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49화 (49/430)

 049화

[5회차] Little Chaooo~!

스킬에 이어 직업마저 모자이크 처리됐다.

대체 얼마나 잔인하거나 음란한 19금 직업이길래?

다행히, 직업 특전은 바로 알 수 있었다.

혼돈=■■↑

...그래서?

직업이 모자이크로 바뀌었음에도 뚜렷한 변화는 체감되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알 수 있는 것도 있었다.

“Chaooo.”

쿠웅-!

성검2를 바라보던 망룡왕이 지상에 착지했다.

“우앗?!”

“읔?!”

천사들이 고삐를 당기면서 어떻게든 통제하려고 애썼지만, 거대한 용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갔다.

그리고 내 앞에 멈춰섰다.

당황하며 끙끙거리는 천사들을 주렁주렁 매단 망룡왕이 머리를 땅까지 숙인 채, 성검2를 최대한 가까이서 빤히 쳐다봤다.

나도 이때만큼은 살짝 긴장했다.

상대는 최강의 생명체인 용(龍)이기 때문이다.

스킬에서는 내가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종족 ‘드래곤’ 보정은 이런 불리함쯤 간단히 씹어 먹을 만큼 사기적이었다.

▶당혹: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걸까요?

나도 모르겠네. 교생 아가씨.

하지만 망룡왕 뇌비우스의 탁한 눈동자를 본 순간,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어렴풋이 이해했다.

내가 망룡왕의 심장을 먹었었기 때문일까?

그 명확한 이유나 원인은 모른다.

또한,

“Chaooo.”

“그래.”

여전히 용의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망룡왕의 말귀를 명확하게 인지했다.

그리고 행동으로 옮겼다.

“봉인된 성검이 어째서?!”

“마, 막으세요!”

“당장 저자를 죽여···!”

천사들이 내게 덤벼들려고 했다. 그러나 망룡왕의 고삐를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벅찬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유일한 방해꾼은 단 한 명뿐.

▷종족: 아크 엔젤

▷레벨: 999+

▷직업: 조련사(조련→경험치↑)

▷스킬: 신성SSS 조련SS 조교SS 감응SS 채찍SS···

▷상태: 분노, 긴장, 당혹, 경악

망룡왕에게 명령을 내리던 도도한 천사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육감적인 아름다운 여체(女體)를 새끼손가락 굵기의 새하얀 끈으로 붕대처럼 칭칭 감은 여자였다.

...저러고 일상생활이 가능할까?

이런 의문부터 드는 파격적인 패션이었다.

“어떻게 그 열쇠를 손에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더는 멋대로 하게 놔두지 않겠- 꺄읔?!”

도약해서 단숨에 거리를 좁힌 내 주먹이, 붕대 천사의 무방비한 복부에 박혔다.

주먹이 저릿저릿했다.

천사의 몸을 감싼 밧줄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말이 많아.”

천사는 팔에 칭칭 감은 밧줄을 풀어서 채찍처럼 휘두를 의도였던 모양이지만, 압박붕대처럼 꽉 쪼인 줄을 푸는 것도 일이다.

준비시간이 너무 길다.

전투경험이 미흡하다는 방증.

모든 천사가 다 그렇지만, 치트키 같은 신성의 등급이 높을수록 이 현상이 심해지는 것 같다.

“하앜···!”

고통으로 일그러진 천사의 얼굴.

속눈썹이 짙은 두 눈이 크게 뜨였고, 연분홍빛의 도톰한 입술도 쫙 벌어져 있었다.

우아하지 못하게 입술 밖으로 튀어나온 혀의 끝에선 타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쯧쯧. 칠칠치 못하긴.

꽉.

나는 허리가 접힌 천사의 가녀린 목을 움켜쥐며 일으켜 세운 후, 벌어진 그녀의 입술 사이로 비집고 나온 혀를 빨대처럼 쪽쪽 빨았다.

“쓰읍!”

“웁···?!”

투닥투닥!

놀란 천사가 양팔로 내 등을 두드리며 앙탈을 부렸지만, 강인한 내 육체를 밀어내거나 흠집을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쪼오오옥-!

나는 그녀의 신성SSS를 몽땅 빨아들였다.

처음에는 거셌던 천사의 저항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더니, 끝끝내 자포자기한 것처럼 잠잠해졌다.

“처, 천사장님?!”

“이놈! 그분의 입술을···!”

“오! 맙소사! 끔찍한!”

망룡왕의 고삐를 잡고 있던 천사들이 분개하며 일제히 내게 달려들었다. 말린 오징어처럼 변해가는 자신들의 홍일점을 구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게 실수였다.

번뜩.

조련사의 정신감응이 끊기면서, 망룡왕 뇌비우스의 탁했던 눈동자에 살짝 총기가 돌아왔다.

천사들의 이탈로 고삐마저 느슨해진 상황.

“Chaooo-!”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망룡왕이 천사들의 통제를 뿌리치며 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휘릭-!

거대한 칠흑빛 팔을 휘둘렀다.

번쩍, 번쩍, 번쩍···!

여전히 고삐를 쥔 천사들이 신성으로 방어했지만, 망룡왕은 신성이나 마기를 품지 않은 상태임에도 힘으로 이 방어벽을 뚫어버렸다.

“으아앜?!”

“꺅?!”

“커억···?!”

날카로움을 논하기엔 너무나 우람한 용의 손톱이 천사 무리를 긁고 지나갔다.

한 번, 두 번, 세 번.

망룡왕이 장난스럽게 할퀴는 것만으로도, 수십의 천사가 피투성이가 되어 추락했다.

“도, 도망쳐!”

“후퇴해야 해!”

“히익?! 난 죽기 싫어!”

아직 고삐를 잡고 있거나 운 좋게 사정권을 벗어난 천사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하나둘 등을 돌렸다.

그러나 망룡왕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퍽!

막 날개를 펄럭이며 도망치려는 천사의 몸을 긴 꼬리로 후려쳐서 떨어트렸다.

그 천사는 파리채에 맞은 파리처럼 납작해졌다.

당연히 즉사였다.

“사, 살려-!”

“Chaooo···!”

울면서 하늘로 도망치던 예쁜 천사의 몸뚱이가 통째로, 망룡왕의 쫙 벌린 아가리 속으로 사라졌다.

콰직, 아그작!

용의 이빨 사이로 삐져나온 천사의 양팔은 곧장 절단되어 땅에 떨어졌다.

툭, 툭.

“히익?!”

“아, 안 돼!”

더욱 공포에 빠져든 천사들이 우왕좌왕했다.

그러나 이들을 통솔해야 할 여자는 본분을 잊고, 멋진 남자랑 한창 데이트 중이었다.

“더 없나?”

“아으···.”

우리의 뜨거운 키스도 마침내 끝났다.

나는 신성을 쫙 빨리고 초췌해진 천사의 모습을 감상했다.

꽹한 눈, 흐느적거리는 팔다리, 땀에 젖은 몸···.

그 애처로운 모습이 묘하게 남자의 호승심과 본능을 자극했지만, 오늘은 1절만 하기로 했다.

우득.

잡고 있던 천사의 목을 부러트렸다.

경험치까지 깔끔하게 먹어줬다.

“아낌없이 퍼줘서 고마워, 천사 아가씨. 앞으로 우리는 영원히 함께야.”

30초 연애하고 영원히 책임진다니!

나란 남자는 매번 손해만 보는 것 같다.

▶사절: 강한수 생도님! 우리는 친구만 해요!

교생 아가씨.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Chaoooo!”

하나도 남김없이 모든 천사를 몰살시킨 망룡왕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힘찬 포효를 터트렸다.

나는 그런 칠흑의 용에게 조련사를 던졌다.

덥석!

망룡왕은 사료를 받아먹듯 한입에 천사를 물어 삼켰다. 그리고는 내 앞에 사뿐히 착지했다.

쿵.

“그러면, 마저 진행해볼까?”

“Chaooo.”

나는 망룡왕의 목 아래로 천천히 걸어갔다.

은색의 목줄과 긴 고삐.

판타지아 대륙의 늙은 망룡왕에게는 없었던 구속장치였다.

우선, 성검2로 후려쳐봤다.

팅-!

지금까지 베지 못하는 게 없었던 성검2가 목줄과 고삐를 잘라내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나로서도 무척 놀라운 결과.

하지만 어렴풋이 예상했던 결과이기도 했다.

“역시, 이 용도가 맞겠지.”

나는 목줄과 고삐를 이어주는 자물쇠 구멍에 성검2의 칼끝을 열쇠처럼 꽂았다. 그리고 돌렸다.

찰칵.

간단히 따지는 자물쇠.

성검2가 처음부터 이 목줄의 열쇠였다는 뜻이다.

스르륵-

망룡왕 뇌비우스의 두꺼운 목에서 떨어진 목줄과 고삐의 크기가 빠르게 축소됐다.

평균적인 개목걸이 사이즈로.

뿅!

나는 그것을 포인트로 구매한 ‘창고’에 수납했다.

SS등급 스킬로 도배한 내 성검2로도 베이지 않았던 구속장치다. 들판에 함부로 버려둘 순 없었다.

“이렇게 좋- 위험한 물건은 관리가 중요하지!”

언젠가 좋은 일에 써주겠다.

▶난감: 쥐는 절대로 구멍 하나에 자신의 운명을 걸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런데, 강한수 생도님이 모든 구멍을 막아버린 것 같다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요? 죽여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인물이 용의 간식으로 사라진 기분도 들어요···.

교생 아가씨. 전부 기분 탓이야!

잘못돼도 교직원 일동이 알아서 수습할 것이다.

“뇌비우스. 내가 엄청 고맙지?”

“Chaooo.”

자유를 되찾은 망룡왕 뇌비우스는 위풍당당했으며, 두 눈은 복수의 의지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 용의 직업은 패왕(覇王).

수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패도를 걸었던 왕이다.

하찮은 조련사에게 지배될 그릇이 아니다.

“그러면 끝까지 가보자고!”

나는 폴짝 뛰어서 망룡왕의 머리 위에 탔다.

자! 힘차게 날아볼까!

“Chaooo!”

그때, 망룡왕의 분노에 짓이겨진 수많은 천사를 구경하던 K부녀와 성녀H가 허겁지겁 달려와선 외쳤다.

“헉! 어디 가십니까?”

“용사님! 저희도 따라갈게요!”

“주인님! 부디 저도···!”

아차! 흥에 취한 나머지 잡것들을 깜빡했다.

말하는 꼴을 보아하니, 끝까지 따라올 기세였다. 은혜를 갚겠다는 잡것들의 의지가 가상하긴 했다.

그러나 동행을 허락할 마음은 없었다.

나는 보스K에게 말했다.

“다음 축제가 시작되는 40년 뒤에 다시 오마. 그때까지 거대한 세력을 키워놓고 귀환한 나를 맞이하도록. 그리고 너! 자식 교육 똑바로 해라. 후손들이 인간혐오에 찌든 병신뿐이잖아.”

얘가 3대 요정왕이다.

실비아의 머나먼 조상님인 셈.

내 충격적인 예언을 들은 보스K가 경악했다.

“인간혐오?! 매마른 요정 따위가 풍요로운 인간을 혐오한다는 말씀입니까? 믿기지 않습니다. 그런 끔찍한 후손이 제 혈통이라니!”

나는 이어서, 요정K에게도 덕담을 해줬다.

“우유 부지런히 마셔라. 유전자가 아무리 야박해도 1만 년쯤 퇴적층처럼 성장하면 내 취향을 저격하는 아가씨가 되어있겠지.”

“너, 너무해···.”

칭얼대도 안 된다.

나는 칼 같은 남자니까!

그리고 끝으로, 성녀H를 돌아봤다.

“흠. 불사 스킬이 SSS등급이니 따라와도 죽진 않겠지. 찰떡처럼 끈질기게 살아남으면서 나랑 망룡왕을 보조해.”

“네, 주인님!”

“그리고.”

찰칵.

이 물건이 이렇게 빨리 쓰이게 될 줄은 몰랐다.

“저기, 주인님? 이건···?”

나는 창고에서 꺼낸 목줄을 성녀H의 목에 채운 후, 고삐는 망룡왕의 머리에 돋아난 뿔에 꽁꽁 묶었다.

“떨어지지 말라고.”

앞으로 격한 전투가 예상된다.

육체 능력이 빈약한 성녀H는 망룡왕의 머리에서 추락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물론, 떨어져도 불사SSS 덕분에 죽진 않겠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그녀를 찾는다고 허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 주인님 품에 안겨서···.”

“걸리적거리지 말고 뿔이나 껴안고 있어.”

그렇게 해서, 2인(人) 1룡(龍) 파티가 결성됐다.

“Chaoooo~!”

칠흑빛 3쌍의 날개를 활짝 펼친 망룡왕 뇌비우스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용을 본 지상의 모든 생명체가 벌벌 떨었다.

축제를 즐기던 졸업생들은 넋을 놓은 채, 전설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마지막 5대 재앙’의 위용을 감상했다.

“마, 맙소사···.”

“망룡왕 뇌비우스···?”

“뭔 능력치가···.”

대다수 졸업생은 ‘망룡왕 뇌비우스’의 실체를 보지 못했다.

황혼기에 접어든 이 칠흑의 용(龍)은 용사가 본격적인 모험을 시작하기도 전에 수명이 다하기 때문이다.

나도 1회차에선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다.

“후후! 좋은 정보는 공유해야지. 안 그래?”

“Chaoo?”

“뇌비우스. 네 무서움을 저 용사들의 머릿속에 새겨줘. 맹독으로 샤워 좀 하면 금방 깨닫겠지.”

“Chaooooo~!”

친애하는 동료는 내 말뜻을 정확히 이해한 듯했다.

인간들 위로 맹독의 숨결을 토해냈다.

촤아아아-!

노안이 없는 망룡왕의 숨결은 명중률 99.9%를 자랑했다. 999레벨도 못 찍은 먼지와 콩고물이 살 가망은 없었다.

“이게 바로 우정이지!”

전멸한 514명의 악마숭배자가 아깝지 않았다.

몰살 이벤트는 멋진 동료와 함께!

▶체념: 이것도 우정은 우정인데 말이죠···.

페스티벌 대륙을 하염없이 돌아다닐 생각은 없다.

친애하는 동료가 함께라면 보름 안에 모든 졸업생을 독살시킬 수도 있겠지만, 번거롭고 귀찮다.

그래서 이번에도 편법을 쓰기로 했다.

성녀H가 설명했다.

“용사 페스티벌 메인이벤트 보상은 천사들이 지키고 있어요. 하지만 천사들이 사는 궁전이 어딨는지조차 불분명하기에 보상을 강탈하기란 대단히 요원합니다.”

그렇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히쭉 웃었다.

“뇌비우스. 들었지? 지금부터 천사들에게 복수하러 가자.”

“Chaooo!”

망룡왕 뇌비우스는 천사들에게 붙잡혀 있었다. 당연히 천사들이 사는 장소의 위치도 알고 있을 터.

내 예상대로였다.

미궁처럼 하늘을 뒤덮은 뭉게구름 너머-

“용이다! 용이 쳐들어왔다!”

“헉! 저건 망룡왕?!”

“고삐와 천사장님은 어디로···!”

판타지아 대륙에선, 영화배우보다도 찾기 힘들던 천사가 바글바글한 세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마치, 할리우드(Hollywood)에 온 기분이다.

나는 성검2에 마기SSS를 두른 후, 신성SSS로 코팅했다. 그러나 상극인 두 기운은 혼동하지 않고 조화를 이뤘다.

휘이잉-!

칼날을 중심으로 흑백의 회오리가 몰아쳤다.

“뇌비우스. 준비됐지?”

“Chaooooo~!”

허연 닭대가리들에게 진정한 우정의 힘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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