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91화.랭킹전 - 예선 (3) (391/500)

 # 391

랭킹전 - 예선 (3)

‘불지옥이라…….’

불지옥 난이도. 단순히 이름과 레벨 설명만 볼 때는 다소 의아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은 선택지였다.

당장 헬 난이도도 399레벨로 적혀 있는데 왜 그 위 등급인 불지옥도 399레벨인 것일까?

모두가 절망하는 가운데 로칸만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마을 너머에 생겨나는 존재들을 관찰했다.

“아, 저거로군.”

그리고 곧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에인션트 트윈 헤드 오우거][Lv 400]

399레벨 몬스터들 사이에 감초처럼 숨어 있는 400레벨 몬스터들의 존재였다.

사실 399레벨이라는 것은 ‘자격’만 갖출 경우 언제든 400레벨에 오를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 아니던가?

때문에 로칸은 헬 난이도를 ‘레벨만 399’인 것으로, 불지옥 난이도를 ‘일부 자격을 갖춘 이들이 포함된 399레벨’인 것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소소하게 경험치 좀 벌겠네.’

450레벨도 아니고 400레벨쯤이야. 십수 마리쯤이 동시에 창조 스킬을 일으키며 덤벼 오는 것이 아닌 이상 얼마든지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아직 불과 얼음의 노래는 봉인된 상태이지만 서리나 지옥 불의 효과가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안 막을 겁니까?”

“이익……. 모두 자리 잡아! 재수 없으면 한 방에 뚫린다!”

“씨부럴, 재수도 없지. 하필이면 저 미친놈이랑 한편이 돼서……!”

처음에는 로칸과 어떻게든 같은 편으로 서고 싶어 하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그 덕분에 가시밭길을 걷게 생겼으니까.

그들 역시 350레벨 이상의 하이 마스터들이지만 399레벨을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은 없었다.

물론 준비하고 사냥에 나선다면 몇 마리 쯤 잡을 수도 있겠지만, 저렇게 웨이브 단위로 밀려오는 놈들이라면 세 번의 부활 기회를 조기에 소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결국 다시 로칸을 믿어 보는 수밖에.

이 미친 선택을 원망하는 것은 미션 2가 종료된 이후에라도 늦지 않았다.

“원거리 딜러들은 울타리 위로! 탱커! 탱커 어디 있어!”

“네가 뭔데 오더를……. 젠장. 알았어. 간다, 가!”

하지만 반대로 그 절망적인 상황이 콧대 높은 이들을 뭉치게 만들기도 했다. 힘을 합치지 않았다간 모조리 썰려 나가 ‘광탈’할 분위기이니까.

이를 악물고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위치로 알아서 찾아 움직였다.

그렇다면 로칸은?

아무 지시도 내리지 않은 채, 울타리 위에 서서 웨이브를 준비하는 몬스터들을 가만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1분 후 첫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웨이브까지 약 1분 남짓의 시간을 남겼을 때까지도.

“유니콘 소환.”

히이이잉!

그리고 약 30초 앞까지 시간이 다가왔을 때, 소환 금지의 제약이 풀린 탈것 중 하나를 소환해 냈다.

“어엇?”

“이거 누구 버프야?”

“미친. 누가 벌써 마스터 스킬 썼어?”

그와 함께 신성한 힘이 모두에게 깃들었다.

그들 중에는 마족 진영을 선택한 유저들도 제법 있었지만 강제로 공격대가 형성된 탓인지 똑같이 버프 효과를 일으켰다.

그 힘은 그들로서도 감히 경험해 보지 못한 수준.

중첩 버프 또는 사제 계열의 버프형 마스터 스킬 효과를 받은 것 같은 충만함이 전신 가득 퍼졌다.

“온다!”

“제길, 그래도 힘은 넘치네!”

그만한 스킬을 조기에 소진했다는 것이 못마땅해 보이는 이들도 있었지만 곧 달려드는 몬스터들에 집중했다.

확실히 이런 효과라도 없으면 전투가 힘들어졌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가지 마! 문 걸어 잠그고 버티……. 헉!”

모두가 방어를 굳건히 했다. 울타리 수준이긴 했지만 마을을 둘러싼 방책의 방어력과 내구도가 제법 단단해 보이는 것이다.

이 또한 불지옥 난이도의 효과인지 성벽 같다고 생각하며 농성을 벌이려는데, 누군가 통제를 따르지 않고 몬스터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쌍욕을 처먹어도 할 말이 없는 트롤 행위.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입을 뗄 수 없었다.

유니콘에 올라탄 채 다가오는 몬스터 웨이브를 썰어 가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로칸이었으니까.

“쉬벌, 대체 어느 쪽이 디펜스인 거냐.”

그리고 잠시 후, 모두가 혼란에 빠졌다.

이걸 디펜스 게임이라 부를 수 있을까?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오히려 고깃덩이가 되어 썰려 나가고 있는데?

과연 로칸과 자신들이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만큼 전장의 상황은 처참했다.

일방적인 학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잔뜩 긴장하던 근육에 힘이 풀어지고 모두가 멍하니 로칸을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이 한동안 계속 되었다.

[두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세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두 번째 웨이브도, 그리고 세 번째 웨이브도.

로칸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그저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시벌, 저러면 우리는 포인트 먹지 말라는 거야, 뭐야?”

처음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대단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세 번째 웨이브마저 로칸이 독식했을 때, 마을 안쪽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디펜스 게임의 형식을 갖춘 이 두 번째 미션은 얼핏 보기에 단체전 같아 보이지만 그 성과 측정에 있어 지극히 개인적이었으니까.

웨이브가 몇 차까지 진행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로칸에게만 맡겨 두어서는 자신들의 손해일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힘들어도, 한두 번 쯤 죽더라도 로칸의 곁에서 포인트를 주워 먹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과 욕심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렇게 어이없게 나가리 될 수는 없어!”

“난 간다!”

“니들은 수호 탑이나 지켜라!”

“눈 뜬 장님 같은 새끼들! 로칸 저 새끼 생각을 아직도 모르겠냐? 저거 독식할 생각이라고!”

울타리는 넘는 이들의 숫자가 하나둘 불어날수록 마을을 떠나는 이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어차피 몬스터 웨이브는 한 방향에서 오고 있으니 차라리 마중 나가 로칸의 곁을 맴돌며 적당히 몬스터를 빼먹는 것이 더 이득이라 판단한 것이다.

만약 갑자기 다른 방향에서 몬스터가 나타나거나 로칸이 죽어 버린다면? 이동 스킬을 사용하거나 한 번 죽어 버리면 그만이었다.

총 세 번의 부활 기회라는 장점까지 인식하자 유저들이 울타리를 뛰어넘는 속도가 가속화되었다.

게다가 로칸이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불지옥 난이도의 몬스터라는 놈들도 꽤 싸워 볼 만한 상대처럼 보이지 않는가.

상대성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한 안일한 생각이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제법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의견이기도 했다.

여전히 불지옥 난이도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몇몇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로칸이 있는 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제법 빠르군.’

갑자기 끼어드는 유저들.

저마다의 스킬을 뽐내며 곁에서 날뛰어 대는 이들에게 로칸은 슬쩍 시선을 주었다.

그 역시도 이런 판단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던 것이다.

그래도 네 번째나 다섯 번째 웨이브 때나 나설 것이라 예상했던 것에 비해 빠른 난입이었지만, 그리하여 자신이 취해야 할 경험치를 갉아먹기 시작했지만 로칸은 관대하게 그것을 넘겼다.

같은 유저이니까? 함께 미션을 수행하는 같은 배를 탄 사이이니까?

‘그럴 리가.’

로칸은 격렬하게 배틀 액스를 떨쳐 몬스터를 압살하면서도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으라고 했지, 아군을 공격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없었지 않은가?

하지만 그들을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눈앞의 몬스터들이 제법 거세게 저항을 하고 있기도 했지만 이 또한 로칸의 작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충분히 모여들고 로칸이 미친 듯이 날뛰지 않아도 그럭저럭 전선이 유지되는 것을 느끼자마자 다음 작전을 실행했다.

“맡긴다!”

“……!”

“어엇?”

유니콘의 배를 가볍게 차며 돌진을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 더 앞으로.

그리하여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저 숲의 너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씨발, 막아!”

“헉! 400레벨도 있잖아?”

“방심하면 뒈진다. 마스터 스킬이든 뭐든 다 쏟아부어!”

덕분에 로칸을 믿고 전방으로 튀어나온 유저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그동안 로칸이 골라 사냥하던 400레벨의 몬스터를 비롯해 점점 거세지는 몬스터 웨이브를 그들만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로칸은? 숲의 안쪽으로 달려 나간 뒤 보이지 않았다.

다시 독식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가 뚫고 간 방향에서도 여전히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다.

“저리 꺼져라!”

그렇게 모두를 버리고 돌파를 선택한 로칸의 앞으로 다시 수많은 몬스터들이 막아섰다.

웨이브를 기다리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그를 인식하는가 싶더니 공격성을 드러내었다.

“크허허허허헝!”

그러나 그 전투 의지도 오래가지 못했다.

로칸이 터트린 광기의 외침에 순간 정신이 날아가 버렸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로칸이 저만치 사라져 버린 상태였다.

시야에도 닿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 버렸으니 이게 꿈인가 싶어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다시 처음의 목적지를 향해 흉성을 드러내며 나아갔다.

“흐흐흐, 이게 웬 떡이냐.”

반면 그들을 헤치고 나아가는 로칸의 입가에는 득의의 미소가 가득했다.

불지옥 난이도의 최종 보스가 누군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색을 띠고 있지만 이 길의 끝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그에게 이제 익숙했다.

드래곤.

드래곤이 바로 불지옥 난이도 몬스터 웨이브의 최종 보스인 것이다.

“분명 색이 다르렸다?”

하지만 그가 한 번도 만나 본 적은 없는 존재임이 분명했다.

드래곤은 드래곤인데 어딘가 모자라거나, 속성이 다르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몬스터 웨이브를 방어하는 미션에서 역으로 방어측이 쳐들어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비슷한 퀘스트 수행 방식을 했던 이를 전생에 알고 있었기에 선택 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바로 폴텐이다.

이번 랭킹전에 참여하지 않은 무한의 네크로맨서.

녀석이 이와 비슷한 방어전 미션에서 침공해 온 몬스터들을 모조리 언데드로 만들어 역공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기에 행할 수 있던 도박이었다.

그리고 그 도박에 성공했기에 보통의 것보다 월등히 뛰어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었지.

그 선례가 있기에 자신 있게 역습에 나선 것이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몬스터들을 싹 밀고 올라온 것이 아니기에 보스를 처치하기 전 아군이 전멸하고 수호 탑이 파괴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만 로칸은 믿었다.

저 약해 빠진 유저들이 아닌 자기 자신을.

‘399레벨 퀘스트에서 뜬금없이 400레벨짜리가 튀어나올 리는 없으니까 말이야.’

몸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마제스티 마스터급의 드래곤을 상대하기에는 그에게도 부담이 있었지만 만약, 마제스티 마스터급이 아니라면?

고작 신성도 다루지 못하는 검은 용과 같은 존재라면?

충분히 단기 결전을 노려 볼 만했다.

유니콘에 돌진 스킬을 반복해서 부여하며 길의 끝에 도달했다.

[옐로우 드래곤][Lv 412]

그리고 마침내 옐로우 드래곤과 조우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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