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4
역천 (1)
[불가능한 업적! 당신은 1급 천족을 살해하고 천족 사회를 붕괴시킨 인물로 지목되었습니다. 때로는 진실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타이틀 ‘역천’을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역천][레전드]
당신은 1급 천족을 살해한 인물로 지목되었습니다. 때로는 진실보다 믿는 대로 보게 됩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
-천족과 전투 시 공격력, 방어력, 저항력 30% 증가
-천족과 전투 시 모든 능력치 30% 증가
-천족과 전투 시 적 공격력, 방어력, 저항력 30% 하락
-천족과 전투 시 적 스킬 효과 30% 하락
-일반 천족의 경우 절반의 효과 적용
“어……?”
새로운 타이틀. 그것도 레전드 등급의 타이틀이었다.
실제로 1급 천족을 죽인 것은 라푸제였지만 그가 흘린 악의적인 소문이 지금 로칸에게 힘이 된 것이다.
때로는 진실보다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것이 진실이 되기도 하니까.
거짓된 영광이지만 레전드 등급이라면 그것도 감지덕지다.
‘라푸제, 보답은 확실하게 해 주지.’
빠득!
로칸이 이를 갈며 몸을 일으켰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지 않은가? 가히 천족의 카운터 타이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로칸은 자신 있게 어깨를 폈다.
자신을 포위한 이들에게 사나운 웃음을 내보이며 힘을 일으켰다.
“광풍 현신, 전신 무쌍, 피의 각성.”
힘이 폭발했다.
내재된 광기가 힘이 되어 로칸의 몸을 부풀리고 강대한 힘과 신성이 담긴 피를 세차게 휘돌렸다.
“무혼 각성.”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광풍과 함께 이루었던 광기의 역사가 로칸에게 흘러들었다.
두 개의 광기가 서로 융합하며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헉!”
광기가 안개처럼 퍼져 나간다.
약한 자들은 그 것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눈알이 뒤집히고 침을 질질 흘렸다. 미쳐 버린 것이다.
하이 마스터들도 간신히 버텨 내고 그랜드 마스터조차 정신을 집중해야만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정작 로칸은 아무런 힘의 소모도 없었다.
극한에 달한 광전사 스킬, 광기 전염이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타이틀 효과로 약해진 천족들의 전투력이 다시금 10%나 하락해 버렸다.
“정신 차려라! 우리는 국경수비대다!”
그때 토리칸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광기에 좀 먹히고 있던 부하들의 정신을 깨우고 약간이지만 강화 효과를 일으켰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사이 로칸은 이빨을 드러냈으니까.
‘오랜만에 써 보는군.’
새로운 스킬의 조합. 기존 세팅해 두었던 스킬을 재빨리 다른 것으로 조합했다.
이 같은 다수의 약자를 대상으로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스킬을 말이다.
“휠 윈드!”
콰과과과과과과광!
거대화된 로칸의 배틀 액스가 크게 회전하며 맞닿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국경수비대? 그건 부차적인 것일 뿐이다.
도시 자체가 파괴되고 있었다.
그 어마어마한 파괴력에 하이 마스터든 그랜드 마스터든 막아 세우기는커녕 감히 무기를 부딪칠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천족이든 건물이든 부딪치는 모든 것이 파괴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로칸은 휠 윈드에 살짝 변주를 주었다.
“진광풍참!”
휠 윈드를 사용하는 중에, 사슬을 길게 늘어뜨린 채 진광풍참을 발동시킨 것이다.
직선으로 쭉 뻗은 채 원심력을 이용해 회전하던 배틀 액스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수평으로 회전하던 것을 넘어 살아 움직이듯 마구 출렁거렸다.
그러자 범위에 속한 공간 자체가 파괴되었다.
허공에 있던 놈들이 된 서리를 맞은 것은 당연하다. 공간과 함께 육신이 찢기고 영혼은 신성의 조각이 되어 로칸에게 흡수되었다.
몇몇은 원거리에서 사용 할 수 있는 마스터 스킬로 저항해보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이미 강화될 대로 되고, 상성을 탈 대로 탄 로칸의 힘은 고작 마스터 스킬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수호대의 깃발!”
물론 머리를 써서 공략해 보려는 놈들도 있었다. 창조 스킬을 사용해 마나로 이루어진 군대를 소환하고, 그것을 밀어 넣어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퍼버버벅!
“……!”
하지만 압도적인 공격력 앞에서는 무의미할 뿐이다.
머리가 터지고 팔다리가 잘려나가며 다시 마나로 환원될 뿐, 휠 윈드의 속도조차 별로 늦추지 못했다.
‘역시 스펙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군.’
한때 더 이상 재미를 보기 어려워 다른 스킬로 교체하기도 했지만 역시 압도적인 공격력을 지녔을 때는 이만한 광역기가 없다.
로칸이 더욱 세차게 회전했다.
“토리칸 님, 뒤를 부탁합니다!”
그때, 한 놈이 휠 윈드의 범위 안으로 몸을 던졌다.
“천신의 갑옷!”
방어형의 창조 스킬을 발동해 이 회전의 흐름을 끊으려는 것이다.
출렁!
위태로웠지만 그 훌륭한 전략이다. 움직임을 방해한 대가로 사슬에 휘감겨 창조 스킬마저 파괴되었지만 어쨌든 휠 윈드의 발동을 취소시킨 것이다.
“공짜는 받아먹어야지.”
퍼억!
로칸이 냅다 달려가 미이라처럼 사슬에 휘감긴 녀석의 머리통을 날려 버렸다.
이왕 스킬이 취소된 것, 공짜 킬 정도는 먹어야 하지 않겠나?
“죽어라!”
그렇게 마제스티 마스터의 신성을 홀랑 집어먹었을 때, 타이밍 좋게 위협적인 공격들이 쏟아졌다.
애초에 그의 희생을 미끼 삼아 로칸이 피할 수 없는 타이밍을 잰 것이다.
“쳇!”
피할 수 없는 각도, 피할 수 없는 타이밍.
사방에서 짓쳐 오는 토리칸과 장군들의 공격에 로칸이 혀를 찼다. 오랫동안 전선에 있어왔던 이들이라는 것인지 그 공격이 빠르고 과감했다.
하지만 로칸 또한 만만치 않다. 수라의 길을 걸어온 건 그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스로잉!”
까앙!
가장 만만해 보이는 놈을 향해 배틀 액스를 냅다 집어 던지더니 비껴 내는 순간을 이용해 달려들었다.
“뒤 잡기, 백스텝.”
아무리 창조 스킬로 공격을 강화한 상태라지만 로칸의 스로잉을 쉽게 쳐 낼 수는 없다.
시야가 가리고, 묵직한 반동을 느끼는 순간 로칸의 몸이 놈의 등 뒤로 돌아갔다.
백스텝을 이용해 살짝 거리는 벌리는가 싶더니 잔인한 일격이 펼쳐졌다.
“전신의 돌격!”
퍼엉!
파열음을 넘어 폭발음이 들릴 만큼 강력한 충격이 등줄기에 틀어박혔다.
놈의 몸이 로칸 대신 공격의 사정권으로 들어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헛!”
급히 힘을 회수해 보지만 늦었다. 이대로 스킬을 취소시키면 반동이 돌아올 테고, 그 틈을 로칸이 놓칠 리가 없었기에 방향을 틀어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콰과과과과광!
결국 뒤바뀐 방향에 있던 건물과 천족들이 소멸되었다.
로칸이 아닌 아군에게 피해를 입은 것이다. 무려 마제스티 마스터의 창조 스킬에 휩쓸렸으니 살아남기를 바라는 게 욕심이 아닐까?
“더러운!”
덕분에 로칸을 향한 독기가 바짝 올랐지만 정작 장본인은 당당하기만 했다. 그렇게 안 했으면 자신이 당할 판인데 그게 왜 더러운 플레이인가?
그럼 한 명을 수백, 수천명이 몰매를 놓는 건 정정당당하고?
코웃음을 치며 다시 회전하기 시작했다.
“휠 윈드!”
마제스티 마스터 하나가 목숨을 던져 가며 끊었던 스킬이 다시금 발동되었다.
“모두 피해라!”
이미 반파 상태이던 도시가 완전히 파괴되기 시작했다.
굳이 광풍참을 섞지 않아도 충분하다. 두꺼운 건물의 벽이 두부처럼 으깨지고 있었으니까.
“마주치지 마라! 원거리에서 공격을 퍼부어!”
그 광경을 지켜보던 토리칸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이미 도시가 파괴된 이상, 가장 효율적으로 로칸을 사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휠 윈드의 범위 밖으로 모든 천족들이 물러나고, 각자가 가진 원거리 스킬을 발동시켰다.
원의 중심에 있는 로칸의 본체를 향해 마구 공격을 퍼부었다.
“흐흐흐, 그럴 줄 알았지.”
콰광 콰과과과과광!
그 모든 공격들을 받아 내고 흘려 가면서, 로칸은 미친놈처럼 웃음을 흘렸다.
이 정도야 충분히 예상 범주에 들어 있는 것이다.
휠 윈드를 사용하며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에 피하면 턱없이 느린 속도이고, 그것을 이용하면 차근차근 대미지를 누적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그것이 바로 휠 윈드의 약점이지만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타이틀 불굴의 의지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100% 상승합니다.]
생명력이 하락함에 따라 더 강해지는 것이 로칸이니까.
두 배로 뻥튀기된 능력치를 숨기고 적당히 회전 속도를 조절하던 로칸의 눈빛이 한순간 폭발되었다.
“전신의 돌격, 점멸!”
“컥!”
퍼엉!
폭발적인 돌진에 장군들 중 하나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일 대 다수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적의 우두머리를 꺾는 것이지만 로칸은 토리칸 대신 다른 마제스티 마스터급의 장군에게 들이닥친 것이다.
쉽게 경험치를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통할지 안 통할지 모르는 강자에게 덤빈단 말인가?
이 전투를 정정당당하다고 생각하는 그들과 달리 로칸은 애초부터 그들을 전멸시킬 생각이 없었다.
“죽어, 새끼야!”
예상치 못한 속도, 예상치 못한 타이밍.
전혀 대비하지 못한 녀석의 가슴이 짓뭉개졌다. 그곳을 배틀 액스가 한 번 더 헤집었다.
광살. 로칸의 필살기 중 하나인 그것이 놈의 몸속을 난자했다.
“에르손!”
이미 주검이 된 장군의 이름을 부르며 토리칸이 달려들었다. 붉은 안광이 마치 피눈물을 흘리는 것 같았다.
“투지의 발걸음.”
콰앙!
하지만 그때, 로칸이 강하게 발을 굴렀다.
엄청난 높이의 서전트 점프.
한순간에 닭 쫓던 개의 신세가 된 그들이지만 일단 동료의 시신부터 간단하게 수습했다.
“카이, 전설을 타는 자!”
“……!”
아주 짧은 틈이었지만 그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대로 광풍의 날개를 펼치며 다시 싸울 것처럼 굴었던 로칸이 카이를 소환해 대붕의 모습으로 변신시켰다.
“초극.”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스킬을 뿌렸다.
쿠과과과과과과광!
대폭발. 자신이 뿌려 낸 힘의 결과도 보지 않고 로칸은 카이와 함께 냅다 도망을 쳐 버렸다.
얻어 걸리듯 토리칸까지 해치울 수 있으면 좋고, 아니라도 놈들의 추격 정도는 뿌리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었다.
설령 놈들의 몸 상태가 정상이라 해도 대붕으로 변한 카이의 속도를 따를 수 없을 테니까.
그렇게, 로칸과 카이의 몸이 천족의 땅에서부터 멀어졌다.
[레벨 업을 하셨습니다.]
잠시 후 시스템이 공격의 성공을 알렸다.
천신의 사도를 대신 임명하는 퀘스트를 수행하고 나서 거의 끝자락까지 차올랐던 경험치와 더해져 레벨을 올리고, 절반 이상이나 채운 것이 상당한 인원이 휘말린 듯 보였지만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토리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힘이 줄어들수록 자신의 뒤통수를 친 라푸제의 세력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가 천족 세력을 완전히 손에 넣어 버린다면 그때는 정말 전면전밖에 없었다.
마제스티 마스터가 된다 한들 천족들이 단단히 뭉치면 개인의 작은 신성으로는 한계가 있을 터였다.
‘서둘러야겠군.’
그러니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라푸제가 완전히 천족 세력을 장악하기 전에 마제스티 마스터에 올라 놈에게 대항할 힘을 얻어야만 했다.
그런 다음, 자신이 아는 진실을 이용해 순수 천족과 일반 천족을 흔들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되지 않겠나?
로칸은 살생부에 라푸제의 이름을 적어 넣으며 다음 세계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