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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화.유명계 (3) (365/500)

 # 365

유명계 (3)

쿠구구궁.

백혼탑의 설립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로칸이 지상에 적당한 부지를 찾아 지정하자 그곳에 거대한 탑이 저절로 올라갔다.

별도의 공사 따위 없이 탑이 세워진 것이다.

물론 수도나 주요 거점은 아니었다.

음흉한 유령 놈들이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르니까.

인간 진영 깊숙한 곳에 있어 안전은 확보할 수 있되,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에 백혼탑이 세워졌다.

단 하나.

만약을 위해 조건 등을 꼼꼼히 따진 결과 딱 하나의 백혼탑만이 설립되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당신은 유명계와 조력 관계를 맺은 최초의 인간입니다.]

[타이틀 백염왕의 조력자를 획득했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최초][백염왕의 조력자][유니크]

유명계의 지배자 중 하나인 백염왕과의 조력 관계임을 나타내는 타이틀입니다.

백염왕과의 조력 관계가 깨어질 경우 이 타이틀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

-유명계 존재들로부터 비선공 효과

-백염왕이 관리하는 모든 지역 평판 상승

-지능 + 50

-정신력 + 50

백혼탑의 건설과 동시에 일단 레벨이 하나 올랐다. 하지만 타이틀은 쓰레기에 가까웠다.

역시 유명계의 인사라고나 할까. 기존에 공약처럼 내걸었던 비선공 효과를 제외하면 그다지 쓸모없는 효과들이었다.

게다가 백염왕과 조력 관계가 깨어지면 타이틀이 삭제된다니, 실컷 퀘스트 보상으로 건 주제에 치졸하기 짝이 없다.

때문에 5천만 코인은 알뜰하게 받아 챙겼다.

추가로 백혼탑에서 발생하는 수입에 30%의 세금이 붙긴 하지만 기왕 준다고 했던 것이 아닌가?

어차피 5천만 코인쯤이야 로칸에겐 있으나 마나 한 돈이긴 했지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챙길 수 있는 건 챙기는 게 좋았다.

“상점 건설.”

그리고 유명계에도 로칸의 상점이 건설되었다.

혹시나 백염왕과의 조력 관계가 깨어질 경우 버려야 할 건물이기에, 너무 크게 공을 들이지는 않았다.

며칠만 돌리면 충분히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간소하게 차려 두고 판매할 아이템을 채워 넣었다.

바로 지상에서 판매하는 ‘조련사’용 아이템들. 정확히는 펫이나 곧 태어날 알을 구입하여 채워 둔 것이다.

유명계의 존재들이 굳이 환마계를 침범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육신을 갖기 위함이다.

육신을 잃은 자들인 유령들의 집착은 생각보다 대단한 것이었다. 소멸을 각오하고 환마계를 침범할 만큼.

그런 것을 생각할 때 펫의 몸은 허약하기 짝이 없지만 그들이 아주 쉽게 육신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영혼은 강대하니 육신의 미약함은 금방 극복할 수 있겠지.

“와우?”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해서 상점에 물건을 채워 놓는 족족 팔려 나갔다.

처음에는 약해진다는 생각에 꺼리기도 했지만 본능만 남은 유령들에게 오랜 인내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몇 놈이 코인을 비싸게 지급하고 펫을 구입한 뒤 빙의해 버리자 나머지 놈들도 물건이 떨어질까 앞다퉈 구매해 갔다.

여기서 한 가지, 로칸이 꾀를 내었다.

펫의 몸에 빙의한 유령들의 동의를 받아 그들을 지상으로 옮겨 준 것이다.

“짭짤한데?”

펫의 몸에 빙의하는 순간 기존 펫의 영혼이 죽어 버리는 바람에 펫 그 자체가 되어 버린 놈들을 지상으로 옮겨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해 준 것이다.

그 대가는 그들이 가진 모든 것.

만약 뭔가를 가진 채로 주인을 정할 경우 그들에게 어차피 모든 것이 양도될 수 있었기에 코인을 몽땅 털어 주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유령이 빙의된 펫들을, 로칸은 지상에서 아주 비싼 가격에 유저들에게 판매했다.

육신의 한계에 맞춰 영혼의 격이 낮춰지기는 했지만 봉인이 풀리듯 육신이 강해질수록 힘을 되찾아 갈 놈들이기에 가능성은 무궁무진했다.

비록 스킬들이 정신 계열로 한정되긴 하겠지만 그건 그것대로 꽤 괜찮은 스킬이 아니던가?

오히려 획득하기 어려운 종류에 속하는 것들이니 유저들로서도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이라면 나중에 펫이 너무 강력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400레벨 이상의 유령이 펫에 빙의하려 들 경우 육신이 터져 죽어 버렸기 때문에 문제없었다.

빙의한 유령들이 모든 힘을 되찾는다 해도 하이 마스터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점점 레벨이 올라 카이처럼 400레벨이 넘는다면 원래의 힘을 뛰어넘을지도 모르지만 과연 그들 중 몇이나 그런 경험을 하게 될까?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좋았다.

[백염왕의 소원권을 획득하셨습니다.]

거기까지 하자 남은 보상은 두 가지였다.

백염왕의 선물과 소원권.

소원이라고 해도 약아빠진 놈이 여러 가지 제약을 걸어 놓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랜덤 영혼 스킬 상자를 획득하셨습니다.]

“랜덤 스킬 상자?”

“크크. 어때, 재미있지 않나? 인간들은 이런 걸 꽤 좋아한다던데.”

그리고 마지막은 랜덤 영혼 스킬 상자였다.

영혼 계열의 스킬이 랜덤으로 들어 있는 랜덤 상자를 선물로 준 것이다.

꽝일 확률이 대부분일 랜덤 상자를 내놓다니 끝까지 고약하다. 믿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만약 처음에 혹해서 넘어갔다면 이득 하나 없이 백혼탑만 세워 주고 보호해 주었을 것 아닌가?

로칸은 일단 랜덤 상자를 인벤토리에 넣고 백염왕에게 작별을 고했다.

“응? 지금 열어 보지 않는 건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꺼.”

놈에게 무슨 즐거움을 주려고 여기서 상자를 깐단 말인가?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로칸은 심드렁하게 대꾸하고 길을 나섰다.

백염왕이 슬슬 약을 올려 대는 것을 보기 싫어서라도 그의 영토를 떠났다.

“그냥 갈 순 없지.”

백염왕의 영토는 떠났지만 유명계를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다. 이렇게 꿀 같은 사냥터를 왜 떠난단 말인가?

그와의 계약에 따라 여러 가지 세팅을 하는 동안 따로 받은 퀘스트에 따라 이웃 영토의 유령들을 족치기 시작했다.

[영혼 수집][퀘스트]

영혼의 구슬을 수집하라.

-완료 조건 : 영혼의 구슬 수집

-완료 보상 : 영혼의 구슬 수에 따른 차등 보상

-진행 보상 : 퀘스트 진행 중 획득 경험치 1.1배

바로 영혼 수집 퀘스트.

유령들이 죽을 때 남기는 잔해인 영혼의 구슬을 모아 가면 백염왕이 다시 자신의 주민으로 되살리는 상부상조의 퀘스트였다.

로칸은 추가 경험치를 얻고, 백염왕은 신성을 늘리고.

퀘스트를 완료할 때 다시 백염왕의 낯짝을 봐야 한다는 문제가 있긴 했지만 짜증스러울 뿐, 큰 문제는 아니었다.

“광살.”

퍼버버벅!

로칸의 연격에 유령의 영체가 찢겨 나갔다.

떨어져 나간 영체가 증발하듯 기화되는가 싶더니 종국에는 하나의 구슬만을 남겼다.

영혼의 구슬.

그것들을 차곡차곡 모을 때마다 경험치 바도 천천히 차올랐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일주일. 딱 일주일을 머물며 사냥에 전념하자 또다시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다.

435레벨.

이제 정말 450레벨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응?”

백염왕이 알려 준 루트를 따라 사냥을 이어 가던 로칸이 영혼의 구슬을 수집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영혼의 구슬이 떨어져야 하는데 이번에 떨어진 구슬은 뭔가 다른 것이다.

색부터가 하얀색이 아닌 새까만 색이었고 불길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원한의 구슬][퀘스트 시작 아이템]

이 구슬을 입에 넣으면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아무리 사탕만 한 크기라지만 이걸 입에 넣으라고?’

뭔가 찝찝했다. 딱 봐도 먹으면 안 될 것같이 생기지 않았나?

퀘스트 시작 아이템이라는 것을 보면 방금 죽인 녀석이 가진 원한을 계승하는 모양인데, 그 보상조차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굳이 그런 짓을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떤 놈이었더라?’

때문에 일단 방금 죽인 유령의 정보를 떠올렸다.

기사 클래스였던 것 같고, 무기는 검. 레벨은 대충 400을 간신히 넘긴 정도였다.

얼굴은…… 아쉽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가 잡은 유령이 몇 마린데 그걸 일일이 기억을 하고 있겠나.

광전사도 아닌 놈이 독이 잔뜩 올라 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서, 왠지 얽히면 안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음, 혹시?”

그래서 로칸은 약간의 꼼수를 썼다.

“나이트메어, 소환.”

나이트메어를 소환한 뒤, 녀석에게 원한의 구슬을 던져 준 것이다.

주인의 뜻을 읽은 나이트메어는 그것을 날름 입으로 받았다.

[원혼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나이트메어에게는 저주가 통하지 않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역시나, 입에 넣자마자 저주가 발동했지만 상대는 나이트메어다. 저주와 악몽에 통달한 존재. 저주는 당연히 무효화 되었고, 퀘스트 창만이 남았다.

[모테론의 원한1][퀘스트]

억울한 죽음을 당한 천족 기사 모테론의 원한을 풀어 주자.

-성공 조건 : 천족 기사 모테론에 대한 조사 0 / 1

-성공 보상 : ???

-실패 페널티 : 없음(저주 무효화)

“흐음.”

일단 어떤 퀘스트인지 밝혀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보상도 물음표이고 연계 퀘스트인 까닭에 이후 성공 조건도 알 수 없었다.

이걸 받아들여야 할까? 천족 기사였다는 건 의외였고 흥미로웠지만 영 귀찮아질 여지가 많아 보이는데.

“수락.”

꿀꺽.

잠시 고민하던 로칸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미 실패 페널티가 삭제된 마당이고 딱히 제한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니 받아둬서 나쁠 건 없지 않은가?

일단 천천히 조사해 보고, 별로인 것 같으면 수행하지 않아 버리면 그만이다.

기억 한편에 저장해 두기만 하고 다시 유령 사냥에 매진했다.

“흠, 슬슬 떠날 때가 됐나?”

그렇게 유명계에 죽치고 있기를 근 한 달. 레벨이 또다시 두 개나 올랐지만 로칸은 떠날 것을 결심했다.

레벨 업 속도가 정체되기도 했고, 워낙 난동을 부리고 다닌 통에 더 이상 몰이사냥이 어려워진 것이다.

오죽하면 백염왕과 같은 유명계의 지배자들이 적당히 하라고 로칸에게 경고까지 보냈을까.

굳이 그들과 척을 질 필요는 없기에 다음 지역으로, 또 다음 지역으로 옮겨 다니며 사냥을 하긴 했지만 슬슬 유령을 상대하는 것도 질려 가고 있었다.

한 달 동안 죽어라고 사냥해서 레벨 두 개를 올리는 마당에 굳이 이곳에 계속 머무를 이유를 찾지 못했다.

“퀘스트 포기.”

유명계를 떠난다. 경계를 가로질러 다음 세계로 이동한다.

마음을 정한 로칸은 마지막으로 영혼 수집 퀘스트를 취소시켰다.

퀘스트는 실패 처리되었지만 페널티가 없으니 상관없다.

굳이 따지자면 백염왕의 호감도 하락 정도?

굳이 그와 척을 져서 나쁠 것은 없지만 받은 것이 있다 보니 마지막으로 한 방 먹여 주지 않으면 속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악령 지배.”

퀘스트는 포기했지만 퀘스트 아이템은 남았다.

바로 영혼의 구슬.

인벤토리가 가득 차다 못해 터질 정도여서 잡다만 것들은 버리거나 수시로 비우고 와야 했던 만큼 그가 보유한 영혼의 구슬 수는 대단한 수준이었다.

모든 유명계의 왕들이 탐을 낼 만큼.

그렇기에 그들 악령 지배를 사용해 유령을 사로잡은 뒤, 모두에게 전령을 보냈다.

자신이 있는 유명계의 경계로 모일 것을 요청했다.

감히 세계의 왕들을 인간 따위가 오라 가라 하다니, 건방지기 짝이 없었지만 참석률은 100%였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로칸이 가지고 있으니까.

“다 모인 것 같으니 슬슬 시작해 볼까요?”

로칸이 초대량의 영혼의 구슬을 두고 경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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