다로웠지만 이제 완전히 회복을 마친 광풍의 날개와 점멸, 그리고 새롭게 익힌 스킬들이 더해지자 그리 어렵지 않게 사냥 할 수 있었다.

“전신의 돌격, 점멸!”

끼악!

돌진 점멸을 이용한 공격을 차원 이동으로 피해 내자마자 로칸이 몸을 휘돌렸다.

그의 ‘식스 센스’가 발동하며 놈이 다시 나타날 위치를 어림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마나 웹!”

쭉 뻗은 로칸의 손바닥에서 마나로 이루어진 거미줄이 펼쳐졌다. 

투망처럼 놈을 뒤덮으며 행동을 제약했고, 차원 이동이 연달아 펼쳐지는 것을 막았다.

“제압!”

그 틈에 타락을 봉인한 사슬이 날아들었다. 

부리든 목이든 날개든 다리든 어느 것이라도 좋다. 사슬에 묶이는 순간, 놈의 차원 이동 능력이 봉인되고 마니까.

타이탄을 봉인했던 사슬은 그저 단단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상대의 이동 능력도 함께 봉인했다.

푸확!

그리고 이어진 일격.

그것으로 끝이었다. 

차원 능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듯 차원 괴조의 생명력은 놀랍도록 많았지만 로칸의 공격력은 그것을 훨씬 상회했다. 

“젠장, 또 꽝인가?”

문제가 있다면 차원 괴조의 발톱 드롭률이 형편없이 낮다는 것뿐이다.

결국 로칸은 장장 닷새에 걸쳐 차원 괴조를 사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도 얻은 차원 괴조의 발톱은 고작 다섯 개에 불과했다.

“슬슬 끝나 가는군.”

이로써 남은 준비물은 단 하나뿐이다. 

혼돈의 비약.

이름은 거창하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연금술사 하나가 이것저것 다 섞다가 실수로 만들어 낸 물건일 뿐이다.

특별한 효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신성력이나 마기도 아닌 요상한 기운을 머금게 하는 것이 전부.

이를테면 짐승을 사냥할 때 냄새를 숨기기 위해 몸에 진흙을 바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복불복이란 말이지.”

다만 희소성이 있다 보니 좀체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 이 혼돈의 비약을 만들어 낸 연금술사가 교환 조건으로 내거는 것들이 그때그때 다르기에 운이 좋으면 아주 쉽게 얻을 수도, 운이 나쁘면 개고생을 해야 얻을 수 있기도 했다.

때문에 오히려 로칸은 가벼운 마음으로 연금술사를 찾았다.

괴짜 연금술사, 연금술계의 이단아.

하지만 연금술사임에도 무려 450레벨을 달성한 강자였기에 그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자신의 영역을 가지고 있었다.

“계십니까?”

그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은 큰 문제가 없었다. 연금술로 특별한 비료라도 만든 것인지 괴수 식물들이 즐비하는 곳이기는 했지만 접근하지만 않으면 피해를 입지는 않았으니까.

또한 자신의 힘과 능력을 믿는 것인지 따로 경비를 두지도 않았기에 로칸은 그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누구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음?’

안으로 들어서자 나타난 것은 선한 인상의 청년이었다.

[만능의 연금술사 에드알][Lv 468]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지 않았다면 자칫 무례를 범할 수도 있을 만큼 그의 악명과 얼굴은 매치가 되지 않았다.

종족이 엘프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저런 얼굴을 하고서 수틀리면 악귀처럼 변한단 말이지…….’

사실 로칸도 비슷한 입장이기는 했지만 원래 제 모습은 보이지 않는 법이었다.

“저는 로칸이라고 합니다. 혼돈의 비약을 얻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로칸? 방문자인가? 벌써 초월자의 경지에 오르다니, 대단하군.”

에드알은 로칸의 정체를 단번에 꿰뚫어 보았다. 그리고 흥미를 보였다.

그의 입장에서도 방문자는 처음 볼 테니 호기심을 무기로 삼는 연금술사로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혼돈의 비약을 얻고 싶다고? 그럼 대충 이야기는 들었겠군. 뭘 내놓을 거지?”

단도직입적인 에드알의 질문에 로칸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본래는 제가 먼저 조건을 거는데 로칸이 방문자이기 때문인지 역으로 제시를 요구한 것이다.

가오칸에게 들은 바로는 이럴 경우 합당하지 않으면 절대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교환의 난이도가 올라간 셈.

그렇다면 어떤 것을 제시해야 할까. 진귀한 재료? 특별한 아이템? 아니면 거부 할 수 없을 만큼의 코인?

잠시 머뭇거리던 로칸은 결심한 듯 입술을 떼었다.

이 역시 만에 하나의 경우로 상정해 둔 상황이었으니까.

그가 관심을 보일 만한 물건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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