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FFF급 관심용사-71화 (71/430)

 071화

[7회차] 트리플

성적표

이름 강한수

전투력 업적 평판 인성

FF A A A

비고 이 용사가 이렇게 정의로울 리 없어!

트리플 A···!

업적A, 평판A, 인성A.

아주 중요하니 한 번 더!

업적A, 평판A, 인성A···!

드디어 내 노력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마왕 페도나르에게 정말 뜬금없이 발리면서 전투력 성적에 차질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쭉 나를 힘들게 했던 세 과목에서 A학점을 받았다는 사실이 실로 고무적이었다.

감개무량했다.

그동안 채점관의 편파판정으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던가?

내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불합격했습니다.

불합격! 좋다! 6회차는 순순히 인정하겠다.

나는 마왕에게 패배했으니까.

레벨이 같고 스킬은 내가 더 위였음에도, 순수한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밀렸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패배였다.

▷사유: 당신은 남을 위하는 숭고한 정신의 소유자입니다. 그 점은 존경받아야 마땅하지만, 이 세상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못합니다. 원통하게 패배한 당신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성장하고 강해지세요. 그리하여 이번에야말로 세상을 구해주세요!

내가 숭고한 건 맞다. 하지만 판타지 세상은 마왕 페도나르가 자살하면서 구원받았다.

채점관의 불성실한 ‘복사&붙여넣기’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아무튼, 7회차는 확정인 듯했다.

▷재시험을 시작합니다.

▷교직원 일동이 당신의 성적에 경악합니다.

▷교직원 일동이 혼란에 빠집니다.

▷전문교사가 파견됩니다.

마왕의 마기로 어두컴컴해졌던 세상이 다시 밝아졌다.

*

“환영합니다, 용사님!”

귀여운 척하는 라누벨의 생글방글한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순간 발끈해서 주먹을 날리고 말았다.

휙-

“......”

“뭐하세요, 용사님?”

“운동.”

아무튼 신성해야 할 내 주먹에는 신성이 깃들지 않았다. 그래서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는 라누벨에게 닿지 못했다.

회귀하면서 능력치가 초기화됐다는 방증.

다시금 기억을 정리해봤다.

나는 슈퍼로봇 ‘캡틴 판타지’랑 함께 판타지 세계를 구했다.

하지만 비겁한 마왕의 딸 ‘쏘시아’의 기습으로 캡틴 판타지가 파괴되고, 나는 피눈물을 흘리면서 피의 복수를 결의했다.

열심히 레벨을 올려서 마침내 복수에 성공.

그러나 페널티가 약해지면서 지나치게 강해진 마왕 페도나르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이후, 내게 ‘딸의 남자친구’라고 발언하며 수치심을 안겨주던 마왕이 자살하면서 6회차는 종료.

그리고 파릇나릇한 7회차로 넘어왔다.

“...좋군?”

결과적으로 6회차도 실패하고 말았지만, 성적표가 매우 좋았다.

트리플A.

인성A! 평판A! 업적A!

전투력에서만 FF학점이 나왔다.

하지만 전투력의 해결책은 이미 뚜렷했다. 6회차처럼 레벨이 너무 높아지지 않게 조절하면 무난하게 마왕을 쓰러트릴 수 있으리라.

이제 졸업은 식은 죽 먹기다.

“용사님, 정신이 좀 드셨나요?”

라누벨이 고개를 갸웃하며 귀여운 척하며 묻는다.

“처음부터 멀쩡했다. 맞을래?”

“용사님이 저처럼 귀엽고 깜찍한 미녀에게 폭력?! 정말로 멀쩡하신 거 맞으세요?!”

“진짜 맞을래?”

“아니요. 용사님은 부끄럼쟁이네요. 헤헷.”

주먹이 운다.

“이곳은 판타지아. 용사님이 태어나고 자란 세계랑 다른 차원이에요. 당장 이해를 바라는 건 무리겠죠. 지금부터 차근차근 설명해드릴게요.”

나는 그녀의 설명을 무시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마법사, 마법사, 마법사···.

깡통 같은 왕궁기사들 대신 마법사만 잔뜩 있었다.

차원이동 마법진이 그려진 이곳의 실내장식도 내가 익히 아는 만두 왕국이 아니었다.

하지만 여기가 어딘지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벽에 장식된 국기(國旗) 덕분이었다.

푸른색 기조의 바탕.

지팡이와 마법구슬이 교차된 형태.

“마법왕국···.”

6회차에 이어 7회차도 북대륙에서 시작했다.

나로선 나쁘지 않았다.

트리블A를 따낸 6회차 전개를 그대로 답습하기 쉬워지니까.

단, 레벨을 최대한 올리지 않고 세상을 구해야 한다. 트리블A의 변수를 줄이려면 수련의 동굴도 다시 깨야 한다.

물론, 나의 슈퍼로봇도···.

기다려라, 캡틴 판타지. 내가 얼른 부활시켜줄게!

“어머! 제 소개하는 걸 깜빡했네요. 저는 라누벨. 고대의 전설을 쫓는 여행 중, 신탁을 받고 용사님을 소환한 고고학자입니다. 라누벨은 고대언어로 ‘진리’란 뜻이에요.”

그때까지도 라누벨은 조잘대고 있었다.

누추한 여동생 버전에서 오리지널로 되돌아온 것까진 그나마 마음에 드는데, 장소가 변해도 대사는 똑같았다.

하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블랙박스를 활성화했다.

▷종족: 카오스 휴먼

▷레벨: 1

▷직업: 용사(경험치 500%)

▷스킬: 신성Z 축복Z 마기MAX 날조SSS 몰살SSS···

▷상태: 성검, 성녀, 저주

마지막으로 능력치를 확인했을 때랑 약간 달라졌다.

SSS등급이었던 마기가 일반영역 최대치를 뜻하는 MAX등급에 도달했다. 그리고 마왕 페도나르에게 패배하면서 상태에 ‘저주’가 붙었다.

저주는 레벨을 최대 1/10로 감소시키는 상태이상.

악마에게 패배하면 곧잘 붙는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Z급 신성과 축복으로 지우면 되니까.

파아앗-!

내 몸에서 뿜어져 나온 순백의 신성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성스러움으로 충만해졌다.

이번 회차에서 나는 힘을 감출 생각이 없었다. 6회차의 시작마을에서 그랬듯이 전부 내 신성함으로 감회시킬 계획이기 때문이다.

“어엇?!”

“헉?!”

라누벨과 마법사들이 경악했다.

그들은 어떻게 해볼 틈도 없이 내 신성함에 노출됐다. 그중 일부는 내 신성함을 단호히 거부했지만, 이때는 또 다른 수단이 있었다.

촤아악-!

다 함께 마기로 대동단결(大同團結)이다!

“오오! 위대한 분이시여!”

“신성한 당신을 믿습니다!”

마법사들이 일제히 부복했다.

라누벨을 제외한 모두가 내 충실한 수족을 자처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우정이란 말인가?

나는 사양하지 않고 그들의 요청을 전부 승낙해줬다. 이 마법사들은 단순한 잡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주 유용한 잡것이다.

궁정마법사.

이들은 왕국을 대표하는 마법사다.

현자에게는 한참 못 미치지만, 그 실력은 왕국에서 손꼽히는 자들로 구성된다.

하물며 이곳은 마법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마법 왕국. 다른 왕국들보다 마법 수준이 높았다. 이 나라에서 ‘궁정마법사’란 직함을 달 정도면 정말 엘리트 중의 엘리트란 뜻이다.

“어···. 어라?”

라누벨만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리에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왕따를 보는 것 같다.

나로선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6회차에서 라누벨 역할은 개미다리 수준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시해도 내 트리플A에는 아무런 영향을 못 준다.

“슬슬 폐하를 뵈러 가볼까.”

일단은 “용사님 왔다!”라고 신고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평판 올리기도 수월하고.

“소인이 안내하겠습니다! 위대한 분이시여!”

내 말을 들은 궁정마법사들이 눈치껏 행동했다.

계급으로 굴러가는 판타지 세상에서 절차는 매우 중요하지만, 내게는 아무런 장애가 못 됐다.

왕국을 사랑하고 충성하는 마음?

나는 인간사회의 그 어떤 계급보다도 위에 존재했다.

마기와 신성.

양립할 수 없는 두 힘을 조화시킴으로서, 내가 복속시킬 수 없는 판타지 원주민은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됐다.

“우우···. 뭔가 이상해요.”

그 예외 중 하나인 라누벨이 뺨을 부풀리고 입술을 빼죽 내밀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나는 네가 더 이상하다만.”

신성도, 마기도 그녀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 잘난 현자에게도 통했는데, 그보다 한참 약한 라누벨에게는 나를 존경하려는 낌새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무척 수상하단 말이지.

“용사님! 라누벨은 라누벨이에요! 이상한 게 아니에요!”

“말을 말자.”

우리는 곧바로 마법왕국의 심처로 이동했다.

*

마법왕국 국왕이 장시간 투병 중인 탓에, 그의 휴양지는 그 어느 왕국보다도 삼엄한 경계 속에 있었다.

내가 가장 활발하게 돌아다녔던 1회차 시절에는 북대륙에 한참 뒤에 방문했었다.

그래서 내가 마법왕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국왕이 붕어하고 왕위가 바뀐 후였기에 실제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환영하오, 용사여. 쿨럭쿨럭!”

왕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건 없었다.

병든 수탉처럼 생긴 국왕은 당장에라도 숨넘어갈 듯이 상태가 좋지 못했다.

능력치는?

▷종족: 휴먼

▷레벨: 264

▷직업: 국왕(국력→지배↑)

▷스킬: 마력B 마법B 사교C 정치C 통치C···

▷상태: 저주, 질병, 쇠약

상당히 준수했다.

무병장수하기 딱 좋은 균형 잡힌 능력치.

그런데도 마법왕국 국왕은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다. 이건 추측이 아닌 확정된 사항이다.

북대륙에 사는 성녀B를 부르는 데는 실패했지만, 고위 신관까지 와서 치유의 축복을 펼쳤음에도 병을 고치지 못했다.

이전에 들은 바로는 그랬다.

“아바마마. 쉬십시오.”

“흑흑! 아바마마······.”

근처에서 칭얼대는 왕자와 공주는 조만간 죽는다.

그리고 3년 뒤, 밤고구마처럼 생긴 숙부가 왕이 된다.

“폐하. 날씨가 쌀쌀합니다. 소환된 용사님은 이 아우가 지금부터 맡겠습니다. 그러니 이만 쉬십시오.”

영원히.

그 말이 생략됐음을, 경험자인 나는 알 수 있었다.

“부탁하겠네, 공작. 콜록콜록!”

마법왕국 국왕이 퀭한 눈으로 친동생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하나뿐인 형제를 상당히 신뢰하는 듯했다.

두 시녀에게 부축 받은 왕이 옥좌에서 조심스럽게 일어섰다.

비틀비틀.

천천히 퇴장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답답했다.

나는 머릿속으로 주판알을 굴렸다.

답이 금방 나왔다.

“폐하. 제 눈을 바라보십시오. 그러면 행복해지실 겁니다.”

“음? 그게 무슨···. 오오!”

파아앗-!

나의 Z급 신성과 축복 콤비가 마법왕국 국왕을 휘감았다.

어떤 힘이 작용해서 그를 힘들게 하는지 모르지만, 초월영역 앞에서는 먼지나 다름없었다.

제대로 나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능력치를 살펴봤다.

▷종족: 휴먼

▷레벨: 238

▷직업: 국왕(국력→지배↑)

▷스킬: 마력A 마법B 사교C 정치C 통치C···

▷상태: 회복, 축복, 건강, 활력

치유하는 과정에서 레벨이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마법왕국 국왕은 완벽하게 회복했다.

매우 긍정적인 상태로 보아선, 당분간은 훨훨 날아다닐 것이다.

그래도 예의상 물어보기로 했다.

“폐하. 어떻습니까?”

“오옷! 다시 태어난 기분이오!”

빈말이 아니었다.

마법왕국 국왕은 아까부터 계속 하던 기침이 사라지고, 목소리도 대전을 쩌렁쩌렁 울릴 만큼 우렁차졌다.

또한, 더는 시녀들에게 부축 받지 않고 자신만의 힘으로 대지 위에 섰다. 투병으로 삐쩍 마른 몸치고는 놀라운 변화였다.

“어, 어떻게 이런···.”

왕위찬탈의 꿈이 갑작스럽게 멀어진 공작이 부들부들했다.

너는 6회차부터 내게 찍혔어, 짜샤.

갑갑한 병실에서 퇴실한 환자처럼 해맑은 얼굴이 된 국왕.

그가 힘 있는 어조로 내게 말했다.

“성스러운 용사여! 바라는 게 있는가? 짐이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아! 결혼은 하였는가? 조금은 자랑처럼 들리겠지만, 짐에게는 어여쁜 딸이···.”

“바라는 게 있습니다.”

“그래, 딸을···. 음?”

나는 스킬 창고에서 ‘캡틴 판타지’ 설계도를 꺼내서 보여줬다.

“이걸 제작해주십시오.”

“이, 이게 대체 무슨 골렘인가?”

마법사이기도 한 국왕은 단번에 이것의 가치를 알아봤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인류의 절반이 바라는 꿈의 결정체입니다.”

꿈은 계속되어야 한다.

▷인사: 안녕하세요? 시간과 파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교직원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강한수 학생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훌륭히 전진해서 꼭 졸업하시길 바랍니다!

도덕 선생. 교직원들이 뭘 했다고?

되지도 않는 약 팔지 말고 교생이나 불러와!

▷난감: 교생은 교생일 뿐···.

트리플FFF 처먹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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