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1화.마도의 대지 vs 무혼의 대지 (1) (35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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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도의 대지 vs 무혼의 대지 (1)

마도의 대지. 마법 계열의 환수들이 즐비해야 할 그곳에서 설치는 것은 다름 아닌 검과 도, 도끼와 창, 둔기 등 각종 냉병기를 든 이들이었다.

다른 세계의 침공? 아니다. 지금 냉병기에 오라를 가득 머금고 휘두르는 것은 다름 아닌 환수들이었다. 죽어 나가는 이들과 같은.

환마계의 내전이 벌어진 것이다.

마도의 대지 vs 무혼의 대지.

마도의 대지에 인접해 있는 무혼의 대지에 기거하는 환수들이 무혼의 왕의 명에 따라 마도의 대지를 짓밟고 있었다.

“흐음, 재미있군.”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지점을 찾아 가는 도중 발견한 작은 마을에는 주문 계열 환수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거의 압도적이라고 할 만큼 일방적으로 썰려 나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막상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지점에 쓰러진 자들의 대부분이 주문 사용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녹고 부러진 병장기들이 바닥에 나뒹굴었고, 폭발에 휩쓸리지 않은 자들이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중이었다.

“과연 수성에는 강하다 이거군.”

콰광! 콰과과과과광!

그러나 그 또한 여의치가 않았다. 성벽 위를 가득 메운 주문 계열 환수들이 무차별적인 폭격을 쏟아 내고 있는 것이다.

개중에는 마스터 스킬도 섞였는지 일반적이지 않은 무시무시한 스킬 또한 숨어 있었다.

잘못 걸렸다가는 무혼의 왕이나 그의 직속 수하급이 아닌 이상 무사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일단 내부에 침투하고 시작을 한 로칸인지라 제대로 수비를 취하는 주문 계열 환수들의 수성전은 처음 보는 셈.

만약 이런 식으로 싸웠다면 자신이라도 성문을 부수고, 성주의 목을 딸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저항이 거셌다.

“뚫어라! 성문을 부수고 놈들을 끌어내려라!”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이대로 물러난다면 피해만 누적될 뿐 다음에도 똑같다는 것을 아는지,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이다.

“검막!”

“오라 난무!”

“비상천무!”

검 대 마법의 대결. 거리가 있다면 마법 쪽이 유리한 게 당연했지만 놈들은 힘으로 뚫으려 들었다.

마법이란 본디 충격을 받는 순간 폭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오라를 가득 머금은 스킬들을 날려 공중에서 상쇄시키려는 것이다.

콰과과광!

그럼에도 막아 내지 못하거나 상쇄되는 충격파만으로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것들이 많았지만, 놈들은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두 개의 큰 거점을 잃은 마도의 대지 환수들이기에, 인해전술로 해결해도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흐응, 그렇단 말이지.”

하늘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로칸은 교감을 통해 카이의 방향을 돌렸다.

생각 같아서는 난입하여 난장을 부리고 싶지만 단순히 사냥 경험치만 먹는 정도로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는 사냥터에 널리고 널린 환수들을 사냥하고 말지.

때문에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마도의 왕이 기거하는 마드리찬이었다.

무혼의 대지 소속 환수들이 우위에 선 듯 보였고, 그들의 편에 서는 것이 더 쉽게 전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이겠지만 우위에 섰다 생각하는 놈들이 어디 제대로 된 대우를 해 주겠나?

리스크는 있지만 열세인 쪽에 붙는 것이 더 보상이 짭짤한 법이다.

“웬 놈이냐!”

마드리찬의 성문에 들어서자 경비들이 눈을 부릅 뜨고 로칸을 경계했다.

마도의 왕이 있을 내성으로 곧장 진입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대화는커녕 싸움부터 날 판이라 성문을 통해 진입한 것이다.

“인간?”

“인간이 여긴 어찌…….”

“무혼의 왕의 사주를 받았나!”

물론 성문으로 왔다고 환대해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시 상황이다 보니 의심의 눈초리가 강했다.

“마도의 왕을 만나고 싶다.”

그렇기에 로칸은 더 강하게 나갔다. 자신이 굳이 숙이고 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로칸이 당당하게 나오자 오히려 당황하는 것은 환수 경비병들의 쪽이었다.

“그…… 마툴다 님을 아십니까?”

“그걸 네게 보고해야 하나?”

그건 아니지. 이쯤 되자 경비병들도 살짝 혼란이 찾아왔고, 곧 사람을 보내 내성에 소식을 알렸다.

“마툴다 님께서 만나 보시겠다고 합니다.”

“이쪽으로.”

잠시 기다리자 안에서 소식이 들려왔다. 마도의 왕 마툴다가 로칸을 만나 보겠다고 한 것이다.

흔적은 남았을지라도 목격자가 없으니 그의 대도시 둘을 날려 버린 것이 로칸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일 터였다. 환마계를 처음으로 찾은 방문자이니 호감을 갖는 것이겠지.

곧 경비병의 안내를 받아 내성으로 진입했고, 마툴다의 집무실에 들어섰다.

인벤토리를 보유한 방문자였기에 무기를 압수당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네가 로칸인가?”

[마도의 왕, 마툴다][Lv 477]

역시나 예상대로 450레벨을 훌쩍 넘은 강자였다. 그몰탄 따위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강대한 힘이 그에게서 느껴졌다.

“그렇습니다.”

로칸조차도 정중해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의 소유자.

그러나 예상과 달리 놈의 눈은 로칸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내 도시를 그렇게 박살 내고도 무슨 염치로 이곳에 찾아온 것인지 들어나 볼까?”

“……!”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떠본 것인지 알고 하는 소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로칸의 범행을 알고 있다는 듯 이야기한 것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내심 뜨끔했지만 티를 낼 수는 없다.

로칸은 짐짓 모르는 척을 했지만 마툴다는 더욱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흥! 모르는 척을 할 셈이냐? 마도의 힘을 무시하는군!”

지이이잉.

그 순간 로칸의 앞에 마력의 구체가 생겨났다.

‘공격인가?’

로칸은 잠깐 움찔했지만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에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곳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모습이었으니까.

‘생존자가 있었나?’

아니다. 이건 생존자의 기억을 추출한 것 따위가 아니었다.

공간이, 세계가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하면 적당할까.

개인의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각도가 펼쳐지고 있었다.

“…….”

증거가 명확하니 로칸도 더는 할 말이 없다.

마툴다의 호감도가 실시간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알림이 나타났지만 당장 공격을 가해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야 할 판이다.

‘흠, 상관없잖아?’

그렇게 죄인이 된 것처럼 웅크리고 있자니 슬쩍 기분이 나빠졌다.

자신이 뭐 죄를 졌나? 그들에게 피해를 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아자르와의 계약에 의한 것일 뿐이다.

계약 조항에 그 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는 것이 있으니 고자질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여차하면 들이받아 버리든지, 무혼의 대지 쪽으로 붙어 버리면 그만이다.

“예. 제가 했습니다.”

“고얀……!”

그것을 알기 때문일까, 아니면 죽여도 소멸하지 않는 방문자의 특성을 생각한 것일까?

마툴다는 노기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섣불리 손을 쓰지 않았다.

자신을 암살하러 온 것이 아니라면 뭔가 의도가 있다는 뜻이니까. 그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 아닐지는 일단 들어 보려는 것이다.

“저는 마툴다 님의 수하가 아닙니다. 합당한 대가가 있다면 언제든, 누구의 손도 들어 줄 수 있죠.”

마툴다의 살기 넘치는 눈빛이 매서웠지만 함부로 손을 쓰지는 않았다. 그는 왕이었으니까.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라도 이득이 된다면 이용해야만 하는 위치인 것이다.

더구나 로칸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음을 순순히 시인하고 있었다.

“그럼, 내 손을 들어 줄 수도 있다는 건가?”

마툴다는 그에게 사주한 자를 찾지 않았다. 언젠가는 알아내서 복수를 해야겠지만 당장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요.”

로칸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좀 말이 통하는 기분이다.

“그렇다면 당장 내 밑으로 들어와 저 간악한 놈들을 막아라. 그럼 너의 죄를 사하여 주겠다.”

“싫습니다만?”

“네놈……!”

마툴다가 인심 쓰듯 선언했지만 로칸은 공짜로 일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경험치 보너스만 받아도 이득이긴 했지만 더 뜯어 낼 수 있는 상황에서 뭐 하러?

만약 반대로 로칸이 무혼의 대지 측에 붙어 그를 몰아낸다면 뒤탈도 없고 비슷한, 혹은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지 않겠나?

이 사달을 만들고도 당당한 로칸을 보자니 마툴다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멋대로 굴 수는 없었다. 어쨌든 아쉬운 건 자신이니까.

만약 이 자리에서 로칸을 쳐죽였다가 부활하여 적에게 붙어 버리면 어쩐단 말인가?

로칸의 능력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단신으로 대도시 둘을 파괴시킨 그가 적의 편에 붙어 버리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을 그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원하는 게 뭐지?”

“글쎄요. 제시해 보시죠?”

부들거리며 협상의 테이블에 선 마툴다에게 로칸이 음흉한 미소로 화답했다.

***

“흐흐흐, 죽여라! 놈들을 짓밟고 무톤 님께 영광을 전해 드리자!”

“크아아악!”

“그래, 그렇게…… 컥!”

마도의 대지. 작은 마을을 누비며 도적 떼처럼 쓸고 다니던 놈들의 눈이 부릅뜨였다.

기습을 통해 마을의 울타리만 넘으면 그다음부터는 상대가 되지 않는 주문 계열 환수들이기에 일방적이 학살을 자행하던 그들의 몸이 동강나고 피가 튀었다.

피와 함께 환마력이 흩어지고, 들고 있던 무기를 떨구었다.

“별거 없잖아?”

그리고 잠시 후, 무기를 든 채 선 이는 마을에서 단 한 명뿐이었다.

바로 로칸.

아직도 대도시를 비롯한 주요 거점들에서는 공성전이 진행 중이었지만 로칸은 그들을 돕는 대신 사방으로 흩어진 근접 계열 환수들을 사냥하고 나선 것이다.

일시에 경험치를 쓸어 담기는 어려웠지만 피의 각성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컸다.

마툴다와의 협약을 통해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의 영지 내로 진입 할 수 있었으니 결정적인 전투도 놓치지 않을 테고.

“꽤 짭짤하군.”

그러나 수입은 짭짤했다.

각개격파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숫자도 족히 수십에서 수백은 되었고, 완전히 함락당하지 않은 마을 중에서는 주문 계열 환수들의 지원까지 이어진 덕분에 전투는 쉬워지고 이득은 늘어나는 것이다.

주문 계열 환수들은 따로 전리품 수거를 하지 않았으니까.

이 또한 마툴다와 로칸이 맺은 협약 중 하나였다.

게다가 경험치 역시 만만치 않다.

350레벨의 환수들도 즐비하긴 했지만 일단 마을 이상의 거점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400레벨 이상의 존재가 필수였다.

대다수의 그랜드 마스터급들이 공성전에 투입되었다지만 마을을 공략하기 위해 흩어진 놈들의 숫자도 적지 않았다.

지금은 모두 로칸의 경험치가 되었지만.

“역시 이편이 편하단 말이야.”

게다가 상대하기도 한결 수월하다.

로칸의 입장에서는 마법으로 이리저리 정신없게 만드는 놈들보다는 무기를 들고 설치는 놈들이 훨씬 편했다.

“슬슬 시작이군.‘

그렇게 각 마을을 구원하고, 게릴라전을 펼치는 환수들을 사냥해 나가자 전장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무혼의 대지에서 침공해 온 놈들도 이변을 알아차린 것이다.

흩어졌던 병력들에게서 연락이 끊기고, 주문 계열 환수들이 모여들며 게릴라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들로서도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 보니 무혼의 대지에서 온 놈들도 슬슬 뭉치기 시작했다. 주문 사용자들을 상대로 뭉치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지만 각개격파를 당하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대신, 일점 돌파를 선택했다.

힘을 모아 주요 거점을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로칸, 지금 모스톤으로 가라! 서둘러!

아직 합류하지 못한 환수들을 사냥하던 로칸에게 메시지 마법을 통한 음성이 들려왔다. 마툴다의 것이었다.

환마계의 판도를 바꿀 전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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