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26화 (26/430)

 026화

[3회차] 인어를 잡으러 여관으로~♪

지휘관: 3명(200레벨)

마법사: 5명(150레벨)

왕궁기사: 20명(180레벨)

일반기사: 100명(0레벨)

수습기사: 300명(100레벨)

정예병: 1만(10레벨)

징집병: 2만(3레벨)

마왕 페도나르의 영토랑 인접한 왕국- 통칭, 만두 왕국은 판타지아 대륙에서 평균 수준의 기사와 병사를 유지하고 있다.

만두 국왕은 실책을 범할 때마다 “악마 때문에 우리나라가 비상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매번 주장하는데, 단순한 이웃일 뿐인 악마들로선 참으로 억울한 일이다.

그런데도 만두 국왕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변국들은 이 나라를 건드리지 않는다.

마왕의 침공에 가장 먼저 초토화되고 희생될 1차 방파제로서 놔두는 것이다.

이게 마냥 좋기만 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고급인력이 전쟁으로 안 죽는 것까진 좋은데, 목숨을 건 경쟁이 없으면 레벨과 스킬도 올리기 힘들다.

그래서 만두 왕국 군사력의 질은 딱 평균.

나는 이번에 이 균형을 깰 생각이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설명해줄게. 인어의 서식지는 500레벨대 사냥터야. 바다인어랑 달리, 우리가 상대할 민물인어는 레벨이 낮고 개체 수도 적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잠깐! 500레벨이 낮은 거라고…?”

지크가 내 말을 자르며 긴장한 어조로 질문했다.

어휴! 귀여운 3레벨 같으니.

“널리고 널린 하급 악마가 300레벨이다. 새끼고양이랑 숨바꼭질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죽기 싫다면.”

“마, 맙소사….”

상대는 500레벨 인어.

꼬리지느러미에 살짝만 스쳐도 인간은 묵사발이 된다.

“그렇다고 모든 인어가 500레벨인 건 아니야.”

판타지 게임과 현실은 차이가 있다.

게임에서는 ‘500레벨대 사냥터’란 장소를 찾아가면, 그 지역의 모든 생명체의 레벨이 비슷하다.

토끼 490레벨, 오크 500레벨, 보스 510레벨.

게임은 이런 식으로 구성된다.

토끼 2마리가 오크 1마리보다 위협적인 놀라운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까지 막장이 아니다.

500레벨대 사냥터라고 하면?

토끼 1레벨, 오크 50레벨, 보스 500레벨.

사냥터 외곽은 토끼와 사슴 같은 약하고 순한 동식물이 살고,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강력한 몬스터가 간간이 튀어나오는 식이다.

사냥터 레벨은 마지막 보스로 결정된다.

“인어의 여왕이 500레벨쯤 해.”

그 밑으로는 변변찮다.

우성인자를 물려받은 공주들이 250레벨쯤 하지만, 나머지는 50레벨 이하의 예쁜 잉어나 다름없다.

까다로운 여왕만 잡으면 나머진 먹음직스러운 횟감이다.

“한수야. 일단은 대화로 해결해보는 게 어때?”

지크가 조심스럽게 제안한다.

내게 얻어터진 이후부터 애가 소심해졌다.

“당연하지. 내가 이끄는- 폐하께서 내려주신 병사들은 야만인이 아니야. 호수로 흘러드는 물길을 모두 차단한 후에 협상에 들어간다.”

“그, 그런….”

“걱정하지 마. 내 전술은 완벽해.”

물을 끼고 싸우는 인어는 레벨이 낮아도 성가시다.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없는 인간은 물가에서 화살이나 마법을 쏘는 것 외에는 뚜렷한 공격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어를 육지로 끌어내야 한다.

호수에 맹독을 풀어서 인어들을 간단히 몰살시키고 싶지만, 이 호숫물로 농사도 지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다.

“저기, 용사님~”

라누벨이 내 소매를 당기며 관심을 유도했다.

요즘 바빠서 교정을 소홀히 했더니 귀여운 척하는 농도가 짙어졌다.

“왜?”

“정말로 인어들이랑 전쟁하실 건 아니죠? 역대 용사님들은 인어에게 호의적이었어요.”

“색골들이 어련할까.”

인어는 수컷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부나 뱃사람을 유혹해서 씨를 받으며 번식한다.

역대 용사들은 바다와 호수를 건너다가 인어를 만났고, 그녀들의 매끈한 피부와 몸매에 매료됐다.

내 1회차 동료도 그렇게 태어났다.

다른 종족의 수컷을 유혹해서 번식해야 하는 인어는 태생적으로 미(美)의 화신이다.

말라깽이 요정하고는 비교가 안 된다.

아! 요정A는 예외다.

“용사와 인어의 사랑! 낭만적이지 않나요?”

“맞아. 라누벨. 아무것도 모를 때는 낭만적이지.”

아주 낭만적이다.

내 1회차가 그랬으니까.

*

슬픈 노래의 호수.

우리가 원정 가는 호수의 이름이다.

그 이름의 기원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약 100년 전, 용사가 이 호수를 건너다가 인어여왕이랑 사랑을 나눈 후에 떠났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페널티로 엄청 약한 마왕에게 패하는 등신이었던 탓이다.

여왕은 이때부터 슬픈 노래만 불렀다.

그믐달이 뜬 밤마다….

“우우…. 용사님이 제 역할을 가로채면 어떡해요. 고고학자 라누벨의 존재 가치가 희미해지잖아요.”

“희미해도 좋으니 좀 닥쳐주라.”

사실, 이건 1회차 라누벨에게 들은 이야기다.

나도 그때는 지금의 지크 같은 초롱초롱한 표정으로 경청했었다.

막연한 환상이 깨지기 전까지는.

슬픈 노래의 호수는 만두 왕국이랑 이웃하는 성왕국의 국경선 역할을 할 만큼 수심이 깊고 넓다.

항구도 있고, 인어들이랑 거래하는 마을도 있다.

주민의 절대다수가 남성으로, 동거(同居)하는 여자나 아내가 없음에도 동정(童貞)이 없다.

“슬픈 인어 마을이라고 불러요!”

라누벨이 자기 역할을 되찾기 위해 끼어들었다.

“그래. 그 이름처럼 아주 우중충한 마을이지.”

우리는 목적지까지 닷새나 걸렸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3만에 달하는 병사들이 먹고 싸는 양도 어마어마했다. 이미 우리는 행군이란 치열한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다.

그다지 소수정예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또한 필요한 일이다.

‘지금쯤 B급이 마지막 포섭을 끝냈겠군.’

이 요란한 원정은 악마숭배자들이 왕국을 완벽하게 점령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다.

대충 뽑은 3만 병력이 아니다.

특히, 그 지휘관들은 성가신 방해꾼들로만 합류시켰다.

▷종족: 휴먼

▷레벨: 204

▷직업: 장군(병력→통솔↑)

▷스킬: 무공B 검술B 통솔C 기품D 기마D…

▷상태: 불편

나이 지긋한 귀족이 군마를 몰며 내게 다가왔다. 직급으로만 따지면 이 무리에서 최고.

그가 사무적으로 말했다.

“용사여. 우리는 무엇을 하면 되지? 가뭄으로 식량이 부족한 이 시기에 군대를 움직이다니. 용사를 지지하는 폐하의 명령만 아니었어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다.”

용사들을 무척 아니꼽다는 듯이 쳐다본다.

나는 지지 않고 받아줬다.

“백작님. 지금부터 병력을 1만씩 셋으로 나눌 겁니다. 슬픈 노래의 호수로 흘러드는 가장 큰 물길도 셋. 우리는 그 상류에 둑을 쌓아서 물길을 우측으로 틀 겁니다. 이렇게.”

간소한 전술지도에 선을 그어 보였다.

“호수에서 수성할 인어를 육지로 끌어낸다는 작전이군.”

“그렇습니다.”

“...좋소. 용사여. 폐하의 명도 있었으나, 그 전략이 현시점에서 가장 유효함을 인정하고 그대로 시행하겠다.”

“감사합니다. 백작님.”

이 백작A는 고지식하고 악마숭배자들을 증오하긴 하지만, 지휘관으로서 쓸모가 많은 귀족이다.

그렇기에 살려서 돌려보낼 것이다.

영지와 가문에서 잠시 떨어트려 놓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은 이미 달성한 셈이니까.

그는 가족들이 악마숭배자가 된 줄은 꿈에도 모르리라.

함께 온 나머지 두 지휘관인 남작A와 백작B도 다르지 않다. 자기관리가 철저해서 마기가 침투할 틈이 없었다.

올곧은 성정으로 백성들의 신임 또한 매우 두텁다.

이들을 포섭할 수만 있다면, 왕국에서의 내 평판은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여러분들이 핵심입니다. 둑을 건설한 후에 확실하게 지켜주십시오.”

지난 닷새 동안 설득은 대충 끝났다.

가뭄으로 고통받는 왕국의 백성들을 위해서라면, 세 지휘관은 얼마든지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침략이 아닌 생존싸움이다.

“그러지. 1군단은 나를 따르라!”

“무운을 빌겠소. 2군단. 좌로!”

“또 봅시다. 3군단. 전진한다!

3만의 대군이 호수를 포위하듯 둘러쌌다.

이번 작전에는 만두 왕국만 참여한 게 아니다.

슬픈 노래의 호수를 끼고 국경을 마주하는 성왕국에서도 1만의 군대와 영웅들을 파견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에게 협조하고자 온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경계.

만두 왕국이 호수가 아닌 성왕국을 침략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군사행동이었다.

나와 지크, 라누벨은 인어 마을로 들어갔다.

우리에게 시비 거는 자는 없었다.

“헐. 진짜로 남자밖에 없네….”

지크가 문화충격을 받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인어의 아름다움에 한 번 매혹된 남자는 인간 여성을 사랑할 수 없게 되니까. 이곳은 호수를 건너다가 마음을 빼앗긴 용병과 여행자들로 형성된 마을이야.”

“우우…. 내 역할이….”

“우리는 저기 보이는 여관으로 간다.”

물가에 지어진 고급 여관이다.

1층은 주점이고, 2층과 3층은 숙박시설이다.

숙소 창문을 열면 아름다운 호수가 끝없이 펼쳐지기에 마치 배 위에 탄 기분이 든다.

슬픈 노래의 호수를 건너고 싶은 부유한 상인과 귀족들이 주로 머무는 곳으로, 이 마을에서 가장 비싸고 시설도 좋다.

끼이익-

여관 1층의 술집은 한산했다. 가격이 워낙 세서 아무나 이용할 수 없는 탓이다.

그래도 몇몇 손님이 보였다.

“......”

“......”

항상 귀여운 척하는 라누벨의 미색이면 어딜 가든 주목받지만, 여기서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여행자B 취급이다.

압도적인 미모의 여관주인 탓이다.

▷종족: 머메이드

▷레벨: 318

▷직업: 영웅(경험치 200%)

▷스킬: 창술S 내열A 질주A 노래B 만능C…

▷상태: 경계

헐렁한 푸른색 원피스를 입은 묘령의 미녀. 언제든 물고기로 변신할 수 있도록 거추장스러운 속옷과 신발은 하고 있지 않다.

318레벨 인어.

이 호수에서 2번째로 강한 인어다.

육지로 올라온 현재는 사람이랑 다를 게 없는 두 다리를 가지고 있지만, 미역처럼 웨이브 진 청포도색 곱슬머리에 살짝 가려진 귓바퀴가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생겼다.

저것이 인어라는 결정적인 증거다.

또한, 청록빛이 감도는 그녀의 뽀얀 피부는 참기름을 바른 것처럼 반들반들했다.

물의 저항을 줄여주는 특유의 윤활제지만, 남자들에게는 관능적으로 보이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 삽입할 때도 부드럽게…. 아무튼,

“안녕하세요. 방문 목적을 여쭤도 될까요?”

여관주인이 화사한 미소를 가장하며 내게 물었다.

그녀는 내 1회차 동료이기도 하다.

인어공주 아쿠아.

이 호수 전설에 등장하는 용사의 딸이다.

공격과 방어의 균형을 중시한 알렉스가 용사의 하위호환이라면, 아쿠아는 공격과 속도에 특화된 돌격대장이다.

나도 웃는 얼굴로 답했다.

“식사와 숙박.”

그와 동시에, 나는 완전히 넋 놓고 아쿠아의 얼굴과 가슴골을 번갈아 바라보는 지크의 발등을 밟았다.

“앜-?!”

...너무 세게 밟았나?

하지만 죽는 것보다는 아픈 게 낫지.

318레벨 인어와 3레벨 인간이 부둥켜안고 하룻밤을 보내면, 용사고 뭐고 1시간이면 송장이 되어있을 것이다.

물론, 아쿠아는 지크에게 관심 없다.

인어는 본능적으로 ‘강한 수컷’을 감지할 수 있는데, 인어공주 아쿠아의 남자 고르는 기준은 600레벨부터 시작이다.

“호수를 건너는 여행자이신가요?”

아쿠아가 여기서 여관을 운영하는 목적은 2가지다.

첫째가 신랑감 찾기.

둘째가 괜찮은 수컷 추천.

자기 눈에 안 차더라도 괜찮은 사내가 보이면, 출항 시간 직전에 인어 친구나 자매들에게 넌지시 알려준다.

일종에 중매쟁이인 셈이다.

“아니.”

“그러면 호수 관광?”

“아니.”

“...우리를 노리고 오셨나요?”

깜빡했다.

세 번째 목적은 이 호수와 인어를 지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배제해야 할 1순위. 인어 주제에 육지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아쿠아의 존재는 대단히 위협적이다.

“어. 호수까지도.”

쵹-!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쿠아의 입에서 고압의 물줄기가 내 얼굴을 향해 쏘아졌다.

복잡한 마법 같은 게 아니다.

인어의 고유능력.

요정에게 활과 정령이 있다면, 인어에게는 변신과 물총이 있다. 저 침은 강력한 산성을 내포하고 있다.

맞으면 치명적.

치이이이….

하지만 나는 무시하고 거리를 좁혔다. 옷이 녹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일직선으로 돌격했다.

살짝 놀란 아쿠아가 손에 쥔 빗자루로 대응했다. 창도 아니고 겉보기엔 평범한 빗자루지만, 이럴 때를 대비한 휴대용 무기다.

자루의 재질이 나무가 아닌 강철!

하지만 그뿐이다.

“늦어.”

나는 그녀의 움직임을 1회차에서 파악해뒀다.

빗자루를 피하며 입술을 들이박았다.

쪽.

놀라면서도 재차 물총을 쏘고자 벌어진 그녀의 도톰한 입술. 나는 그 틈새로 혀를 쑥 밀어 넣었다.

“우우웁-?!”

두 눈을 부릅뜬 아쿠아가 저항하려고 했으나, 입안으로 흘러든 내 타액에 섞인 맹독SS에 굴복하며 축 늘어졌다.

“바, 방금 무슨 일이…?”

“용사님?”

지크와 라누벨이 붕어처럼 입술을 뻐끔거렸다.

나는 숨넘어가기 직전인 ‘고급 인질’ 아쿠아를 짐짝처럼 어깨에 짊어지며 핀잔줬다.

“왜? 키스하다가 쇼크사한 여자 처음 봐?”

“어…. 응.”

“처음 보는데요.”

...그래? 이상하군.

나랑 키스하다가 죽은 여자가 제법 많은데.

끼이익--

“아쿠아! 아쿠아! 큰일 났어요! 용사들이 인어를 사냥하려 한다는 엽기적인 소문이 들려서 알려주…. 어?”

다급히 문을 열며 들어온 여인이랑 시선이 딱 마주쳤다.

“...용사는 뒷문으로 도망쳤습니다.”

“제가 용사를 못 알아볼 리 없잖아요!”

성녀A가 빽 소리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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