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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72화 (72/430)

 072화

[7회차] 이 용사가 말하는 판타지 강좌

▷식겁: 기다려주세요! 알아보겠습니다!

도덕 선생이 도망치듯 떠났다.

한 것도 없으면서 은근슬쩍 숟가락을 얹으려는 교직원 일동은 언젠가 지근지근 밟아줄 것이다.

도움이 그냥 안 되는 정도가 아니다.

잘못된 교육으로 내 인생을 11년이나 낭비하게 했다. 그동안 받은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피해까지 더하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으리라.

아무튼,

“폐하. 이 골렘만 완성하면 세상은 우리의 것입니다.”

지금은 비즈니스 중이다.

합체 중에 비겁한 여자의 공격으로 파괴된 나의 애마(愛馬)를 부활시키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있을 수 없다.

조금만 기다려, 캡틴 판타지!

우리는 다시 한번 함께 대륙을 질주하게 될 것이다.

“허허. 성스러운 용사여. 짐의 상상을 초월한 제안이라서, 생각할 시간을 조금만 주십시오.”

뭐든 들어줄 것처럼 이야기하던 국왕이 약한 소리를 했다. 하지만 트리플A 용사는 대범하게 양보해줬다.

트리플A, 트리플A, 트리플A….

왜 이리 기분이 좋지? 우히히히.

지구로 귀환하는 내 모습이 벌써 아른거린다.

판타지 생활 11년- 17년 동안 구상해놓은 ‘지구계획’이 머릿속에서 플래시백 됐다.

하지만 지금은 잠시 제쳐놓았다.

방심은 치명적인 독!

트리플A를 또 찍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우선은 이곳 마법왕국에서 우호적인 평판을 쌓아둬야 한다. 그러자면 왕이랑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마기와 신성은….

일전의 만두 국왕처럼 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왕(王)’이란 직업에는 정신적인 보호막 같은 기능이나 효과가 걸려있는 듯했다.

“잘 부탁합니다.”

그렇기에 협상은 무조건 내가 양보하는 쪽으로 풀어갔다.

솔직히 좀 답답했다.

판타지 세계를 지배할 슈퍼로봇을 제작하는 일인데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니?

그래도 나는 재촉하지 않고 꾹 참았다.

내가 생각해봐도 참 호구 같네!

하지만 이왕 호구가 된 김에 끝까지 호구가 돼주기로 했다.

내 17년 노하우가 담긴, 사람을 안심시키는 SSS급 미소까지 보너스로 지급했다.

우리 모두 스마일~!

“최, 최대한 빨리 답변해주겠소!”

마법왕국 국왕도 내 미소에 긍정적으로 보답해줬다.

국정(國政)이란 핑계로, 귀족과 고위관료들이랑 회의해봐야 해서 늦는다고 빼진 않았다.

일단은 그 정도로 만족했다.

마법왕국 국왕.

오늘 처음 만났지만, 제법 호감 가는 후원자였다.

*

마법왕국은 판타지아 북대륙의 패자로 불린다.

먼 과거에는 북대륙을 통일한 제국이던 시절도 있었으며, 현재까지도 그 영향력은 남아있는 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북대륙 하면 마법. 마법 하면 북대륙.

이 공식이 성립하게 된 계기가 마법왕국 탓이다.

설산M의 정기(精氣)를 받고 태어난 꿈나무들이 마법 적성이 다른 대륙보다 우수한 편이기도 했지만, 그렇게 양성된 우수한 마법사들이 기나긴 세월 동안 마법을 발전시키고 축적해온 지식과 지혜의 양이 현재로썬 더욱 큰 힘이 됐다.

그만큼 마법왕국의 마법기술력은 굉장했다.

골렘 제작기술도 예외는 아니었다.

“성스러운 용사여. 회의 결과, 우리는 그 골렘을 당장 공정하기로 했소. 무사히 완성한다면, 본국이 북대륙을 통일했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도 꿈은 아니라고 판단했소. 본국에 소속된 수석공학자 외에도 다수의 궁정마법사를 투입할 계획이오.”

마법왕국 국왕이 야심 찬 얼굴로 대답했다.

그는 단 하루 만에 신수가 훤해졌다. 이것도 레벨로 굴러가는 판타지 세계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레벨을 대가로 건강을 회복하기 때문이다.

왕족쯤 되면 레벨을 단시간에 올릴 방법이 얼마든지 있고.

“영명하신 판단입니다.”

아무튼, 나로선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캡틴 판타지, 나의 애마와 함께 대륙을 다시 한번 질주할 날이 머지않았다.

“3년이면 만들 것이오.”

“......”

3일도 아니고 3년…?

“하하! 용사도 너무 빨라서 놀란 모양이구려. 이 골렘은 변신과 합체란 독특한 기능을 채택하고 있어서 기존의 부품을 일절 사용할 수 없소. 그래서 나사 하나까지 전용제조공장을 따로 신설해야 하지만, 본국의 저력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매우 높다오. 기대하셔도 좋소.”

“아, 네.”

기대감이 푹 죽었다.

완벽한 설계도가 있는데도 3년.

판타지아 대륙에서 마법왕국보다 더 빨리 공정할 수 있는 나라나 단체는 없다고 단언해도 좋다. 그건 현자도 예외는 아니다.

3년이면 마왕 페도나르를 천 번도 더 죽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줄 순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슈퍼로봇을 과감히 포기했다.

하지만 마법왕국은 내가 싫다고 해도 만들 기세였다. 그래도 설계도는 넘겨주지 않고 사본을 뜰 시간을 줬다.

꿈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법.

언젠가 뜻하지 않은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말 나온 김에 골렘D도 물어봤다.

“이 골렘의 개발자는 신(神)이 내린 천재로군….”

골렘D 설계도를 빤히 들여다본 국왕은 수석공학자에게 설계도를 넘겨줬고, 잠시 후에 결과를 알려줬다.

“허허! 이쪽은 재료가 터무니없소. 하나같이 희귀한 것들뿐이오. 다행히 덩치가 매우 작고 공정 자체도 설계도에 쉽게 풀이해놔서 어렵지는 않소. 희귀한 재료를 모으는데 닷새, 공정에 또 닷새. 길어도 열흘을 넘지 않을 것이오. 다만, 골렘에 영혼을 심는 소켓 부분이 변수로 적용할 터인데, 이건 어디서 구해야 할지….”

나는 구할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남자에 굶주린 속물적인 노처녀 용사의 영혼이 깃들어있는 성검3.

어느 숲속의 민물인어가 사는 연못에 봉인돼있다.

“폐하. 그러면 이거라도 부탁합니다.”

골렘D.

그 성능은 6회차에서 검증을 마친 상태다.

전쟁의 여신이라고 불렸을 정도.

내가 신성을 부여해서 업그레이드한 덕분이긴 하지만, 그 골렘에 장착된 무기가 ‘성검’이고, 영혼은 ‘용사’란 점 또한 간과할 순 없다.

소켓이 비었을 때보다 성능이 대폭 상승했다.

그것이 내 노림수.

용사는 성검을 한 자루만 소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검이 골렘에 장착되어있다면 어떻게 될까?

최상위급 골렘에는 소환기능이 있다.

골렘의 코어를 소유권자의 영혼이랑 계약처럼 링크한 후, 평상시에는 4차원 공간에 보관해두는 방식이다.

이러면 복수의 성검을 보유할 수 있지 않을까?

골렘D로 실험해볼 계획이다.

원래는 이런 구차한 방법을 쓸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비겁한 마왕의 딸에게 밀리고, 강화된 마왕에게 패배하면서 지금보다 더 강해질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것도 단시간에 확연하게.

“알겠소.”

마법왕국 국왕은 내 새로운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골렘D의 제조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알 텐데도, 이쪽은 이미 3년 뒤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신, 비밀유지를 당부받았다.

그 정도는 이 업계에서 당연한 거 아닌가?

“물론입니다. 건강을 회복한 폐하께서 캡틴 판타지로 북대륙을 통일하시길 저 또한 빌겠습니다.”

물론, 그때쯤이면 난 지구에서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을 것이다. 판타지 세계의 미래 따위는 관심 없다.

“고맙소, 용사여.”

“하하!”

“허허!”

서로가 만족스러운 거래였다.

▶빼꼼: 안녕하세요? 강한수 생도님. 오자마자 음모의 향기가 물씬 느껴지는데, 아무런 문제 없는 거겠죠?

있을 리 없잖아, 교생 아가씨.

다시 만나서 조금 반가워.

*

마법왕국에 설계도를 넘기자마자 바로 착수한 골렘D 공정이 끝나려면 앞으로 열흘.

나는 그때까지 왕궁에서 뒹굴뒹굴할 마음이 없었다.

이미 얼떨결에 냉동인간이 돼서 6년이나 증발한 상황이다. 여기서 더 시간을 낭비하긴 싫었다.

물론, 일정표는 진즉 짜뒀다.

지난 6회차의 경험과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방황하지 않고 최적의 동선만을 따라서 빠르게 이동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생각과 동시에 실천으로 옮겼다.

“용사님~ 어디 가세요?”

“진짜 불필요한 너는 따라올 필요 없어, 라누벨.”

혹이 붙었다.

“라누벨은 용사님의 동료인걸요!”

“누구 마음대로 동료야?”

“절대로 용사님을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라누벨이 약속해요. 그리고 제가 있으면 여러모로 편리해요. 청소, 설거지, 빨래, 야영, 말동무, 요리, 탐색, 정보 등등 많이요! 정말 많이!”

“킁!”

분하게도 부정할 수 없었다.

라누벨은 보조마법을 주로 익혀서 전투력이 부족한 대신, 전반적인 생활력이 매우 우수했다.

전투에조차 도움 안 되고 민폐와 사고만 일으키는 나머지 동료들보다는 100배 나았다.

귀여운 척하지만 않으면 정말 좋을 텐데….

“그래서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저기.”

나는 설산M의 정상을 가리켰다.

최종적인 7회차 목표는 트리플A를 찍고 마왕까지 무난하게 쓰러트리고 졸업하는 것이지만, 부차적으로 내 성장까지 도모할 계획이다.

그 성장의 첫 번째 목표는 MAX에 도달한 마기의 한계돌파.

▷종류: 스킬

▷명칭: 마기

▷등급: MAX

▶Z: 악마의 왕족이 된다. (0%)

▷SSS: 신성에 저항한다.

▷SS: 거짓된 마력을 행사한다.

▷S: 악마의 귀족이 된다.

▷A: 사악한 방어를 행사한다.

▷B: 대상을 저주한다.

▷C: 사악한 공격을 행사한다.

▷D: 대상을 타락시킨다.

▷E: 거짓된 생명을 행사한다.

▷F: 악마의 노예가 된다.

6회차 막바지에 뜬금없이 할복한 마왕 페도나르의 마기에 노출되면서 단숨에 최대치에 도달했다.

나는 이미 지난 6회차에서 스킬 신성의 한계돌파를 경험해봤다. 그렇기에 얼마나 많은 스킬을 제물로 갈아 넣어야 하는지 또한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부족해.”

갈아 넣을 스킬이 더 많이 필요했다.

“뭐가요?”

“그런 게 있어. 라누벨, 너는 위대한 용사님의 사색을 방해하지 말고 저만치 떨어져서 걸어가.”

“우우….”

“처맞기 좋으면 귀여운 척해라.”

“싫으면요?!”

그때, 저 멀리서 “누가 좀 도와주세요~!” 같은 여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 기분이 들었다.

“용사님. 저쪽에서 비명이…!”

“뭐? 나는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 라누벨. 추잡하게 말 돌리려고 수작 부리는 거 다 알아.”

“라누벨이 똑똑히 들었어요! 정말이에요!”

“그건 네 기분 탓이야.”

“우우….”

강력한 몬스터가 라누벨을 채갔으면 좋겠지만, 내 신성에 움츠러든 야생몬스터들은 덤빌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나쁜 건 아니었다.

내 7회차 목표는 레벨을 최대한 낮추는 거니까.

마왕 페도나르를 무난하게 쓰러트리려면 어쩔 수 없었다. 또 레벨을 왕창 올린 후에 싸운다면 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6회차 마왕은 강했다.

나는 곧바로 마을Q 근처에 사는 수상한 사냥꾼의 통나무집으로 쳐들어갔다.

예상대로, 대낮부터 벌거벗은 남녀가 보였다.

“헉! 누구냐- 꾸엑?!”

“주인님?!”

평평한 LCD 모니터를 이불로 가린 예쁜 요정의 충격과 공포를 뒤로 한 채, 사냥꾼 청년의 모가지를 잡고 질질 밖으로 끌고 나왔다.

이후의 전개는 6회차랑 똑같았다.

“용이다!”

“헉! 용이 나타났다!”

“저 백룡은 설마…!”

“얼른 용사들을 깨워!”

분노한 사냥꾼 청년이 원래 모습인 순백의 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 망각의 먹잇감이 됐다.

“내 눈을 바라봐.”

“Quuu…?!”

멍청한 표정이 된 백룡.

나는 내 능력치의 성장변화를 확인했다.

조련B→조련A

사육D→사육B

교감E→교감C

예상대로 평소에는 올리기 힘든 스킬들의 등급이 상승했다.

내가 설산M을 바로 등반하지 않고, 이처럼 구차한 방법을 선택한 것도 다 마기MAX의 한계돌파 때문이다.

등급 높은 스킬이 많이 필요했다.

“라누벨. 노예근성에 찌든 요정을 부탁해.”

“우우…. 네.”

라누벨이 입술을 삐죽 내리면서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계속 따라오겠다고 고집부리진 않았다.

혼자 남게 되는 요정 때문이다.

나는 6회차 때처럼 이번에도 백구의 요정 마누라를 라누벨에게 맡겼다. 왕궁에서부터 굳이 따라오겠다는 그녀를 막지 않은 이유다.

이것으로 뒷수습도 완벽.

거슬리는 라누벨도 떼어냈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다.

“백구야, 가자!”

“Quuuuu-!”

나를 태운 백구는 곧바로 설산M 꼭대기의 성채까지 날아갔다.

“희멀건 고양이 새끼야, 기다려라.”

내가 은혜는 깜빡해도 원한은 잊지 않는다.

▶부탁: 은혜도 아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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