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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8화.신위 획득 (1) (448/500)

448 신위 획득 (1)

‘좋았어!’

로칸은 전신을 타고 흐르는 짜릿한 기운에 몸을 맡겼다.

499레벨. 반신의 최고 경지이자 신위를 획득할 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그 증거로 승급 퀘스트가 오픈 되었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신위 획득][퀘스트]

당신은 반신으로 이룰 수 있는 최고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신위를 얻어 신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합니다.

499레벨 달성 (완료)

고유 신성 획득 (완료)

세계의 잠재력 확보 (완료)

레전드 등급 이상의 타이틀 확보 (완료)

1개 이상의 종족 통합 (완료)

신성 저항력 습득 (완료)

신성 이동 습득 (완료)

신성 변환 습득 (완료)

여유 신성 확보 0 / 10,000,000,000

“1백억? 미친!”

그러다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다른 조건은 이해할 수 있다.

명색이 신이라 불리는 존재가 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니까.

최소한의 신성 활용 능력이나 전설로 기억되는 업적 따위는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1억도 아니고, 10억도 아니고 1백억의 신성을 모으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조건이란 말인가?

‘아직 신위를 얻는 것까지는 해금이 안 된 건가? 개발이 덜 끝난 거야? 이게 무슨…….’

로칸은 혼란스러웠다.

10억까지는 어찌어찌 모아 보겠는데 뜬금없이 1백억이나 되는 신성을 모으라니, 이건 거의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당장 그가 반신에 오른 후 획득하고 소모한 신성을 다 끌어모은다면 그쯤 될지 모르겠으나, 그건 마계를 통일하고 천상의 곳곳을 들쑤셔 놓으면서 획득한 것이다.

당장 지금에 와서 다시 1백억을 모으라니, 천상 반신들의 씨를 말릴 작정인가?

어이가 없었다. 순간 멍해졌다.

“로칸 님? 로칸 님!”

하멜이 그를 흔들어 깨우지 않았다면 그 상태로 얼마나 더 오랫동안 멍 때리고 있었을지 몰랐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응? 아, 그래. 그놈들을 다 처리했지. 뭐 퀘스트 내려온 건 없어?”

“아, 있어요. 천계를 재편하라네요. 직위 체계를 다시 만들고 천계를 재건하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럼 일단 퀘스트대로 하고 있어. 난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예상대로 하멜에게는 천신의 사도로서의 임무가 주어졌다.

로칸 자신이 천계를 점령할 수도 있겠지만 워낙 폐쇄적인 놈들이라 그건 무리다.

천신의 피를 내세운다면 어떻게든 최소한의 정당성은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장 눈앞에 천신의 진정한 대리인인 천신의 사도가 있으니 먹힐 리 없지.

때문에 로칸은 천계를 집어삼키는 것까지는 포기했다.

대신 믿을 수 있고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하멜이 그 자리를 맡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줬다.

빚으로 달아 둔 것이기는 했지만 막대한 코인의 지원을 약속했고, 필요한 경우 무력을 빌려주겠다 이야기해 놓은 뒤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

이 사태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가만히 고민에 빠졌다.

“이게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가 관건인가?”

이렇게 된 이상 믿을 수 있는 것은 499레벨을 달성하며 들려왔던 알림 속의 내용뿐이었다.

[신성에 대한 이해가 깊어집니다.]

[신성을 흡수하는 효율이 높아집니다.]

신성의 흡수 효율 증가.

그것은 비단 각 세계와 로칸교에서 생산되는 신성에 한하는 것이 아닐 터였다.

초월자 또는 반신들을 죽이고 획득하는 신성의 양이 증가한다는 뜻이겠지.

대상을 죽이고 신성을 흡수할 경우 그 효율이 극히 낮다는 것을 생각할 때,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1백억이라는 무지막지한 신성을 모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티끌 모아 티끌 같은 심정이었다.

‘약탈이나 탐욕 정도……. 아니 그 반에 반만 효율이 나와 줘도…….’

그렇기에 효율이 어느 정도까지 증폭되었는지가 중요했다.

약탈의 신성이나 탐욕의 신성의 경우 일반의 몇 십 배까지도 높은 효율을 자랑하지 않던가?

그 정도는 아니라도 비슷한 효율만 낼 수 있다면 1백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치도 의외로 금방 채울 수 있을 터였다.

“시험해 보는 수밖에.”

가만히 또 달라진 것이 없는지 살피던 로칸은 몸을 일으켰다. 결국은 부딪쳐 보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마음대로 휘젓고 다닐 수는 없었다.

세력 구도가 확실한 천상에서 그가 사냥할 만한 반신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이다.

개인의 자격일 때야 마음먹은 대로 사냥하고 시비를 거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마왕이기에 한 거대 세력의 수장이기에 생기는 제약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가 공격을 가하는 순간, 자칫하면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가장 쉬운 것은 마족들을 족치는 거지만…….’

그런 의미에서 사실 가장 쉬운 방법은 마족들을 때려잡는 것이다.

마족 반신들이라면 어떤 이유를 들어서든 사냥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다만 그럴 경우 마족 전력이 약화되어 세력으로서의 의미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른 세력의 침공을 받았을 때, 저항할 힘이 약해진다.

로칸이 얼마나 많은 마족 반신들을 때려잡느냐에 따라 말이다.

이미 마계 대공들을 사냥하며 한차례 약화를 겪었기에 자칫하면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 될 수 있었다.

애써 통일한 세력에 균열이 생겨 더 이상 마왕의 이름을 유지할 수 없을 수도 있었고, 그리 되면 신성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터였다.

그렇기에 일단 마계는 가만두는 편이 좋았다.

놈들을 다 잡고서 곧장 신위에 오를 수 있다면 고려해 볼만 하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 마계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니까.

대신 바깥으로 눈을 돌렸다.

“자유 도시, 자유 도시라…….”

결국 눈에 들어오는 것은 몇 곳 없었다.

자신과 사이가 안 좋은 유명계가 있었고, 내전이 가라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어수선할 환마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집어삼킨다고 1백억에 달하는 신성을 모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결국 가장 많은 수의 초월자와 반신들이 있는 자유 도시들을 침공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 성향에 따라 난이도와 자유 도시들과의 관계가 결정될 터였다.

“선택이 필요하겠군.”

선택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 선택은 공격을 하느냐 마느냐와 같은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이곳을 공격했을 때 마계와 자유 도시와의 관계.

아직 자유 도시민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자신의 상태 변화.

자유 도시민들의 저항 정도와 수준.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신성의 양.

해당 거점을 차지할지, 아니면 성주 역할을 맡고 있는 반신만을 처리할지의 여부.

이와 같은 것들이 종합적으로 계산이 되어야 했다.

“일단은 간을 봐야겠지?”

그런 의미에서 처음은 저항이 약한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았다.

처음부터 저항이 격렬할 곳을 잘못 골랐다가는 로칸이 벌이는 모든 일에 태클이 들어올 수 있었으니까.

때문에 로칸은 고민, 또 고민했다.

저항이 약하면서도 의미 있는 신성 수급이 가능한 곳이 있을까?

“아?”

한참을 고민하던 로칸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왜 그걸 잊고 있었을까.

사실 오래전에 이미 했어야 할 일이지만 워낙 벌려 놓은 일이 많다 보니 깜박 지나쳐 버린 그곳으로 즉시 이동했다.

“직접 점령한 곳이 아니다 보니 여길 놓쳤었군.”

[해양 도시 바루다에 입장하셨습니다.]

로칸이 이동한 곳은 다름 아닌 바다였다.

오래전 탐욕의 나침반을 얻기 위해 찾았던 곳.

하지만 바루다든 무법항이든 직접 점령한 것은 아니다 보니 그의 기억 속에서 잠시 사라졌던 곳이기도 했다.

당장 지상과 천상의 거점들을 챙기는 것도 바빴으니까.

“해적들이라……. 재미있겠는데?”

그렇게 다시 방문한 바다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던 로칸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꽤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이게 된다면……. 정말 끝내주겠군.”

즉시 행동에 들어갔다.

바루다를 지배하는 반신급의 해상 제독을 제압하고 관리 권한을 넘겨받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로칸은 굳이 그러지 않았다.

그들과의 충돌 따위는 두렵지 않지만 그러지 않는 편이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단 그가 일차적으로 차지하려는 것은 무법항이니까.

해적들의 자유 도시!

그런 놈들을 지배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제지하고 잡아들이는 해양 도시까지 가지고 있다면, 시너지가 날 수도 있지만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은 간단하지만 언제 로칸이 그들을 잡아들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활동이 위축될 테니까.

그리고 그것은 로칸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지금부터 무법항은 내가 관리한다.”

무법항에 도착한 로칸은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신성을 사용해 무법항 전체에 목소리를 전했다.

무법항에 정박하던 모든 해적들이 그들 올려다보았고, 곧 알아보았다.

마왕.

마계를 일통한 이가 이곳에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오오오오!”

“마왕이라니, 멋지잖아!”

그리고 환호했다.

일반적인 반응은 아니지만 애초부터 해적들에게 일반적인 걸 기대하는 것이 더 우스운 일이 아닐까?

그들은 마족들과 성향이 비슷했으나 훨씬 자유로웠다.

그리고 비굴했다.

힘의 논리에 의해 더욱 철저히 굴복했고, 무법항을 대표하는 여러 해적단의 선장들이 모여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미 검은구름 해적단이나 블랙펄 해적단을 쓸어버린 전적도 있는 로칸이었기에, 그를 인정하고 추대하는 것은 모두에게 그리 꺼려지는 일도 아니었다.

[무법항을 점령하셨습니다.]

[이제 무법항과 무법항에 정박하는 모든 해적들이 당신을 따를 것입니다.]

만장일치. 애초에 명확한 주인이 없는 무법항이기에 어쩌면 그곳을 먹어 치우는 일이 꽤 번거로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아주 쉽게 해결한 것이다.

그 열렬한 환호에 호응하듯 로칸이 자신의 권능과 축복을 해적들에게 내려주었다.

“우오오오오!”

“크으, 이거지, 이거야!”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버프들에 해적들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 목소리는 힘이 되어 다시 로칸에게 돌아왔다.

[신성 : 1,024,255를 획득하셨습니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신성이 수급되었다.

이후로도 그들이 활동하고 힘을 쓸 때마다 신성이 추가로 수급될 것이지만 진짜는 이것이었다.

[믿을 수 없는 업적! 당신은 모든 해적들의 인정을 받는 존재입니다.]

[타이틀 ‘해적왕’을 획득하셨습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해적왕][타이틀]

바다를 지배하는 해적들의 왕에게 주어지는 칭호

유력 해적들이 마음으로 굴복한 이만 얻을 수 있다.

당신은 이 타이틀의 최초 획득자입니다.

[보유 효과]

모든 능력치 + 50

모든 해적들에 대한 명령권

바다에서 전투 시 공격력, 방어력, 저항력 20% 상승

지휘 선단의 이동속도 30% 상승

모든 해적들이 약탈한 물품에 대해 세금 부과 가능

모든 해적들이 획득하는 신성의 일부 획득

그들이 해적 활동을 하며 획득하는 신성까지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노략질이 일상인 놈들이니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신성의 양도 만만치 않겠지.

어떤 의미에서는 평범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보다도 훨씬 유용한 자원이 아닐 수 없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그렇게 해적들을 규합하고 통합한 로칸은 다시 바다로 나갔다.

해적들을 통한 신성 수급도 제법 괜찮은 일이었지만 그가 떠올린 진짜 꼼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니까.

“무혼 각성.”

로칸이 오랜만에 무혼 각성을 발휘했다.

그러나 늘 사용하던 장비는 아니었다.

해신의 트라이던트.

해신의 신성이 담긴, 바다 생물들을 조종하는 그 힘이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누군가 자신을 믿으면 그 순간 일정량의 신성을 획득한다.

그 믿음이 지속되면 주기적으로 신성을 공급받을 수 있지만 꼭 그게 아니더라도 순간적으로 얻은 신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바다 생물들의 믿음은 어떨까?

해양 몬스터뿐 아니라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물고기들이 자신을 믿는다면?

“흐흐흐흐!”

음흉한 미소와 함께 지배의 권능이 바다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로칸에게 막대한 신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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