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89화.랭킹전 - 예선 (1) (389/500)

 # 389

랭킹전 - 예선 (1)

“랭킹전이라니…….”

랭킹전. 간단하게 말해 누가 가장 강한지 서열을 가리는 대회였다.

전생에, 그리고 현생에서도 비공식적인 분석을 통해 레벨과 전투력을 따져 순위를 매긴 유저 랭킹이 있었지만, 그건 각 국가에 제한되는 일이었다.

당장 각 국가의 상위 랭커들 간의 비교조차도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게임사가 자체적으로 랭킹전을 실시하겠다고 공지한 것이다.

[전체 공지. 앞으로 사흘 후, 유저의 랭킹을 가리는 랭킹전이 시작됩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서열 10,000위까지의 랭킹이 가려지며, 이후 개인 간의 합의에 따라 랭킹전을 치를 수 있게 됩니다.]

[랭킹 시스템의 도입에 따라 매월 랭킹별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랭킹 시스템의 도입과 랭킹별 보상 지급.

솔직히 랭킹별 보상은 별 의미가 없었다.

1위의 경우 레어에서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을 랜덤하게 습득할 수 있는 랜덤 상자를 주겠다 공지했지만 그것이 랭킹을 못 박을 수 있는 결정적 요소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혹시라도 레전드 등급 아이템이 뜰 경우 확실히 전투력의 상승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절대적이지는 않으니까.

당장 로칸보다 레전드 등급의 아이템을 많이 두른 유저들은 몇이나 있지 않던가?

그렇기에 로칸은 흥미가 식을 뻔했지만 이번 랭킹전의 1위에게 특별히 지급되는 추가 보상이 눈길을 끌었다.

[랭킹전 1위 특전 : 랜덤 아이템 상자(레어~레전드), 레벨 상승의 비약]

바로 레벨 상승의 비약이었다.

단 1레벨뿐이지만 사용자의 레벨이 몇이든 확정적으로 1레벨을 상승시켜 주는 레벨 업의 비약.

그것을 확인한 로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1레벨 확정 상승이라니…….’

저레벨일수록 가치가 떨어지지만 로칸에게는 천금보다 귀한 아이템이었다.

445레벨이 된 로칸이 1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정말 단신으로 전쟁을 벌이든, 홀로 나라를 말아먹을 존재를 때려잡든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레벨 하나를 공짜로 올릴 수 있다고?

물론 공짜는 아니었지만 로칸에게는 공짜나 마찬가지였다. 대체 누가 있어 자신을 뛰어넘는단 말인가.

자신감을 내비치며 당당히 참가 신청 버튼을 터치했다.

랭킹전의 우승을 예약하듯 만족스러운 미소도 함께였다.

***

“큰일 날 뻔했군.”

랭킹전 참가 버튼을 가벼운 마음으로 터치한 로칸은 그 즉시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육체의 안정화. 랭킹전의 시작이 사흘 후라고는 하지만 그 기간 안에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떠올린 것이다.

게다가 랭킹전의 참여 조건은 350레벨 이상의 유저인 만큼 자칫하면 망신만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기권을 할까? 어떻게든 비벼 봐야 하나?

진땀을 흘리며 고민, 또 고민하기를 여러 번. 다행히 랭킹전까지 하루가 남았을 때 새로운 알림이 나타났다.

“아……!”

[1차 안정화가 끝났습니다.]

[서리의 힘과 지옥 불의 힘을 제외한 일반 능력을 회복했습니다.]

[2차 안정화가 끝날 때까지 불과 얼음의 노래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주의하십시오. 강력한 화염 또는 빙결 속성의 타격을 받을 시 몸 안의 기운이 폭주할 수 있습니다.]

“이거라면……!”

해법이 나타났다. 다시 능력치가 원래대로 복구되고 스킬도 사용 가능하게 바뀐 것이다.

강력한 타격을 받을 시 몸 안의 기운이 폭주할 수 있다는 흉악한 경고가 있긴 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안 맞으면 장땡이지.”

맞지 않으면 그만이니까.

압도적인 스펙과 컨트롤이면 맞지 않는 것은 물론 광풍 현신을 사용하지 않고도 능히 1위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미소가 환하게 번졌다.

얼마든지 덤벼라. 몽땅 박살을 내 주마.

마왕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 날을 기다렸다.

“엥?”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랭킹전 당일.

로칸이 행복 회로에 빠져 있느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항을 발견했다.

“그냥 전투가 아니었어?”

랭킹전을 방식이 단순한 일대일 대결이 아닌 것이다.

“귀찮게 구는군.”

350레벨이라는 참가 신청 자격 제한을 두기는 했지만 그 대상이 전 세계였다.

랭킹 10,000위까지를 가리는 대회이지만 참여자가 고작 1만 명뿐일까? 설사 1만 명이 참가했다 해도 일대일로 붙이려면 5천 회의 전투였다.

예선이라고 하기엔 억 단위의 유저들 중 1만 위까지의 강자를 뽑는 자리이니 대충 스킵하고 넘기기 어려운 수준.

게임사의 입장에서도 그냥 흘려보내기 아쉬웠고, 반대로 일일이 중계하기에는 무리가 가는 숫자가 아닐 수 없었다.

‘고민이 이해는 되지만…….’

그래서 선택한 것이 ‘미션’이었다.

총 3단계의 미션이 주어지며 각 미션에서 순위권으로 들어온 유저들만이 다음 단계로, 최종적으로는 일대일 대결의 장으로 올라설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로칸의 말처럼 최상위권을 공고히 하는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귀찮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냥 콜로세움 같은 곳에 몰아넣고 1백 인 대전이라고 시키면 더 편할 텐데, 미션 같은 귀찮은 짓을 해서 최상위 유저들이라도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느냐는 말이다.

자칫 미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다른 유저들끼리의 담합 따위로 순위가 바뀔 수도 있는 노릇이 아닌가?

그쯤 되는 유저들이 미션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할 리가 없지만 후자의 경우는 정말 유력한 우승 후보를 떨어뜨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만약 미션의 내용이 유출되기라도 했다면?

혹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서로 가장 유력한 인물부터 떨어뜨리자고 암묵적인 협의가 된 상황이라면?

설령 로칸이라 해도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될지 모른다.

비공식 랭킹에서는 부동의, 독보적인 1위이던 로칸이 고작 1만 위의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지만 로칸은 개의치 않았다.

미션이니 뭐니 하는 커트라인쯤은 간단히 넘을 수 있을 거라 자부하기에 단지 조금 귀찮을 뿐이었다.

게다가 공식적으로는 세 가지 미션에 대한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온라인에서는 이러저러한 추측들이 난무하는 모양이지만 담합을 하더라도 즉석에서 짜는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애초에 담합 따위가 통하는 방식인지조차 알 수 없지만.

모든 것은 랭킹전이 시작되는 순간이 되어서야 알 수 있을 터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랭킹전에 참여 의사를 밝힌 모든 이들이 지정된 포인트로 모여들었다.

콜로세움처럼 생긴 무대 주위로는 그보다 더 많은 수의 관중이 이미 깔린 상태였다.

“응?”

“……이거뿐이라고?”

“혹시 벌써 팀이 나뉜 건가? 헉! 로칸이다!”

“아싸, 꽁승!”

“병신아, 만약 이 사람들끼리 싸우는 거면 어떻게 할래? 그냥 아니길 기도나 해.”

“헉.”

주위를 둘러보니 꽤 많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1만 명에는 턱도 없는 숫자였다. 고작해야 1천~2천 명쯤 될까?

때문에 사람들은 즉시 상황을 파악했다.

팀전이거나, 예선이거나.

그렇기에 이대로 편을 먹고 다른 무리와 싸우는 것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기본적으로 전투에 자신이 있기에 랭킹전에도 나선 것이기는 했지만 로칸에게도 통용되는 생각은 아닌 것이다. 누구도 개죽음을 바라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 후 랭킹전 첫 번째 미션이 시작됩니다.]

난리가 난 것은 관중석 쪽도 마찬가지다. 참가자들의 면면을 확인하던 이들이 로칸을 발견하고 기겁을 했다.

수근 거렸고, 내기를 걸기 시작했다.

승자 예측과 우승자 예측.

아직 정확한 참여자 명단이 밝혀지지 않아 완전하지는 않지만 당연히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이들부터 당락 여부를 놓고 내기를 걸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로칸이 압도적이라 내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배당이 높은 한 방을 노리는 이들과 초반 집중 견제로 일대일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탈락할 확률을 노리는 이들은 로칸의 탈락에 돈을 걸었다.

‘잘들 노는구먼.’

감히 자신을 두고 내기를 걸다니.

수군대는 말들을 통해 상황을 파악한 로칸이지만 버럭 성질을 내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자신이 이 판의 장기짝이 되는 건 내키는 일이 아니지만 사실 이런 대회에 내기가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래서 그 또한 다른 이를 시켜 이미 저 내기에 참여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픽은 하나다.

[우승자 : 로칸]

나머지 순위 결정전 따위는 솔직히 알 바가 아니었다. 어떤 놈들이 있는지도 잘 모르고.

이미 폴텐에게 거금을 쥐여 주고 배팅을 맡겼으니 배당은 낮아도 확실한 수익이 돌아올 터였다.

‘확실히 네크로맨서가 불리하긴 하지.’

전생에 이어 현생에서도 무한의 네크로맨서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폴텐이 이번 랭킹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까닭이기도 했다.

시체가 있어야 힘을 쓰는 네크로맨서의 특성상 랭킹전과 같이 갖추어진 무대에서 필연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차라리 랭킹전이 끝난 뒤, 하나하나 랭커들을 찾아가 격파하고 랭킹을 올리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게 영리한 방법이긴 해.’

굳이 불리한 싸움에 뛰어들어 체면 구길 이유가 없지 않은가? 로칸은 그가 똑똑한 선택을 했다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첫 번째 미션을 맞이했다.

파앗.

그리고 다음 순간, 콜로세움 안에 있던 모든 인원들이 한 순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대규모 텔레포트.

그들을 새로운 무대로 옮기고 그들이 섰던 콜로세움 자리에는 방향마다 하나씩, 총 네 개의 스크린이 나타났다.

표까지 구입해 들어온 이곳에서도 직접 눈으로 그들을 살필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부터 벌어지는 일은 그저 단순히 몰아놓고 치고 박는 수준이 아니니까.

게다가 아무리 부자라도 이만한 크기의 TV는 구할 수 없을 것이기에 훨씬 크고 선명한 화질과 세밀한 사운드로 시청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었다.

“뭐야?”

“여긴 어디지?”

그 화면 속에 나타난 유저들의 반응은 당혹 그 자체였다.

전혀 본 적 없는 마을에 우르르 떨어졌으니 미션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 서로 경계하고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뜬금없이 마을 한복판에 떨어뜨려 놓다니, 대체 무슨 속셈인 것일까.

혹시나 전투가 벌어질까 슬그머니 로칸과 거리를 벌리던 이들의 눈길이 모두 하늘을 향했다.

정확히는 하늘에 나타난 미션 알림판을 확인한 것이다.

[미션 1. 화살표로 표시된 목적지에 무슨 수를 써서든 가장 먼저 도달하세요. 본 미션은 선착순 5백 명만 통과할 수 있습니다. 501위부터는 목적지와의 거리를 파악하여 랭킹이 결정됩니다. 단, 미션 1을 수행하는 동안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포션과 날개, 탈것의 사용이 금지됩니다.]

그와 함께 저 멀리 금빛 점이 찍혔다. 화살표 모양으로 목적지를 표시한 것이다.

“헉?”

“미친! 뛰어!”

그 알림에 척수 반사적으로 유저들이 뛰기 시작했다.

얼핏 보기에도 상당히 먼 길이다. 그곳에 누구보다 먼저, 선착순으로 도착하려면 한 걸음이라도 먼저 딛는 것이 유리한 게 분명했다.

슬금슬금.

하지만 모두가 뛰는 것은 아니다. ‘무슨 수를 써서든’이라는 이야기에 긴장하며 로칸의 눈치를 보는 이들도 있었다.

로칸이 작정하고 패악질을 부리면 5백 명이 아니라 쉰 명도 통과하지 못할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다른 유저들이 이동을 시작했음에도 로칸은 가만히 알림판과 화살표 표시가 된 방향을 번갈아보았다.

여유를 부리는 것일까, 포기를 한 것일까.

처음에는 움직이지 않는 로칸을 보며 머뭇거리던 이들이 더 이상은 안 되겠는지 냅다 뛰기 시작했다.

‘멍청한 놈들.’

그들을 지켜보던 로칸이 돌연 뒤를 돌았다. 어디론가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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