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6화.특이점 조사 (1) (476/500)

476 특이점 조사 (1)

‘특이점이라…….’

뭔지는 알겠는데 생각보다 거창하다.

신계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그렇다면 직접 돌아보는 것이 낫지 않은가? 비밀은 적게 알수록 좋은 것이니 말이다.

“그곳에 가서 뭘 하면 되는 겁니까? 둘러보기만 하면 됩니까?”

“그곳의 이상 여부를 파악하고, 방어 장치를 가동시키면 되네. 내가 지금 자네에게 권한을 설정하지.”

“……?”

[신계 특이점 관리 권한을 획득하셨습니다.]

카이스만이 허공에 손을 젓자 뭔가 되긴 된 모양이다.

방어 장치는 또 어떻게 가동시키는 것인지, 그 특이점은 어떻게 찾는 것인지, 왜 직접 가지 않는 것인지 궁금한 것 투성이었지만 다행히 카이스만은 차근차근 알려 주었다.

방어 장치 가동법은 일단 가서 보면 알 것이라도 대충 넘기긴 했지만 로칸의 마법 지도에 특이점의 위치를 표시해 주었고, 특이점의 내부로 들어가는 방법을 일러 주었다.

“흠, 공간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셨다고 들었는데……. 텔레포트는 안 됩니까?”

“지금은 힘을 아낄 때이네. 그게 상관 없다면 자네에게 부탁하지 않고 내가 직접 갔겠지.”

“쩝, 그것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거리가 꽤나 먼 것을 확인한 로칸이 투정을 부려 봤지만 카이스만이 일축하여 거절한 것이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공간 이동으로 휙휙 넘어 다닐 수 있다면 굳이 로칸에게 맡길 것이 무언가? 직접 다녀오는 데 아주 잠깐이면 될 텐데.

고개를 끄덕거린 로칸은 퀘스트를 받아 밖으로 나왔다.

“카이! 신화를 타는 자!”

대붕으로 변한 카이에 탄 채로 빠르게 공간을 접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겠네.’

대붕으로 변한 카이가 한 번 날갯짓을 하면 킬로미터 단위로 거리가 좁혀진다.

제 아무리 신계가 넓다 해도 반나절에서 한나절만 이동하면 어지간한 장소들은 모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공간 이동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신성을 사용해 이동하는 것보다도 월등히 빠른 속도였다.

그 탓일까? 혹시나 그사이 공격해 오는 존재가 있지는 않을까 살짝 긴장하기도 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쫓아오지 못한 것인지, 카이스만이 그에게 은밀히 퀘스트를 준 까닭인지는 모르지만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여기 어디인 것 같은데…….”

그렇게 지도에 표시된 위치의 근처까지 날아온 로칸은 카이의 변신을 풀고 은밀하게 움직였다.

은신 능력까지 끌어올리며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주의했다.

애초에 많은 이들이 오가는 장소는 아니지만, 또 권한이 없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그래도 비밀 장소인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겠나?

은밀히 접근한 로칸은 카이스만이 알려 준 대로 특이점 진입을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세계수의 씨앗을 여기에 심고, 급성장의 비약을 뿌리면…….’

쿠구구구구구구구.

거대한 나무가 자라났다. 하지만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다. 이미 그곳은 숲의 한가운데였으니까.

나무를 숲에 숨기는 격이니 설령 이것이 무엇인지 안다 해도 찾아내기란 요원한 일일 터였다.

세계수의 씨앗을 열쇠로 이용하긴 했지만 세계수처럼 압도적으로 거대한 나무가 자라난 것은 아니니까.

아니, 반대로 이 숲의 나무들 하나하나가 세계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생기를 머금고 있는 탓이었다.

어쨌든 거기에 신성을 주입하자 옹이구멍 같은 문이 열렸다.

이미 카이스만에게 관리 권한을 부여받은 까닭에 로칸의 신성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 것이다.

신성이 지문처럼 읽히며 접근이 승인된 것이다.

“오?”

안으로 들어가자 전혀 딴 세상이 펼쳐졌다.

세계수는 애초부터 입구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엘리베이터 같은 것이랄까?

특이점이라 불리는 특수 공간으로 이어지는 출입구 역할만 하는지 막상 내부에 들어가자 온통 환한 빛으로 둘러싸인 신성의 공간이 나타난 것이다.

순수한 신성 그 자체라고나 할까? 그 안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신성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아니, 실제로 신성이 흡수되고 있었다.

‘이걸 다 먹어 치우면 대체 얼마야?’

로칸조차도 슬쩍 욕심이 날 지경이었다.

이 방대한 양의 신성을 모두 먹어 치우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카이스만에 비견될 만한 힘을 갖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시험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체 왜 자신에게 이런 곳을 알려 준 거지?

로칸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선악과의 시험도 아니고, 이처럼 먹음직스러운 신성의 응집체를 두고 방어 장치만 살펴보라니?

자신을 믿는 건지 시험하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솔직히 미친 척 먹어 치우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그런 짓을 했다간 신계가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나중에 보자.’

입맛을 쩝 하고 다신 로칸은 일단 방어 장치부터 찾았다.

사실 신성 공간 내에는 별다른 것이 없어서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건가?”

몇 개의 조작 키 중에서도 가장 도드라지는 수정구를 만지자 즉시 반응이 나타났다.

[사용자 권한 확인 : 폭력과 파괴의 신 로칸]

[작동 권한 확인. 접근이 승인되었습니다.]

[현재 방어 장치가 휴면 상태입니다. 재가동하시겠습니까?]

“그래.”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카이스만의 말대로 재가동을 시켰다.

쿠구구구구구궁.

굉음과 함께 신성 공간 전체가 진동했지만 안에서는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잘 모르겠다.

파앗.

온통 하얗기만 하던 벽면 가득, CCTV와 같은 무수한 화면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오, 여기가 지휘 통제실 같은 건가?”

처음 보는 광경이었지만 로칸은 직감할 수 있었다. 지금 보이는 이 화면들이 그저 감시용인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방어 장치라고 했으니 아마 방어를 위한 어떤 공격 수단이 배치되어 있을 테고, 저 수많은 기판들을 이용하면 그것들을 작동 시킬 수 있을 터였다.

“안 건드리는 게 상책이겠군.”

[현재 모드 : 오토 타기팅, 오토 디펜스]

하지만 한쪽에 표시된 글자를 읽은 이상 건드릴 이유가 없다. 알아서 타기팅과 방어 모드를 전개한다니 굳이 건드렸다가 그보다 더 잘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이걸로 된 건가?”

어쨌든 첫 번째 미션을 마친 로칸은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 달성 조건 중 하나가 채워진 것을 확인하고 살짝 얼떨떨한 표정으로 다시 밖으로 나왔다.

쿠구구구구구궁.

그가 나오자 입구가 되었던 나무가 사라졌다. 세계수의 씨앗은 신계에서도 아주 귀한 물건이지만 특이점에 들어가기 위한 일회용 소모품으로 사용된 것이다.

차라리 저걸 자신이 베어냈다면 한 몫 챙길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과 함께 로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특이점을 향하여.

번거롭게도 특이점 간의 거리는 거의 신계의 끝과 끝이라 할 정도로 멀었기에 부지런히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카이!”

다시 카이를 소환해 대붕으로 변신 시키자 풍경이 휙휙 지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조금 달랐다.

구름 위. 구름 위로 올라가 날고 있는 것이다.

지상에 있는 이들의 눈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이유가 따로 있었다.

두 번째 특이점이 바로 이 구름 위에 있었으니까.

특이점은 각각 지상과 하늘, 바다 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로칸이 두 번째로 점찍은 곳은 하늘 위의 특이점이었고, 그림자만 내비치며 구름 위를 날고 있을 때, 문득 그의 감각에 어떤 기운이 감지됐다.

‘이거…….’

순간 로칸의 눈빛이 돌변했다.

자신을 따라붙는 누군가를 감지한 것이다.

대체 누구일까? 누구이기에 이처럼 빠르게 따라 붙을 수 있는 거지?

“뀨웃!”

로칸은 교감을 통해 카이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와 동시에 카이가 구름 속으로 몸을 파묻었다. 속도가 워낙빠르다 보니 구름이 품고 있는 수분이 아프게 몸을 쓸었지만 그게 문제는 아니다.

뒤따라오는 존재를 잡기 위한 함정을 준비했다.

“끼켁!”

덥썩.

구름에 시야가 가린 커다란 새의 등에 무언가가 올라탔다.

다름 아닌 로칸.

로칸이 카이에게 그대로 움직이도록 지시한 뒤, 자신은 뛰어내려 놈의 등에 올라탄 것이다.

“폭력의 신.”

그와 동시에 로칸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폭력의 왕, 폭력의 신으로 스킬을 변형시키며 거대화 효과가 사라졌지만 신성을 일으켜 몸집을 키우는 것쯤은 간단한 일인 것이다.

그렇게 크고 두꺼워진 팔뚝이 놈의 목을 감았다. 숨통을 강하게 조이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후우우우우웅. 콰앙!

목이 조여진 새 형태의 신은 정신이 아득해지는지 그대로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머리를 박으며 쓰러지더니 거품을 물기 시작했다.

[시조새의 신 애리비아][Lv 557]

“뭐냐, 넌. 왜 나를 따라왔지?”

스릉.

여전히 정신을 회복하지 못하는 놈에게 로칸이 배틀 액스의 서슬 퍼런 날을 가져다 대며 취조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서도 눈알을 뒤룩뒤룩 굴려 대는 놈을 보자니 수상하기 짝이 없다.

“나, 나는 그냥 비행을 하고 있던 것뿐…….”

퍼억!

헛소리를 늘어놓자마자 배틀 액스의 자루가 골을 흔들었다.

“마지막 기회다. 왜, 쫓아왔지? 무슨 용건으로? 누가 지시했나?”

“말하겠다! 그러니까, 그건……!”

푸확!

애리비아가 다급히 소리를 치는 순간, 로칸이 놈의 목을 베었다. 대답을 하는 척하면서 은근히 공허의 힘을 일으키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파괴의 신성이 담긴 일격이었기에 놈의 연약한 목이 동강 나는 건 일도 아니었고, 그 결과 놈의 신성이 쪼그라들며 작은 알의 형태로 변했다.

일종의 자기 방어였다.

목숨을 잃을 만한 피해를 입었을 경우, 상당량의 신성을 소모하는 대신 알의 형태로 변해 목숨을 부지하는 것.

다시 태어날 경우 하급 신 수준의 신성을 지닌 채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해야겠지만 소멸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문제는 상대가 그것을 그냥 두고 가느냐인데, 원래의 덩치에 비하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아서 눈을 속이기 쉬운 데다 꽤나 단단한 신성의 껍질로 둘러싸여 있어서 어지간한 공격에도 버틸 만한 방어력을 갖춘 것으로 보였다.

물론 로칸이 신성을 일으키면 손쉽게 깨져 버리겠지만 말이다.

뀨우? 터업.

“야야, 그거 먹는 거 아니……?”

그때, 어느 새 돌아온 카이가 그것을 부리로 집었다. 휙 허공에 던지더니 한입에 꿀떡 삼켜 버렸다.

로칸조차 말리기 어려울 만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지만, 로칸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놈이 알의 형태로 변하면서 놈에게 느껴졌던 공허의 기운이 모조리 사라진 까닭이었다.

알에는 순수한 신성만이 남은 상태였으니 적어도 공허로 인한 탈은 나지 않겠지.

[엘리멘탈 빅버드 카이가 신성의 씨앗을 개화합니다.]

“……헐.”

그리고 그때, 카이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450레벨.

마제스티 마스터 또는 반신이라 불리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뀨우웃?

카이의 모습이 완전히 대붕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신화를 타는 자를 사용해 굳이 변신시키지 않더라도 이제 대붕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혹시 세계도?’

그렇다면 카이도 세계 창조가 가능할까? 로칸이 갸웃거리는 사이, 한 가지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화의 빅버드 카이가 세계 : 조화의 비경을 창조했습니다.]

정말로 세계 창조까지 마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로칸의 표정이 음흉하게 변했다.

자신의 신성 중 일부를 뚝 떼어 카이에게 건넨 것이다.

1백억이나 되는 신성을 하사받은 카이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조화와 비행의 신 카이를 하위 신으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