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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화.마도의 대지 vs 무혼의 대지 (2) (352/500)

 # 352

마도의 대지 vs 무혼의 대지 (2)

마툴다의 메시지 마법을 받자마자 로칸은 즉시 모스톤으로 이동했다.

모스톤은 이미 외부에서의 진입을 차단하고 농성에 들어간 상태였고, 접근하려 해도 압도적인 물량으로 사방을 포위한 무혼의 대지 소속 환수들 때문에 접근이 불가능했다.

“흠…….”

어떻게 할까.

물론 저 안으로 들어가려면 갈 수도 있다.

로칸에게는 마툴다가 만들어 준 특별한 룬이 있었기에 공간 이동을 제약시키는 마법진의 효과를 뚫고도 이동이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로칸은 마법사가 아니다.

물론 그랜드 마스터의 권능으로 마법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효율이 다르다.

저 안에 들어가 마법으로 한 손 더한다고 해 봤자 어중간한 400레벨 마법사 수준도 되지 않을 텐데 꼭 저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잠시 고민하던 로칸은 진입을 포기했다. 대신 폴리모프를 사용해 환수의 형태로 모습을 바꾸고 공성전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았다.

“개전하라!”

전방위로 성을 둘러싼 전사들이 광기를 내뿜는 가운데, 네 방위 모두에서 개전 선언이 일어났다.

마도의 대지를 나누어 관리하는 성주들이 있듯, 무혼의 대지에도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이 있는 것이다.

“설마 다 몰려온 건가?”

그 수가 무려 넷.

도시 하나를 공략하는 데 최소 성주와 동급의 강자가 넷이나 모여든 것이다.

그나마 상대가 농성하는 주문 계열이라 이만큼이나 버티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진작에 함락되었으리라.

“재미있군.”

물론 모스톤에도 적지 않은 병력이 모여 있다. 성주뿐 아니라 그에 준하는 힘을 가진 주문 계열 환수들이 꽤나 모여든 상태였다. 본래는 마툴다의 곁을 지키던 이들.

일대일에서는 손색이 있을지 모르지만 집단전에서만큼은 성주들과도 비빌 수 있을 정도의 강자들이 언제든 힘을 끌어올릴 준비를 하는 와중에 먼저 공세를 취한 것은 무혼의 대치 측이었다.

끼에에엑.

온갖 새의 형태를 한 비행형 환수들이 홰를 치며 날아올랐다.

그 위에 탄 것은 제각기 무기를 꼬나 쥔 또 다른 환수들.

일명 스카이 라이더라 불리는 비행 계열 탈것 보유자들이 하늘을 점유하고 나선 것이다.

“격추하라!”

그러자 성의 내부에서도 즉각 반응이 나타났다. 전격과 화염, 바람 계열 마법들이 쏟아지며 하늘에 오른 자들을 강제로 끌어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쿠엑! 피효효효효효!

하지만 놈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그저 ‘탈 것’이 아니라 그들 역시 하나의 강력한 환수들이기 때문이다.

유연한 비행 능력으로 회피하든, 강력한 힘을 방출해 공격을 상쇄시키든, 그것도 아니면 등 위에 탄 환수가 무기를 휘둘러 마법을 베어 내든 제각기 마법에 격렬히 저항했다.

‘폭죽놀이 같군.’

지상에서 바라보는 이들로서는 폭죽놀이를 하는 것만 같아 보일 뿐이지만 말이다.

“돌격하라!”

그러나 언제까지나 하늘에 마법을 집중시킬 수는 없었다. 하늘을 나는 이들보다 땅 위를 메운 이들의 수가 훨씬 압도적이니까.

그들에게 공격이 집중된 사이 지상의 지휘관들은 돌격을 명령했고, 저마다의 무기를 든 근접 계열 환수들이 숙적인 주문 계열 환수들을 도륙하기 위해 개미 떼처럼 밀려들었다.

“크아아악!”

하지만 성문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수성 측에서 진즉에 깔아 둔 마법 함정들이 놈들의 발목을 잡았고, 무리 전체를 폭사시켰다.

영리하게도 마법 함정 중에는 밟는 순간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무게가 되었을 때 폭발하는 종류들도 있어서 이미 지나친 땅조차 안심할 수 없는 상황들이 계속해서 연출되었다.

“멈추지 말고 돌격해!”

그러나 그뿐이었다. ‘준비된 마법’에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숫자든 위력이든 말이다.

지휘자들은 주문 계열 환수들의 준비를 인해전술로 극복했다.

마법 함정? 소모시키면 그만이다.

마법 폭격? 마나가 언제까지 유지될까?

이런 심산으로 하이 마스터급의 환수들을 마구 전장으로 몰아넣었다. 일종의 화살받이, 아니 마법받이였다.

그리고 그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는지 돌격하던 환수들이 서서히 성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그때, 지휘관을 맡은 성주급의 환수가 제대로 힘을 썼다.

창, 아니 랜스나 발리스타라고 부를 만한 거대한 창대를 손에 쥐더니 마스터 스킬을 발휘해 강화, 증폭하기 시작한 것이다.

“관통의 창!”

쐐애애애애액.

지휘관의 손에서 날아간 거대한 창이 성문을 향해 쏘아졌다.

성벽 위에서 다급히 마법을 발현해 보지만 워낙 순식간인 데다 위력의 격이 달랐기에 저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콰앙!

잠시 후, 성문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다.

마법으로 떡칠이 된 성문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것은 무리였지만 병력이 진입할 통로가 될 구멍을 만드는 정도는 가능했던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사지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상대를 죽이고 살아남을 수 있는 활로가 열리자 병사들이 환호했다.

사기가 크게 오르며 저마다 돌진 스킬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커헉!”

그리고 그때, 로칸이 기세가 오른 전사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등 뒤에서 가슴으로 삐죽 튀어나온 크고 예리한 도끼날.

성문을 부수기 위해 막대한 힘을 차징하는 동안 접근한 로칸이 놈의 심장을 터트린 것이다.

제대로 힘을 쓰기 위해 폴리모프는 이미 풀어 버린 상황.

광풍 현신, 피의 각성을 비롯한 주요 스킬들로 한순간 자신을 강화한 탓에 그를 호위하던 환수들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성주님!”

“이노옴!”

모두가 성문을 바라보며 쾌재를 부르던 차라 반응이 한 박자 늦었다.

이미 주검이 되어 버린 성주의 복수를 위해 달려들어 보지만 로칸에게는 다음 스킬을 발동시킬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진광풍참!”

쿠와와와와아.

토네이도 마법을 쓴 것이 아닐까 싶은 강대한 바람이 솟구쳤다.

성주의 시신은 수백 조각이 나 흩날렸고, 로칸을 향해 달려들던 놈들조차 팔이나 다리 어느 한쪽은 내어놓아야 했다.

방심이 부른 끔찍한 참상.

그러나 로칸은 전혀 비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전쟁에서 요인 암살은 아주 일반적인 것이 아니던가? 어디까지나 방심한 놈이 잘못한 것이다.

“크허허헝!”

동시에 발현된 광기의 외침이 바람을 타고 전장을 휘감았다.

다른 이도 아닌 로칸의 함성 스킬이다. 400레벨에 도달하지 못한 자들은 물론 400레벨에 도달한 초월자 중에서도 능력치가 낮은 자들은 버티지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것은 수성 측에 큰 기회가 되었다.

마툴다와의 계약에 의해 ‘아군’으로 분류되었기에 그들은 광기의 외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이를 악물고 끌어낸 마법들이 멈춰 버린 자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크악!”

“빌어먹을!”

돌격하던 이들의 허리가 끊기자 먼저 돌입한 이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지원을 기다리며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는데 지원이 끊기고 집중 포격을 받게 되니 몰매만 맞다 죽어 나가는 것이다.

“밀어붙여라!”

하지만 상황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성문을 파괴하고 진입이 시작된 것은 로칸이 있는 남문 쪽만이 아니었으니까.

저마다 사용한 무기와 기술은 달랐지만 지휘관들이 약속한 듯 일제히 성문을 뚫어 낸 것이다.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한쪽 방향일 뿐이다.

나머지 서문과 동문, 북문의 전투는 여전히 치열했고 오직 남문만이 어쩔 줄을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중이었다.

“저놈은 내가 맡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동문과 서문에 있던 지휘관들이 방향을 돌려 로칸에게 달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개입했다면 순식간에 성벽 위가 함락되었겠지만 그들의 선택은 로칸을 막는 것이었다.

‘아니, 싸우고 싶은 거겠지.’

무혼의 대지에서 태어나는 환수들은 태생부터 전사의 기질을 타고났다.

스스로의 무를 단련하고 강한 상대와 겨루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도 전쟁보다 동급의 전사를 쓰러뜨린 로칸과 겨루어 보고 싶은 것이다.

기습이라는 방식을 취하기는 했지만 그 이후 로칸이 보여 준 위력은 실로 엄청났으니까.

만약 그들이 모두 전력으로 성을 공격한다면 아군의 피해를 줄이고 더 빠르게 성을 함락 시킬 수 있겠지만, 다른 성주들도 이 전투에 참여했다는 핑계가 그들을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내가 먼저다!”

“멍청한 놈, 너는 성이나 공략해!”

그것을 증명하듯 두 성주는 각자 로칸에게 짓쳐 들면서도 티격태격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서로가 로칸을 상대하겠다고 우겨 대는 것이다.

“이것들이.”

그들은 나름 진지했지만 그 반응에 로칸도 뿔이 났다. 감히 누구를 두고 순서를 정한단 말인가?

아니, 원한다면 맞춰 주마.

“분신 소환!”

그 순간 로칸이 둘로 변했다.

달려들던 두 성주의 눈이 휘둥그레진 것도 당연한 일.

하지만 오히려 반색하며 달려들었다. 각자의 무기를 꼬나 쥐고 한 명씩을 맡아 몸을 날렸다.

“이쪽이 진짜렸다!”

콰앙!

[창술의 대가 가루느][Lv 447]

먼저 도달한 것은 창을 쓰는 자였다.

로칸이 원래 있던 자리를 파악하고 잽싸게 몸을 날린 것이지만 번지수가 틀렸다.

분신을 사용할 경우 분신이 나타날 위치를 지정할 수도 있었지만, 최초에 한해 자신과 위치를 바꾸는 것도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로칸은 이번에 위치를 바꾸었다.

“좋구나!”

그러나 놈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불사의 권능을 제외한 나머지 능력치나 전투 스타일, 전투력은 로칸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분신은 배틀 액스를 비틀어 놈의 찌르기를 가볍게 막아 내고, 난무를 펼쳐 한순간에 십여 번의 공격을 펼쳐 냈다.

가루느 역시 만만치가 않아서 창을 짧게 당겨 잡으며 그 공격들을 무위로 돌렸고, 분신은 근력의 우위를 이용해 계속해서 놈을 몰아쳤다.

“제기랄! 분신 따위라니!”

[전장의 지배자 콜롭][Lv 447]

그 상황을 힐끗 바라보며 콜롭이 성질을 잔뜩 부렸다.

할버드를 주 무기로 사용하는 녀석은 힘에 자신이 있는지 분신이라 여겨지는, 진짜 로칸을 향해 신경질적인 일격을 날렸다.

후우우웅!

그저 세로로 내리찍을 뿐인데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그것은 비단 할버드의 크기가 거대하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살육의 일격.”

“……!”

하지만 상대는 로칸이었다. 설령 하늘이 무너져 내리더라도 깨부수고 오롯이 홀로 설 수 있을 만큼 막대한 파괴력을 지닌 강자.

로칸이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를 걸어오자 놈이 까득 이를 악물며 할버드에 힘을 더했다.

쩌엉!

그리고 다음 순간, 아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과 함께 한 손을 놓친 것은 당연하게도 콜롭의 쪽이었다.

할버드가 튕겨 나가고 가슴이 훤히 열렸다. 전사로서는 치명적인 빈틈이다.

“전신의 돌격!”

그 틈을 놓칠 로칸이 아니다.

왼쪽 어깨를 들이밀며 몸을 부딪쳐 갔고, 놈은 당황하면서도 최선의 선택을 했다.

“전신타!”

광풍참과 유사한 스킬이다. 하지만 이것은 난무처럼 일정 공간에 공격을 쏟아붓는다는 것에 차이가 있었다.

까가가가가강!

놈의 난타가 로칸의 몸 위로 떨어지며 새빨간 불똥이 튀었다.

어마어마한 공격력임을 확인시키듯 생명력이 가파르게 깎여나 갔지만, 로칸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아니,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는 이상 오히려 땡큐였다. 광풍의 견갑이 가진 효과로 돌진 중 받은 대미지만큼 공격력이 증가하니까.

“커헉!”

공격을 무시하고 틀어박힌 로칸의 몸뚱이에 놈의 허리가 기역 자로 꺾였다.

피인지 토사물인지 모를 무언가가 입에서 튀어나오고 눈알이 빠질 듯이 돌출되었다.

날붙이에 베이는 것과는 또 다른 고통.

다급해진 콜롭이 숨도 쉬지 못한 채 로칸의 등을 두들겼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로칸은 진각을 밟아 힘을 더하며 아래에서부터 위로, 배틀 액스를 그어 올렸다.

“까흑!”

그리고 하필이면, 그 동선에 놈의 사타구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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