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6화.마왕 (4) (436/500)

 # 436

마왕 (4)

“후우!”

이불리안을 처치한 로칸의 표정이 굳은 채 풀어질 줄을 몰랐다. 

아직 레벨 업 알림이나 세계를 인수 할 것이냐는 물음이 들려오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사이 폭력의 왕과 절대자의 힘은 지속 시간이 다해 후유증이 밀려왔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동도 보이지 않는 이불리안의 시체와 그의 휘하였던 반신들을 번갈아 힐끔거릴 뿐이었다.

“……아?”

그러다 문득 어떤 사실을 떠올렸다.

“신성 배척, 캔슬.”

고고히 빛을 발하고 있는 펜던트의 스킬을 캔슬 시켰다.

[세계 : 타락한 약탈의 땅을 인수하시겠습니까?]

그제야 신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인을 잃은 신성이 새로운 주인을 맞이했고 로칸은 그 세계를 들여다본 뒤 결정을 내렸다.

“인수하지 않겠다.”

약탈의 땅은 어찌 보면 로칸의 세계와 닮아 있었다. 

상대를 짓밟고 그 힘과 재물을 약탈하는 것이 정당화된 세계.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였지만 힘 이외에도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했다. 

이런 세계를 인수하고 자신의 세계와 합쳐 낸다면 분란만 늘어날 것이 자명했다.

게다가 타락의 힘. 

그것이 이미 세계에 개입하고 있었다. 

원 주인에게서 비롯된 타락의 힘은 세계를 좀 먹었고, 그 세계의 최강자들의 정신을 좀 먹었다.

그들이 이미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의 신성을 흡수합니다.]

[타이틀 ‘공허를 품은 자’ 효과로 ???의 신성을 온전히 흡수 합니다.]

[당신의 신성 안에 이질적인 신성의 기운이 자리를 잡습니다.]

결국 파괴된 세계는 로칸에게 고스란이 흡수되었다. 

더불어 그 안에 꿈틀대던 타락의 힘도 함께 흡수되었지만 이번에도 타이틀 공허를 품은 자가 로칸의 침식을 막아 주었다.

‘타락과 공허가 같은 것이었나?’

의문이 남았다. 

타락과 공허가 정말 같은 힘일까, 아니면 그저 동류일 뿐일까.

그렇다면 두 힘은 어떻게 생겨나게 된 것일까.

궁금했지만 누구도 그 해답을 내려 줄 수는 없었다. 

나중에 광풍에게 묻는다면 과연 대답해 줄까?

해답 없는 생각에 잠겼다.

“마계의 왕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런 로칸에게 멀찍이 떨어져 있던 반신들이 앞다투어 다가왔다. 

로칸에게, 혹은 이불리안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이들이다.

강자존.

로칸은 마족도 아니었지만 그들은 이미 로칸을 자신들의 왕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 인사는 마계를 완전히 통합하고 받도록 하지.”

충성 경쟁을 하듯 소리 높이는 반신들을 뒤로하고 로칸은 일단 자신의 본성이 될 터를 잡았다.

다름 아닌 투신 발록이 머물던 거처.

다른 곳들도 나쁘지 않았지만 성향으로 보나, 투박하게 꾸며진 인테리어로 보나 이곳이 가장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침 마계의 중심과도 가까운 곳이었고.

그곳에 자리 잡은 로칸은 가장 먼저 마계를 통합할 명령을 내렸다.

“마계 내에 있는 모든 반신들에게 충성 맹세를 받아 와라.”

“예!”

마계 대공들을 모조리 쓰러뜨린 로칸이지만 아직 완전히 마계를 손에 넣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아직 그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영지는 얼마든지 있었고, 그들이 하나로 뭉칠 경우 만만치 않은 세력이 될 터였다.

그래 봤자 로칸이 가진 광활한 땅덩어리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뿐이지만, 고작 병력의 수가 많다고 어찌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지 않은가?

로칸처럼 강대한 힘을 지닌 누군가가 나타나서 내일이라도 싹 다 엎어 버릴 수 있는 것이 마계였다. 

그렇게 되면 강자존, 약육강식의 논리에 따라 그에게 붙었던 마족 반신들이 모조리 놈에게 들러붙게 되겠지.

로칸은 그런 싹을 모조리 짓밟을 계획이었다. 

남은 반신들에게 모조리 충성 맹세를 받고, 거부하는 놈들은 직접 찾아가 밟아 버린다.

압도적인 폭력으로 그들을 굴복시키고 마계의 누구나 인정 할 수밖에 없는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타락자들의 색출도 해야겠지.’

더불어 충성 서약을 빌미로 타락을 전염시키는 ???들에게 당한 놈이 또 없는지 파악할 작정이었다.

있다면 완전히 타락하거나 타락의 힘을 전파하기 전에 끝장을 봐야겠지. 

충성 서약을 하든 하지 않든 말이다.

[성공 조건 : ???의 격살 37 / 108]

휘하 반신들을 보내 놓고 다시 퀘스트창을 살핀 로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캬루파를 죽인 이후에도 ???의 숫자가 줄고 있는 것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일이지만 반대로 그들이 자살을 했을 리 없으니 누군가 또 타락에 물들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마계를 정리한 이후 어쩌면 천계와의 전투를 조금 보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막간을 이용해 자신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

시간 가속을 걸어 놓고 로칸이 방치해 둔 세계 : 명부마도.

그곳에서는 끝없는 전쟁이 계속되었다. 

새롭게 나타난 세력인 마도제국 또한 로칸의 권능을 받아 기세를 높였고, 서로 죽고 죽이는 처절한 전투가 백 년이 넘도록 지속되었다.

그사이 여러 영웅들이 피었다 졌다.

인연과 역사와 영웅담이 피었다지기를 반복한 결과, 드디어 결착이 나려 하고 있었다.

최후의 승자는 세계 : 명부마도.

그리고 놀랍게도 로칸의 모든 것을 이어받은 아바타는 황제가 되어 그들 모두를 발아래 두었다.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지니며 정해진 수명마저 뛰어넘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힘을 쌓고 격을 올리고 있었기에 이대로면 몇 백 년은 더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타이밍이 좋군.’

그렇게 전쟁이 마무리되고 마침내 평화가 찾아오려는 그때, 로칸이 다시 한번 세계에 개입했다.

[천상으로!][퀘스트]

그동안 차단해 두었던 세계로의 문을 열어젖혔다.

지상과는 또 다른 강함을 지닌 존재들이 득실거리는 천상.

그곳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을 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지상의 모든 곳을 정복하고도 아직 강함에 대한 욕구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한 이들이 앞다투어 천상으로 향했으니까.

그곳에서 좌절을 맛보고, 또 성장해 나갔다.

“흠, 이걸 써 볼까?”

그러나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로칸이 워낙 천상의 수준을 괴랄하게 설정해 놓았기에 앞서 천상으로 향한 이들 중 상당수가 죽어 나갔고, 그것을 가만 지켜보던 로칸은 잠시 잊고 있던 것들을 꺼냈다.

[복수의 신성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사도들을 죽이고 얻었던 신성의 구슬들. 

해당 신성이 가진 특색을 반영할 수 있다는 모호한 설명에 그동안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써 봐도 좋을 것 같았다.

잘하면 큰 힘이 될 테고, 아니라도 충분히 수습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세계 전체에 뻗어 있으니까.

“사용한다.”

[복수의 권능이 세계 : 명부마도에 깃듭니다.]

“오호, 이런 식이군.”

사도들이 가지고 있던 신성은 신위자들이 가진 신성의 극히 일부. 로칸에게도 작아 보일 만큼 보잘 것 없는 것이지만 그 속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썩 훌륭했다.

파괴와 생존에 편중되어 있는 로칸을 대신해 다채로운 권능들을 내려 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 특수한 신성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로칸의 마음이었다. 

대미지를 반사시키는 권능을 부여할지, 한 번 패배한 적과 싸울 때 더 강해지게 만들지, 그도 아니면 한 명이 죽을 때마다 더 강해지게 할지.

고민하던 로칸은 결정을 내렸다.

[지상의 종족에게 동족이 사망할 때마다 천상 종족의 힘이 더 강해지게 됩니다.]

그것은 참으로 엉뚱한 일이었다.

로칸은 자신의 신도인 지상 종족들이 아니라 다른 천상의 존재들에게 권능을 부여한 것이다.

그것도 지상 종족에게 동족이 죽을 때마다 더 강해지게 만드는!

가뜩이나 높은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일이었지만 로칸은 히죽 웃었다. 

이래야 더 재미있지 않겠나.

더 큰 강함을 얻기 위해서는 더 큰 고행이 필요한 법이다.

‘내 세계의 주민이라면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여느 인간들이라면 포기하고 안주를 택할 수도 있지만 로칸은 믿었다. 

자신의 성향을 닮은 그들이라면, 불굴의 의지까지 이어받은 이들이라면 한계를 넘어 더욱 성장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이어 강철의 신성과 별자리의 신성 등 저번에 수집한 나머지 신성들을 사용해 힘과 시련을 부여했다.

그리고 그 시련들을 모두 이겨 냈을 때, 지상의 종족들은 한층 더 진일보한 상태일 터였다.

‘그때가 되면…….’

그때가 되면 지하 세계를 개방할 수도, 백귀야행과 악귀천하의 세계와 합일을 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날을 기대하며 시간을 가속시켰다.

자신이 해 줄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해 주었으니 이제부터는 그들이 스스로 이루고 만들어 갈 차례였다.

***

“충성을 맹세합니다.”

“당신이 이제 저의 주인이십니다.”

반신들에게 남은 영지의 수습을 맡긴지 얼마 되지 않아 긍정적인 답변들이 줄을 이었다.

이미 마계 대공들을 모조리 쓰러뜨린 것으로 알려진 로칸이었기에, 호승심을 느끼는 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굴복하고 나온 것이다.

한둘도 아닌 마계 대공 전원이었으니까. 

그저 한 가지 힘에만 상성을 지닌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굴복시킬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다는 뜻이었기에, 감히 반기를 들지 못한 것이다.

중간에 머뭇거리던 반신 두엇을 로칸이 철저하게 폭력으로 굴복시킨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마지막 한 명의 반신까지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을 때, 시스템이 그에게 큰 힘을 내렸다.

[불가능한 업적! 당신은 마계를 하나로 통합시킨 최초의 방문자입니다.]

[타이틀 ‘마왕’을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불가능한 업적! 당신은 최약체라 불리는 인간 종족의 몸으로 최상위 종족인 마족의 영토를 지배합니다.]

[타이틀 ‘종족 초월’을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마왕][레전드]

당신은 마계를 하나로 통합시킨 최초의 방문자입니다. 

이제 모든 마계의 존재들이 당신 앞에 머리를 숙일 것입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

모든 마족에 대한 지배권 획득.

모든 능력치 + 500.

마제스티 마스터 이상의 모든 마족들에게서 주기적으로 신성 수급.

기존 지배 영토에서 생산되는 신성의 양 2배 증가.

마기 저항력 100% 증가.

천족 세력과 적대 관계 고정.

[종족 초월][레전드]

당신은 최약체로 분류되는 인간 종족의 몸으로 최상위 종족인 마족의 영토를 통일했습니다. 

종족을 초월한 그 무위에 세계가 찬사를 보냅니다.

[보유 효과]

모든 능력치 20% 증가.

인간을 제외한 모든 종족과 전투시 공격력, 방어력, 저항력 50% 증가.

모든 이종족으로 부터 100%의 신성 획득.

“사기네.”

타이틀의 등급은 레전드까지 밖에 없는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효과였다.

능력치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화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신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효과들이 붙어 있는 것이다.

당장 생산되는 신성의 양이 달라졌다.

다른 마족 반신들에게서 상납을 받듯 신성을 얻었고, 기존에 생산되던 신성의 양도 2배 이상 증가했으니까.

2배 버프도 모자라 이종족들로부터 획득하는 신성의 양이 유실 없이 100%로 바뀐 것이다.

아무래도 인간신이다 보니 이종족들이 약간의 저항감을 가지고 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이 사라졌다.

그렇게 따지자 기존 대비 4배 이상의 신성이 들어오는 셈이었다. 

더구나 그가 가진 3개의 세계에서 수급되는 신성의 양 또한 나날이 증가했다.

이제는 진짜로 신위를 얻어 마땅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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