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1화.새로운 무기 (5) (411/500)

 # 411

새로운 무기 (5)

깨갱!

로칸의 일격에 ???이 대번에 두 쪽으로 갈라졌다.

화염에는 저항력을 가졌는지 모르겠지만 로칸의 공격 앞에서는 연약한 똥개처럼 소리를 내어 짖는 것이 고작이었다.

남은 한 마리 역시 마찬가지.

499레벨의 얀켄을 몰아붙인 것이 무색해질 만큼 허무하게 몸이 조각나 쓰러졌고, 분노한 얀켄의 불 앞에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크윽! 고맙다, 인간. 퍼거스가 보낸 건가?”

“예, 맞습니다. 괜찮으십니까?”

그렇게 ???들을 모두 처리했지만 얀켄의 상대는 썩 좋지 못했다.

이미 공격을 당한 것까지는 어쩔 수 없는 듯 상처 주위를 중심으로 어떤 기운이 느리게 파고드는 중이었다.

얀켄은 놈들이 완전히 소멸한 것을 확인한 후, 결단을 내렸다.

화르르륵!

자신의 몸을 이루는 불꽃의 일부를 스스로 떼어 내 버린 것이다. 상처 부위뿐 아니라 어떤 기운이 퍼져 나가고 있는 주변 부위까지.

불꽃으로 이루어진 정령 같은 존재인 만큼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결단인지 로칸은 알 수 있었다. 그의 변화가 눈에 훤히 보였으니까.

[순수한 불의 화신 얀켄][Lv 498]

얀켄의 레벨이 한 단계 하락한 것이다.

450레벨부터는 경험치가 아닌 신성으로 레벨이 결정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498에서 499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양의 신성이 필요한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얀켄은 그런 것을 훌렁 벗어 버리고 내던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을 잃게 될 상황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을 안다고 모두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번지점프가 안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오……!”

로칸이 그 배포에 감탄하며 얼른 손을 뻗었다.

‘잘 먹겠습니다!’

그가 내던진 변이된 신성을 주워 먹었다.

[???의 신성을 흡수합니다.]

[타이틀 ‘공허를 품은 자’ 효과로 ???의 신성을 온전히 흡수합니다.]

[당신의 신성 안에 이질적인 신성의 기운이 자리를 잡습니다.]

“아니, 그걸?”

“괜찮습니다. 저는 공허에 내성이 있거든요. 그리고 저 힘이 이곳에 있으면 또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 모습에 얀켄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를 쳤지만 로칸은 별것 아니라는 듯 그를 만류했다.

마치 자신을 희생해서 공허로 추정되는 ???의 기운을 이곳에서 치워 준 모양새.

그 힘에 지독하게 당했던 얀켄은 로칸의 희생정신에 퍽이나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음, 괜찮겠지?’

사실 그것은 로칸에게도 위험한 일이었다.

타이틀 ‘공허를 품은 자’의 효과로 당장은 안전하다지만 시스템이 언급하듯 그것은 이질적인 신성의 기운이었으니까.

달리 말해 정상적인 형태는 아니라는 뜻이다.

‘한 번 먹으나 두 번 먹으나.’

하지만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이전에 ???들을 격살하며 흡수한 이질적인 신성의 양이 상당했기에 이 정도는 간에 기별도 가지 않았다.

아니, 덕분에 신성의 총량 자체는 어마어마하게 증가했다.

[폭력의 왕 로칸][Lv 463]

단숨에 13레벨이 상승할 정도였으니까.

얀켄의 고유 권능까지는 흡수할 수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성과였다.

“얀켄님이야말로 괜찮으신 겁니까?”

“상관없다. 이 정도 신성이야 조금만 요양하며 세계를 돌보면 다시 회복될 테니. 게다가 어차피 신위를 얻을 생각 따위는 없으니 의미 없는 일이다.”

그 기쁨을 감추기 위해 로칸은 화제를 전환했다.

레벨이 1 하락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누가 봐도 멀쩡한 얀켄이었지만, 괜히 걱정하는 척을 하며 시선을 돌린 것이다.

“문제는 어떤 빌어먹을 작자가 이놈들을 보냈느냐 하는 것이겠지. 아니, 이놈들의 정체는 대체……!”

분노하는 얀켄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뜨끔한 로칸이었지만 짐짓 모르는 척을 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여기서 자신이 세상에 풀어놓은 놈들이라고 했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걱정하는 기색을 보였다.

‘고작 다섯 마리로 반신의 끄트머리에 있는 이를 이만큼이나 괴롭힐 수 있다니, 확실히 보통 문제는 아니야.’

그리고 실제로 이것은 심각한 일이기도 했다.

고작 444레벨의 존재가 499레벨의 반신을 타락시킬 수 있다는 것은, 운이 좋고 나쁘고 상성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경악할 만한 일이니까.

그런 놈들이 아직도 103마리나 남아 있다는 것은 이미 재앙급의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당장 위치 파악조차 되지 않는 놈들이 어디에 숨어서 무엇을 타락시킬 것인가.

또 대상 하나만을 타락시킬 수 있는가, 아니면 무한대로 타락시킬 수 있는가.

생각할수록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가만, 이게 고민할 일인가?’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놈들이 신위를 얻지 못한 반신들을 타락시킬 수 있다. 천족, 마족을 비롯해서 정령 형태의 중립 종족들까지.

다만 자신은 예외. 오히려 살짝 꺼림칙하기는 해도 놈들의 기운이 섞인 신성까지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오히려 어지간해서는 서로의 세력이 부딪칠 일 없는 반신들이니 스스로 폭주해서 ‘정당방위’를 성립해 준다면 로칸의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었다.

‘나만 아니면 돼.’

명쾌한 해답에 머리와 눈이 맑아졌다.

“어쨌든 네 덕분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었다. 고맙다. 퍼거스에게도 이제 괜찮다고 전해 다오.”

“예. 한데, 퍼거스님께서 제 무기를 만들어 주기로 하셨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하하, 물론이다. 아무렇지 않다고 하지 않았더냐. 걱정 말고 즉시 작업을 시작해도 좋다고 전하거라.”

“감사합니다.”

마지막 인사를 전하는 얀켄에게 로칸은 슬쩍 질문을 던졌다.

호탕하게 웃으며 문제없다고 가슴을 두드리는 모습이 믿어도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그가 제공하는 것은 불의 힘일 뿐, 장비를 제작하는 것은 퍼거스에게 달렸으니까.

로칸은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카이와 함께 날아올랐다.

얀켄이 정신을 차린 뒤, 불길이 그저 따스하게만 느껴졌기에 아무런 문제없이 들어왔던 구멍으로 다시 나올 수 있었다.

“기다리고 계셨군요. 문제없이 해결했습니다. 얀켄 님께서 즉시 작업을 시작해도 좋다고 하십니다.”

걱정이 되었는지 입구를 지키고 있던 퍼거스에게 사건의 정황을 설명하고 퀘스트를 완료시켰다.

“흥, 약속은 약속이니 어쩔 수 없지.”

그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들은 퍼거스는 안도하면서도 싸늘하게 답변했다. ‘츤데레’처럼.

씨익 미소를 지은 로칸은 그를 따라 작업실로 이동했다.

그의 난폭하기 짝이 없는 신성을 제대로 담을 수 있는 무기의 제작을 위해서는 그저 단단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제작단계부터 신성에 녹아들고 적응한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퍼거스의 말 때문이었다.

“여기에 신성을 불어 넣으면 된다.”

“그, 얼마나…….”

“1천만 정도면 적당하겠지. 어차피 적응을 시키려는 것에 불과하니까.”

“헉.”

그 안에서 로칸이 한 일은 무기가 될 특수한 금속 위에 손을 얹고 자신의 고유 신성을 불어 넣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 양이 무려 1천만.

처음 퍼거스가 이야기하던 것과 좀 다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토를 달 수는 없었다.

얀켄에게서 주워 먹은 신성만 무려 10억에 가까웠으니까. 그게 아니었다면 모은 신성을 탈탈 털어 넣어야 했겠지만 지금은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아 통이 작지만 곧 익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 사실을 모르는 퍼거스는 한 방 먹였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로칸은 못 본 척 천천히 신성을 일으켰다.

1천만이나 되는 신성을 금속 안에 쑤셔 박았다.

“좋아. 이제 작업실 밖으로 꺼져!”

그다음부터는 온전히 퍼거스의 몫이었다.

‘손이 미끄러지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첫 인상이 강렬했던 터라 살짝 미심쩍은 생각도 들었지만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로칸은 한창 종족 전쟁이 시작되고 있는 자신의 세계를 느리게 들여다보며 작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사흘 후, 기다리던 퍼거스의 작업이 끝이 났다.

“받아라.”

그가 끌고 온 것은 크고 우람한 배틀 액스였다.

광풍의 배틀 액스와 비슷하면서도 더 박력이 느껴졌고, 세공도 최소화했는지 신성으로 권능을 새겨 넣은 일부 세공을 제외하고는 투박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특징 없는 형태였다.

“좋군요.”

그러나 로칸은 그것을 쥐는 순간 이것이 자신에게 딱 맞는 무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폭군의 배틀 액스][GOD]

만물을 파괴하고 굴복시키는 폭력의 힘이 깃든 배틀 액스.

폭력적인 신성에도 견딜 수 있도록 굳건하게 만들어져 있으며 신성마저 베어 낼 수 있는 파괴적인 힘을 지녔다.

망치와 모루의 현자 퍼거스의 혼신을 다해 만든 역작이다.

담금질의 권능이 깃들어 전투가 지속될수록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공격력 : 22,000

내구력 : 파괴 불가

모든 스킬 공격력 1,000% 증가

모든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 40% 감소

신성을 사용한 모든 공격력 150% 증가

신성을 사용해 지속 스킬의 유지 시간 증가 가능

마제스티 마스터 미만의 존재에게 공격력 300%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전투 시 공격력 200% 증가

50레벨 이상 차이나는 존재에게 [굴복] 효과

공격이 지속될 때마다 공격력 5% 증폭(최대 누적 20회)

착용 제한 : 로칸 전용

무려 신급의 무기. 그동안 보아 왔던 반신급의 무기와도, 심지어 그가 애용하던 광풍의 배틀 액스와도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당장 공격력부터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게다가 신성의 위력을 증폭시켜 주는 옵션도 붙어 있었고, 무엇보다 신성을 사용해 지속 스킬의 유지 시간을 증가시켜 주는 옵션이 마음에 들었다.

그 말인 즉, 신성만 충분하다면 광풍 현신을 언제까지고 유지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던가?

‘아니, 아니지.’

이젠 광풍 현신일 필요도 없다. 로칸은 광풍의 후예나 사도가 아닌, 로칸 그 자신이니까.

‘돌아가는 대로 스킬부터 뜯어고쳐야겠군.’

더 로드에서 스킬의 이름은 능력을 규정하는 힘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 조합식을 바꾸고, 콘셉트와 이름까지 바꿀 생각까지 하는 것은 당연한 일.

마침 퍼거스가 걸어 준 담금질의 권능은 로칸이 마스터 스킬로 애용하던 전신 무쌍과도 겹치는 것이기에 스킬 슬롯의 여유도 하나 생길 테니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혹시…….”

로칸은 들뜬 마음으로 퍼거스에게 작별을 고했다.

혹시나 싶어 방어구도 제작해 줄 수 있는지 물었지만 단박에 거절. 다만 완전한 거절은 아니고, 밀린 일감을 처리 한 뒤 생각해 보겠다는 이야기였다.

때문에 로칸은 다시 2천만이나 되는 신성을 소모해 재료가 될 금속에 자신의 신성을 남겨 두고 화산을 빠져나왔다.

“이제야 나오는군.”

그리고 생각도 정리할 겸, 가뿐한 마음으로 내려가던 로칸을 막아서는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백염왕과 흑염왕.

유명계의 두 왕이 친히 로칸을 찾아 이곳까지 행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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