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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화.뱀파이어의 습격 (2) (380/500)

 # 380

뱀파이어의 습격 (2)

“피의 각성.”

피를 이용한 힘의 강화가 어디 그들만의 전유물이던가?

로칸은 놈들을 비웃으며 내재된 힘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즉시 배틀 액스를 내질렀다.

“초극.”

무한의 마나를 사용해, 자신의 모든 스킬을 동원해 뱀파이어의 고성을 날려 버렸다.

“아, 안 돼!”

쿠과과과과과과광!

마스터 스킬 대 창조 스킬이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거대한 성이 일거에 소멸되어 버린 것이다.

반파 수준도 아니다. 그냥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완전히 갈아 버렸다.

일찍이 대도시 하나를 삭제해 버린 전적이 있는 힘이었으니 스킬로 만들어 낸 성 하나쯤 지워 버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로칸, 이 빌어먹을……!

모든 것을 쏟아 내느라 힘이 빠진 로칸을 향해 뱀파이어들이 달려들었다.

하지만 스킬이 봉인되었다 뿐, 그 능력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로칸은 그들을 오시하며 날파리를 쫓듯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퍼억!

“컥!”

가장 먼저 달려든 뱀파이어가 박쥐로 변해 회피조차 못하고 머리가 터져 나가며 그대로 허물어졌다.

“미친놈……!”

그 모습에 함께 달려들던 뱀파이어들이 멈칫거렸다.

이전처럼 강제로라도 400레벨에 오른 상태였다면 모를까, 지금 달려드는 건 자살행위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뱀파이어 체리셰프][Lv 387]

뱀파이어의 고성으로 끌어올려진 레벨은, 뱀파이어의 고성이 사라지자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더 이상 ‘격’이 맞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아직도 해볼……. 읏!”

전의를 상실한 뱀파이어들.

하지만 그때, 로칸의 앞으로 무언가 튀어나왔다.

쩌엉!

광풍의 흉갑에 막히기는 했지만 날카로운 일격이 아닐 수 없었다.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 로칸으로서도 완전히 해소해내기 어려울 만큼.

“뱀파이어 고성은 언제든지 다시 만들어 내면 되는 것. 변하는 건 없다. 네놈은 오늘 내 손에 죽는다.”

샤로크가 빈틈을 노리고 공격을 가해 온 것이다.

가속 계열 스킬과 마법을 몽땅 퍼부었는지 무시무시한 속도였다.

까강 까가가강!

그러나 쉽게 재미를 보기도 어려웠다. 로칸이 차분히 그를 바라보며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놈들에게 잠시 시선이 팔린 상태라면 모를까, 확실히 보고 있는 상태에서 당해 줄 리 없었다.

스킬이 없다 한들 마제스티 마스터급에 버금가는 압도적인 능력치는 어디 간 게 아니니까.

“뭣들 하느냐, 놈을 공격하라!”

지이잉.

혼자서는 버겁다고 느낀 것일까? 샤로크의 고함에 핏빛 안광이 사방에서 폭발했다.

뱀파이어들의 투기가 달라졌다.

‘조종이나 세뇌 같은 건가?’

달라진 것은 끓어오르는 전투 의지뿐이 아니었다. 눈빛이 변한 놈들은 제 몸을 돌보지 않고 달려들었다.

“블러드 네일!”

퍼억!

머리통이 터져 나가도, 팔다리가 잘려도 오직 한 번의 공격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살특공대처럼 몸을 던지는 것이다.

이제는 아예 박쥐로 변해 피하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혈족 지배력이 맞는 것 같군.’

로칸은 상위 혈족의 지배력이 작동한 것임을 확신했다.

어떤 종족보다도 하위 혈족에 대한 강제력을 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 족속들인 만큼 그 힘을 이용해 어떻게든 로칸을 타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샤로크의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더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혈족이고 유저들의 경우 죽어도 부활이 가능하니 소모품으로 사용하기 딱 좋은 것이겠지.

“피의 결계!”

심지어는 로칸에게 죽어 나간 뱀파이어들의 피를 이용한 대결계를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피의 결계에 노출되셨습니다.]

[피의 결계 내부에 있는 동안 생명력이 천천히 하락합니다.]

[흡수된 생명력은 결계의 주인에게 돌아갑니다.]

뱀파이어의 힘을 강화하고, 상대방의 피를 천천히 빨아 흡수하는 지독한 놈이었다.

“크흐흐, 이것이 네놈의 피 맛이구나. 힘이 넘치는군!”

로칸의 몸에서 땀방울처럼 퐁퐁 솟아오른 핏방울이 놈에게로 넘어갔다.

그것을 맛보는 샤로크의 얼굴에 벅찬 희열이 떠올랐다.

아직 활용할 수는 없지만 꽤 커다란 신성마저 지닌 이의 피이니 소량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얼씨구?”

이 약아빠진 결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개떼처럼 몰려드는 뱀파이어들을 상대하던 로칸의 눈에 어이없음이 떠올랐다.

샤로크의 몸에서 번쩍이는 빛이 솟구친 것이다.

레벨 업 이펙트.

그저 피에 취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것을 통해 실시간으로 경험치를 쌓아 가고 있는 것이다.

콰앙!

로칸은 얼른 몸을 빼내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피의 결계를 부수기 위해서.

그러나 방어력이 꽤 훌륭한지 잠시 출렁거릴 뿐, 로칸의 일격을 견뎌 냈다.

‘얼른 처리를 해야겠군.’

이대로 두어서는 곤란하다. 그것을 파악한 로칸은 즉시 수를 내었다.

아직 스킬들이 돌아오려면 한참이나 남았지만 로칸에게는 그것을 회복할 방법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시간 역행.”

파앗.

순간 로칸의 몸이 결계 안에서 사라졌다.

30분 전 그가 위치해 있던 내성의 방향에서 다시 나타났다.

광풍 현신을 사용하기 이전, 본연의 모습으로.

“광풍 현신, 전신 무쌍, 피의 각성!”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이 가진 모슨 스킬들을 사용했다. 후유증 없이, 스킬 지속 시간을 처음부터 다시 활성화시켰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로칸에게는 한 가지 힘이 더 남아 있었다.

“무혼 각성.”

광풍의 무구가 깨어나며 흉포한 그림자가 세상에 드리웠다.

“광살!”

그러고는 곧장 피의 결계를 깨부쉈다.

내부의 충격에는 제법 견디던 결계이지만 외부의 충격까지는 글쎄. 더구나 한껏 파워 업한 로칸의 필살기였으니 버텨 내는 것은 무리였다.

챠라랑.

피의 결계가 파괴되며 피의 비가 내렸다.

“크아아악!”

그 피에 닿은 NPC 병사들이 비명을 질러 댔지만 정작 로칸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피의 살육 효과로 그 힘을 흡수하고 있었다.

뱀파이어들의 피가 뒤섞인 그것을 흡수하자 한 가지 능력을 더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내 밑으로 꿇어!”

“어허헉!”

광기의 외침이 뒤섞인 함성에 달려들던 뱀파이어들이 휘청거린다.

고작 몸이 마비되고 능력치가 하락하는 정도가 아니라, 힘의 근원이 흔들린 것이다.

로칸의 몸속으로 흡수된 뱀파이어의 피가 그들에게 강제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모, 몸이 안 움직여!”

“힘이 빠진다!”

그들을 묶어 두는 것을 넘어 아예 그들이 가진 힘까지 제약했다.

“빌어먹을 광전사 놈!”

유일하게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샤로크뿐이었다.

힘의 차이는 있지만 동급의 격을 지니다 보니 놈의 힘까지는 빼앗지 못한 것이다.

만약 샤로크보다 상위의 혈족을 흡수했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무리였다.

“피의 제물!”

“……!”

그때, 샤로크가 다시 한번 힘을 발휘했다.

핏빛의 기운이 폭발하여 주변을 뒤덮었다.

“으어어억!”

로칸을 향한 필살의 공격? 아니다. 그 힘은 로칸이 아닌 뱀파이어들을 향하고 있었다.

쩌저저적.

그 빛에 닿은 뱀파이어들의 몸이 미라처럼 말라 갔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버둥거려 보지만 이미 힘이 작용하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은 무리였다.

‘멍청한 놈들. 이럴 걸 몰랐나?’

포옹.

그리고 잠시 후, 말라 버린 뱀파이어들의 몸에서 작은 혈정이 추출되었다.

그들을 제물 삼아 혈정을, 피의 정수를 뽑아낸 것이다.

“내게로 오라!”

“제길.”

샤로크가 손을 뻗자 그것들이 빨려 들어갔다.

작은 혈정들이 은하수처럼 펼쳐지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받아라.”

“어엇?”

그것을 빨아들이던 샤로크가 돌연 생각이 바뀌었는지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체리셰프를 비롯한 몇몇에게 혈정의 일부가 날아가 흡수됐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동료들을, 같은 길드원들을 죽이고 힘을 흡수한 셈이 되었지만 샤로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로지 로칸을 상대할 힘이 필요할 뿐이다.

[뱀파이어 체리셰프][Lv 387 + 13]

[뱀파이어 로스날도][Lv 385 + 15]

[뱀파이어 파리솔타][Lv 385 + 15]

뱀파이어의 고성 덕분에 400레벨에 올랐던 이들이 다시 강제로 격을 올렸다.

아마도 일시적인 것이겠지만 그랜드 마스터의, 초월자의 격을 얻은 것이다.

‘마제스티 마스터까지는 안 된다고 본 건가?’

아무래도 그것을 흡수하는 정도로는 마제스티 마스터까지 레벨 업을 할 수 없기에 그랜드 마스터급의 아군을 늘리는 선택을 한 모양이었다.

까강!

재빨리 들이닥친 로칸의 일격을 체리셰프와 두 명의 뱀파이어가 막아 냈다.

힘을 완전히 해소시키지 못해 튕겨나가고 말았지만 방어에 성공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애초에 뱀파이어의 힘은 근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까.

“다시 해 보자!”

이렇게 되자 오히려 힘을 얻은 것은 뱀파이어들 쪽이었다.

대부분의 뱀파이어들이 말라 죽기는 했지만 그 대신 400레벨의 초월자 다섯을 얻었으니 자신 있다는 듯, 각자가 가진 힘을 개방했다.

“절대 속박의 사슬!”

“차원 절단의 검!”

“신의 육체!”

태생부터 뱀파이어인 샤로크는 스킬의 방향이 제한되었지만 유저로서 뱀파이어로 종족을 변환한 그들은 아니었다.

샤로크에게 힌트를 얻어 생각해 둔 창조 스킬을 즉석에서 생성해 내며 로칸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촤르르륵.

마나로 이루어진 굵직한 사슬이 로칸을 옭아매고 육신을, 무기를 최대치로 강화한 일격들이 쏟아졌다.

이름만 들으면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을 법한 어마어마한 공격들.

피식.

하지만 로칸은 그들을 보며 웃었다.

그들이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진광풍참.”

퍼버버버버버버벅!

주문 계열의 유저 한 명을 제외한 근접 계열 유저 셋이 수십 조각으로 쪼개져 핏물을 튀겼다. 한 줌 혈수로 변해 로칸에게 흡수되었다.

정보와 이해의 부재.

그것은 창조 스킬에 대한 큰 오해가 만들어 낸 참사였다.

‘막 갖다 붙인다고 다 되는 게 아니지.’

어떤 효과의 능력이든, 심지어 압도적인 능력을 지닌 아이템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창조 스킬이지만 제한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고작 400레벨로 신을 죽일 수 있는 검이나 스킬을 만들겠다 희망한들 어디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이겠는가?

특수한 제약을 덕지덕지 붙인다면 그에 흡사한 위력을 발휘할지도 모르겠지만 막연한 상상은 약화를 불러온다.

신의 육체니, 차원을 쪼개느니 해 봤자 감당할 수 없는 상상은 오히려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기껏해야 조합 스킬 정도의 위력쯤이나 될까.

그런 것도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로칸에게 덤벼들었으니 처맞는 게 당연하다.

“응?”

[피의 살육 효과로 중급 혈정을 흡수하셨습니다.]

그때, 죽은 유저들의 몸에서 튀어나온 혈정이 로칸에게 흡수되었다.

대번에 경험치가 차오르고 능력치가 능가된 것이 느껴졌다.

그들처럼 일시적인 효과가 아니다. 피의 힘을 온전히 흡수해 내며 영구적인 상승을 보여 주었다.

“이거 재미있는데?”

이미 비교할 데 없을 만큼 압도적인 능력치를 가진 로칸이지만 능력치에 대한 욕심이 없을 수 없다.

각종 스킬 효과와 타이틀 효과가 퍼센티지로 능력치와 공격력 등을 뻥튀기시켜 주니 능력치가 조금만 올라도 엄청난 상승을 보이기 때문이다.

“감히 나의 혈정을……!”

애써 만든 혈정을 빼앗기게 된 샤로크가 억울하고 분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로칸은 비릿하게 웃었다.

저놈의 피와 혈정까지 흡수하면 어떻게 될까?

뱀파이어처럼 서늘한 표정으로 배틀 액스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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