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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화.천상 통일 (5) (455/500)

455 천상 통일 (5)

“오, 제법인데?”

“크으으으……!”

로칸의 맹공을 칼튼이 제법 쉽게 받아 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강대한 신성이 담긴 일격인지라 공격을 흘리지 않으면 몸이 경직되고 자세가 무너질 지경이었지만, 이만큼이나 받아 낸다는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당장 생존의 왕이나 야성의 왕 따위는 일격을 제대로 해소해 내지도 못하지 않았나?

물론 로칸도 아직 전력을 끌어낸 상태는 아니었지만 그건 녀석도 마찬가지. 로칸은 놈이 겨우 이 정도로 자신에게 암습을 시도했을 리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레벨이 올랐다고는 하나 자신과 호각으로 여겨지던 왕들을 동시에 넷이나 집어삼킨 로칸을 조금 나은 정도의 힘으로 어찌하긴 힘들 테니까.

‘기회를 좀 줘 볼까?’

때문에 적당히 상대를 해 주다가 슬쩍 빈틈을 보였다.

아마 머릿속이 복잡할 거다. 이게 함정인지, 진짜 빈틈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테니까.

그러나 이건 물 수밖에 없다.

이대로 로칸이 힘을 좀 더 쓴다면 자신은 아무 것도 해 보지 못하고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천마회룡격(天魔回龍擊)!”

퍼억! 결국 칼튼이 빈틈을 노리고 들어왔다.

그러나 검이 아닌 손바닥을 이용한 변칙적인 공격이었다.

팔을 비틀고 동시에 마나와 신성까지 회전시켜 적의 내부에 타격을 주는 스킬.

이미 신성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는 로칸이었기에 피해가 절감되었지만 묵직한 감각이 뚫고 들어올 정도로 매서운 일격이었다.

“천마검천하(天魔劍天下)!”

“오호, 무공이냐?”

이어 매서운 검격이 펼쳐졌다. 천지가 검으로 뒤덮인 듯 무수한 잔상을 만들어 내며 로칸을 압박해 오는 것이다.

저 중 진짜 공격은 하나겠지만 꼭 그렇다고 자신할 수만은 없었다. 신성을 이용하면 저 허상 모두를 진짜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으니까.

“폭렬!”

그렇다면 통째로 날려 버리면 그만이다.

로칸은 그중 진체를 가려 낼 생각을 하는 대신 배틀 액스에 신성을 모아 터트렸다.

극대 파멸 주문을 무기에 담아 휘두르듯 공간 전체를 파괴시켰다.

‘튀었군.’

그러나 배틀 액스를 떨치는 순간 로칸은 알았다. 이미 그곳에 녀석이 없다는 사실을.

자신의 모든 검을 파괴시킬 힘이 밀려온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뒤로 몸을 빼낸 것이다.

‘진짜 무림 고수 같은데?’

실망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잠시 안 보이다가 나타나서 강해진 것도 그렇고, 스킬명도 그렇고 완전히 무림 고수가 되어 나타난 칼튼의 모습이 새롭고 재미있을 뿐이었다.

‘어차피 내가 이길 거니까.’

승패야 이미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고, 녀석의 재롱을 보자는 생각이었으니까.

방심하는 건 아니지만 격의 차이가 워낙 컸기에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었다.

“……잠력 격발(潛力擊發).”

그 순간 달아났던 녀석의 몸에서 강대한 힘이 느껴졌다.

“타락?”

마치 제 몸을 불살라 불꽃을 피워 내는 성냥처럼 그저 마나나 신성의 증폭과는 또 다른 방식의 힘이 놈에게서 느껴졌다.

순간 로칸이 타락의 힘을 떠올릴 정도.

그러나 그것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오히려 마족들이 사용하는 마기에 가까운 힘이었다.

두 눈이 출혈되고 광기만이 남았다.

오로지 로칸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존재하는 살인귀가 되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천마봉신참(天魔封神斬)!”

‘이건 좀 위험한데?’

거기에 강력한 스킬의 힘이 더해지니 로칸으로서도 더 이상 무시 못 할 파괴력이 나왔다.

“폭력의 신, 절대자의 힘.”

더는 장난으로 여기지 않고 힘을 끌어올렸다.

폭력의 왕에서 폭력의 신으로 업그레이드된 버서크 스킬. 그리고 천계와 자유 도시까지 점령하며 한층 강력해진 절대자의 힘까지!

이름부터가 신을 봉한다는 참격이었지만 로칸은 그 힘을 깨뜨리며 배틀 액스를 마주쳐 갔다.

콰앙!

둘의 격돌에 환마계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놀랍게도 칼튼은 버텨 냈다.

‘하지만 그뿐이지.’

어떻게든 공격을 흘리고, 피하며 열 번에 한 번 정도 어설픈 반격을 시도했다.

로칸에게 곧 차단당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이렇게 되면 조급해지는 것은 로칸이 아니다.

신위를 획득한 로칸은 신성을 사용해 스킬의 지속 시간을 무한정 늘릴 수 있는 반면, 잠력 격발로 자신의 신성 기반까지 불태우고 있는 칼튼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로칸을 꺾고 그의 신성을 흡수한다면 복구도 가능하겠지만 이대로 패배해 버린다면 기반이 되는 세계가 엉망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가진 바 신성의 양이 쪼그라들어서 레벨도 형편없이 하락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더 발악해 봐라.’

그렇기에 로칸은 단발 승부를 보지 않았다.

그를 조롱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그의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기 위함이었다.

무공이라는 것은 본디 더 잘 싸우는 법, 즉 기교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그가 사용하는 초식은 대부분의 상대에게 잘 통하는 투로를 의미하는 것이다.

정식으로 무술 따위를 익히지 않은 로칸에게는 보는 것만으로 큰 공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로칸이 기교에서, 컨트롤 싸움에서 밀린다는 소리는 아니다.

무공이든 초식이든 더 잘 싸우기 위한 수법들이니 실전으로 다져진 로칸의 컨트롤과 수법들 역시 따지고 보면 하나의 무공에 가까웠으니까.

자신만의 무공을 창안한 이를 개파조사라 하던가.

딱 로칸이 그런 케이스였다.

자신만의 전투 방식을 정립하고 그것을 통해 위대한 경지에 발을 들인 인물.

그럼에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으니 아직 로칸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세계 : 마교 천하!”

“오호.”

그렇게 몇십 번의 격돌이 순식간에 오갔을 때, 칼튼이 승부수를 던졌다.

자신의 세계를 열어 그 안의 인물들을 소환한 것이다.

광기와 사기가 줄줄 흐르는 수백 명의 무림인들이 로칸을 포위하듯 에워쌌다.

“세계를 바꾼 건가?”

이전 칼튼의 세계의 이름은 무림이었다. 한데 지금은 마교 천하.

아예 세계를 새로 구축한 것인지, 무림 중에서도 마교에 힘을 몰아주며 그들이 통일한 무림을 만든 것인지는 모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들의 기운이 무척이나 불안정하다는 것.

흉폭하고, 날카로웠기에 자칫 자신을 해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의 기운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칼튼의 그것과 같았다.

“빠르게 강해지기 위해 안정성을 포기했다 이거군.”

아니, 그뿐이 아니다.

하나의 목표를 세운 마교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암기든, 독이든, 그도 아니면 자폭이든 자신들이 생각하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목숨마저 초개처럼 버리는 것이 그들이었다.

“잠력 격발!”

때문에 그들은 시작부터 목숨을 걸었다.

제 생명을 태워 한계 이상의 힘을 피워 내며 로칸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흑살천마진(黑殺千馬陣)에 노출되셨습니다.]

[모든 저항력이 약해집니다.]

[암흑 속성에 추가 대미지를 입습니다.]

막무가내의 움직임은 아니었다. 하나의 진을 이루며 밀려드는 그들의 공세에 로칸이 눈을 빛냈다.

신위를 얻은 자신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진법이라니? 게다가 세계의 주인인 칼튼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힘이라니?

대체 무슨 짓을 해서 세계의 주민들을 키워 낸 것인지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게 전부라면 좀 실망스럽군!”

쿠우우웅!

사방에서 짓쳐 드는 상대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로칸이 크게 발을 굴렀다.

그러자 물결처럼 땅거죽이 올라오며 그들을 들이닥쳤다.

그 자체로 다운 효과를 지녔기에 진법이 무너지고, 자세를 잡을 수 없었다.

무인이든 전사든 자세가 무너졌다면 기본적으로 전투력이 절반쯤은 떨어졌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때문에 로칸은 과감하게 자신의 힘을 드러냈다.

“세계 : 명부마도.”

자신의 메인 세계인 명부마도를 열어 전사들을 소환했다.

불굴의 의지와 광기로 점철된 진정한 폭력의 군세가 놈들을 향해 뛰어내렸다.

잠력 폭발로 강화된 능력? 이쪽은 버서크가 있었다.

승리를 위한 집념? 독기? 그도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더러움? 광전사에게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허공에서 떨어져 내린 광기의 전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쓰러진 놈들을 베어 갔다.

더욱이 이곳에는 그들의 신이 자리하고 있지 않은가?

폭력의 힘은 더욱 증폭되었고, 순식간에 마교인들은 일방적인수세에 몰려 도륙당하기 시작했다.

퍼엉 펑 펑 펑.

그뿐 아니다. 로칸은 광전사들만을 소환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명부마도의 세계에는 마도제국의 후예들도 있었고, 자신의 생존과 적의 말살을 목표로 삼는 무수한 종류의 직업군이 있었다.

그들이 오직 승리와 압도적인 폭력이라는 기지 아래 뭉쳐 적들을 도륙하고 유린했다.

“크아아아아악!”

세계의 싸움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것을 확인한 칼튼은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지금 승부를 보지 않는다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고, 패하지 않아도 패한 것에 다름없었으니까.

자신의 모든 신성과 생명력을 끌어모아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쯧, 겉멋이 아직 남았네.”

푸확!

그 순간 칼튼의 머리가 두 쪽으로 쪼개졌다.

그가 소환했던 마교도들이 검은 재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로칸이 시간을 주지 않고 배틀 액스를 휘두른 까닭이다.

무공이니 초식이니 거창하게 굴더니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힘을 쓰는 것치고 간결함이 부족했다.

반면 로칸의 방식은 간단하다.

달려가서, 쥐어 팬다.

달려가서, 베어 버린다.

달려가서, 터트린다.

이 얼마나 심플한가?

결국 검이든 도끼든, 마나든 신성이든 적을 죽이기 위해 사용된다는 것을 생각할 때 기술이 얼마나 멋있고, 거창하고, 강력한가보다 얼마나 쉽게 죽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것을 보여 주듯 힘을 끌어모으는 칼튼을 기본 공격으로 쪼개 죽였다.

“흠, 이거 왜 안 들어와?”

한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직 죽지 않은 것일까? 놈의 세계를 인수하거나 신성을 흡수하겠냐는 시스템 알림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뭔가 틀어졌음을 느낀 로칸은 즉시 명부마도의 전사들을 되돌려 보내고 신성을 끌어올렸다.

어떤 상황이 닥치든 대응할 수 있도록 주변을 경계하고 기다렸다.

고오오오오오.

“저건…….”

그러자 곧 변화가 일어났다. 칼튼의 시체에서 생겨난 검은 빛, 즉 신성 덩어리가 급격하게 축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놈이 죽기 전 벌인 일의 후폭풍 정도로 생각하면 되니까.

자신의 생명과 신성, 세계까지 연료 삼아 힘을 끌어냈으니 흡수할 수 있는 것은 타고 남은 잿더미 정도라고 여기면 그만이었다.

한데 문제는 축소된 빛 덩어리가 로칸에게 곧장 흡수되지 않고 한 번 더 변형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검은색에서 녹색으로.

이제는 익숙해진 빛을 띠었다.

“타락?”

그것은 타락의 힘이었다. 공허라고도 불리는 힘.

왜 놈이 죽은 자리에 저 힘이 나타난 것일까? 사실은 타락한 반신이기라도 했던 것일까?

아니다. 로칸은 놈이 끌어올린 힘의 본질을 떠올렸다.

세계를 태워 만들어 낸 힘.

자신을 믿는 세계의 주민들을 장작 삼아 피워 올린 힘이었으니 그 힘이 다하고 신성의 근원을 잃은 놈이 갈 곳은 하나였다.

공허의 세계다.

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소멸되었기 때문인지 생겨난 타락의 기운을 갈 곳을 잃었다.

그 주변이 일렁거리는 것이, 이대로 두면 공허의 문이 열려 그리로 빨려 들어갈 것 같았지만 로칸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신성이든 타락이든 자신에게는 훌륭한 양분에 불과했으니까.

손을 뻗어 그것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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