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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화.신들의 도시 (13) (471/500)

471 신들의 도시 (13)

‘세계수?’

그것은 작은 세계수였다. 아니, 세계수라는 표현을 붙이기가 민망할 만큼 자그마한 묘목 같은 모습이었다.

힘을 잃기라도 한 것일까? 대체 왜 이런 미니어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거지?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저절로 정령 신의 정보가 떠올랐다.

[정령 신 일로네][Lv 596]

‘헐.’

드러난 정보는 외형과 딴판이었다. 596레벨이라니? 거의 카이스만에 버금가는 레벨이 아닌가?

물론 신성의 양을 표시하는 수단과 같은 것이기에 레벨이 강함의 절대적인 지표가 될 수는 없지만 놀라운 일이었다.

‘하긴, 등급 같은 게 안 붙었군.’

로칸은 얼른 침착을 되찾았다. 하급, 중급, 상급 따위나 그와 비슷한 수식어가 붙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정령 신이라는 존재는 녀석이 유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당장 주변에 돌아다니는 정령들만 하더라도 그 등급이 명확히 표시되어 있지 않은가?

[불의 최상급 정령 신 샐리온][Lv 588]

[바람의 최상급 정령 신 실피드][Lv 589]

놈들은 각각 속성이 표시되고, 등급이 표시되었지만 일로네는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녀석이 모든 정령들의 신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그런 정보 탐색을 알아차린 것일까? 일로네는 로칸을 보며 살풋 웃었고 입을 열었다.

“반가워요, 로칸 님. 천상의 아이들을 배려해 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역시 그가 알고 있는 정령 신이 맞았다. 당장 로칸의 지배를 받지 않는 이들은 지상과 천상을 통틀어 정령계뿐이라고 할 수 있는 만큼 녀석은 로칸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덕분에 당장 천상에서 신성을 생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천상의 일에도 어느 정도 개입할 수 있는 상태일 테니 당연한 일이겠지.

그것을 알기에 로칸도 일로네는 너무 어렵게 대하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직접 뵙는 건 처음이군요. 아, 카이.”

뀻? 뀨뀨!

반갑게 인사하며 카이를 소환하자 기다렸다는 듯 다른 정령 신들이 녀석에게 들러붙었다.

순수한 엘리멘탈의 힘을 품고 진화한 카이였기에 천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령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너무나 밀착해서 코를 킁킁거리고 몸을 부벼 대는 통에 카이는 애처롭게 울부짖었지만 로칸은 애써 모르는 척을 했다.

당장은 귀찮고 괴롭겠지만 그게 다 카이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엘리멘탈 빅버드 카이의 원소 친화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엘리멘탈 빅버드 카이에게 원소의 권능이 내려집니다.]

“저 아이에게는 벌써 여러 정령 신들이 선물을 주고 있군요. 로칸 님께도 마땅히 저의 선물을 드려야겠죠.”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는 로칸에게 일로네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가볍게 손을 뻗어 빛 덩어리를 로칸에게 건넸다.

[정령 신 일로네의 신성을 흡수하시겠습니까?]

“……!”

그의 선물은 다름 아닌 신성 그 자체였다.

양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의 신성을 갖는다는 것은 단순한 양의 문제가 아니었다.

신성은 신의 정보였으니까.

그가 사용하는 힘과 그 근원, 힘의 발생 과정까지 낱낱이 적혀 있는 정보.

그것을 받아들인다면?

“아……!”

일로네의 신성을 받아들인 로칸이 벅찬 표정을 지었다.

태초의 정령이자 모든 정령들의 신인 그의 신성을 머금으면서 그 구동 방식과 복합성까지 모조리 흡수할 수 있던 것이다.

양이 적었다면 입맛만 버리고 말았겠지만 그가 건넨 신성의 양은 실로 대단했다.

‘5천억이라니……!’

월드 크래프트로 그가 벌어들인 신성과 맞먹는 수준이다.

약 5천억에 달하는 막대한 신성.

공허에서 사용한 신성이 있으니 1조까지는 채우지 못했지만 단숨에 550레벨을 넘길 만큼 막대한 신성을 보유하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그 벅찬 감동을 뒤로하고 로칸은 일단 인사부터 건넸다.

그리고 놀랍게도, 일로네의 레벨이 단 1도 떨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5천억의 신성 따위로는 레벨 하락조차 시킬 수 없을 만큼 천문학적인 신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일로네 님, 어찌……!”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에르힌의 눈빛이 흔들렸지만 일로네도 로칸도 그를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정령 신 일로네의 신성을 넘겨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일이었지만 정작 신성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원소 저항력이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더 이상 원소 저항력을 상승시킬 수 없습니다.]

[모든 원소 공격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신성 활용 능력이 더욱 정교해집니다.]

[신성 효율이 대폭 증가합니다.]

[원소를 활용한 신성의 힘이 더욱 강력해집니다.]

로칸은 자신의 앞으로 나타나는 무수한 알림들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일로네도 빙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중급 신의 자격을 갖추게 되셨군요. 물론 편의를 위해 나눠 놓은 경지일 뿐이지만요.”

중급 신. 550레벨을 넘긴 신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이미 중급 신 정도는 진작부터 때려잡을 수 있는 힘을 지닌 로칸이었지만 이제는 신성으로도 중급 신의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더욱 늘어나고 신성에 대한 깨달음의 경지도 더욱 높아졌다.

당장 공허로 돌아가 이 힘을 시험해 보고 싶을 지경.

하지만 일로네의 선물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것도 받으세요.”

“이건?”

“제 분신이랍니다. 전적으로 저를 믿고 세계에 들여놓으시면 세계에 마나를 풍부하게 하고 모든 식물의 생장 속도가 빨라질 거예요.”

“감사합니다.”

작은 묘목. 일전에 각 지상에 배달했던 세계수의 묘목과 비슷하지만 달랐다.

그때는 실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신성으로 빚어졌달까.

그러나 로칸은 그것을 대뜸 세계에 들여놓을 생각이 없었다.

일로네는 전적으로 자신을 믿으라고 하지만 자신의 세계에 이것을 들여놓는 순간, 정령 신의 영향력이 세계에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의 세계를 담보 잡아 로칸을 움직이려는 얕은 수작일지 몰랐다.

때문에 일단 그것은 인벤토리행.

신성으로 만들어진 묘목이지만 다행히도 인벤토리에 보관이 가능했고, 일로네도 즉시 그것을 심지 않는 것에 토를 달지 않았다.

“제 성의 표시는 여기까지입니다. 편하신 대로 머물다가 가셔도 좋아요. 그대와 저 아이는 우리 정령들이 언제든 환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일로네도 마냥 로칸에게 시간을 쓸 수는 없는 듯 자리를 옮겼고 로칸은 홀로 남아 다른 정령 신들의 사랑을 받는 카이를 가만히 구경했다.

정령 신의 신성을 받으며 자신의 속성 저항력 등은 Max를 찍었지만 카이는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가만히 지켜보다가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가 되어서야 카이를 역소환시켰다.

끼유…….

그런 로칸을 보며 카이가 살짝 서운한 기색을 비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녀석을 강화시킨 셈이니 그 정도야 감수할 수 있었다.

‘흠, 움직이지 않는 건가?’

느긋하게 숲을 빠져나가는 로칸이 기감을 넓혀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어떤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나 엘프 신들이 트롤 신들처럼 자신을 공격해 오진 않을까 생각했는데, 중급 트롤 신 크로캄을 쥐어 팬 일이 알려진 것인지, 광풍과 함께 다닌다는 소문이 퍼진 건지, 그도 아니면 일로네의 신성을 나눠 받을 만큼 친밀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인지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겠지.’

사실 새로 얻은 힘도 시험해 볼 겸 덤벼 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로칸을 일단 참았다.

엘프들이 정령보다 하위의 존재라 해도 공생 관계에 가까운 만큼, 그들을 건드리면 어떤 식으로든 정령들과의 관계도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령 신의 신성을 좀 더 분석해서 완전히 제 것으로 만든 다음이라면 모를까 당장 그럴 필요는 없겠지.

로칸은 숲을 벗어난 뒤 다시 카이를 소환했다.

“신화를 타는 자!”

뀻!

대붕으로 변해 날갯짓을 하는 카이가 어쩐지 거칠게 운전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아마도 기분 탓이겠지.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 없이 곧장 신들의 도시를 향해 날았다.

“갓 네트워크.”

다시 신들의 도시에 들어선 로칸은 즉시 갓 네트워크를 열었다.

계획과는 조금 다르지만 정령 신 일로네 덕분에 여유가 생긴 만큼 기존보다 더욱 판돈을 키워 의뢰를 올려놓았다.

공허의 틈으로 떠나기 전 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이기면 5천억의 신성을 주겠다는 의뢰를 올려 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이번에는 거래도 걸어 두었다.

신들의 경매장과 같은 그곳에 여러 권으로 된 책자들을 등록해 둔 것이다.

[월드 크래프트 전략편 1권(작성자 : 로칸)][GOD]

[월드 크래프트 빌드편 1권(작성자 : 로칸)][GOD]

바로 월드 크래프트에서 활용 가능한 전략이 담긴 공략집이었다.

하나에 고작 한 가지 전술밖에 담겨 있지 않았지만 그것은 현실의 더 스타에서 연구되고 발전된 전략의 기초들이라 할 수 있었다.

아직 신들에게는 새로울 수밖에 없는 전략의 기초인 것이다.

센스가 좋은 이들이라면 이 중 몇 가지만 깨치는 것만으로 실력이 일취월장할 수 있을 것이기에 가격은 비싸게 책정했다.

무려 10억.

고위 신들에게는 푼돈에 가까운 금액이지만 고작 기초 한 가지를 적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금액이기도 했다.

게다가, 그 전략이 자신에게도 유용하다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었다. 월드 크래프트의 건물과 병력은 자신의 세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연히 아무도 사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고, 한 명이 구입한 뒤 정보를 공유하면 될 일이지만 로칸은 그러지 않을 것을 알았다.

신위를 얻자마자 월드 크래프트 좀 한다 하는 신들을 모조리 꺾은 그가 아닌가?

더구나 실시간으로 연전연승을 거듭하니 그의 전략이 무엇일지 호기심에라도 구입해 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이 꽤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당연히 다음 편도 구입하겠지.

정보를 공유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 욕심 많은 신들이 그것을 대놓고 공유할 리는 없었다.

고작해야 몇 명이 나눠 구입하고 돌려 보는 정도가 아닐까?

어쩌면 그조차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각자의 세계의 구성이 다르긴 하지만 로칸이 공략집에 적어 놓은 것은 기본 원리에 가까운 것들이니까. 응용하면 얼마든지 자신의 세계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물론 그것으로 실력을 쌓아 로칸을 이겨 버린다면 조금 문제가 생기겠지만 로칸은 자신 있었다.

스스로가 더 스타의 준프로급 실력이라 자신하는 그였기에 적어도 당분간은 패배할 리 없다고 확신했다.

‘이것 봐라?’

도전이 거듭되며 자신이 거래를 걸어 놓은 공략집 속 전략들을 사용하는 이들도 발견되었지만 모든 것을 적어 놓은 것은 아니기에, 그 허점을 파고들며 연전연승을 이어 갔다.

내기의 판돈으로, 그리고 필사하여 올려 둔 공략집의 판매 대금까지. 신성을 갈퀴로 긁어모으며 신성의 양을 급속도로 늘려갔다.

그렇게 막 보유 신성이 1조 5천억이 넘어갔을 때, 그의 세계에서 이변을 알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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