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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34화 (34/430)

 034화

[3회차] 성검2를 높이 평가함!

전쟁은 전력이 엇비슷할 때나 성립한다.

한쪽이 압도적으로 강하면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땐 학살이라고 표현한다.

“도, 도망쳐!”

“저자는 악마인가!”

“피해- 꺅!”

일참(一斬).

만두 왕국으로 진격 중이던 요정들의 비실비실한 허리가 짚단처럼 우수수 베어졌다.

지평선을 따라서,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수천의 요정이 피를 뿌리며 차가운 대지랑 키스했다.

인류를 위협하는 난폭한 요정들을 멸절한다!

내 평판을 올려줄 최고의 무대다.

덤으로,

“성검2는 성검1이랑 확실히 다르네.”

새로운 파트너의 성능을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했다.

성검1에는 필살기가 들어있었다.

주위에 동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강해지는 공격기술.

그 결과, 원래대로라면 절대 이길 수 없는 강적도 ‘우정의 힘’으로 역전할 수 있었다.

필살기 외에도 각종 기능이 들어있다.

자동방어, 자동공격, 자동경비, 자동수납···.

판타지 오토매틱의 끝판왕!

반면, 내가 획득한 성검2는 단순했다.

하트 모양의 검자루가 빛나면서 용사의 스킬들을 강화해준다. 등급을 올려주진 않고, 일부 효과가 상승한다.

몰살SS를 예로 들자면,

▷종류: 스킬

▷명칭: 몰살(+)

▷등급: SS(+)

▷SSS: 경험치 감소가 사라진다.

▷SS: 광범위 피해를 준다.

▷S: 지형의 구애를 안 받는다.

▷A: 피해 범위가 굉장히 넓어진다. (+)

▷B: 피해 위력이 굉장히 증가한다. (+)

▷C: 관통 속성이 추가된다.

▷D: 피해 범위가 매우 넓어진다. (+)

▷E: 피해 위력이 매우 증가한다. (+)

▷F: 범위 피해를 준다.

야구장 면적이었던 범위 피해가 스키장으로 바뀌었다.

성검2를 3번 휘두르니 요정 군단이 전멸했다.

그 뒤로는 일방적인 추격전.

요정들이 전부 한 방에 죽는 바람에, 몰살의 범위 피해 위력이 얼마만큼 증폭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기존 5%는 가볍게 넘어섰다는 건 확실했다. 아니, 그 이상이다.

다른 스킬들도 효과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시너지가 수십 배로 뻥튀기됐다.

파트너. 너, 상당히 마음에 든다?

“어, 어째서 이런 일이···.”

측근들에게 둘러싸인 요정왕이 부들부들 떠는 게 보였다.

참전한 동족들의 허무한 죽음보다도, 인간 따위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듯했다.

요정왕은 그 감정을 담아서 정령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수십, 수백, 수천, 수만···.

이번에는 손이 미끄러져서 죽이긴 힘들었다.

하지만 딱히 걱정할 필요 없었다.

푹-!

적의 적은 아군이기 때문이다.

“커억?! 나서스···! 이게 무슨 짓이냐···!”

“전쟁을 끝내는 중입니다. 아버지.”

나서스 왕자가 정령검 엔드미온으로 요정왕의 등을 찔렀다. 척추를 자르면서 심장까지 꿰뚫는 깔끔한 일격이었다.

요정왕이라도 이러면 살 수 없다.

털썩.

2회차에 이어 3회차에서도 허무하게 퇴장하는 요정왕. 업적 SS학점은 물 건너갔지만, 이미 충분히 쌓였다.

종족전쟁의 승리도 업적 아니겠는가?

“아버지···!”

“요정왕님···!”

실비아와 지크의 비명이 차례대로 들려왔다.

둘 사이의 거리나 분위기가 묘하게 커플 같다고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엘브하임은 항복한다.”

요정왕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한 나서스가 선언했다.

“나서스 오라버니! 어째서 아버지를···!”

“실비아, 나의 무능한 동생아. 이 주위를 보아라. 어리석은 왕 때문에 수많은 동족이 죽었다. 이 이상의 희생은 정통후계자인 내가 용납할 수 없다.”

“당신은 요정왕이 될 자격이 없어!”

이러쿵저러쿵 신파극이 10분쯤 진행됐다.

말발로 밀리는 실비아 공주를 지원하기 위해 남자친구 지크가 나섰지만, 멍청한 둘이 힘을 합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었다.

결국은 야만적인 힘으로 승부를!

하지만 이건 대결 구도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다.

나서스는 내가 인정한 중간보스이기 때문이다.

▷종족: 아크 엘프

▷레벨: 999+

▷직업: 검사(검술=절단↑)

▷스킬: 검술SS 검기S 재생A 정령A 위엄A···

▷상태: 계승, 평온, 양호

지금의 내 상대는 안 되지만, 레벨과 스킬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연륜과 경험이 이 왕자에게는 있었다.

손가락 까딱 안 하고 정령들에게 전투를 위임한 요정왕하고는 급이 다른 진정한 싸움꾼이다.

그에게 도전하는 여동생은 어떠한가면···.

▷종족: 아크 엘프

▷레벨: 314

▷직업: 주술사(축복=정령↑)

▷스킬: 정령A 기품B 매력B 궁술C 축복D···

▷상태: 음란, 슬픔, 분노

레벨은 2회차의 마지막보다 높았지만, 스킬이 전체적으로 대폭 하락했다. 온갖 고초를 겪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내 눈에는 실비아가 자살희망자로 보였다.

“꺅-?!”

실제로도, 오누이의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나서스는 정령검 엔드미온으로 실비아가 소환한 정령을 베어내며 그 틈새로 파고든 후, 여동생의 복부에 사정없이 주먹을 꽂아 넣었다.

한 호흡에 이루어진 부드러운 연계기.

털썩.

눈이 뒤집힌 실비아가 마리오네트처럼 쓰러졌다.

나서스가 그런 여동생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죽이진 않으마, 실비아. 너는 휴전과 동맹의 증표로서 인간 왕국에 볼모로 가줘야겠으니.”

“누구 마음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당한 여자친구를 구하려는 지크. 힘찬 함성을 내지르며 돌격했다.

자살희망자2였다.

▷종족: 아크 휴먼

▷레벨: 1

▷직업: 용사(경험치 500%)

▷스킬: 맷집S 검술A 통역A 생존A 축복B···

▷상태: 분노, 긴장, 성검

...라고 생각했었는데, 지크의 상태가 어째 이상했다.

탁.

저 멀리, 북대륙에 다녀왔을 리 없는 그의 손에 한 자루의 황금빛 바스타드가 소환됐다.

하트 모양의 촌스러운 내 성검2의 디자인하고는 차별된 판타지 감성의 고풍스러운 예술품이었다.

나는 이렇게 부른다.

“성검1이 왜 지크의 손에···?”

성검1.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나도 1회차에서 몇 년간 사용했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진짜가 현현했다.

그 성능 또한 명불허전이었다.

챙, 챙, 챙, 챙, 챙···!

중간보스와 1레벨 용사가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다.

레벨, 스킬, 연륜, 경험, 상태···.

코흘리개 용사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정상급 검사가 전혀 선전하지 못했다.

엄밀히 따지면, 나서스는 성검1의 자동기능이랑 싸우는 중이다. 지크는 성검1에 끌려다니는 검집에 지나지 않는다.

“용사님! 힘내세요!”

“꼭 승리하세요! 용사님!”

“지크 님을 믿어요!”

“지크···. 꼭 이겨···.”

지크의 하렘에 속해있는 궁수, 도적, 사제가 응원했다. 그리고 막 기절에서 깨어난 실비아도 간절히 기도했다.

우정과 사랑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파아앗-!

성검1의 황금색 광채가 강렬해졌다.

필살기가 내리꽂힌다.

“터무니없는!?”

나서스가 경악한다.

용사의 성검1이 요정 왕국의 3대 비보 중 하나인 정령검 엔드미온의 칼날을 부러트리고도 그 기세를 잃지 않았다.

서걱.

급기야 황금빛 물결이 나서스의 가슴까지 갈랐다.

누구 말마따나 터무니없는 결과였다.

털썩.

중간보스 나서스가 용사 지크의 검에 무릎 꿇었다.

고작 131레벨의 신출내기에게.

이것이 성검1의 힘이었다.

여기까진 내 예상대로의 결과인데···.

“강한수! 아무리 동향이라도 너를 용서할 수 없다! 평화와 자연을 사랑하는 요정들을 학살하다니! 여기서 너를 쓰러트리겠다!”

지크가 내게 삿대질하며 개소리를 지껄였다.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너 대신 개죽음 당한 알렉스가 그리 시키던? 요정의 편에 서서 인간과 왕국을 공격하라고.”

“알렉스도 이해해줄 거야.”

“...그래?”

나는 성검2의 소환을 해제했다.

그리고 도약했다.

허세와 날조로 가득한 131레벨 용사 지크 따위는 내 움직임에 반응할 수 없지만, 성검1의 자동방어 기능은 그런 제약을 무시했다.

휙-

성검1이 멋대로 지크의 팔을 움직이며 내 주먹을 막아섰다.

내 눈에는 한없이 가소로웠다.

“예상대로인가.”

성검1의 움직임은 1회차랑 다를 게 없었다.

빠르고 강하며 유동적이다.

검술 SS등급의 천재 검사 수준.

하지만 자동은 결국 자동일 뿐이다.

성검1이 내 주먹을 막고자 지크의 오른쪽 어깨 쪽으로 움직였다. 방어하고 반격까지 고려한 신묘한 일검(一劒).

뚝.

그 수법을 잘 아는 나는 주먹을 끝까지 내지르지 않고 의도적으로 중간에 끊었다.

처음부터 이럴 의도였다.

그리고 발차기.

휙-

성검1이 이번에는 내 발을 막으려는 동작을 취했다.

나는 또 도중에 공격을 멈췄다.

휙- 뚝.

휘익- 뚝.

즉, 공격하는 시늉만 계속 반복했다.

그러나 폭풍처럼 몰아쳤다.

점점 빨라지는 성검1의 자동전투에 계속 끌려다니는 지크의 몸개그는 안 보는 편이 낫다.

상대를 웃겨서 실수를 유도한다는 작전일까?

이게 몇 차례 반복되면 재미난 현상이 발생한다.

퍽!

“꾸에에엑-?!”

시원하게 울리는 지크의 목소리.

때리지 않는 척하다가 갈긴 내 주먹이 지크의 대갈통에 꽂혔다.

휙-?!

성검1의 자동방어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아주 간단한 심리전에 걸린 자동방어시스템에 혼선이 온 탓이다.

나는 이걸 1회차 때 눈치챘다.

“지크. 무기가 대신 싸워주니 편하지?”

“우으으···.”

남에게 맡기고 자기는 승리와 명성만 취한다.

너무나 매력적이지만, 성검1의 허점은 연습대련 몇 번 해보면 금방 탄로 난다.

그리고 진짜 강적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물론, 이걸 극복하는 수단이 있다.

“용사님···!”

“꼭 이기세요-!”

“지크 님!”

“지크! 힘내!”

사랑과 우정이 지크에게 모여든다.

성검1이 다시금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내 주먹 한 방에 인사불성이 된 지크를 오뚝이처럼 일으켜 세운 성검1이 필살기를 준비한다.

검집(용사)의 의사 따위는 무시한다.

주위에서 응원하는 여자들은 지크가 근성으로 다시 일어섰다고 착각 중이겠지. 그리고 그의 승리 또한 의심하지 않을 터.

사랑과 우정의 힘.

그 위력은 내가 더 잘 안다.

하지만,

“파트너.”

탁.

성검은 지크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북대륙에 잠들어 있던 성검1을 지크가 무슨 수로 획득했는지 의문이지만, 그건 나도 별반 다르지 않으니 넘어가자.

두 번째 성검.

성검2는 그 존재조차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디자인 또한 골동품처럼 굉장히 촌스럽다.

그러나 강하다.

툭! 툭! 툭! 툭!

궁수, 도적, 사제, 주술사.

지크를 응원하던 여인들의 머리통이 피를 뿌리며 땅에 떨어졌다. 몰살SS를 응용한 원거리 공격이다.

털썩, 털썩, 털썩, 털썩.

머리를 잃은 몸뚱이들이 실 끊긴 목각인형처럼 뒤늦게 허물어졌다.

내게 적대적인 구경꾼들을 살려둘 리 없잖아?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시, 실비아···!”

필살기를 준비하던 지크가 부르짖었다.

파앗-!

성검1이 더욱 찬란한 빛을 뿜었다. 사랑과 우정을 잃은 용사의 분노가 한껏 가미된 것이다.

“덤벼. 지크.”

“강한수···!”

용사B의 필살기가 내 머리 위로 내리꽂힌다. 새하얀 광채가 신의 철퇴처럼 수직으로 떨어진다.

성검2에는 저런 필살기 같은 게 없다.

그러나 나는 웃었다.

“이것도 업적으로 쳐주려나?”

촤아악-!

성검1을 피하거나 막지 않고 맨몸으로 받아줬다.

내성SS, 맷집SS, 파괴SS, 불굴S, 체력S, 불사S, 회복S, 인내S, 활력S, 근성S, 저항S, 재생S, 면역S, 철벽S, 금강S···.

피해감소 계열의 스킬들이 중첩 적용됐다.

성검2 덕분에 효과가 더욱 극대화됐다.

픽-

내 이마에 일직선으로 35mm의 생채기가 생겼다.

0.7초 만에 새 살이 돋아나며 아물었다.

“마, 말도 안 돼···!”

지크가 현실을 부정하듯 부르짖었다.

“간지럽군?”

원래 같으면, 온갖 방어계열 스킬로 피해를 줄여도 치명타였을 성검1의 필살기가 생채기 수준으로 변했다.

용사A와 용사B의 레벨과 스킬 차이도 한몫했다.

이걸로 명확해졌다.

성검1: 초보자용

성검2: 전문가용

어떤 파트너가 더 유용한지는 비교할 필요도 없다.

나는 성검2를 휘둘렀다.

“으악-!?”

성검1을 쥔 지크의 오른팔이 어깻죽지부터 떨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머리를 베고 싶다.

하지만 지크가 아무리 타락한 용사일지라도 죽여버리면, 내 인성과 평판이 무사하지 못하기에 꾹 참았다.

이번 3회차는 내 인내심을 자주 시험하는 듯했다.

나는 주위를 쓱 훑어보았다.

난폭한 요정들의 시체가 대지에 즐비했다.

“좋아. 지금이 적기야.”

판타지아의 5개 대륙에선 나를 찬양하기 바빴다. 하지만 “뭐가 대단한데?”라는 질문에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1) 인간을 적대한 요정 왕국 응징!

2) 타락한 용사 지크 제압!

3) 인명피해 없는 완벽한 휴전!

뚜렷한 업적이 생겼다.

악마숭배자들이 부지런히 홍보해줄 것이다.

이 기세대로라면 평판 SSS학점도 찍을 것 같다.

지금이야말로 마왕 페도나르를 쓰러트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감개무량했다.

“지크. 정말 고맙다.”

“강한수! 너는 악마야···!”

“너만 할까.”

나는 지크에게 비열한 평판 작업의 진수를 배웠다.

굴욕적인 고배를 마시며 성장했다.

이제, 때가 됐다.

“마왕을 잡기에 좋은 날씨군.”

번거로운 잡것들은 이제 필요 없다.

나는 지구행 열차표가 기다리는 마왕의 성까지 악마들을 몰살시키며 질주했다.

*

쾅-!

마음껏 실례하겠습니다!

“크흠! 용사여! 노크할 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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