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1화.천상 통일 (1) (451/500)

451 천상 통일 (1)

[폭력과 파괴의 신][GOD]

당신은 폭력과 파괴로 점철된 수라도를 걸어 신위를 쟁취했습니다.

폭력과 파괴에 미학과 철학을 담은 당신의 역사에 찬사를 보냅니다.

[보유 효과]

-[고유 신성 : 폭력과 파괴] 강화

-신성 사용 효율 증폭

-신성 사용에 대한 제약 해제

-세계에 대한 보다 다양한 형태의 개입 가능

-신계로의 이동 가능

“……?”

얼떨결에 생각지도 않은 타이밍으로 신위를 획득한 로칸.

그러나 막상 확인한 신위는, 타이틀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게 다라고?”

레전드 등급을 뛰어넘는 신급의 타이틀.

한데 능력치 하나도 붙어 있지 않을뿐더러 뭔가 모호한 말들뿐이지 않은가?

물론 신성의 효율이 좋아졌다든가 신성 사용에 대한 제약이 해제되었다든가, ‘세계’에 더 다양한 개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갖겠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체감되는 것이 없었다.

차라리 모든 능력치 + 1,000쯤을 줬다면 ‘아, 강해졌구나.’ 하는 느낌이라도 받을 텐데 이건 마치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강해졌는지 또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실하게 보이는 것은 레벨뿐이었다.

“500레벨이라.”

신위 획득 퀘스트가 완료되며 500레벨을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로칸은 이전의 100, 200, 300, 400레벨 때처럼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기존에는 죽으면 경험치가 떨어졌지만 이제는 경험치를 대신해 신성의 양이 줄기 때문이다.

레벨이 안 떨어진다고 마구 들이받다가 신성이 바닥을 쳐 버리기라도 하면 쭉정이 같은 껍데기 신이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지금 들이받아서 부서지지 않을 놈이 없을 것 같지만.’

당장 지상과 천상에는 자신의 적수가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

이전에도 자신이 넘쳤지만 신위까지 획득하자 이젠 확실해졌다.

신계라면 모를까, 지상과 천상에서 자신을 어찌할 수 있는 존재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

[장비가 완성됐다. 시간 날 때 찾으러 와라.]

그렇게 뿌듯한 감상에 젖어 있을 때, 로칸의 머릿속에 어떤 목소리가 직접 전해졌다.

낯설지 않은 목소리. 로칸은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곧장 알아차렸다.

“퍼거스?”

499레벨의 반신이자 망치와 모루의 현자라는 이명을 가진 대장장이 퍼거스가 목소리의 주인이었다.

“마법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한 거지?”

하지만 로칸은 그보다 그가 음성을 전한 수법이 더 궁금했다.

마법은 아닌 것 같고, 목소리에서 미약한 신성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가 품고 있는 신성의 영향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신성을 이용한 수법이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흠, 이렇게 하는 건가?”

이전이라면 그저 신기해하기만 했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결과를 떠올리자 그 과정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금방 가겠습니다.]

신성을 담아 그에게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의지를 세우자 그가 했던 것과 같은 수법으로 소리를 전할 수 있었다.

고작 음성뿐이기 때문인지 소모되는 신성의 양도 극히 적었다.

“이거군.”

그제야 로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했건만, 의외로 아주 많은 것이 달라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가능성.

신위를 얻으며 그가 획득한 것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이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을 부여받았으니 이제 그 힘을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는 온전히 자신에게 달린 일이었다.

“일단 퍼거스에게 가 봐야겠지?”

흥이 오른 로칸은 이것저것 실험해 보고 싶은 일들이 많았지만 일단은 꾹 참았다.

퍼거스의 부름이 있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직은 불안했기 때문이다.

신위를 얻기 위한 최소 조건은 달성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최소 조건이 아니던가?

실험을 하겠답시고 신성을 마구 써 대다가 그 이하로 신성의 양이 떨어질 경우 어떤 페널티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기에 아직은 몸을 사려야 할 때였다.

500레벨, 신의 경지라는 것은 아직 전대미답의 영역이었기에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때문에 로칸은 신성을 사용해 ‘순간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저절로 깨우쳤음에도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 퍼거스가 있는 화산 근처까지 이동했다.

거점에서 다시 화산 내부로 향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화산 주변에는 반신급이나 그에 준하는 몬스터들이 즐비했지만 그 누구도 감히 로칸을 적대하거나 근처에 접근하지 못했으니까.

우우우웅!

“응?”

한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로칸이 접근하자 화산의 심층 주변으로 신성의 장막이 펼쳐진 것이다.

안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그럼 내 장비는?’

통 통.

혹시 모르는 일이기에 손가락을 튕겨 노크하듯 두드리자 장막이 크게 흔들렸다.

이미 로칸의 행동 하나하나, 숨결 한 모금에 강대한 신성이 담긴 탓이다.

장막이 크게 흔들렸고, 곧 안쪽에서 응답이 왔다.

[……설마 자네인가?]

역시 장막을 펼친 것은 퍼거스였던 모양이다.

로칸은 즉시 메시지를 보내 응답했고 붉은 장막이 사라졌다. 퍼거스가 길을 열어 준 것이다.

물론 로칸이 조금만 힘을 써도 산산이 부서질 터였지만 굳이 신성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사라지는 게 아니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로칸은 한 가지를 더 배웠다.

사라진 신성 장막이 그냥 허공에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퍼거스의 몸속으로 다시 흡수된 것이다.

사용한 신성을 재흡수하여 절약하는 것은 그간 로칸이 사용하던 방식이 아니지만 이제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간 보이지 않았던, 혹은 보고도 이해하지 못했던 신성 활용 능력들을 로칸은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있었다.

‘이렇게나 경계하는 걸 보면 무작정 힘을 드러내고 다닐 게 아니군.’

동시에 힘을, 격을 숨기는 법까지 깨우친 로칸은 열린 길을 따라 퍼거스에게 날아갔다.

“벌써 신위를 얻다니 대체……!”

다시 만난 퍼거스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방문자라지만 이게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이토록 빠른 속도로 신위를 획득하다니?

499레벨인 퍼거스는 스스로가 신위를 포기한 것도 있지만, 신위를 획득하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양의 신성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에 신위 획득에 초연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데 499레벨 달성은 물론 그조차 모으기를 포기한 신성 획득을 이렇게나 빨리 이루다니. 무슨 수를 쓴 것인지 모르지만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지상과 천상에 강한 연결점이 있으니 신계에만 얽매이지도 않겠군. 진정 이 시대의 신이 탄생한 것인가……!”

그의 목소리에는 감탄과 함께 불안도 섞여 있었다.

진정으로 신의 권능을 행사 할 수 있는 지상과 천상의 신이 등장한 것은 나쁜 일이 아니지만 하필 그의 속성이 폭력과 파괴였으니 한편으로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자신이 만든 전용 장비까지 더해진다면?

불안을 넘어 두려움까지 느껴질 지경이었지만 퍼거스는 고개를 털었다.

그 또한 운명이겠지.

다시 모든 것에 초연한 달관자의 표정이 되어 그를 인도했다.

“따라오게. 자네에게 어울릴 만한 장비를 만들어 두었네.”

퍼거스를 따라 이동하자 그의 작업실 한편에 마련된 장비 보관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로칸으로서도 아주 잠깐 밖에 구경해 보지 못했지만 하나같이 에픽, 레전드 등급의 무구들로 장식이 된 그야말로 보물고와 다름없었다.

‘거기에 내 장비가 있단 말이지…….’

대체 어떤 장비들이 탄생했을까.

최소 반신에서 신급 장비들일 것이라는 것은 확실했기에 로칸의 가슴이 부풀었다.

지금까지 잘 써 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상과 천상에서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무구들이지만 신위에 오른 지금 로칸의 격에는 조금 손색이 있다 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 맞춤 제작이라니! 이보다 더한 축하 선물은 또 없을 터였다.

“자, 이것들이 자네의 장비일세.”

[파멸의 투구][GOD]

폭력과 파괴의 신 로칸을 위해 만들어진 전용 장비.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 파멸의 의지를 강화한다.

-방어력 : 40,000

-내구력 : 파괴 불가

-모든 의지 계열 스킬 효과 극대화

-지능 50% 증가

-지혜 50% 증가

-신성 효율 대폭 증가

-신성 저항력 대폭 증가

-고유 신성 : 폭력과 파괴의 힘 강화

[파멸의 흉갑][GOD]

폭력과 파괴의 신 로칸을 위해 만들어진 전용 장비.

파멸의 신성이 자신을 파괴하지 않도록 지켜 준다.

-방어력 : 100,000

-내구력 : 파괴 불가

-모든 재생 능력 효과 극대화

-힘 50% 증가

-체력 50% 증가

-신성 효율 대폭 증가

-신성 저항력 대폭 증가

-고유 신성 : 폭력과 파괴의 힘 강화

[파멸의 하갑][GOD]

폭력과 파괴의 신 로칸을 위해 만들어진 전용 장비.

파멸의 신성이 자신을 파괴하지 않도록 지켜 준다.

-방어력 : 80,000

-내구력 : 파괴 불가

-어떠한 자세에서도 위력 감소 없이 공격 가능

-힘 40% 증가

-체력 40% 증가

-신성 효율 대폭 증가

-신성 저항력 대폭 증가

-고유 신성 : 폭력과 파괴의 힘 강화

[파멸의 건틀렛][GOD]

폭력과 파괴의 신 로칸을 위해 만들어진 전용 장비.

모든 것을 파괴하는 파멸의 힘이 깃들어 있다.

-방어력 : 30,000

-내구력 : 파괴 불가

-방어력 관통 70% 증가

-크리티컬 확률 80% 증가

-힘 30% 증가

-민첩 30% 증가

-신성 효율 대폭 증가

-신성 저항력 대폭 증가

-고유 신성 : 폭력과 파괴의 힘 강화

[파멸의 부츠][GOD]

폭력과 파괴의 신 로칸을 위해 만들어진 전용 장비.

파멸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 무엇도 살아남을 수 없다.

-방어력 : 40,000

-내구력 : 파괴 불가

-모든 이동 방해 효과 무시

-이동 속도 100% 상승

-투자한 신성에 따라 이동 속도 추가 증폭

-[파멸의 발걸음] 사용 시 지속 대미지를 주는 파멸의 잔재 효과 부여

-신성 효율 대폭 증가

-신성 저항력 대폭 증가

-고유 신성 : 폭력과 파괴의 힘 강화

[파멸의 견갑][GOD]

폭력과 파괴의 신 로칸을 위해 만들어진 전용 장비.

-방어력 : 25,000

-내구력 : 파괴 불가

-차지 계열 스킬 효과 극대화

-돌진 계열 스킬 효과 극대화

-힘 30% 증가

-모든 방어력 30% 증가

-신성 효율 대폭 증가

-신성 저항력 대폭 증가

-고유 신성 : 폭력과 파괴의 힘 강화

“이건 또 무슨…….”

모든 장비를 받아 든 로칸의 이맛살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방어력도 좋고 파괴 불가의 내구력도 좋다.

능력치 상승 폭도 기존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좋았고.

한데 나머지 옵션들이 문제였다. ‘극대화’이 ‘효율’이니 하는 말들에 실체가 없는 것이다.

마치 폭력과 파괴의 신 타이틀처럼 뜬구름 잡는 듯한 옵션 효과가 적혀 있는 까닭에 정확한 능력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어떤가, 내 일생의 역작 중 하나라고 자부할 수 있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작자인 퍼거스가 저토록 만족스러워하니 싫은 티를 낼 수도 없었다.

‘하긴, 반신급부터는 신성이 가장 중요하긴 하지…….’

애써 고구마를 먹은 듯이 퍽퍽한 가슴을 달래며 그것들을 착용해 보았다.

옵션 효과로 확실히 능력치가 크게 증가한 것이 느껴지긴 하지만 신성이니 하는 것들의 차이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장비에 달려 있는 만큼 이 옵션들이 중첩된다면 언제고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겠지.

특히 자신의 고유 신성을 강화해 준다고 했으니 자신의 스킬이며 필살기인 신성 공격이 강화되었을 것만은 분명했다.

“이제 정말 지상과 천상의 운명이 그대에게 달렸겠군. 부디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공명한 결정을 내려 주시게. 그 부탁이 이 장비들의 값이네.”

자신이 준비한 역작들을 전달한 퍼거스는 마지막 부탁과 함께 로칸을 돌려보냈다.

값을 매기자면 천금을, 아니 지상 전체를 내어 주어도 모자람이 없을 것들이지만 이미 지상과 천상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신위자인 로칸이 마음먹으면 강탈하거나 그를 속박, 소멸시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희귀 재료가 소진되었다고는 하나 지상과 천상의 운명에 비할 바는 아니다.

또한 장인으로서 제 격에 맞는 주인을 찾아 주는 것을 운명이라 여기는 까닭도 있었다.

로칸은 다시 한번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화산을 내려왔다.

“신계라…….”

이제 신계에 올라 새로운 도전을 할 최소한의 준비가 끝났다.

“아직은 아니지.”

하지만 그 전에 지상에서 끝마쳐 두어야 할 일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힘을 얻었으면 써 봐야 할 것 아닌가?

자신과 비등하거나 자신보다 강력한 상대와 겨루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운 일이지만 가끔은 양학도 즐거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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