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0
새로운 무기 (4)
[신성 : 1,000,000을 소모했습니다.]
쩌저저적.
“후우!”
아직 신성의 사용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힘을 조금 과하게 쓴 모양이다.
우주라는 공간은 물론 앱솔루트 실드와 그 안에 있던 이들 그리고 결계인지 뭔지 모를 것의 바깥에 있던 놈들까지 모조리 소멸해 버렸으니까.
공간 전체가 초토화되어 버린 것이다.
심지어 신성을 운용했던 투지의 도끼에도 금이 가 있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거대한 크레이터와 반짝이는 신성들뿐.
“어…… 신성?”
[복수의 신의 신성 조각을 흡수했습니다.]
[별자리의 신의 신성 조각을 흡수했습니다.]
[강철의 신의 신성 조각을 흡수…….]
사도들이 죽어 나간 자리였다. 그곳에서 반짝거리던 신성의 흔적들이 로칸에게 흡수된 것이다.
게다가 그냥 신성도 아니었다. 그들이 가진 고유 권능의 색이 아주 조금 묻어 있는 신성들.
때문에 그냥 흡수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복수의 신성을 흡수하시겠습니까? 흡수 / 사용]
흡수를 할지, 사용을 할지 고르라는 것이다.
흡수야 신성 수치로 변환이 되는 것일 텐데 사용은 무엇일까? 슬쩍 손가락을 가져다 대자 설명이 나타났다.
[반신 이상 능력을 지닌 존재의 신성을 사용할 경우 해당 신성이 가진 특색을 자신의 세계에 반영 할 수 있습니다.]
반영이라는 것은 또 무슨 말이지? 궁금했지만 그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사용하겠다.”
소모해 버린 신성이 아깝긴 했지만 로칸은 일단 사용을 선택했다.
그러자 복수의 신의 신성 조각이 동그란 구슬의 형태가 되어 인벤토리에 저장되었다.
나머지 신성 조각들도 마찬가지. 일단 모조리 사용을 선택해 놓은 후 로칸은 하이널 시티로 돌아갔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 사용해 보고 싶었지만 아직 이곳은 위험했다. 놈들의 준비가 여기서 끝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연구가 필요하겠군.”
아무도 가르쳐 주는 이 없는 미지의 세계.
천천히 그것들을 살펴보았지만 아이템 설명만으로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획득할 때 확인했던 알림이 정보의 전부였다.
자신의 세계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으로 자신의 성향과 다른 권능을 부여하나? 아니면 어떤 생명체를 생산하나?
어느 쪽이든 당장 사용하기는 무리다.
로칸의 세계인 명부마도는 아직 성장해 나가는 시기.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기에 일단은 아껴 두었다. 이것들의 사용은 광풍을 다시 면담한 후에 해도 늦지 않겠지.
“아무튼 기분 더러워.”
남은 재료들이 모두 수집되었음을 확인한 로칸은 잠시 퍼거스에게 돌아가는 것을 망설였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자신에게 이빨을 드러낸 놈들에게 응징을 가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무기의 제작이 조금 지체되더라도 말이다.
단 한 번의 신성 사용으로 투지의 도끼에 잔뜩 금이 가고 말았지만 가지고 있는 무기는 많고, 여차하면 꼭 도끼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다룰 수 있으니 몇 번이고 놈들을 박살 낼 수 있었다.
“후우, 아직이란 말이지.”
잠시 고민하던 로칸은 얼른 정보를 수집했다.
자신을 공격했다는 것은 곧 그가 가진 기반들을 빼앗거나 공격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니던가?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적어도 아직은.
어쩌면 로칸을 사냥한 이후에 대대적인 침공을 할 계획이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결과는 공격자의 전멸.
그들로서도 망설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로칸을 확실히 꺾을 수 있다는 자신이 없다면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불똥이 튈 수 있었으니까.
사실 이미 공격을 감행한 시점부터 각오를 해야 했지만 가장 먼저 나서는 이들이 제일 먼저 두들겨 맞을 것이라는 단순한 사실 때문인지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때문에 로칸은 일단 참았다. 퍼거스와의 일만 잘 해결된다면 놈들을 박살 내는 것은 일도 아니니까.
대신 친구 추가를 해 둔 한국 길드의 수장들에게 연락을 돌려 혹시 모를 침공에 대비할 것을 일러 두었다.
진한 원한만을 남겨 둔 채, 다시 퍼거스에게로 돌아갔다.
“가져왔습니다.”
로칸이 부탁한 재료들과 더불어 비슷한 효과를 발휘하는 재료들을 잔뜩 쏟아 놓자 퍼거스는 힐끔 그를 돌아보았지만 그뿐이었다.
그것들을 짊어지고 다시 제작에 들어갔고, 하루 뒤 다시 작업실에서는 노성이 터져 나왔다.
“대체 왜, 왜냔 말이다!”
쨍그랑!
또 무언가 파괴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작업실로 들어가 보니 그가 또 자신의 제작품을 파괴한 뒤였다.
슬쩍 치우면서 만져 보니 이번에도 반신급의 무구.
확실히 반신급 무구를 뽑아내는 재주는 있는 것 같은데, 대체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다.
“대체 뭣 때문이지? 어째서 이런 사악한 물건이 자꾸 나오냔 말이다. 재료는 평범해. 그렇다면 내가 이상해진 건가? 그럴 리가! 그것도 아니라면…….”
휘익.
퍼거스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초대형 화로 쪽으로.
그곳에서 넘실거리는 불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퍼거스는 불쑥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은 채 기운을 감지했다.
“이거였군!”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분노와 걱정이 한데 어우러진 묘한 눈빛을 띠었다.
“그 녀석에게 문제가 생긴 건가? 하지만 갑자기 그럴 리가. 내가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상 안으로 들어갈 방법은……. 있군.”
퍼거스는 갑자기 문을 박차고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 모습은 흡사 광인의 그것과 같았지만 이건 로칸에게 기회였다.
고인물의 촉이 그것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었다.
서둘러 그의 뒤를 쫓자 초대형 화로의 어딘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화로의 숨구멍과 같은 곳.
“역시……!”
그곳에 올라선 퍼거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한참이나 그곳을 바라보다가, 로칸에게 돌아섰다.
“네놈의 무기를 만들어 주마. 대신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안도의 표정을 속으로 지은 로칸은 기쁜 마음으로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역시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는 법이다.
[화로 정화][퀘스트]
망치와 모루의 현자 퍼거스가 자신의 화로를 정상으로 돌려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퍼거스의 화로 속에는 그의 친우이자 파트너인 순수한 불의 화신 얀켈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의 신변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십시오.
성공 조건 : 화로의 정상화
성공 보상 : 전용 무기 제작
실패 조건 : 퍼거스의 분노, 퍼거스와의 적대 관계 유지
화로의 정상화라니, 다소 조건이 뭉뚱그려진 느낌이지만 상관없었다. 오히려 이런 경우 어떤 식으로든 해결만 하면 되니 일이 더 쉬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됩니까?”
“그랬다간 숯덩이가 되겠지. 기다려라.”
이미 저항력이 초월적 경지에 이르고, 카이의 버프까지 받을 수 있는 로칸이지만 퍼거스는 그를 믿지 못했다.
자신의 신성을 끌어올려 로칸에게 권능을 발휘하였다.
[담금질의 축복을 받으셨습니다.]
[불 속에서 더욱 강해집니다.]
[불 속에서 충격을 받을 경우 방어력과 저항력이 상승합니다.]
“신성을 써도 이전보다 좀 더 버틸 수 있을 거다.”
그뿐이 아니다. 애초에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었는지 챙겨온 광풍의 배틀 액스를 로칸에게 던져 주었다.
부러진 부위를 다시 이어 붙였을 뿐 아니라 자신의 힘을 담아 로칸의 난폭한 신성을 더 오래 버틸 수 있게 처리를 마쳐 둔 상태였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것을 받자마자 로칸은 자신 있게 화로의 안으로 뛰어들었다.
후끈한 열기가 살을 익혔다.
100%를 훌쩍 뛰어넘은 화염 저항력에 더해 퍼거스의 축복까지 받은 상태였지만 반신의 신성이 섞인 화염은 그조차 상회하는 열기를 가지고 있었다.
뀨웃!
[엘리멘탈 빅버드 카이가 엘리멘탈 바리어를 사용했습니다.]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답답하고 숨이 조여 오는 느낌이었지만 카이가 힘을 쓰자 그마저도 사라져 버렸다.
‘이거 어디선가…….’
한데 그 안에서 언젠가 겪어 본 느낌이 나는 것은 왜일까.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
아니다. 테트라 엘리멘탈에 의해 보호받은 덕분에 감각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와우, 엄청나군.”
화로의 안은 예상과 달랐다. 화염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세계와 같달까.
혹시 이 안에 있다던 반신이 별도의 세계가 아니라 이곳에 자신의 세계를 꾸린 것이 아닐까 생각 될 정도로 거창한 세계가 그 안에 펼쳐져 있었다.
“어?”
하지만 정작 가장 심층부에 위치한 왕궁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외부의 습격을 받은 듯, 파괴된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카이, 가자!”
로칸은 얼른 그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으윽!”
엘리멘탈 바리어를 뚫고 대번에 후끈한 열기가 흘러들어 왔다.
그뿐만 아니라 강력한 힘의 분출로 인한 충격파가 로칸과 카이를 흔들어 놓았다.
불의 신성이 가미된 얀켈의 힘이 뿜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체 무슨……!”
자신의 왕국에서 편안히 지내야 할 그가 왜 난동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혼자 폐관 수련이라도 하는 것일까?
불길에 저항하며 더 안으로 들어가자 비로소 얀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피부가 녹아내린 상태로도 처절하게 그를 물어뜯고 있는 익숙한 몰골도 함께.
“저게 여기서 왜 나와?”
그것은 이름을 알 수 없는 존재였다. 로칸에게도 [???]이라고 표기되는 존재.
총 다섯 마리 중 셋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로칸은 얼른 퀘스트 창을 열어 대조해 보았다.
[???의 격살 3/108]
로칸은 그 이후 만난 적도 없던 놈들이 벌써 셋이나 처리된 상태였다.
저기 쓰러져 불타고 있는 사체들의 숫자와도 일치했다.
‘그래 봤자 444레벨일 텐데……?’
하지만 보고도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해야 444레벨짜리 셋이 어떻게 반신 중에서도 고인물, 아니 썩은 물인 얀켄을 이처럼 몰아붙일 수 있단 말인가?
[??에 물들어 가는 불의 화신 얀켄][Lv 499]
황당하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얀켄이 몸부림을 치며 불길을 일으켰지만 놈들은 불꽃으로 이루어진 그의 몸을 물어뜯은 채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보라빛의 어떤 기운이 얀켄의 몸속에 독처럼 퍼져 갔다.
상성의 문제인 것일까?
자신이 홀로 수백이나 쓸어 버렸던 존재들이 499레벨의 강자를 몰아붙이는 꼴이 뭔가 현실감 없었지만 마냥 구경만 할 때가 아니었다.
로칸은 즉시 그에게 접근하며 배틀 액스를 떨쳤다.
화르륵!
그러나 그 순간 불길이 그를 방해했다. 로칸을 적으로 인식한 것일까? 영혼마저 불태우는 영멸의 불꽃이 탐욕스런 혀를 날름거렸다.
��!
[엘리멘탈 빅버드 카이가 폭력의 왕 로칸에게 테트라 엘리멘탈을 사용했습니다.]
[일정 시간 동안 모든 속성 공격에 면역을 가집니다.]
카이가 타이밍 좋게 창조 스킬을 발동시켰다.
간신히 힘을 상쇄시키고 얀켄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도와 다오!”
다짜고짜 힘을 쓴 주제에 얀켄은 로칸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놈들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부서져라!”
로칸 역시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아까운 신성까지 투자해 배틀 액스를 내리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