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69화 (69/430)

 069화

[6회차] 만남을 추구하면 안 돼! ⑱

암흑상회에 이런 괴물이 있었나?

진심전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 방금 일격은 마왕 페도나르도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는 위력이었다.

아무튼, 신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족: 세컨드 데몬

▷레벨: 999+

▷직업: 여왕(매력→지배↑)

▷스킬: 마기Z 혈기Z 불사Z 매력Z 불굴SSS···

▷상태: 발끈, 마검

상대는 더 만만치 않았다.

초월영역이 넷?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걸까?

악마가 말했다.

“동족을 마구 쳐 죽일 때부터 예상하긴 했지만, 너는 전혀 용사 같지 않아. 어디서 굴러들어온 짝퉁 천사야?”

“지구별에서 왔지!”

나는 핀잔주며 재차 도약했다.

악마 여자의 대갈통을 쪼갤 의도로 쏜 원거리 공격이 실패했기에 이번에는 근접전을 시도했다.

바로 성검2를 소환.

증폭과 축복으로 내 육체를 강화했다.

휘이이잉~!

신성과 마기를 섞은 회오리로 성검2를 휘감았다. 여기에 수많은 스킬의 증폭 효과와 축복이 중첩되어 더해졌다.

내가 현재 낼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이었다.

“최초의 용사랑 같은 힘이네?”

악마 여자는 침착하게 마검을 소환했다.

하지만 이걸 ‘검(劍)’이라고 불러도 될까? 쇠붙이로 된 칼날 대신 보라색 광체가 솟구쳤다.

저건 그러니까···.

“판타지에 광선검(光線劍)?!”

장르를 완전히 초월했다.

“왜? 쓰지 말란 법이라도 있어? 애초에 말이야. 유치한 로봇놀이에 심취한 인간에게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진 않은데?”

“남자의 로망을 매도하지 마라!”

변신&합체 슈퍼로봇은 정의다!

피지지직-

성검2와 마검이 충돌하면서 원형의 파동이 발생했다. 대기는 물론이고, 대지까지 파도처럼 출렁이며 닿는 모든 걸 파괴했다.

“으아아아~?!”

“사, 살려줘~?!”

“꺄아앗~?!”

여기에 휘말린 암흑상회 떨거지들이 훨훨 날아갔다. 판타지아 북대륙을 주름잡던 최고위 간부들이었지만, 나와 악마 여자의 싸움에 휘말린 순간부터 먼지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차원이 다른 접전이었다.

“큭···?!”

“푸하하하!”

초월영역에 접어든 스킬 숫자에서 밀린 나지만, 놀랍게도 동수를 이룰 수 있었다. 신성이 악마에게 치명적인 덕분이었다.

악마 여자가 부들부들하며 외쳤다.

“비겁한 짝퉁 자식!”

“비겁한 천사들이랑 비교하지 마!”

그 닭대가리들은 좋은 신성 공급원이었을 뿐이다.

성검2와 마검이 충돌할 때마다 판타지아 대륙의 지형이 이리저리 뒤집혔다. 산사태와 지진은 수시로 발생했고, 폭풍을 동반한 천둥&번개마저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의 옷들도 하나씩 난도질되며 사라져갔다.

“비겁한 자식! 고의로 옷을 노렸지?!”

새침하게 외친 악마 여자의 발차기가 내 정강이에 박혔다.

“커억?! 비겁한 년! 쓸데없이 큰 젖통으로 시선을 유도하다니!”

“용사가 성희롱?!”

“헹! 판타지에 그딴 게 어디 있냐!”

이 악마 여자는 판타지에 어울리지 않는 광선검도 그렇고, 묘하게 말귀가 통했다.

바로 조금 전만 해도 그렇다. 판타지 세계에서 11년- 17년을 지내면서 ‘성희롱’이란 단어 자체를 이번에 처음 들었다.

도대체 뭐하는 악마지?

전투력은 이미 마왕을 한참 앞섰다.

종족은 ‘두 번째’ 악마.

그렇다면 첫 번째 악마인 마왕 페도나르의 딸이란 걸까? 아니면 자연적으로 태어난 순번이 두 번째란 뜻일까?

뭐가 됐든 간에 강하다는 건 틀림없었다.

악마에게 치명적인 신성으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면 상당히 위험할 뻔했다.

그렇다고 내 상황이 낫다는 건 절대 아니었다.

불사와 혈기. 두 Z등급 스킬이 악마 여자의 생명력과 방어력을 극단적으로 올려줘서 답이 보이질 않았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꺄앗?!”

악마 여자의 등허리까지 내려온 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좋았어!”

“비겁한 자식!”

뭐라고 해도 상관없다. 악마 여자의 생머리를 잡아당겨서 균형을 빼앗은 후, 성검2를 그녀의 가슴에 꽂아-

출렁!

칼날이 가슴 탄력에 튕겨나갔다.

“비겁한 년! 남녀차별을 이용하다니!”

“이게 어딜 봐서-?!”

아무튼, 내 회심의 일격이 실패하면서 악마 여자에게도 기회가 왔다. 그녀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광선검을 찔러왔다.

하지만 나도 이쯤은 예상했다.

그녀의 사기적인 가슴에 튕겨진 성검2를 서둘러 당겨 보라색 광채를 막았다. 아니, 막았어야 했다.

휘익- 퍽!

갑자기 광선검의 광체가 사라졌다.

그 바람에 표적을 잃은 내 성검2의 칼날이 악마 여자의 왼쪽 어깨에 힘껏 박혔다.

이와 동시에,

위잉- 푹!

성검2를 어깨로 받아낸 후에 다시 보라색 광체를 생성한 광선검이 무자비하게 내 허리를 가로로 긁고 지나갔다.

촤악-

상당히 깊게.

“커억-!?”

갈라진 내 허리에서 오장육부가 흘러내리는 줄 알았다. 바로 회복되었지만, 한 번 잃어버린 승기를 다시 되찾기란 쉬운 게 아니었다.

서로 한 방씩 주고받은 셈이지만, 손해는 내가 훨씬 컸다.

스르르-

불사를 초월영역까지 올린 악마 여자의 회복력은 사기적인 수준이었던 탓이다.

성검2에 베인 어깨가 절단되기는커녕 칼날을 역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어깨의 상처 부위에서 솟구친 붉은색 피가 가시처럼 쏘아져 날아왔다.

폭! 폭! 폭!

내 왼쪽 가슴에 연달아 꽂혔다.

“비겁한 자식, 너도 이제 끝이야!”

혈기를 활용해서 공격한 악마 여자가 득의양양하게 외쳤다.

그녀의 말마따나, 정말로 위험한 상황이긴 했다. 마스터 몰랑의 가르침을 활용해서 피부를 두껍게 해두지 않았다면 그대로 심장까지 관통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벌거벗은 채로 우쭐대는 변태 여자에게 끝이란 소리를 듣고 싶진 않았다.

“누구 마음대로 끝이야!”

나는 이마에 신성한 기운을 담아서 힘껏 머리박치기를 했다.

“꺅?!”

불사라고 해서 고통까지 못 느끼는 건 아니다.

내 손발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던 악마 여자는 내 머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가 제대로 한 방 맞았다.

빠각!

그녀의 높은 콧대가 주저앉고 코피를 쏟았다.

비틀비틀 다리마저 꼬였다.

하지만 악마 여자도 순순히 당해주지 않았다. 반격하듯 광선검을 휘둘러서 내 하반신을, 소중한 분신을 노렸다.

휘잉-

성검2로 쳐낸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너무 놀라서 바짝 쪼그라들고 말았다.

“이 비겁한 년이-!”

세상에는 도의적으로 공격하지 말아야 할 곳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이 비겁한 악마가 먼저 규칙을 깼다.

그러므로 원망하지 말기.

나는 불사Z 때문에 영 효과가 없는 성검2의 소환을 해제하고, 양손으로 그녀의 볼륨 있는 몸을 손잡이처럼 꽉 붙잡았다.

그리고 비틀었다.

“꺄아아앜-?!”

지금까지의 내 공격은 영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악마 여자가 정신 못 차릴 만큼 효과적이었다.

그녀는 허리를 비틀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끝내 비명을 지르면서 마검마저 놓친 악마 여자도 본격적으로 비열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내 소중한 분신을 잡아먹을 기세로 집요하게 노렸다.

나는 여기에 굴하거나 겁먹지 않고 불끈 힘을 주면서 악착같이 버텼다.

▶황당: 엉망진창이네요···.

교생 아가씨의 핀잔은 깃털처럼 무시했다. 내가 당장 죽게 생겼는데, 정정당당을 따지게 생겼는가?

우리는 서로를 쥐어뜯었다.

뒤엉킨 채로 초토화된 대지 위를 뒹굴었다.

“비겁한 자식!”

“누가 할 소리!”

나는 11년- 17년 판타지 생활을 통틀어서 가장 비겁하고 비열한 적이랑 마주쳤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치열하게 맞서 싸웠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싸움.

마침내, 이 대접전에도 그럴싸한 결말이 났다.

*

여기가 어디인지는 모른다.

하늘은 화산폭발로 발생한 분진으로 새까맸고, 너무나 치열한 싸움으로 지형이 싹 뒤바뀌는 바람에 위치파악은 불가능했다.

그래도 주변 상황은 볼 수 있었다.

나는 단단한 천연절벽으로 악마 여자를 몰아붙였다.

“읔!”

절벽이랑 충돌한 그녀가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피해다운 피해는 전혀 없었다. 이 비열한 악마가 탱탱한 엉덩이를 이용해서 충격을 최소화한 탓이었다.

그렇기에 여기서 멈춘다면 몰아붙인 의미가 없다.

이번에는 나도 그럴싸한 계획을 준비했다.

탁, 탁.

여자 악마의 가녀린 손목을 붙잡았다. 이것으로 위협적인 마검 공격은 차단된 셈.

그녀가 괘씸한 다리를 들지 못하도록 몸도 바짝 밀착했다. 악마 여자의 매서운 무릎치기는 나의 여린 분신에게 너무나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1차적인 제압 완료.

악마 여자가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포기해. 너는 나를 못 이겨.”

몇 번째인지 모를 도발을 또 해왔다.

하지만 불패(不敗)를 논하는 여자치고는 얼굴이 지나치게 새빨갰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2단계 작전에 돌입했다.

“음.”

“우읍?!”

여자 악마의 도발대로다.

나는 그녀를 죽이지 못해서 제압했다. 하지만 제압만 해서는 이 싸움이 영원히 끝나지 않으리라.

그래서 나는 악마 여자가 거친 숨조차 쉬지 못하도록 내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우득!

가녀린 목을 부러트렸다.

한순간 축 늘어지는 악마 여자의 팔다리.

하지만 이번에도 악마 여자는 빠르게 부활하려 했다.

여기까지는 이전이랑 똑같았다. 그리고 이대로 끝낸다면 기껏 입술을 틀어막은 보람이 없다.

“쓰읍!”

“움?!”

지금부터가 진짜 싸움이다.

내가 악마 여자의 목구멍으로 넘긴 신성Z 엑기스가 그녀의 부활을 방해하고, 내부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부르르···!

비겁한 악마 여자가 애처롭게 몸을 떠는 척했다. 비열하게 가슴을 출렁이면서 내 시선을 아래로 유도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입술을 떼지 않았다.

쓰으읍!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악마 여자의 마기를 입술이랑 함께 빨고, 내 신성을 뱉지 못하도록 그녀의 목구멍 안쪽 깊숙이 주입해줬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숨: 강한수 생도님의 키스는 일회용인가요···?

교생 아가씨. 날씨가 참 좋지?

여기저기서 폭발한 화산의 분진으로 하늘이 흐려졌다. 해로운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어서 피부건강에 좋을 것이다.

나는 신성에 찌들어 쓰러진 악마 여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더럽게 끈질겼어.”

이처럼 비겁한 악마는 생전 처음 보았다.

용사로서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악마답지 않게 신사적인 마왕 페도나르가 좀 본받을 필요가 있었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지?

“선택받은 용사여! 용사가 마왕의 딸이랑 원조교제하는 건 허들이 너무 높은 것 아닌가? 아니면 설마! 짐이 유행을 못 쫓아가는 건가···?”

“...딸?”

나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온 위쪽을 올려다봤다.

화려한 테라스 위.

양손으로 테라스 난간을 붙잡고 엉덩이를 뒤로 뺀 요염한 자세의 요정왕 마누라 뒤편에 선 악마 남자가 보였다.

그가 알몸으로 당당히 외쳤다.

“아무튼, 예고도 없이 잘 왔다, 전설의 용사여! 내가 막 요정나라의 아름다운 왕비를 취하려 할 때 방해하다니! 요정왕도 운이 좋군!”

운이 좋기는 개뿔.

옥좌에서 야외플레이까지 넘어온 게 뻔히 보였다. 6년 차에 이 정도면 진도가 꽤 느린 편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축 늘어진 악마 여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딸이라고?”

“그전에 짐의 소개부터 하지! 짐은 모든 마(魔)의 정점, 마왕 페도나르다! 홀로 여기까지 쳐들어온 용사의 기상을 높이 사서, 요정왕의 아내는 무료로 풀어주겠다!”

마왕 페도나르가 선심 쓰듯 외쳤다.

나로선 전혀 기쁘지 않았다.

“용사가 용사했을 뿐인데 무슨···.”

내가 악마랑 밀회했다고 오해받은 장소는, 가파른 천연절벽 위에 지어진 마왕의 성 아래였다.

하지만 나는 북대륙에서 중앙대륙으로 넘어온 기억이···.

▶힐난: 어떤 숙녀분의 가슴 보기 바쁘셨죠.

아무튼,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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